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41화(4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41화
남의 기숙사 방문 앞에 던져 놓은 의문의 쪽지.
대체 무슨 말이 써 있길래 저렇게 얼이 빠져 있는 거야?
멍하니 서 있는 원에게 다가가 손에 들린 쪽지를 낚아챘다.
웬 협박 문구라도 써 있나 했더니 전혀 의외의 단어가 써 있었다.
[오른쪽.]“지금 우리 부르는 걸까?”
“오른쪽…?”
두 눈을 감은 채 짧게 슬카데미의 줄거리를 회상했다.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이런 에피소드를 본 기억은 없다.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라면 나를 겨냥한 건가?
“뭐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마음을 정했다.
비교적 안전한 아카데미 내부라면 모험을 해도 괜찮을 터.
저 쪽지를 두고 간 사람이 누구든, 알아 둘 필요는 있다.
“일단 가 보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선 좌우를 돌아보았다.
이 시간이라면 원래 기숙사 밖으로 나가는 건 벌점의 사유가 될 수 있다.
혹시나 이 시간까지 버티고 있는 기숙사 사감 선생이 있을까 잠깐 경계하고선 발을 내디뎠다.
발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로 오른쪽 복도 끝으로 향했다.
“쉿.”
“알았어….”
몇 걸음을 떼지 않았을 때였다. 뒤따라오던 원이 놀란 눈으로 멈춰 섰다.
복도 끝에서 우리를 유인하는 듯한 쪽지 한 장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전 쪽지와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계단 아래.]“누가 이런 장난을….”
“이렇게 고급 장난을 친다고? 열과 성을 다해서? 잘 생각해 봐라. 너 멕일 사람 있어?”
원은 목소리를 낮춘 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돌아봤다.
원은 몰라도 한시하는 아카데미에 적이 수두룩하다. 누군가 작정하고 부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겠지.
누구보다 그건 내가 잘 알고 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나직이 말을 뱉었다.
“조금 더 가 보자고.”
쪽지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선 삐걱이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쪽지가 더 나타났다.
“왼쪽, 한 층 더 아래로, 다시 턴해서 반대편으로.”
일단 시키는 대로 따라갔다.
그렇게 숙소 안을 조심조심 돌아다니며 마침내 A동 계단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계단 뒤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
본능적으로 지팡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내게 앙심을 품어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든, 그 밖의 목적으로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사람이든.
충분히 위험할 수 있는 상황. 여차하면 기숙사 안이라 할지라도 바로 공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마주한 광경은 전혀 예상외였다.
“으응?”
계단 아래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남자아이.
비를 쫄딱 맞았는지 축 늘어진 앞머리는 이미 비 맞은 생쥐 꼴이 되어 있었다.
아마 1학년생 같은데.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커다란 눈이 비에 젖어 끔뻑였다.
심지어 떨고 있는지 이가 딱딱 부딪치는 소리가 고요한 복도를 울리고 있었다.
긴장 탓에 굳어 있던 어깨를 풀고선 지팡이를 내렸다.
“네가 부른 거야?”
어이가 없다.
생긴 게 다는 아니지만, 하는 짓을 봐선 딱히 나를 노리려고 부른 것도 아닌 듯하고.
황당한 나머지 인상을 찌푸리자,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 줄은 몰랐는데.”
묘하게 서늘한 눈빛이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쌀쌀맞은 목소리에 원은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야, 문을 그렇게 두드려 놓고선 올 줄은 몰랐대. 그럼 왜 부른 거냐?”
타다닥.
뒤늦게 물에 젖은 복도를 따라 달려온 바실이 원의 신발을 물고 늘어졌다.
어색한 조우긴 해도 굳이 우리를 부른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사연이라도 있는 애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질 않나.
나를 알아본 듯한 묘한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덜덜. 한참을 떨고 있던 녀석이 시퍼렇게 물든 입술을 뗐다.
“저도 데려가 주세요.”
“어디를?”
“유령의 숲이요.”
뭐?
다짜고짜 놀이동산에 데려가 달라고 하는 것도 놀라웠을 텐데, 던전이라니.
그것도 우리가 가게 될 던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게 기가 막힌다.
뭐 하는 놈이지?
생긴 것과 다르게 노는 놈들이야 아카데미에 워낙 많기 때문에, 나는 경계를 풀 수가 없었다.
말하는 걸 봐선 우리를 미행이라도 하고 있었던 건가.
수많은 의심이 꼬리를 물고 늘어나려던 순간, 원이 녀석에게 물었다.
“너 이름이 뭐야?”
“어셔 바턴.”
푸른 눈동자가 이쪽을 꿰뚫었다.
원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녀석의 이름을 읊조렸다.
“어셔 버턴이라…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아니, 나는 들어 봤다.
이제야 감이 잡힌다.
이 자식이 한밤중에 왜 우리를 불렀는지, 말도 하지 않은 던전에 대해선 어떻게 아는 건지.
“네가 어셔냐?”
* * *
“얘는 뭐야?”
아델라가 달갑지 않은 듯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물었다.
나탈리 역시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듯 묘한 표정이었다.
2학년의 실세 두 사람 앞에서 한층 더 기가 죽은 녀석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무심한 표정에 짙은 남색의 머리카락.
앳된 얼굴이지만 마냥 어린애로 여기기엔 묘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아우라.
“낯선 얼굴이네.”
싸늘한 눈빛과 몸에 밴 듯한 거만한 자세.
그것만 봤을 때는 강령과에 최적화되어 있는 학생인가 싶지만, 내가 아는 어셔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단 신학과에 어울리는 학생이지.
예언과 점성술을 연구하는 학과. 그쪽엔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던 녀석이었다.
처음 발견했을 때 주위에서 느껴지던 이질적인 분위기도 아마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녀석의 눈빛이 허공에 닿았다가 알 수 없이 빛났다.
그러한 기운을 뒤늦게 감지한 나탈리도 두 눈을 끔뻑였다.
“어셔 바턴. 이라고 하는데.”
“1학년?”
“네.”
지금은 마당발인 원과 나탈리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후배지만, 몇 년 뒤엔 제법 유명 인사가 된다.
흑마법사 단체와의 전쟁까지 예고할 정도로 미래를 정확하게 보는 예지의 천재.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걸 알 리 없는 나탈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이상… 아니, 조금 다른 친구 같네요.”
“그러게.”
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다.
어떻게 알고 유령의 숲을 따라오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듯 잠시 눈을 굴리던 원은 내 눈치를 살폈다.
정말 데려갈 거냐는 눈빛이었다.
짚이는 것은 있었다.
점성술이니 예언이니 하는 것들보다는 과학을 더 믿는 나였지만, 뭐 이런 세계에 던져진 것부터가 과학과는 거리가 머니 차치하고. 저 예지의 눈으로 뭔가를 본 게 틀림없다.
다른 곳이 아닌 유령의 숲에서.
하필 던전 이름이 이 모양이라 마음에 좀 걸리는데.
“뭔가를 봤나?”
“…!”
직설적인 내 한마디에 어셔가 멈칫했다.
살짝 젖어 있는 신발이 물기를 내며 바닥 위로 질퍽였다.
어제처럼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창밖을 슬쩍 돌아본 어셔는 대답 대신 한마디 말을 던졌다.
“방해하지 않을게요.”
“필요한 목적이 있다는 거지? 그걸 위해서는 따라가야 한다는 소리고?”
“네.”
말이 짧다. 짧아도 너무 짧아서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읽을 수가 없다.
복잡한 성격은 딱 질색인데. 거절할까 고민했는데, 녀석의 한마디가 내 정신을 흔들었다.
“도움도 될걸요.”
“….”
“저는 유령을 볼 줄 아니까.”
무섭잖아, 이 자식아!
* * *
유령의 숲 던전은 아르델 아카데미 안에 있다.
대부분의 던전이 아카데미 근처 야외 공간에 위치한 반면, 유령의 숲은 아르델의 도서관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던전이었다.
실제로 새벽이면 던전에서 빠져나온 귀신들이 도서관을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곤 했다.
내 말에 어셔는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아, 그거 진짠데요.”
심지어 진짜란다.
어셔를 선두로 우리 일행은 문이 닫힌 도서관 앞에 멈춰 섰다.
마스터키를 가져온 아델라가 닫힌 문을 열고선 자세를 낮췄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까진 당연히 유령을 볼 수가 없다지만, 옆에서 사방을 스캔하고 있는 어셔를 보고 있으니 왠지 금방이라도 뒤에서 스르륵 하고 귀신이 나타날 것만 같았다.
“후우, 왠지 무서워요.”
나탈리는 두 손을 모으고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도서관을 조심스레 살폈다.
“5-3번 칸이라고 했는데. 이쪽 맞나?”
“야, 야. 한시하. 이쪽 와 봐. 저기… 뭐 있는 거 같지 않냐?”
“…거기 없습니다.”
“아, 그래?”
호들갑 떠는 원을 빠르게 진정시키는 어셔.
침착하게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도서관의 다섯 번째 칸으로 향했다.
각종 마법 서책부터 문학, 시집까지 여러 책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뒤섞여 있는 네 번째 책장.
여기다.
그 앞에 선 나는 침을 삼키고선 세 번째 줄에 손을 뻗었다.
“이 책이지?”
오후 시간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 입구지만, 새벽 시간에는 특별한 방법으로 던전의 문을 열 수 있다.
책 한 권을 조심스레 꺼내면 흔들리게 되는 책장.
세 번째에 놓여 있는 책을 향해 손을 뻗자마자 책장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어… 어!”
아까까지는 세상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던 어셔도 사뭇 놀란 눈으로 균형을 잡았다.
끼익. 끼익.
마찰음과 함께 점차 진동이 커지고,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히 붙어 있던 책장이 갈라지며 빛을 뿜어냈다.
파앗-.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을 정도로 강렬한 빛.
옷소매로 얼굴을 가린 채 빛이 사그라들기만 기다렸다.
“으으….”
“보인다.”
그 빛이 다 사그라진 후에야 문이 형체를 드러냈다.
이거 장관이네.
나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와 죽이는데?”
푸른색으로 일렁이는 문.
바실과 연습용 슬라임 던전은 들어가 봤어도 정식 던전은 처음이다.
너무 당연하게도 안전장치 따위는 없었고, 치밀하게 분석하고 들어가서 최선을 다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게 정식 던전이다.
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력만 봐도 그랬다.
하지만, 이미 던져진 주사위.
그리고, 어딜 가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조원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가자.”
과감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 * *
“으으, 벌써부터 오싹한 걸?”
“겨우 던전에 겁먹은 거야?”
“냅둬. 쟤 원래 저래.”
공포영화 따위 눈 안 가리고도 잘만 보는데.
영화관 가서 팝콘 던진 적도 세 번밖에 없는 내가, 굳이 이런 거에 무서워할 리가 없다.
호들갑을 떨어 대는 원과 슬쩍 거리를 유지하고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 순간.
갑자기 수풀에서 뭔가 불쑥 튀어나왔다.
동시에 나도 제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와아아아악!”
“꺄아악!”
“아니, 미친.”
나무 덩굴을 몸에 칭칭 감은 채로 등장한 바실.
와 씨, 깜짝 놀랐네.
욕설을 입 밖으로 내뱉을 뻔했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하… 하하.”
“야, 안 무섭다며.”
나 못지않게 뒤로 자빠질 뻔한 원이 이쪽을 흘겨보며 비웃었다.
어이가 없네. 지는 쓰러지려 했으면서.
기가 막힌다.
야, 저런 게 대체 뭐가 무섭다고.
“방금. 되게 안 무서웠는데?”
하나도 안 무서웠다.
“꾸우…?”
바실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반박하려는 듯 녀석의 입이 오물거렸다.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치즈 안 준다.”
“…그건 쫌.”
야, 그런 말은 누구한테 배웠냐.
우리 바실이 그새 딕션이 많이 늘었다.
“꾸우!”
또박또박 제 할 말 잘하는 녀석을 들어 올리고선 고개를 돌렸다.
캄캄한 어둠 저 너머로 혼자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오두막집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원래 저런 집일수록 백에는 백, 귀신 나오는 폐가임이 틀림없겠지만.
별 수 있나.
유령의 숲 던전은 저기서부터 시작하는걸.
“스읍….”
침을 삼키고선 미묘하게 달라진 공기를 들이마셨다.
줄곧 말없이 내 뒤를 따라오던 어셔의 눈빛이 알 수 없이 허공에 닿았다. 나는 쟤가 저럴 때 가장 무섭다.
아델라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뭐 보이나?”
“글쎄.”
아직 몬스터가 습격해 오진 않을 거 같지만 사방을 경계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마침내 아까부터 오고 가는 여행자들을 유혹하듯 은은한 불빛을 내고 있던 오두막집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외딴 오두막집.
그와 반대로 모닥불이라도 피워 놓은 듯 들어서자마자 온기가 몸을 감쌌다.
긴장한 기색으로 천천히 문을 열어젖힌 순간.
“…미친.”
기이한 광경에 그대로 멈춰 서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