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51화(5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51화
위이잉-.
시험장에 입장하기 전에 시스템이 신체를 빠르게 스캔했다.
옆에 있는 바실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의 스탯만 신경 쓰면 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테이머의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동행하는 파트너의 스탯을 평균으로 내어 계산하게 된다.
나약한 몬스터라면 걱정되었겠지만 상대는 레드 드래곤이다.
체력과 정신력은 어디 가서 밀릴 만한 녀석이 아니었고,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나 못지않게 마력을 때려 박는 스타일이라는 것.
이건 내 컨트롤 능력에 달려 있다.
“야, 할 수 있지?”
“꾸우!”
세 번째 시험장인 얼음 광산만 잘 버텨 내면 승산이 있다.
지난 훈련장에서 사막도 돌고 빙하지대도 돌고.
할 수 있는 극한 상황은 다 돌아봤었잖아?
그때의 경험을 뼈에 새겼길 빌었다.
검은 눈으로 해맑게 이쪽을 올려다보는 바실을 향해 주의를 줬다.
“야, 바실아. 정신 바짝 붙들어 매라.”
“웅!”
결국 또 이렇게 운명공동체가 됐다.
조교수가 내 이름을 불렀다.
“한시하 학생, 번호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며 고유번호를 받아 들었다.
시계를 돌아보니 시험이 겨우 10분 남았다.
초조한 건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인지 다들 난리가 났다.
“야, 어쩌지. 벌써부터 떨리는데.”
“4원소의 극한 상황이면 뭘까?”
“불구덩이에라도 떨구는 거 아니야?”
“에이, 그린트 교수님이 아무리 악마 교수여도 그렇지. 그건 사탄도 울고 가지 않을까?”
“글쎄. 그린트 교수님이라면 가능할걸.”
저마다 이번 시험에 대해 추측과 우려를 늘어놓던 순간, 무리 중 한 명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한시하다.”
“어셔 구한 게 쟤야?”
“맞을걸. 어니스트 학장님이 학장실로 불렀다는 소문도 있던데.”
수군수군.
이제는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부담스러운 시선들이 늘어난다.
모범생 컨셉은 나름 잘 지키고 있는 듯하나, 이건 너무 어그로를 끌고 다니는 느낌인데.
“설마 이번에도 1등 먹는 거 아니야? 테이밍학처럼?”
“야,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는 필수 전공 과목인데. 이한과 솔리아도 있잖아.”
“그건 그렇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저들의 그럴싸한 추측에 귀를 기울이고 했을 때였다.
옆에서 익숙한 시선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눈길로 아까부터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솔리아.
그리고 그 옆에 우두커니 선 이한.
모두들 하나같이 탑3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다.
실제로 탑3의 자리를 거머쥐었던 이들이고.
설마.
날 경계하고 있는 건가?
“재밌네.”
원래대로라면 솔리아 아르케넨트, 이한, 아델라 이 세 명이 저 자리를 차지하게 됐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끼어들 생각이다.
“후우….”
숨을 크게 들이쉬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들을 받아쳤다.
이 시험은 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한이 쳤던 중간 평가를 기억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그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린트 교수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개인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생존하라.
이한과 나는 여러 부분에서 다르다.
당연히 효율적인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걸 조금 응용해서 버티기만 해도….’
나는 분명 녀석이 놓친 해답을 알고 있다.
비록 이한보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걸 상쇄할 만한 지식이 있다.
그걸 활용해서 모두가 믿지 않을 기적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런 내 상념을 깨고 마이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아- 첫 번째 학생부터 시험장에 입장하도록 하겠습니다.”
“나탈리 학생 앞으로 나와 주세요.”
“제한 시간은 한 시간입니다.”
시험이 시작됐다.
* * *
그린트 교수는 아무래도 진짜 악마가 맞는 거 같다.
아니, 교수들이 원래 그렇지.
대학 시절에 깨달았던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나직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타다닥.
펄펄 끓으며 튀어 오르는 용암이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다.
와 까딱하면 저승행인데.
물론 저기에 빠지기 직전에 바로 시험장에서 튕겨 나오게 되겠지만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바실과 내가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땅.
심지어 바닥은 뜨끈하게 달아오른 돌이라 앉아 있기조차 버겁다.
아우, 뜨거워.
물론 레드 드래곤인 바실은 익숙하다는 듯 드러누워….
사우나를 즐기고 있다.
거, 진짜 너무하네.
팔자 좋아 보인다, 야?
내가 눈빛으로 꼽을 주자 녀석이 기죽은 얼굴로 내 눈치를 살폈다.
아니, 눈치를 살피는 게 아니라 더 즐기고 있구나.
저 나른한 표정. 조만간 맥반석 계란도 가져다달라고 나 부려 먹을 것 같은데?
“꾸우… 조타….”
“야, 너 지금 내가 죽어 나가는 거 안 보이냐.”
“꾸우?”
이래서 자식 키워 봤자 하나도 쓸모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닐까. 역시 옛말은 틀린 게 없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냉방 마법을 구현했다.
[체력 100퍼센트. 정신력 97퍼센트. 마력 95퍼센트.]빠른 속도로 마력과 정신력이 깎여 간다.
하지만, 이것은 겨우 시작일 뿐. 투덜대며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이제 진짜 준비해라.”
이제 곧 올 때가 됐다.
마법실전학의 중간 평가.
그 첫 번째 관문인 불구덩이가 가장 극악의 난이도인 데는 이유가 있다.
거의 절반 가까이가 첫 번째 관문에서 떨어질 정도니까.
사람이 끓여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더위, 온도를 유지하는데도 많은 양의 마력이 들어가는 데다가 발을 디딜 틈도 없는 좁은 공간.
마지막으로.
쉴 새 없이 공격해 오는 화마들.
솔직히 이 좁은 곳에서 어떻게 싸우라는 건지 모르겠다만. 일단 시험의 룰이 그랬다.
까딱하면 뒤로 자빠질 것 같은 곳에서 균형을 잡아 가며 버텨야 한다.
…드디어 왔다.
끼이이익-.
칠판을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형체가 없는 붉은 구름이 뭉치고 또 뭉쳐져서 섬뜩한 형체를 만들어 낸다.
불의 악마라고 불리는 화마. 닿기만 해도 체력이 급속도로 깎이는 데다가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힌다.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는 정신력마저 빠르게 깎는다.
휘익.
화마 한 마리가 검은 두 눈을 일렁이며 빠르게 접근했다.
반사적으로 바실이 브레스를 뿜기 위해 몸을 뒤로 젖혔다.
다급히 녀석을 막았다.
야, 지금도 더워 죽겠어.
“더버?”
“더… 더워….”
땀을 뻘뻘 흘리며 눈짓을 보내자 알았다는 듯 몸에 전기를 두르는 바실.
차라리 여기서는 화염계열의 마법보다는 전격 마법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체력 96퍼센트. 정신력 92퍼센트. 마력 93퍼센트.]임시로 걸어 두었던 냉방 마법이 조금씩 흩어지며 기온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새 화마 한 마리를 처리한 바실이 그르릉거리며 번개를 쏘아 올렸다.
파지직.
쉴 틈은 없다. 겨우 5분 지났을 뿐인데 화마의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파지직.
파지직.
바실의 번개에 순식간에 화마가 재가 되어 사라진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끼에에엑!”
일단 첫 번째 고비는 넘겼다. 물론 아직 희망적인 상황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대로는 버티기 조금 빡셀 것 같은데.”
바실은 훌륭한 파트너였지만 녀석 혼자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대로라면 냉방 마법을 유지하며 공격하느라 마력부터 먼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두 눈을 감고선 이한의 해답을 머릿속에 그렸다.
원래 이 관문에서 이한은 정령술을 사용한다.
물의 정령을 소환하여 녀석에게 공격의 일부를 맡기고 마력 사용을 최소화하며 시험을 수월하게 통과했었다.
그것도 시험을 앞두고 일주일 만에 배우고 익힌 정령술로.
테이머와는 달리 두 명의 체력을 다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공격을 잠시 쉬어도 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체력 분배가 가능하다.
정령사 지망생도 아닌 녀석이 빠른 판단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그린트 교수도 극찬할 만한 문제 풀이 방향이었다.
물론… 그래도 되긴 하지만.
이한의 방향과 내 방향은 조금 달랐다.
물의 정령은 바실이랑 상성도 안 좋은 데다가 정령술은 아직까지 배워 본 적도 없다.
아무리 친화력을 타고났어도, 정령을 부르는 건 조금 별개의 문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냉방 마법이 또다시 꺼져 가고 있었기에 결단을 빨리 내려야 했다.
지팡이로 달려들고 있는 화마 한 마리를 처리하고선 바실을 불렀다.
“바실! 5분만 벌어 줘.”
“꾸우!”
에어 실드 마법.
일반적으로 몸을 보호할 때 쓰이는 1클래스 수준의 기초 마법이지만, 그린트 교수의 가르침대로 응용하면 이 상황에서도 써먹을 수 있었다.
저 불길과 이 더위와 화마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을 만한 방어벽.
딱 몸 하나가 들어갈 법한 구체의 돔을 머릿속에 그렸다.
아니, 머릿속에만 그리지 않고 바닥에 그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닿은 지팡이 끝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바닥에 납작 엎드린 내 몸도 구워져 가는 중이다.
“아, 뜨거워 죽겠네.”
땅은 손만 대도 타 버릴 듯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지팡이를 움켜쥐고선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빨리 끝내자.
스윽 슥.
첫 번째, 에어 실드의 마법진을 그렸다.
그러자 네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룬문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여기서….”
동쪽의 선을 마법으로 지웠다. 그러고는 과감하게 서쪽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에어 실드, 즉 4원소 중 공기를 물로 바꾸어 내는 과정.
“꾸우우!”
“바실아, 조금만 힘내.”
침착하자, 정신력은 소중하니까.
[체력 78퍼센트. 정신력 90퍼센트. 마력 85퍼센트.]미친 속도로 체력이 깎여 나간다.
다음으로 에어 실드의 룬을 겹쳐 그렸다.
한 번 그리고 두 번, 마지막으로 세 번.
촤아악.
한 번씩 지팡이를 그을 때마다 열기에 마법진이 타오른다.
무려 세 번의 에어 실드 술식이 겹쳐진 마법진. 그 끝에서 마지막으로 냉방 마법의 술식을 엮었다.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린트 교수의 추상적인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돌아와서 필기본을 보며 나만의 공식대로 설명을 추렸다.
수리학과 술식의 기초 때 배웠던 내용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린트 교수가 말한 대로 기초 마법을 쌓고 또 쌓아서 마력을 최소화하는 루트.
가장 합리적인 마법진을 그려낸다.
기초 마법 주문서에 있던 것만 써 오다 보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날로 먹었는지 실감이 된다.
하도 많은 정보를 한데 종합하다 보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
결과물을 실현해 낸다.
부디 성공하길 빌 뿐.
번쩍.
고요하던 마법진에서 환한 빛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직감했다.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