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46화(4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46화
캄캄한 어둠이었다.
한 발을 내딛기조차 두려운 깊은 어둠.
어셔는 허리를 숙여 좁은 굴을 타고 내려갔다.
숨이 턱턱 막혀 왔다. 식은땀에 젖은 주먹을 꽉 쥐고서 앞으로 다가갔다.
“여기가 분명해.”
줄곧 자신을 감싸고돌았던 불길한 기운.
그 기운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반드시 여기에 와야 한다고.
“뭘까.”
그런데 이 쎄한 감각은 무엇일까.
어셔는 차분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녹이 슬어 버린 철골과 낡아 비틀어진 나무판자. 오랜 기간 사람의 발길이 끊겼던 곳인지 온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일반적인 어둠과는 다른 찝찝한 그늘이 어셔의 머리 위에 드리우고 있었다.
그렇게 몇 발자국을 더 내디뎠을 때.
어셔는 마침내 그 기운의 기원지를 찾아내고 말았다.
“이건….”
화르륵. 검은 불길이 타오르는 입구.
그 틈새로 안을 들여다본 어셔의 표정이 이윽고 싸늘하게 굳었다.
모든 미래를 보지만, 저와 관련된 미래는 보지 못한다.
그러니 이 장면도, 그에게는 처음이다.
“제길.”
그 한마디를 끝으로, 어둠이 그를 덮쳤다.
* * *
“바실, 들어갈까?”
슬라임 던전에서의 고초 이후로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아르델 아카데미 지하의 실습장.
하지만, 오늘은 제법 비장한 각오로 이곳을 찾았다.
‘불안한 바람이 불어와요.’
어셔가 그렇게 말했다는 건 정말 뭔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아닐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아무래도….
메인 에피소드가 머지않았다는 것.
“이맘때긴 했지.”
기숙사생 납치사건, 마강전, 지옥의 조별 과제 모두 메인 에피소드라고 일컬어지는 굵직굵직한 초반 에피소드였지만, 사실 여기까지는 프롤로그나 다름없었다.
슬카데미의 본격적인 메인 에피소드는 큐브 찾기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흑마법사와 그들을 막으려던 아르델의 백마법사.
사실 그동안은 기술과 인력 면에서 모두 백마법사들이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흑마법을 연구할 수조차 없었을 정도로 오랜 압박을 받아 온 그들에게 제대로 된 무기가 있었을 리 없으니.
하지만, 그런 상황을 단번에 뒤바꾸며 아르델을 뒤집어 버린 사건.
그 사건의 계기는 바로 마력 큐브라는 고대 아티팩트였다.
앞으로 아르델에 수많은 피바람을 물고 오게 될 이 큐브는 쉽게 말해서 아르델의 프랑켄슈타인과 비슷한 원리였다.
흑마력을 농축시켜 만들어 놓은 큐브. 마력을 증폭시켜 개인당 쓸 수 있는 마력의 몇 배를 외부에서 끌어오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큐브는 각각의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나를 뺏길 때마다 그만한 전력이 손실되는 셈이다.
큐브를 활용하는 법을 몰라 무참히 졌던 흑마법사들.
그들의 선조가 패배했던 방식을 학습한 그들은 마법 협회가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탑을 짓는다.
그 탑을 증폭기로 삼아 사실상 무제한의 마력을 끌어와 공격하는 것.
그 연구가 성공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도래한다.
다행히 원작에선 그 지경까지 가기 전에 메인 캐릭터들이 탑을 부수고, 큐브를 찾아낸다.
슬카데미의 대전쟁이라 불리는 그 과정에선 조연들뿐만 아니라 메인 캐릭터들마저도 숱하게 죽어 나갔다.
슬카데미가 피폐물이라고 불리는 이유기도 했다.
“….”
원래는 그 전쟁판에서 벗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내 몸뚱어리를 보전하면서 도망친다 하더라도, 우선 강해져야 했다.
강해지지 않고서는 주위 이들은커녕 나 하나도 지킬 수가 없었다.
“테이머용 실습장 있나요?”
“고급 입장권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그걸로 주세요.”
위이잉.
널찍하게 마련된 실내 실습장.
던전은 너무 변수가 많으니 아예 시스템화된 실습장으로 향했다.
바실은 꼬리를 흔들며 폴짝 뛰어내 어깨에 올라탔다.
무… 무겁다.
“내려가라.”
“꾸우?”
“이럴 때만 못 알아듣는 척하지 말고.”
퍽.
녀석이 꼬리로 내 안면을 때리고선 신경질을 내며 바닥에 착지했다.
저, 저거! 어디서 배워 먹은 버르장머리일까.
“너 이 자식, 싸가지하고는. 어디서 배웠어!”
“….”
“야, 듣고 있냐.”
망할.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남은 두 시간 동안 제대로 뽕을 뽑고 가야 했다.
환각 마법을 통해 다양한 환경을 설정할 수 있는 실습장이다.
다치는 일도 없는 데다 원하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으니 바실을 훈련시키는 데 이만한 곳도 없다.
장비를 착용하자마자 허공에 설정창이 떴다.
[무기를 설정하시겠습니까?]이한에게 강습까지 받은 데다 가장 익숙한 무기인 활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미 많이 써본 걸 굳이 여기까지 와서 연습할 필요는 없겠지.
쇠몽둥이. 마력을 살짝 두르면 일반 야구 방망이와는 파괴력을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몸이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니 이것도 패스.
그러면.
“단도.”
촤악.
내 말 한마디에 날카로운 단도가 손에 착 감겼다.
단거리 공격이 낯설어서 그렇지 그립감은 나쁘지 않았다. 허공에 단도를 몇 번 휘둘러보고는 이걸로 결정했다.
그다음은.
[환경을 설정하시겠습니까?]사막, 빙하지대, 정글.
다 웬만한 던전의 극한 환경을 잘 조성해 놓은 시스템이긴 했다.
손가락으로 설정 가능한 환경을 슥슥 넘기다가 이내 멈칫했다.
바다.
화염 계열의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나와 레드 드래곤인 바실 둘 다에게 상성이 좋지 않은 환경이다.
하지만 전투가 꼭 메마른 육지에서만 벌어지리라는 법은 없으니.
망설임 없이 그것을 클릭했다.
그리고 이내, 바닥에서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 *
“커억… 컥.”
와, 이렇게 빨리 차오른다고?
슬슬 숨을 쉬기 힘들다.
바실을 통제해야 하는 정신이 조금씩 흐릿해지는 중이다.
녀석도 두려움을 느낀 것인지 아까부터 거듭 같은 단어를 내뱉고 있었다.
“무서! 무서!”
실제로 죽진 않는다.
환각 마법을 통해 절묘하게 감각까지 살려 둔 상태일 뿐, 실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죽으면 테스트에서 로그아웃될 뿐인 거지.
바실은 급격히 약해지는 마력에 당황한 듯 제 다리를 버둥거렸다.
그 순간, 눈앞으로 선명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피라냐로부터 몸을 보호하시오.] [제한 시간: 3분]메시지를 확인하기 무섭게 뒤편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내 목덜미를 노리고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다급히 숙이지 않았더라면 바로 갈 뻔했던 한 방.
괜히 고급 실습장이 아니다.
“바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원래 사용하던 활 대신 단도를 움켜쥐고선 허공에 내질렀다.
평범한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 머리 크기의 두 배 정도는 거뜬히 넘어 보이는 피라냐가 입을 쩍 벌리고선 코앞으로 지나갔다.
속도조차 빠르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바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선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파앗-.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나간 바실은 정면으로 헤엄쳐 오는 피라냐 한 마리를 물어뜯었다.
붉은 핏물이 퍼지며 시야를 가렸다. 피라냐는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고선 그대로 축 늘어졌다.
“피지컬로도 안 밀릴 줄은 몰랐는데.”
몸집이 커진 만큼, 마법에만 의존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달려드는 바실이 제법 대견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저 많은 적을 상대할 수는 없다.
전격 속성의 공격.
나는 바실에게 그것을 유도했다. 불이 먹히지 않는 바닷속에서 상성을 극복할 방법이라곤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았으니.
과연 바실이 성공할 수 있을까.
녀석은 새로 얻은 스킬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스파이크.
원래는 불기둥도 소환해야 했지만, 물속이어서인지 회오리가 일었을 뿐 불기둥이 생성되진 않았다.
하지만, 함께 소환하는 게 벼락이라면 경우가 달랐다.
물이어서, 오히려 그 덕에 더욱 효과적인 마법.
[파이어스파이크: 벼락과 동시에 불기둥을 소환한다. 테이머를 제외한 1m 주위의 생명체를 동시에 저격한다.]지지직.
1m 주위에 있던 피라냐들이 부르르 떨며 물 위로 떠올랐다.
웬 생선구이 냄새가 코끝을 찡하게 맴돌았다.
순식간이었다.
뭐지, 이 위력?
“이야, 바실. 대박인데?”
“낌치!”
<바실러스 아트라식스>
전기 쏘는 재미에 맛들린 레드 드래곤. 피라냐를 구워 먹을 생각에 신나 있다.
레벨: 13
마력: 65
힘: 74
민첩: 49
지능: 23
[화염 방사 Lv 3][마력 방어 Lv1][독성 저항 Lv 3][화염의 소용돌이 Lv 3][파이어스파이크 Lv 2]고작 몇 번의 공격으로 파이어 스파이크 스킬 레벨이 2까지 올랐다.
아니.
띠링-.
[파이어스파이크 Lv 3]방금 3이 되었다.
“와….”
이 정도면 오늘 저녁을 피라냐로 정해도 되겠다.
그새 반이나 죽어 나간 피라냐들은 크게 당황한 듯 아까처럼 맹렬하게 덤벼오지 못했다. 물론 그 중에도 틈을 노리는 녀석들이 있었지만.
파앗-.
서걱.
뒤통수를 노리고 유영한 녀석을 단도로 한 번에 베어 냈다.
숨을 참으며 수중에서 뛰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한 번 공격할 때마다 피라냐 열댓 마리를 생선구이로 만드는 바실과 함께라면 할 만했다.
녀석의 성장 속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배로 빨랐고.
한시하의 성장 속도, 그러니 이 몸뚱어리의 성장 속도도 내 생각보단 빨랐다.
어느새 난생처음 쓰는 단도를 제법 쓸 만한 수준까지 다루게 되었으니.
3분도 채 되기 전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고급: 생존에 성공하셨습니다.]“바로 다음.”
허억… 헉.
하지만 여전히 이 거지 같은 체력은 좀 키워야 했다.
띠링-.
[빙하지대를 선택하셨습니다.] [얼음거인으로부터 도망치시오.]원래는 튀라고 만들어 놓은 훈련장 같지만, 얼음 속성은 바실이 몇 대 때리니 녹아 버려서 클리어가 쉬웠다.
띠링-.
[사막을 선택하셨습니다.] [사막전갈로부터 몸을 보호하시오.] [고급: 생존에 성공하셨습니다.]비록 연습장인 터라 이렇게 날뛰어도 실제 던전에서의 경험치의 절반 이하밖에 못 먹긴 하지만, 두 시간을 쉼 없이 뛰고 나니 바실의 레벨도 하나가 올랐다.
그뿐인가. 수치화를 할 수 없을 정도의 경험도 쌓았다.
한 몸이 된 거 같은 단도를 떨리는 손으로 움켜쥐었다.
하, 진짜 확실하게 뽕 뽑았다.
물론.
“죽여 줘….”
“꾸우?”
열정 넘치는 드래곤의 테이머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어… 어!”
철푸덕.
실습장 입구를 나서자마자 앞으로 고꾸라지며, 그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 * *
웅성웅성.
계단을 올라 중앙 홀에 도착하자마자 쎄한 기운이 느껴졌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학생들과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저마다 조잘대는 학생들.
“뭔 일 생겼나?”
다급히 발걸음을 재촉해서 인파를 뚫고 사이로 들어갔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심각한 듯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아델라와 원, 무언가를 감지한 듯 긴장한 기색으로 침을 삼키는 이한까지.
저렇게 메인 캐릭터들이 한데 모일 정도면 필히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린데.
아델라가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한시하!”
“무슨 일이야?”
“어셔 바턴.”
어셔 바턴?
그 유령 보던 애?
걔가 갑자기 왜?
“그 친구가 실종되었대. 기숙사가 발칵 뒤집혔어.”
뭐?
어셔의 예감은 소름 돋게 맞아떨어졌다.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정확히 언제 사라졌는지도 아는 이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
나직한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제길.”
먹구름이 저편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하 동굴 탈출 건을 제외하고 빙의 이후로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던 메시지가 허공에 떠올랐다.
음?
“이게 무슨.”
[권고: 흑마법사들에게서 도망치세요.]이 이후로 단 한 번도 나를 빙의시킨 시스템은 내게 명령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는 분명히 내게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Main episode 1: 어셔를 찾아라] [아르델 아카데미의 비밀을 품고 사라진 어셔 바턴. 그를 무사히 구출하여 비밀을 알아낼 것.] [제한 시간: 24:00] [보상 : 미정]“망할.”
그토록 오지 않기를 바랐던.
메인 에피소드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