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5화(5/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5화
“저걸 한다고?”
“무슨 생각이야?”
“차라리 수리학이 낫지. 더 멍청한 선택인 거 같은데.”
“대체 왜…?”
웅성웅성.
한시하의 선택에 학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뒤편에 서서 강의를 직관하고 있던 조교수 셀렌은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무슨 생각인 거지?’
한참의 고민 끝에 한시하가 집은 과목은 두 개.
기초 테이밍학과 몬스터 해부학.
두 과목 다 마법과의 테이밍 계열 수업이었다.
2학년 개강 시험 이후에는 모든 학생이 각자의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기에 개강 시험 과목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르델 아카데미의 전공은 총 네 개.
마법과와 강령과, 신학과, 마지막으로 자연학까지.
그중에서 마법과는 원소 계열 마법들과 테이밍학 등 다양한 백마법을 배우는 학과였다.
“느닷없이?”
한시하의 입학 당시 지망이 테이머라지만, 알 사람은 다 알았다.
그쪽에는 아예 재능이 없다는 걸.
기본적인 악한 성향 때문에 테이밍을 시도해도 몬스터가 기겁해서 튀어 버렸었다.
그래서 음침하게 흑마법을 배워 보려 발악한 것이 아니겠는가.
차라리 흑마법 계열의 강령과 과목들을 선택했다면 모를까, 자신의 약점으로 꼽힌 테이밍학을 당당하게 고를 줄은 몰랐다.
한시하는 테이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기에 더 의문이었다.
‘아예 저쪽으로 전공을 잡으려는 건가?’
이제 와서?
아니 그 전에 개강 시험은 통과할 수 있으려나.
셀렌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한시하를 돌아보았다.
“….”
단체로 난리가 났는데도 태연한 표정을 고수하는 한시하.
숨겨 둔 히든카드라도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그린트 교수는 턱을 천천히 쓸며 말을 뱉었다.
“두 과목 다 테이밍 계열이라. 자신 있나 보군.”
그저 담담하게 덧붙인 한마디였지만, 학생들 틈에서는 비웃음이 튀어나왔다.
“푸흡. 야, 슬라임도 튀게 만든 놈이 무슨 테이밍을….”
비웃음으로 가득한 강의실 한가운데에서, 알 수 없는 눈빛을 고수하고 있던 한시하는 그린트 교수의 말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린트 교수는 분명 도전하는 학생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 도전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누구보다 가차 없이 내쳐 버린다.
그럼에도 그린트 교수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한시하를 보았다.
어찌 되었건 한시하의 행동은 그의 호기심을 동하게 하기에 충분했으니.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하지만, 그 도전마저 비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건 결과가 나온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린트 교수는 딱딱하지만, 묘하게 들뜬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이번에는 내가 기대해 봐도 되는 건가요, 한시하 학생?”
교수의 담담한 도발.
한시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시끄럽던 강의실을 순식간에 침묵에 잠기게 만든 한마디였다.
“네, 해 볼 만한 거 같습니다.”
* * *
펄럭펄럭-.
잠시 정신을 팔고 있으면 책 커버가 머리를 때리고 가는 정신없는 아르델 아카데미의 도서관.
한참을 위로 올려다봐야 하는 높은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낚아챘다.
[수리학과 술식의 탐구]“표지만 봐도 쉽진 않네.”
괜히 애들이 비웃은 게 아니다. 절로 억 소리가 나오는 두께. 거기에 어려워 보이는 수학 기호들까지. 이건 15살이 볼 수 있는 난이도의 책이 아니다.
…내가 15살이 아닌 게 함정이지만.
솔직히 겉표지가 헉 소리가 절로 나와서 그렇지, 내용물은 쉽다.
“이 정도면 고등 수학 수준이네.”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웃었다.
마법의 술식을 알기 쉽게 풀이해 놨을 뿐. 술식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아는 수학 공식을 따른다.
2클래스 환영 마법의 경우에도 공기 중의 소입자를 적분하여 눈에 보이는 매체를 구성해 내니까.
라떼는 나름 수학으로 날고 기었다 이 말이야.
십… 십 년이 지났더니 조금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미적분은 껌이지.”
심지어 시험도 수월한 난이도로 나오니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거 같다.
역시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단 이거 챙기고.”
만족스럽게 책을 덮으며 나머지 두 권의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몇 시간 동안 달달 외울 정도로 정독했던 테이머학 교재였다.
[몬스터 해부학] [기초 테이밍과 행동학총론]이거 골랐다고 욕이란 욕은 다 들어먹었는데.
짐짓 충격 받은 얼굴로 두 눈을 끔뻑이던 그린트 교수의 표정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나름 전공이라고 이쪽이.”
몬스터한테는 처음이지만.
“꾸?”
내 말을 알아들은 듯 가방 안에 숨어 있던 녀석이 고개를 내밀었다.
수업 내내 저 안에 박혀 있었으니 답답했을 법도 했다.
이거 좀 미안해지네.
“꾸우!”
“꺼내달라고?”
녀석은 두 날개를 파닥이며 가방에서 튀어 오르려 했다.
조그만 해츨링이긴 해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란 건지 튀어 오르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하마터면 가방을 놓칠 뻔한 탓에 다급히 팔로 막고선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여기는 시선이 너무 많다.
슬라임 하나도 제대로 못 다룬다고 소문난 한시하가 드래곤을 꺼내 들면, 그건 그거대로 그림이 좀 이상하니까.
녀석을 진짜 꺼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차라리 그때 꺼내 놓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조금만 이따가.”
대충 챙겨 두었던 치즈 한 조각을 꺼내 가방 안으로 넣어 주었다. 자물쇠 씹어 먹는 것보단 이쪽이 더 낫겠지.
“….”
역시나 금세 조용해진다.
우물우물.
무슨 몬스터를 사냥하듯, 치즈를 세상 진지하게 뜯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가방을 어깨에 들쳐 메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럼 실전 연습 좀 하러 가 볼까.”
이론은 대강 훑었으니.
저 용가리를 풀어 놓을 때가 왔다.
* * *
붉은 조명이 으슥하게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시끌벅적하던 도서관과는 달리, 이쪽 편에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모양.
지하 3층까지 내려오자 긴 복도가 반대편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
여기는 아르델 아카데미의 야외 실습실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훈련용 던전.
훈련에 특화되도록 조성된 환경에 단계별로 여러 던전이 있으니, 실제 마법을 연습해 보기에 이만한 공간이 없었다.
이론이야 열심히 팠지만, 이론만으로 실기 시험을 통과할 수는 없다.
녀석과 합도 맞춰 볼 겸, 내려온 것이었다.
어차피 이곳을 찾을 사람은 직원뿐이니 특별히 동급생을 마주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
갑갑했을 녀석을 꺼내 주었다.
“가자.”
“꾸우!”
녀석을 이끌고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뚝뚝.
벽돌 틈새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천장에서 울려 퍼졌다.
망설임 없이 왼편의 데스크로 향했다.
안내원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실습실 이용하러 오셨나요?”
“네.”
“어느 구역 입장하실 건가요?”
던전도 난이도에 따라 급이 나뉘어 있듯이. 던전을 인위적으로 구현한 실습실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스템은 유사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선 입을 열었다.
“초급 실습장 입장권으로 주세요.”
어차피 이 이상의 던전은 현재 내 영역이 아니다.
안내원은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옆의 용가리를 힐끗 돌아보았다.
숨기고 들어갈 수 없어서 꺼내 놓은 상황.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다.
아무리 해츨링이긴 해도 드래곤을 데리고 굳이 초급실습장을?
하지만, 안내원의 본분을 생각했는지 질문을 던지는 대신 형식적인 말이 이어졌다.
“네, 최대 2인까지 입장하실 수 있고 현재 한 분 들어가 계십니다. 이쪽으로.”
“넵.”
안내원을 따라 발소리가 울려 퍼지는 복도를 지나쳤다.
바로 오른편에 있는 커다란 나무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초급 실습장.
붉은색으로 커다랗게 적혀 있는 글씨를 한 번 올려다보고는 바구니에서 널브러진 연습용 지팡이와 방패를 꺼내 들었다.
“초급 슬라임 던전이라….”
기껏해야 슬라임 몇 마리나 튀어나오는 쉬운 난이도의 던전이다.
아무리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던전이니, 원래대로라면 주의사항을 빠르게 읊어 주고 넘어갈 안내원도 별다른 미동이 없었다.
오히려 웃으며 이쪽을 돌아본다.
“…그냥 들어가시면 돼요.”
“아.”
“이름이?”
“2학년 한시하입니다.”
“옆의 드래곤 친구는?”
맞다.
생각해 보니 이름을 못 정했네.
“뭘로 할까?”
“꾸우?”
녀석을 들어 올리고선 웃으며 의사를 물었다.
“용가리라고 부르면 너무 식상하니까 아가리는 어때?”
“꾸….”
죽여 버리겠다는 듯 살벌한 눈빛이 나를 향했다.
너무하네, 내가 데리고 왔는데.
가만 보면 사람 말 참 잘 알아듣는다.
안내원은 황당한 눈길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미친놈 보는 듯한 얼굴인데.
미안하다. 허구한 날 이러고 먹고 살다 보니 습관이 들어서.
이제는 개를 넘어서 드래곤과 대화를 하고 앉아 있다.
“아, 지금 대화 중이신 거예요?”
“네, 이름 정하는 중이에요.”
아가리는 너무 심한 거 같고.
“바실러스?”
이건 좀 마음에 드나?
대충 고급져 보이는 단어를 들이밀자, 눈빛부터 달라진다.
“꾸우!”
날개를 파닥이는 걸 보니, 그래도 나쁘진 않았던 모양이다. 세상 용맹한 척 어깨를 곧게 피는 조그마한 해츨링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안내원이 건네는 종이에 이름을 적었다.
“바실로 할게요.”
“접수하겠습니다.”
안내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문을 살짝 밀었다. 문 너머에서 곧바로 한기가 밀려왔다.
아무리 초급 던전이라지만, 던전은 이번 생에 처음이라서.
짧게 심호흡을 하며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익.
나무판자가 흔들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입장하겠습니다.”
나는 발을 뗐다.
* * *
제법 근사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와.”
방금 전까지 실내였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탁 트인 전경에,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동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부터 한기가 느껴지는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나?
축축한 바닥에 한 발을 내딛고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나무 덩굴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동굴 벽면. 덩굴을 헤치며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갔다.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이 늪지대 건너편의 잔디밭을 환하게 비추고 있고, 그 부근엔….
“잠깐만.”
통통.
아까부터 뭐가 저렇게 용수철처럼 튀어다니나 했더니.
네모난 슬라임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초급 슬라임 던전이다.
그만큼 레벨이 낮은 몬스터들뿐이었다.
이 정도면 나도 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어지는 그런 몬스터.
몬스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해해 보이는 비주얼. 녹색 각설탕이 바닥을 굴러다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아무리 초급 연습장이라곤 해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바실이나 나나 이런 던전은 처음이니까.
주의를 기울인다.
신중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어찌 되었건 몇 안 남은 시간 동안 여기서 강해져야 하니.
이제는 실전이다.
“후우.”
바실을 살짝 들어 올리고선 건너편의 슬라임들을 지팡이로 가리켰다.
“저어기 귀엽게 생긴 친구들 있지?”
“꾸우!”
끄덕끄덕.
이름을 새로 지어 줘서인지 반응하는 텐션이 남다르다.
의외의 충성심.
바실의 커다란 두 눈망울에 슬라임이 가득 담겼다.
“꾸우… 꾸우….”
통통거리는 슬라임을 진지하게 주시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테이머이기 이전에, 내 전생을 생각하면.
이런 말 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이제 터트리러 갈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