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43화(4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43화
한시하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비록 보이지 않는 것은 여전했으나, 어깨를 짓누르는 위압감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후우….”
보스다.
그간 해파리처럼 흐물거리던 유령 녀석들은 장난감처럼 여겨질 정도로 오싹한 공기가 차원이 달랐다.
공기를 금세라도 얼려 버릴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으니까.
원은 사색이 된 얼굴로 침을 삼켰다.
일찍부터 트랩을 설치하고 있던 아델라는 유령의 사이즈를 보고선 멈칫했다.
“아….”
“그걸로는 안 되어도 한참 안 될 거 같은데.”
“망했네.”
아델라는 다시 삽질에 들어갔고, 그 광경을 볼 수 없는 나탈리는 덜덜 떨며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괜찮아, 나탈리. 어차피 다 때려잡을 수 있잖아?”
그녀의 지팡이가 괜히 모세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적들을 바닷속으로 담가 버리는 물의 마법사.
나탈리의 이름을 알리게 된 이유도 바로 그 무자비한 공격 때문이었다.
“….”
나탈리는 겁에 질린 채 한시하를 돌아보았다.
왠지, 그 이유는 모르겠는데 위안이 되었다.
‘그래, 알았어. 풀어 줄게.’
‘아이고, 끝났다. 야. 순식간이지?’
강령과 학생들로부터 납치당한 자신을 구해 줬을 때, 그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시하는 분명 웃고 있었다.
자신보다 강한 시모어의 앞에서 두렵지 않았을 리가 없음에도,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인지 웃고 있다.
지금도 역시, 한시하는 웃고 있었다.
원의 안대를 잠시 빌린 채. 보스의 실물을 직관한 듯 입을 떡 벌리며 감탄 중이었다.
“와, 겁나 크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왜 웃고 있지?
나탈리는 조금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그런 생각은 이내 사그라졌다.
한시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기 때문이었다.
“자, 나는 준비됐어. 자신 있지, 나탈리?”
“할 수 있을 거예요!”
나탈리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자신 있게 외쳤다.
그 순간이었다.
찌잉-.
날카로운 주파수가 허공을 갈랐다.
귀를 막을 정도로 기분 나쁜 마찰음이었다.
유령의 숲 보스의 특징.
상대의 기억을 읽어 내는 정신 공격이 무자비하게 한시하 일행을 파고들었다.
“아아악!”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나탈리가 잠시 휘청거리더니 주문을 읊었다.
생각보다 잘 버틴다.
저 상태에서 곧바로 방어벽을 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어후, 정신없어.”
보스의 공격은 광역이었기에, 두 번째로 멘탈이 약한 원이 영향을 받았다.
원은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직감하고선 이를 악물었다.
잠시 흐트러졌던 대형이 일제히 맞춰졌다.
버텨야 한다.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유일하게 정신 공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바실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화르륵-.
바실의 파이어 스파이크.
천둥소리와 함께 불기둥이 양옆에서 샘솟았다.
뜨거운 열기에 당황한 보스 유령이 기척을 내며 허둥지둥했다.
감을 잡았다.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농구공 사이즈의 마력 구체를 허공에서 돌렸다.
그리고 반대쪽 손으론 가방에서 포션 두 개를 꺼내었다.
“바실, 받아!”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포션을 온몸으로 받아 낸 바실이 더욱 빨리 내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시하의 마력구가 허공을 갈랐다.
“크어억!”
고통스러워하는 유령의 비명 소리가 숲속의 나무를 흔들었다. 마력구가 정확히 녀석의 목을 가격한 것이다.
하지만, 그대로 쓰러질 보스가 아니다.
제대로 한 대 얻어맞은 보스 유령이 한시하를 노려보며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시하는 말을 걷어차고선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조금만 더… 조금만….”
아델라와 나탈리가 만들고 있는 트랩.
저것을 완성할 때까지 시간을 벌려면 자신이 미끼가 되어야 했다.
“바실!”
화아악.
어둑한 그림자가 한시하를 덮치려는 순간, 바실이 한 수 빠르게 달려들었다.
완벽한 페이크.
한시하는 활을 놓고선 뒤로 빠졌다.
번쩍.
바실의 스파이크가 번개처럼 보스 유령에게 다시 한번 내리꽂혔다. 이번에도 똑같이 목에 명중한 공격.
하지만, 아까에 비해 배로 고통스러울 터였다.
녀석은 몸부림치며 괴성을 질렀다.
“끄… 끄억.”
한기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다음 정신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 허공에서 검은 아우라가 아른거렸다.
그래 봤자다.
악마의 나무 때도 통하지 않았던 정신 공격이 이제 와서 통할리가.
“한시하, 이쪽으로!”
“한 번 더 쏠까?”
“한 번 더! 확실하게 안쪽으로 끌어 줘. 트랩에 들어 올 수 있게!”
“어렵지 않지.”
피식 웃으며 여유롭게 말을 몰던 한시하가 아델라의 트랩 주위로 비켜 갔다.
그를 맹렬히 쫓고 있던 보스 유령은 큰 의심 없이 움푹 파여진 트랩에 들어 왔다.
아델라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탈리, 지금이야!”
“준비 다 됐어요!”
녀석을 궁지에 몰아 놓고 공격하겠다는 완벽한 계획.
정신 공격이 까다로워서 그렇지 기본적인 체력 자체는 제법 약한 녀석이다. 제대로 된 공격 몇 방이면 나가떨어질 터였다.
이미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마친 팀원들은 합을 맞춰서 녀석을 가뒀다.
순식간이었다.
쿠르르.
대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광역 마법진이 빛을 발한다.
마치 공깃돌을 들어 올리듯 아델라는 가볍게 땅 속에 파묻힌 돌을 허공에 띄웠다.
아델라가 돌로 벽을 쌓기 시작하자 보스 유령이 당황한 듯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트랩에 물을 채워 넣기 시작한 나탈리.
한걸음 뒤에서 그걸 확인한 한시하는 바실에게 눈짓을 보냈다.
유령이기 때문에 조금만 힘을 쓰면 금세 빠져나올 수 있다.
트랩 자체는 그리 견고한 편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을 버는 데엔 충분했다.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트랩을 빠져나오려던 보스 유령은 한기에 멈칫했다.
그리고.
“…!”
이미 온몸을 축축하게 적신 물 위로, 바실의 번개가 떨어졌다.
“크어어억!”
번쩍.
보스가 아니었으면 한 번에 날렸을 법한 강력한 공격.
녀석은 고통을 이기지 못해 거세게 몸부림쳤다. 그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원은 나탈리에게 외쳤다.
“조금만 더!”
“거의 다 됐어요!”
콸콸콸.
트랩 안으로 다시 물이 차오른다.
녀석은 이미 반쯤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무엇이든 잡고 공격하려 들기 위해 시퍼런 눈길이 사방을 둘러보았다.
바로 그때, 보스 유령의 시선이 한시하를 향했다.
바실을 컨트롤하는 한시하의 발을 묶어 두려는 판단.
뒤늦게 바실을 따라 달리던 한시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어….”
티잉-.
짧은 파열음과 함께 정신이 튕겨 나갔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한시하를 저격한 공격이었다.
* * *
“제길.”
암흑으로 가득한 공간.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다.
감각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질적인 느낌에 한시하는 당황했다.
“으… 이게 뭐냐.”
보스 유령의 가장 고도의 정신 공격. 공허의 방이었다.
상대를 이런 곳에 끌어와서 지루한 옛날 영화라도 상영해 주겠지.
그것도 상대의 기억을 바탕으로.
비겁한 공격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누구나 약점이 하나쯤은 있거든.
“겨우 이거야?”
하지만, 그건 자신이 한시하 그 자신일 때만 먹히는 게 아닌가.
악마의 나무 때도 그랬지만, 그것은 제 ‘진짜’ 기억을 조금도 읽지 못했다.
숨을 쉬기 버거울 정도의 위압감이 한시하의 폐부를 짓눌렀다.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여유롭게 말을 뱉었다.
“보여 주든가.”
아무리 고통스러운 기억일지라도, 어차피 제 기억은 아닐 테니.
자신 있다. 무엇을 보여 주든 버틸 자신이.
하지만, 두 번째 공격은 안타깝게도 그리 쉽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지우려 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시하의 기억이 아닌, 제 ‘진짜’ 기억.
한시하는 이를 악문 채 나직이 말을 뱉었다.
“…오랜만에 봐도.”
참 변함없이.
“개같네.”
* * *
“네가 죽인 거야, 새끼야.”
“죄송합니다.”
“못 할 거 같았으면 빠르게 포기해야지. 왜 하겠다고 깝쳐서는.”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며 거칠게 숨을 들이쉬었다. 살벌한 눈빛이 옆에서 꽂혔다.
한시하를 싸늘하게 질책하고 있는 것은 대학원 선배이자, 대학 병원의 담당 사수였다.
그리고, 한시하를 싫어하다 못해 증오했다.
그냥 처음부터 그랬다.
자신은 여기서 미운오리새끼였다.
‘저 새끼가 지 선배 찌른 그 새끼지?’
‘맞아. 야,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인턴계의 미친개잖아.’
‘하여간 요즘 애들은… 겁대가리가 없어.’
인간도 아닌 놈들이 의사랍시고 설치며 학대에 가까운 진료행위를 일삼다가 결국 죄 없는 생명이 죽었다.
한시하는 망설임 없이 그 인간을 찔렀다. 2년 선배인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부 고발자라 낙인찍히는 동안에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바닥은 좁았다.
서울로 간 병원에서도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을 만큼.
저들의 바운더리에 들지 못한 한시하는 예상외로 유능했다.
그것이 더 아니꼬웠던 걸까.
뭘 하든 비난이 돌아왔고.
그 계속되는 비난은 차츰차츰 한시하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어디서든 생글거리며 사람을 대해 온 그도, 조금씩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마침내는 수술실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그 결과는 수전증.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수술을 해야 하는 수의사가 손이나 떨고 있다니.
그것도 수술실에 들어가야만 벌어지는 심리적 증상이라, 그 어느 병원을 가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고질병이 되고야 말았다.
날이 선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무슨 배짱으로 임상을 지원했어? 그것도 병신 새끼가.”
“….”
“학부 때는 저 정도로 모자란 새끼는 아니었을 걸요?”
“탑이었잖아, 대단하신 과탑.”
큭큭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앉아서 머리만 신나게 굴려 대셨나 보네.”
“그냥 빠르게 때려치워라. 나 같으면 그 손으론 애들한테 미안해서 메스 안 잡아.”
“네, 안 잡겠습니다.”
“뭐?”
“이만 가 보겠습니다.”
더럽고 치사해서?
아니었다.
비웃어 대는 그 인간들 말대로 애들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어서.
저들에겐 하나도 죄송하지 않지만, 수술대 위에 오를 생명들에겐 더없이 죄송하니까.
제 감정 하나 조절 못해서.
그 나약한 정신으로 덜덜 떨고 있을 바엔 때려치우는 게 맞다.
그래서, 그 길로 병원을 나왔다.
끝까지 뒤에서 쏟아지는 조롱을 들으면서.
놀라울 정도로 무능하고.
나약하고. 능력 없는 한시하.
여기서 말하는 한시하는 슬카데미의 한시하가 아니라.
잊고 있던 본래의 자신이었다.
“….”
그 순간이었다.
무력하게 엎어져 있던 한시하는 암흑 속으로 들어온 흐릿한 빛 한 줄기에 몸을 일으켰다.
옅은 붉은색의 빛줄기.
마치 램프처럼 환하게 빛나는 발광체를 발견한 그의 눈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히든 아이템….”
제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 * *
“한시하!”
“야, 정신 차려!”
크어억.
정신 공격을 끝낸 보스 유령이 살기를 뿜어내며 한시하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때까지 의식 없이 축 처져 있을 거라고 기대했을지 모르겠지만.
한시하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까와 달리 반짝이는 빛줄기.
그것이 히든 아이템이자, 녀석의 심장임을 눈치챈 한시하는 그 흐릿한 빛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매직 애로우.
화살촉 끝에서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한시하는 활을 당기며 낮게 읊조렸다.
아직 선명한 옛날 영화가 그의 머릿속을 부유하고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무능하고.”
파앗-.
“나약하고.”
파앗-.
“능력 없는….”
마지막 마력 화살이 보스 유령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고 지나갔다.
총 세 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세 발을 모두 박아 넣은 한시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공격은 정확하고 예리했다.
크어억.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와 함께 보스 유령이 휘청거렸다.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아까까지는 악착같이 버티던 녀석이 이내 쓰러졌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심장뿐.
“끄아아악!”
한시하는 말에서 내려 녀석의 빛나는 심장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뜨거운 마력이 손 안에서 타올랐다.
그것이 그가 이 던전을 클리어해 냈음을 증명했다.
그러니, 구닥다리 옛날 영화는 전부 틀렸다.
놀라울 정도로 무능하고, 나약하고, 능력 없는 한시하.
“다 틀렸어.”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손을 내렸다.
“나는 그때도 끝내주게 완벽했으니까.”
이제야 알았다.
나는 늘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