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5)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45화(45/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45화
스윽, 스윽.
그린트 교수는 망설임 없이 칠판 위에 점수를 써내려 갔다.
학생들은 웅성대며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뭐야, 뭐야.”
“어떻게 되는 거야?”
첫 번째와 이한과 솔리아가 속해 있는 1조.
89점.
“와아악!”
“미쳤다, 89점이라고?”
점수를 짜게 주기로 유명한 그린트 교수를 생각하면 상당히 후한 점수였다.
물론 당사자들은 살짝 만족하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이한은 아쉬운 듯 미련이 남는 눈길로 칠판을 응시했다.
그다음은 2조.
여기서부턴 점수가 뚝뚝 떨어졌다.
이한과 솔리아에게 상당히 고평가를 한 편이라는 걸 증명하듯 처참한 점수대.
“아….”
2조 40점, 3조 25점. 4조는 55점.
여기저기서 탄식이 튀어나왔다.
그렇다면 남은 조는 딱 한 팀.
그린트 교수는 칠판 위에 마지막 점수를 거침없이 기입했다.
“5조지?”
“아, 그 히든 아이템이니, 뭐니. 헛소리 했던 애들?”
“저 조원으로 말아먹기도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오죽하면 교수님이 한마디도 안하고 갔겠냐고… 어?”
칠판을 가리고 있던 그린트 교수의 등이 마침내 돌아섰을 때.
강의실은 크게 술렁였다.
칠판에 또렷하게 박혀 있는 숫자.
100점.
원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와아아악!”
“말도 안 돼.”
“아니, 쟤네가 왜?”
그린트 교수가 역사상 준 적이 없었던 점수다.
그런 점수를, 결국 받아 냈다.
* * *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그린트 교수가 던진 불길은 쉽사리 꺼지질 않았다.
몇몇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분석하려 애썼고, 몇몇은 그냥 울분을 터트렸으며, 그중 일부는 핵심을 짚었다.
“진짜 히든 아이템이었던 거야.”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 B급 던전에서 그런 게 왜 나와?”
“운으로 주워 먹은 거겠지. 가능하잖아!”
그게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씁쓸했지만.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같은 조원들 상대로도 감이었다, 를 시전했는데 이 녀석들이 쉽게 믿어 줄 리가 없지.
아델라는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자신을 무시하던 녀석들을 한 명씩 스캔하고 있었고, 원은 무릎에 얼굴까지 파묻고선 이번 성과를 즐겼다.
“하여간 재수 없는 것들.”
“1등이라니, 하. 감격이야.”
그때였다. 아까부터 줄곧 이쪽을 응시하던 이한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설마.’
난생처음으로 1등을 빼앗긴 상황. 기분이 크게 상했을 법한데 표정에선 그러한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다.
오히려 약간의 흥미, 그리고 기대감과 열정.
차라리 그쪽에 더 가까워 보이는 표정으로 이한이 말을 뱉었다.
제법 도전적인 목소리였다.
“한시하.”
‘왜 또 나냐.’
한시하는 두 눈을 끔뻑이며 이한을 빤히 바라보았다.
히든 아이템에 대한 정보라도 얻고 싶은 건가?
아니면 내가 잡힌 약점이라도 있었나?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말이 훅 치고 들어 왔다.
“활은 좀 쏠 줄 알아?”
* * *
아르델 아카데미의 개인 훈련장.
바실을 데리고 이쪽을 온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어색한 만남은 처음이었다.
한시하는 긴장한 기색으로 이한을 돌아보았다.
난데없이 훈련장으로 자신을 끌고 온 이유를 생각해 봐야 했다.
우선 첫 번째.
‘너무 튀었나?’
실력을 가늠해 보려고 온 것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데.
이한은 싱긋 웃으며 그에게 활을 내밀었다.
“잘하는 거 같던데?”
“아, 고맙다.”
별다른 꿍꿍이는 없어 보이는 눈빛. 그저 여유롭게 웃는 표정.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다. 분명 선한 성향임에도 왠지 모르게 경계가 되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슬카데미의 주인공인 터라, 연예인을 눈앞에서 보는 기분이랄까. 분명 같은 사람인데, 범접할 수 없는 그 느낌.
한시하는 침을 삼키며 이한을 따라 활을 집어 들었다.
“지난 대회 때 봤는데, 아예 활을 직접 만들더라고. 마력으로.”
“그랬지.”
“일반 활에 마력을 실으면 더 파워가 좋아. 마력을 쓸데없이 흘리지 않을 수 있거든.”
활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 마력이 필요하니 실제 무기를 사용하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지난 전투를 훑어본 결과 한시하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건넨 조언이었다.
이한의 한마디에 한시하는 크게 놀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이걸 몰랐네.’
기본 마법을 배우는 데 급급해서 정작 전투 기술은 잘 모르고 있었다.
이한은 그럴 수 있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정말 몰랐다고?’
표정을 봐선 확실한 거 같은데, 믿기질 않는다.
전투를 효율적으로 하는 법조차 제대로 배우지 않은 녀석이 무슨 재주로 그렇게 몬스터를 때려잡은 걸까.
한시하의 전투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이한으로선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를 불렀다.
어떤 식으로 B등급 던전에서 히든 아이템을 얻어 냈는지. 모두가 운이라고 했지만, 이한은 그걸 믿지 않았으니까.
“시작하자.”
“준비됐어.”
“먼저 할게.”
이한은 활을 들고선 표적을 노려보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과녁. 몬스터의 머리처럼 생긴 인형이 정신없이 위아래로 흔들거렸다.
아무리 이한이라도 상당한 거리 탓에 맞히기가 버거웠다.
하지만, 그는 여느 때처럼 침착하게 이마 정중앙을 노렸다.
적절히 조절한 마력을 화살촉 끝에 두른다. 몸에 흐르는 마력의 양을 유지하면서도 일정량 이상의 파괴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
모든 계산을 마친 그가 시위를 놓았다.
파앗-.
“와.”
그 화살은 정확히 인형의 이마 한가운데에 꽂혔다.
말 그대로 헤드샷. 움직이는 과녁은 아무런 방해도 되지 못했다.
게다가 첫 발만 그런 게 아니라 연달아 인형의 이마에 명중했다.
한시하는 연신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주인공은 주인공이네.’
활을 쏠 때의 아우라가 있다. 따라갈 수 없을 거 같은 영역이었다. 주인공 버프를 때려박지 않는 이상 만들어 낼 수 있는 피지컬.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미리 말해 두지만 나는 그거 자신 없다.”
그냥 아무 데나 맞혀도 죽이기만 하면 되겠지, 뭐.
한시하는 심호흡을 하고선 과녁을 노려보았다. 이한의 조언대로 활에 힘을 싣자, 이전과는 달리 여유가 느껴졌다.
‘조금만 더 힘을 써도 될 거 같은데?’
최선을 다해 힘을 끌어모은 마력 화살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순간.
“으음?”
이한은 제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어… 어?”
정확히 헤드샷만, 그것도 이마 정중앙에 화살을 날렸던 이한과 달리 한시하의 화살은 제멋대로였다.
대부분은 머리는커녕 몸에 꽂혔다. 그나마 몇 개는 얼굴에 꽂혔다.
여기까지만 놓고 봤을 때는 형편없는 실력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물을 보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머리를 날렸네?”
대체 누가 활로 머리를 날리냐고.
이한은 두 눈을 끔뻑이며 처참한 결과물을 바라보았다.
마력을 얼마나 때려박았으면 저걸 흔적도 없이 날린 걸까. 누구라도 놀랄 만한 광경이었지만, 정작 한시하에겐 아닌 듯했다.
“하, 역시 정확도가 부족하네. 넌 아까 막 가운데에 잘 맞히더만. 왜 이게 안 되지.”
“….”
“딱 한 번만 더 해 볼게.”
이한의 헤드샷이 꽤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한시하는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어느덧 다섯 마리째 해먹은 한시하는 다음 과녁을 향해 또다시 조준했다.
팡. 팡. 팡.
누가 저렇게 여유롭게 비효율적인 공격을 하냐고.
머리가 가볍게 하나둘씩 터져 나가는 광경을 목격하고 만 이한은 넋을 놓은 채 중얼거렸다.
“쟤는 대체 뭐지…?”
* * *
이한에게 불려 갔을 때는 정말 결투 신청이라도 하려나 싶었지만, 다행히도 별다른 충돌 없이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 녀석이 한마디 던질 때마다 은근히 긴장하고 있던 터라 훈련장 밖으로 나오고 나니 긴장이 풀리며 몸이 나른해졌다.
때마침, 나를 기다리고 있던 원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쪼르르 달려왔다.
“야, 밥 먹으러 가자. 오늘 칠면조 스튜 나온대!”
우당탕탕.
이한에게 다급히 손을 흔들고선 내 목덜미를 질질 끌고 나온 녀석은 이한이 멀어지자마자 목소리를 낮췄다.
“왜.”
“무슨 말 없었어? 한 판 붙고 온 거 아니지?”
“그런 거 아냐.”
“협박 받고 온 것도 확실히 아니고?”
“절대 아니야.”
원은 걱정했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후, 다행이다. 이한이 너 되게 싫어했었거든.”
타인에게 특별히 악감정을 가지지 않는 솔리아와 달리, 이한은 느낌이 쎄한 놈들을 감지하는 능력을 타고났다.
녀석의 입장에선 1학년의 내가 그 쎄한 놈일 테니 싫어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걸 전해 주는 게 원이라는 게 조금 코미디이긴 했다.
너도 원래 나 되게 싫어했을 건데.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다른 대답으로 대신했다.
“글쎄. 이번에는 아닌 거 같던데. 꼭 필요한 것들을 알려 주더라고. 잘하더라.”
나는 헛기침을 하고선 시선을 돌렸다.
이한처럼 마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법은 알아 둘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다.
진심으로 조언해 주고 싶어서 한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움이 되었다.
또, 이한의 실력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주인공의 명성이야 익히 들어 왔지만, 녀석은 원래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듯했다.
원래 2학년 때 저 정도 수준은 아니었을 텐데.
실전에서도 저 정도의 공격력과 정확도를 보여 줄 수 있다면, 몬스터를 한 번에 다 쓸어버리는 것도 이해가 갔다.
추후에 전쟁이 나도 저 녀석만큼 든든한 지원군은 없겠지.
지원군….
원래대로라면 녀석에게 그 역할을 맡기고 뒤로 빠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따라잡아야 한다.
유령의 숲 던전에서 느꼈다. 아니, 기억해 냈다.
무능하고 나약하게 주저앉은 인간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주인공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어도 제 몸 하나 지킬 수준은 되어야 했다.
앞으로의 전쟁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잔혹하고 힘든 길이 될 테니 말이다.
마력 연구도 하고, 바실도 조금 더 빠르게 키우고. 가만 보자, 또 해야 할 일이… 뭐가 있나.
하여간 더럽게 많긴 할 텐데.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불안한 바람이 불어와요.”
아이 씨, 깜짝이야!
갑자기 훅 들어온 목소리에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옆에 서 있던 원도 마찬가지였다.
스윽.
무슨 유령처럼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사람은 어셔였다.
유령의 숲에서 한시하의 길잡이 역할을 하며 무시 못 할 도움을 주었던 그 천재 1학년.
어셔 바턴.
근데 얘는 왜 대낮부터 섬뜩한 소리를 하는 거냐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슨 바람?”
어셔는 허공에 손을 뻗으며 몸서리를 쳤다.
건조하지만 울림 있는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습하고 찝찝하고 불쾌한 그런 바람이요.”
그걸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원이 나직이 투덜댔다.
“밥맛 뚝 떨어지는 소리 하네.”
“소리로 들리고, 눈으로 보이고, 피부로도 느껴져요.”
“무섭게 왜 그러냐.”
“저도 무서운 걸요.”
진짜 개찝찝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정신 나간 약팔이인가보다 하겠는데, 상대가 미친 천재라서.
그냥 넘기기엔 영 마음에 걸린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셔의 말을 들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왔어요.”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찾아갈게.”
“네.”
어셔는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부디 아무 일도 없길 바라야겠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불안함은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