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49화(4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49화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 제 발로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익숙한 음성이었다.
흑마법사 소굴에서 마주했던 로브를 썼던 남자.
그의 서늘한 한마디에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한시하는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들의 본거지에선 미로 같은 구조 덕에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뭇 상황이 다르다.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양옆이 꽉 막힌 지하 복도.
즉,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
힘의 차이는 너무나 명백하다.
아직 2학년에 불과한 주인공 이한과 능력을 개화한 지 오래되지 않은 한시하.
두 사람이 산전수전 다 겪어 온 베테랑 흑마법사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승리를 직감한 것인지 로브를 쓴 남자의 입가엔 비릿한 미소가 서렸다.
우우웅-.
진동과 함께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밀짚 인형이 삐걱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간 복도에서 상대했던 녀석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거대한 크기에,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듯한 보라색 안광.
녀석들의 두 팔다리엔 굵직한 못이 튀어나와 있었고, 두 입은 기괴하게 웃고 있었다.
‘꿈에선 마주치지 말자.’
그리고 그런 녀석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남자는.
인형술사.
저주가 깃든 인형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상대를 공격하는 흑마법사였다.
가장 적은 힘으로 상대를 꺾을 수 있는 것이 저주. 당연히 금지된 흑마법이다.
“도망쳐!”
한시하는 그렇게 외치며 재빠르게 옆으로 굴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보라색 섬광을 번뜩이는 저주인형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저주가 먹혀들어갔다.
“아으윽.”
몸이 제동이라도 걸린 듯 확연히 속도가 느려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몰려오는 고통에 정신이 흐트러졌다.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으나 인내심이 그를 간신히 서 있게 했다.
보통의 마법사라면 완전히 전의를 잃게 만들 강력한 공격.
한시하는 최소 고학년에나 가서 배울 저주 해제 마법이나 저주 저항이 전혀 없었으므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여기가 너희들의 무덤이 될 터인데.”
로브를 쓴 인형술사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한낱 애송이들이 대체 무얼 믿고….”
휘익.
그의 오른손이 한시하를 향한 공격을 지시하려던 순간이었다.
한시하의 입에서 여유로운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테이머의 손발을 묶어 둔다고 해서 공격을 못하는 건 아니지 않나?”
“….”
“판단을 잘못했어. 내가 아니라 이 둘을 묶어 놨었어야지.”
“뭐?”
“여기서 내가 젤 조빱이라고, 등신아.”
한시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늘한 바람이 허공을 갈랐다.
“어… 어!”
자신을 향해 화염을 뿜으며 달려드는 레드 드래곤.
인형술사는 반사적으로 바실을 향해 팔을 뻗었다.
툭.
그와 동시에 저주인형의 조종하던 그의 커넥트가 잠시 끊어졌다.
그걸 노린 것이었다.
저주인형이 까다로운 이유는 단거리 공격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녀석의 주위에 감돌고 있는 검은 오라는 닿기만 해도 몸이 갈려 나가는 고통을 경험하게 할 뿐더러, 방어벽조차 견고해서 때리기도 힘들다.
하지만 어쨌든 인형, 조종하는 인형술사와의 커넥트가 끊어지면 허수아비일 뿐이다.
“나이스 타이밍.”
이한이 그사이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인형에게 쇄도했다.
겨우 밀짚인형 주제에.
서걱.
이한의 검이 정확히 인형의 목을 갈랐다.
투욱.
그토록 견고하게 느껴졌던 방어벽이 순식간에 깨지며 녀석이 밀짚더미처럼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한 번 더.
이한은 인형의 심장을 향해 검을 박아 넣었다.
“아니…!”
뒤늦게 그 사실을 눈치챈 인형술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한이 시선을 끌고 자신을 공격하려 한 줄 알았거늘. 웬 드래곤 한 마리에 시선이 팔려서 저주인형을 잃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리 쉽게.
인형술사는 다급히 저주인형 하나를 더 소환하려 했다.
쿨럭.
로브를 쓴 남자는 피를 토하며 겨우 인형을 불러냈다.
이미 마력도 얼마 남지 않았고, 내상도 크게 입은 상태.
“네까짓 것들이 감히….”
그럼에도 이 싸움에서 자신이 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방금은 방심했을 뿐. 다룰 수 있는 마력 자체가 저 애송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비척거리며 새로 깨어난 저주인형이 이번에는 이한을 노려보았다.
쾅.
저주와 함께 이한의 움직임에도 틈이 생겼다. 그걸 놓치지 않은 인형의 공격이 이어졌다.
최상의 몸 상태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었겠지만, 바닥난 체력에 저주까지 더해지니 숨이 가빠졌다.
두 번째 공격에 이한의 몸이 날았다.
벽에 부딪히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진 이한은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잡았다.
“커어억….”
훗날 이한은 숫하게 저런 류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몬스터 도감의 설명대로 착실하게 움직여 주는 몬스터들과 달리, 저 인형술사가 만들어 낸 저주인형은 술사의 의지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움직인다.
“흐음….”
한시하는 마력을 끌어모아 마력 화살을 만들어 냈다.
남자는 한시하의 화살이 저주인형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저주가 풀렸는지 어기적거리며 일어선 건 나름 갸륵하지만, 녀석이 상대하진 못할 것이다.
웬만한 방어벽으론 뚫리지도 않….
“어?”
이게 무슨.
화살인 줄 알았는데 검이었다.
파앗-.
한시하의 단검이 포물선을 그리며 비척대는 저주인형의 머리로 향했다.
모든 마력을 다 끌어모은 최후의 반격.
“어… 어!”
그 단검은 방어벽을 뚫고 저주인형의 정수리에 꽂혔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무식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충분히 강했다.
풀썩.
이번에도 그의 저주인형은 맥없이 쓰러져 버렸다.
“말도 안 돼….”
튀는 것밖에 할 줄 몰랐던 그 애송이가.
드래곤을 등에 업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달아났던 그 애송이가.
자신의 피조물을 둘이나 없애 버렸다.
저래 보여도 저것 하나 조종하는데 엄청난 양의 마력을 필요로 한다.
이 자리에서 하나를 더 만들 수는 없었기에, 인형술사는 다급히 튈 준비를 했다.
위이잉-.
허공에서 튀어나온 푸른 마법진.
그걸 본 한시하가 다급히 외쳤다.
“잡아!”
“허억… 헉!”
하지만 이번엔 흑마법사가 한 발 더 빨랐다.
그는 다급히 지팡이만 챙기고선 마법진 안으로 몸을 던지는 데 성공했다.
그의 로브가 펄럭이며 허공에서 사라졌다.
이한은 허탈한 심정으로 마법진이 사라진 자리를 노려보았다.
“반드시 잡았어야 했는데.”
“….”
“아악, 잡을 수 있었는데!”
“됐어.”
한시하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시선을 바닥으로 향했다.
어차피 잡는들 지금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양반이 아니다.
지금은 잠시 승리에 취해야지.
한시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선 바닥에 떨어진 종이쪼가리를 주웠다.
“제법 쓸 만한 걸 두고 갔네.”
꼬깃꼬깃하게 구겨져 있던 낡은 종이를 집어 들어 펼쳐 보았다.
주먹을 움켜쥔 채 분노하고 있던 이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시하가 들고 있는 종이를 낚아챘다.
“이건 또 뭐야?”
“그을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첫 번째 큐브의 위치를 알려 주는 지도일 것이다.
원작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이한의 손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던 것.
어차피 첫 번째 메인 에피소드는 흑마법사를 처치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
바로, 이 지도를 손에 넣는 것.
아마 이한은 굳이 자신이 말을 얹지 않아도 그 지도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감지하게 될 터였다.
예상대로 이한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갔다.
“이건 대체 뭐지?”
역시. 곧바로 알아채는군.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무언가를 가리키는 지도라는 것은 눈치챈 것 같다.
이한은 지도를 움켜쥐고선 한시하에게 속사포처럼 말을 토해 냈다.
매사에 진중한 이한답지 않게 다소 과격한 멘트였다.
“저 사람이 아델라와 솔리아를 납치한 그 인간일지도 몰라. 지금 한두 개가 이상한 게 아니야. 당장 알아내야 해. 녀석들의 본거지일 수도 있다고.”
“어, 그렇지. 그렇지.”
한시하는 고개를 까닥이며 저만치에 묶여 있는 어셔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쟤 곧 잠들겠는데.”
“으읍….”
어서 구해 달라는 듯 버둥거리는 어셔.
뒤늦게 그를 발견한 이한의 눈빛에 미안함이 서렸다.
“허억. 미, 미안! 잠깐만 기다려! 풀어줄게.”
“으으읍….”
우당탕탕.
저렇게 달려가는 걸 보면, 슬카데미의 선한 주인공이 맞는 거 같은데.
한시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띠링-.
[Main episode 1: 어셔를 찾아라 클리어] [랜덤박스 보상(C~A급)이 주어집니다.] [받으시겠습니까?]* * *
“어셔, 어셔! 괜찮아?”
몇 번이나 봤다고 아델라가 놀란 눈으로 후다다닥 달려왔다.
물을 먹지 못한 것과 몇 시간 굶은 것 빼곤 나름 상태가 양호하다.
어셔는 창백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말해 봐, 뭘 봤는지.”
“그 지도.”
어셔는 한시하의 품에 있는 지도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걸 구했다고 했어요. 아마도 어디서 뺏어 온 거 같아요.”
“그게 무슨 지도인데?”
아델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셔는 잠시 말을 꺼내기를 주저했지만, 한시하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델라는 이들을 도울 인물이다.
“그 안에 큐브가 묻혀 있다고 했어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큐브….”
아델라는 심각한 얼굴로 아랫입술을 꽉 악물었다.
그녀 역시 요새 들어 아르델 아카데미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악마의 나무 건도 그렇고, 그루누이 교수 건에, 어셔의 납치 사건까지.
쎄한 냄새가 난다.
“인형술사가 분명하다고 했지?”
“네.”
“대체 어떤 자들이 이런 끔찍한 일을….”
아델라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가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갑작스런 호들갑에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시하가 경건한 자세로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어제 받은 랜덤박스. 박스깡을 위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었다.
“제발, 제발. 후, 후우….”
“한시하, 왜 그래?”
“로또 한 번 안 뽑힌 인생이지만, 이번 생은 다르게 해 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아델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뭐 때문에 저리도 절실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걸까.
이한과 함께 잡았다던 인형술사에게서 무슨 단서라도 얻어 낸 걸까.
‘무슨 일이지?’
아델라가 계속해서 추측을 이어 가고 있을 때.
띠링-.
[프테라의 알(A급)]-전설의 동물, 프테라를 100프로의 확률로 반드시 부화시킨다.
“또 파충류야아아악!”
한시하는 기쁜 건지 슬픈 건지 알 수 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