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50화(5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50화
“일이 무사히 해결되었다니 다행이군.”
그린트 교수는 창밖을 내다보며 팔짱을 꼈다.
신학과의 어셔가 실종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아르델 아카데미는 난리가 났었다.
신학과는 물론이고 마법과까지 그 여파가 미칠 정도였다.
이번 일도 흑마법사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돌았으니까.
결과적으로 맞는 얘기였다.
“녀석들이 깨어나고 있어. 기생충만도 못한 것들.”
꽈드득.
수십 년 전의 전쟁을 생생히 기억난다.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흑마법사들의 욕심에 죽어 나갔는가.
그 뒤로 좀 잠잠해졌나 싶었는데, 슬슬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린트 교수는 이를 악물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이번 일을 마법과 2학년생들의 힘으로 해결해 냈다는 것이다.
훗날 찾아올 전쟁에 힘을 더해 줄 소중한 인재들.
이한과 한시하.
그린트 교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낮게 읊조렸다.
“이런 일엔 빠지지 않아.”
한시하.
그린트 교수가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마법과의 인재기도 했다.
녀석에겐 분명 그 누구보다 특출난 재능이 있다.
작년까지는 그것이 미미해서 미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뒤늦게 개화한 재능이었지만, 한시하는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린트 교수는 이번 중간 평가에서 녀석이 대단한 사고를 칠 것이라 생각했다.
“슬슬 네 재능을 세상에 보여 줄 때가 되지 않았나.”
화려하게 비상할 제자의 모습을 그리자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그린트 교수는 조교수 셀렌에게 물었다.
“중간 평가 안내는 끝났나?”
“네, 그렇습니다. 교수님.”
“이번에는 조금 특별하지?”
“그럼요. 아마 지금쯤 불이 붙었을 거예요.”
툭툭.
프린트된 중간 평가의 안내문을 손으로 쓸어내린 그린트 교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 *
같은 시각.
“뭐라고?”
아르델 아카데미 복도에 걸린 중간 평가 안내문.
그것을 확인한 학생들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에… 에? 저게 뭔데에?”
“말도 안 돼. 미친.”
“야. 진짜로?”
이번 년도의 마법과 교수진들이 내건 중간 평가 보상은 다음과 같았다.
마법사들에게 있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마법사 학회.
그 학회가 매년 주관하는 수학여행에 초대받을 기회.
교수들에게 추천서를 받더라도 쉽게 가기 어려운 명망 높은 행사.
마법에 관한 실전 지식은 물론이고, 소위 1타 교수들의 수업도 들을 수 있다.
후에 마탑에 입사할 때도 엄청난 가산점이 주어지는 행사다.
그런 행사에, 학년별로 상위 3명을 초대한다니.
“나 공부하러 간다.”
아르델 아카데미 마법과 학생들의 눈빛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 *
솔리아는 오묘한 금색의 두 눈을 끔뻑이며 말없이 이한을 응시했다.
입을 꾹 다문 채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다는 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의미였다.
이한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결국 솔리아의 질문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주에 어디 다녀왔어?”
이미 학교 전체에 퍼진 소문이니 속일 수는 없다.
이한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솔리아의 말에 답했다.
“공사장.”
솔리아의 시선은 아까부터 이한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버릇이었다.
거칠게 자란 아델라와는 달리 솔리아는 아르케넨트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나 온갖 사랑은 다 받고 자랐다.
그러나, 가진 게 많을 사람일수록 노리는 사람도 많았다.
결국 그렇게 무너져 버린 가문을 보면서 솔리아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모두에게 상냥하지만 그렇다고 믿지는 못한다.
이한은 그 경계를 어느 정도 넘어서 신뢰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아직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분명 속이고 있어.’
정확히는 거짓말을 하려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 하는 정도일까.
그 찝찝함을 직감한 솔리아가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거기서 어셔를 찾은 거야?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졌으면 내게 미리 말해도 되었을 텐데….”
“아, 미안.”
“어셔를 구한 게… 혹시 한시하야?”
예상치 못한 돌직구.
이한은 흠칫하고선 고개를 돌렸다.
솔리아는 몹시 태연한 얼굴을 하고선 싱긋 웃고 있었다.
“너 혼자 구했다고 거짓말할 것은 아니잖아. 이한은 거짓말을 못하니까.”
“…맞아. 녀석이 구했어.”
“왜 숨겼어? 그를 아직 못 믿겠어서?”
이한은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뗐다.
솔리아의 말이 맞았다.
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고, 요 근래 이한이 봤던 한시하의 모습은 기억 속의 것과 180도로 달랐으니까.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추측이었을 뿐이므로. 차마 단정 지어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늘 그랬듯, 그 음습한 마법사들은 깨끗한 것처럼 단체에 스며들어 정보를 빼내고 안전을 도모하고, 배신을 때린다.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가 그랬듯이.
한시하가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될 지는….
솔리아는 이한의 잡념을 끊었다.
“아니면… 다시 변할 거 같아서?”
“인간의 본성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아.”
“글쎄.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조금 훈수충이긴 하지만….
사람을 열 받게 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솔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악마의 나무에서 자신을 구해 주었을 때.
물론 그때의 인상이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지만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시하는 어릴 적부터 재능을 타고 났었다.
다만, 그 재능을.
미약하지만 발화점에만 닿으면 폭발할 그 재능을.
본인조차 몰라, 삭히고 또 삭혀 어둠의 구렁텅이에 던져 버릴까 두려웠을 뿐이다.
실제로 1학년의 한시하는 제 몸을 스스로 그런 곳에 던지려 했을 뿐.
천성이 나쁜 녀석은 아니다.
적어도 솔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훌륭한 파트너를 뒀고, 드래곤을 통제할 마력도 충분하고, 전략적 능력조차 좋아. 원한다면 최고의 테이머가 될 수 있을 거야, 그 애는.”
솔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한은 피식 웃으며 솔리아를 돌아보았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그녀가 저토록 두 눈을 반짝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말에 동감하기로 했다.
원래 형편없고 성가시기만 했던 그 녀석이.
저주인형을 대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까.
반드시 사악한 인형술사를 베어 버리겠다는 결연한 눈빛과 온 힘을 다했던 그 전투.
그게 전부 거짓말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무엇보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압도당한다고 느낄 정도였던 드래곤과의 완벽한 합.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그리던 이한은 작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이번 중간 평가에…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 * *
“지난 마법실전학 수업 동안 제가 숱하게 강조해 온 사실이 있습니다. 모든 심화 마법은 기초 마법에서부터 나오며, 모든 기초 마법은 만물의 기본이 되는 4원소로부터 나온다.”
“네엡!”
“공기, 물, 대지, 불. 이 네 가지를 머릿속에 연상함으로써 마법의 첫 번째 단계가 구현되는 것입니다.”
공기는 동쪽, 물은 서쪽, 대지는 북쪽, 불은 남쪽을 상징한다.
원소를 연상하는 것은 방위와 원소 고유의 색을 마법진에 그려 내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마법은 직관의 과목임과 동시에 이론의 과목이다.
각 원소를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마법이 나오기도 하고, 때론 실패하기도 하는 것이다.
-라는데… 겁나 어려워.
뭔 소리인지 모르겠어.
나는 끙끙대며 그린트 교수의 설명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노력했다.
쓱쓱.
그린트 교수는 고급 스파이크의 룬을 칠판에 그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복잡해 보여도 하나씩 떼어내 보면 중앙의 삼각형에 에너지가 쏠려 있는 형태.
이윽고 그는 세 개의 선이 맞닿는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삼각형에 주목했다.
“공기와 대지, 불. 세 원소가 만나는 이 지점에서 에너지가 가장 빠르게 타오르는 것을 볼 수 있죠.”
전기는 공기와 대지, 그리고 불의 속성을 전부 지닌다.
파앗-.
그린트 교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세한 스파크가 튀었다.
바로 이 지점이 기름을 부은 곳.
거센 횃불을 밀어 넣을 필요도 없다. 이 마력을 증폭시킬 불씨 하나면 충분하다.
“무너지지 않을 탄탄한 마법진을 구현해 내는 것, 나아가 이러한 기초 마법들로 한 단계 앞선 심화 마법을 구현하는 법. 이것이 제가 지난 2개월 간 여러분에게 가르친 내용입니다.”
짝짝짝.
뒤에서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깐깐한 성격에 점수를 짜게 주는 그린트 교수였지만, 그의 강의는 충분히 값어치가 있었다.
설명은 잘한다. 내용이 너무 고차원적이라서 문제일 뿐.
“알 것 같기도 한데….”
나는 끄적거려 놓은 필기를 두어 번 읽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때 최선의 방법.
일단 모르면, 닥치는 대로 외운다.
헷갈리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찍찍 그어 놨다.
“자, 그러면. 중간 평가에 대해 마저 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내문은 다들 확인하셨습니까?”
“네에에!”
그린트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중간 평가 얘기로 넘어갔다.
이번 중간 평가의 의미는 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법사 학회 행사에 초대받을 수 있다는 것.
당연히 학생들의 눈빛은 열렬히 빛나고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다.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고요한 강의실 내로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제한 시간은 총 네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4원소의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그 안에서 마법을 사용하여 각 한 시간씩 무사히 버티면 테스트는 통과입니다. 여러분의 정신력과 체력, 마력의 사용량을 평가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생존한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겠습니다.”
정신력과 체력, 마력의 효율적 이용.
무려 세 항목을 기준으로 종합적인 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란다.
그 악명 높았던 그린트 교수의 중간 평가.
나는 그 시험장을 텍스트로 톡톡히 기억했다.
학생 한 명이 손을 들어 물었다.
“마력은 적게 사용할수록 유리한 겁니까?”
“여러분의 체력과 정신력이 버틸 수 있는 선에서는 그렇습니다.”
마력을 막무가내로 때려 박아서는 안 되겠군.
아델라한테 연습용 대련 몇 번만 더 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아무래도 얻어터지는 게 가장 효과가 좋긴 한데 말이지.
이렇게 말하면 역시 정신 나간 놈 같아.
어찌 되었든 무식하게 마력을 쓰는 습관은 버려야 했다.
“체력이 일정 이하로 깎인 것이 시스템에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시험장에서 퇴출됩니다.”
기절 직전에 자동으로 튕긴다는 의미였다.
그린트 교수다운 살벌한 평가방식.
학생들의 탄식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3등이라 했나.
생각보다 쉽지 않은 목표다.
당장 생각하는 탑 3는 아델라와 솔리아, 이한이었다.
그중에서 내가 끼어들 자리가 있기는 한가.
크릭이랑 내기 한 번을 더 돌린다고 해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하지만.
“해야 할 텐데.”
반드시 상위권에 들어야 하는 시험이다.
강해지는 길을 선택한 이상, 마법사 학회의 행사는 모든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들이 동경할 만한 기회였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잡는다.
그것이 내 철칙이었다.
이를 악문 채 필기본을 가방에 넣었다.
“그러면, 모두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린트 교수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강의실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