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44화(4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44화
“괜찮아, 한시하?”
“잡은 거야?”
“아으윽….”
아델라와 원이 달려왔다.
한시하는 악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램프.
보스 유령의 심장을 상징하듯 붉게 반짝이는 그것을 내려다본 아델라가 감탄했다.
“이건 또 뭐야….”
마력을 있는 대로 쏟아붓고선 기절해 버렸다.
혹여 잡지 못하고 쓰러졌나 걱정했지만 눈앞에 떠오른 문구가 그를 안도하게 했다.
[유령의 숲(B)를 클리어하셨습니다.]한시하는 말에 올라타고선 아델라를 향해 유령의 램프를 던졌다.
일반적인 램프가 한 손에 들어오지 않는 사이즈라면, 이건 미니어처 수준이었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마력.
안에 생각보다 많은 마력이 응집되어 있음을 직감한 아델라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한시하는 담담한 한마디를 던졌다.
“히든 아이템.”
“히든… 아이템이라고?”
“그럴 리가.”
“말도 안 돼.”
아델라, 나탈리, 원 세 사람 모두 불신의 눈빛을 보냈다.
어셔 역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뭔가를 찾는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히든 아이템이라니.
“그게 정말 존재한다고?”
몇몇 던전에 히든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교재에 서술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들 하나같이 그것이 이론이라고 생각할 뿐, 실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수많은 던전을 뛰는 와중에 그런 히든 아이템을 발견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겨우 B랭크의 던전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히든 아이템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한시하가 안대를 벗지 않았더라면, 미세하게 느껴지는 빛줄기를 감지하지 않았더라면.
그것이 히든 아이템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더라면.
수많은 IF를 다 뚫고 그 미세한 확률로 찾아낸 것이었다.
그러니, 쉽사리 믿겨지지 않을 수밖에.
“근데 진짜….”
아델라는 램프를 천천히 훑어보고선 나직이 감탄했다.
“몇십 배의 마력이 느껴져.”
“무슨 소리야?”
“기존 유령의 숲 램프와는 색도 다르고, 느껴지는 기운도 달라.”
그들이 알고 있는 대로라면 원래 클리어 보상은 이것이 아니었다.
“진심이야?”
“그렇다니깐.”
“정말… 꽤 다른데요?”
아델라는 마력에 대한 감각이 상당한 편이었다.
때문에 정확히는 몰라도 뭔가 다르다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니 물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찾아낸 거야?”
한시하는 머리를 굴리며 그럴싸한 대답을 골라냈다.
아예 작정하고 저걸 찾으려 들었다고 밝힐 수는 없으니까. 대충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수 있을 만한 대답이….
당당한 한마디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한시하는 빠르게 사과했다.
“아, 미안.”
“쟤 잡아.”
* * *
마침내 평가의 날이 왔다.
그린트 교수의 강의실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첫 번째 중간평가 때도 모두가 느꼈지만, 그는 결코 점수를 여유롭게 주는 편이 아니었다.
고로, 이번 조별 과제도 그 누구보다 깐깐하게 채점할 것이 뻔했다.
그린트 교수는 딱 맞는 정장의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나타났다.
조별로 앉은 학생들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침을 삼켰다.
그린트 교수는 손뼉을 치며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자, 여러분의 결과물을 보도록 하죠.”
그린트 교수의 말 한마디에 학생들의 표정은 상반되게 갈렸다.
자신만만한 결과물을 가져온 것인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는 무리들부터, 아예 던전 클리어에 실패했는지 고개를 떨구고 있는 녀석들까지.
한시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캔에 나선 것은 그린트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구둣소리를 내며 강의실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그린트 교수다운 솔직한 독설이 시작됐다.
C등급 던전에서 개구리 눈알을 가져온 3조가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개구리 눈알은 왜 주워 왔지?”
“이게… 나름 중요한 아이템인데요. 탕에 넣어서 끓여먹으면 몸보신에 그렇게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먹었나?”
“네, 저랑 친구들이랑 함께 먹었습니다.”
“…몸에 안 좋은 거 같은데.”
“예?”
“먹어도 멍청한 거 보니 효과가 없는 거 같군.”
저런.
한시하는 탄식을 터트리며 혀를 찼다.
그린트 교수는 한숨을 내쉬며 4조로 향했다.
“흐음, 그러면 이쪽 조에 기대를 가져 보겠습니다.”
여기는 그나마 B등급 던전을 공략한 모양이었다.
직접 뛰어 보면서 느꼈다시피 B등급 던전도 생각보다 공략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싸늘한 혹평이 이어졌다.
“겨우 밧줄? 뭐에 쓰는 밧줄인지 학생이 설명해 보도록 하죠.”
“네…?”
“생선 말릴 때 쓰는 건가?”
“그것이 아니고….”
얼굴이 붉어진 학생이 뒤늦게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나름 결속 마법이 걸려 있는 밧줄이란다.
저 정도면 전투에서도 쓸 법한 아이템이지만 그린트 교수의 눈에는 차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혹평이 나오진 않았다.
“봐줄 만은 하군.”
“후하….”
4조 친구들이 안도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원은 한시하를 돌아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오늘 분위기 장난 아닌데? 우리도 저렇게 되는 거 아니야?”
“그럴 리 없어.”
한시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고선 자세를 바로잡았다.
최소한 결과물에는 자신이 있었다. 관건이 있다면, 역시 저 조겠지.
그린트 교수의 발걸음이 1조 앞에서 멈춰 섰다.
주로 서너 명씩 팀을 이룬 다른 조와 달리 딱 두 명만 앉아 있는 조.
이 둘이 공략한 것이 A등급 던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마녀 산장이야?”
“둘이서 그걸 깼다고?”
“와, 역시….”
“에이스 둘이 만난 거네.”
슬카데미의 주인공 이한과 빛의 마법사 솔리아.
누가 봐도 최강 조합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팀이다.
솔리아의 상성이 가장 잘 맞는 어둠 계열의 던전을 고른 것도 전략적이었고, 협업이 필요한 A등급의 던전을 단둘이서 헤쳐 나간 것도 놀라웠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던전의 난이도답게 보상도 상당했다.
마녀의 A급 포션 세트.
시중에 거래되는 가격도 후덜덜한 비싼 포션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그린트 교수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 던전을 클리어 한 것은 칭찬해 주고 싶군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특히 둘이서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린트 교수답지 않은 부드러운 눈빛까지.
아까까지 먼지 나게 후드려 맞았던 3조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박수.”
“와아아아아!”
“이한! 솔리아!”
“멋지다아!”
단체로 박수를 치며 A등급 던전을 완벽하게 클리어한 두 사람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
그린트 교수는 흡족한 얼굴로 발걸음을 돌렸다.
“제법 재능 있는 친구들이 보이네요. 자, 그다음.”
저벅저벅.
이어서 2조를 채점한 그린트 교수가 마지막으로 5조 앞에 섰다.
한시하와 아델라, 나탈리, 원.
사실 이 조도 개인적으로 퍽 기대했던 조였다.
특히 한시하. 지난 마강전 이후로 그린트 교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인재기도 했다.
원래는 제 감정을 잘 숨기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린트 교수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는… 요새 주시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군요.”
원은 긴장한 기색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린트 교수는 두 눈을 반짝이며 학생들을 바라보다 이내 멈칫했다.
“여기 조는 무슨 던전을 클리어했나?”
“유령의 숲입니다, 교수님.”
유령의 숲?
“으음….”
던전의 이름을 들은 그린트 교수의 얼굴엔 실망의 빛이 감돌았다.
유령의 숲(B랭크).
정신 공격 때문에 등급에 비해 까다로울 수 있는 던전이긴 했지만, 이 멤버 구성으로선 더 높은 난이도의 던전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린트 교수는 뒷짐을 지고선 테이블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그래서 무슨 아이템을 가져왔지?”
유령의 숲이라면 보상으로 제법 많은 아이템이 주어진다.
유령의 만년필, 보스를 처치했을 때 나오는 발광 램프, 오두막집의 목마 등등.
가져올 게 참으로 많은데, 어째서인지 테이블 위가 허전했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 한시하가 자그마한 램프를 소중히 꺼내 놓았다.
“교수님, 이겁니다.”
“으음?”
뭐라고?
그린트 교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일반적인 발광 램프보다 확연히 작은 사이즈에, 은은하게 감도는 붉은빛.
던전 매뉴얼에서도 본 적 없는 비주얼이었다.
“이런 게 있었나?”
그린트 교수는 당황한 나머지 속생각을 뱉어 내고 말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접함 그 자체다.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기로 한 건가? 그래서 정식 램프가 아니라 짭을 주워 온 건가?
짧은 순간이지만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비웃는 말들이 이쪽까지 들려왔다.
“저게 뭐냐.”
“유령의 숲 아이템이 저거밖에 없어?”
“다른 거 다 빼놓고 저런 걸 주워 왔어?”
“야, 귀엽다고 주워 온 거 아니냐. 웃겨 죽겠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미니어쳐 사이즈는 맞다.
관상용이 아니냐며 비아냥대는 소리에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떠들고 싶은 대로 떠들어라.
그래 봤자, 그린트 교수는 금방 저 아이템의 진가를 알아챌 것이라고 믿었다.
그린트 교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작은 램프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 순간이었다.
“이게 무슨….”
찌릿.
그린트 교수는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마력을 감지하고선 기겁했다.
수십 년에 걸친 훈련으로 마력의 감도를 최상으로 끌어 올린 그린트 교수다.
그에 있어서는 아르델 아카데미의 교수들 그 누구도 그를 따라갈 수 없었다.
오히려 그랬기에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이건… 마력의 집합체다.
일반적인 램프에선 뿜어져 나올 수 없는 세기의 마력이었다.
“설마.”
“히든 아이템입니다, 교수님.”
한시하의 한마디에 강의실이 얼어붙었다.
* * *
“히든 아이템이라니.”
“그런 게 있다고?”
“듣긴 들었어. 지난번에 본 실전학 서적에 있었거든.”
“아니 아무리 그래도 겨우 B급 던전에서 그게 나온다고? 말이 되냐.”
“진짜야? 히든 아이템을 찾은 거라고?”
“야, 아델라랑 한시하가 있으면… 나름 가능성 있지 않냐?”
“학장님이 와도 그건 못 찾아, 이 멍청아.”
처음에는 다들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린트 교수의 표정을 확인한 학생들은 크게 술렁였다.
저들의 말이 틀렸다면 단호하게 독설부터 날렸을 그린트 교수였다.
그럼에도 아무 말이 없었다.
“설마. 진짜인 거 아닐까…?”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어느 누구 하나 쉽게 단정 짓지 못한다.
다들 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유감이다.
아델라는 조잘대는 애들을 쏘아보며 그린트 교수의 한마디를 기다렸다.
‘알아보셨을 거 아니에요.’
저 아이템의 진가를.
‘그러니, 제발. 말해 주세요.’
툭.
아델라의 바람과는 달리 그린트 교수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교단으로 돌아갔다.
원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손톱을 물어뜯었다.
“뭐야, 왜 우리는 패스야?”
“큰일 난 거 아니야?”
아니, 그런 것은 아닐 거다.
한시하는 애써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인걸까.
“자, 그러면.”
그린트 교수는 학생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분필을 손에 쥐었다.
의미를 알 수 없이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바로 점수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