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52화(5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52화
“포… 포기할게요.”
“으아악! 완전 죽을 뻔했다고!”
“난이도 미쳤어….”
“야, 이거 깨라고 만든 거 맞냐?”
풀썩.
한 명 한 명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튕겨져 나올 때마다 그린트 교수는 짧게 혀를 찼다.
“다들 생각보다 형편없군. 벌써 나올 시험은 아닌데.”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 시험 난이도는 따악, 적절했다고 생각해요 교수님.”
“그렇지?”
“네, 물론이죠.”
그린트 교수 옆에 붙어 있던 조교수 셀렌은 적당히 그의 비위를 맞춰 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짜 어렵던데. 진심으로 이걸 쉽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조교수인 그녀의 시각으로 봐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시험이었다.
멘탈이 약한 녀석들은 정신력에서 바로 나가리, 멘탈 좀 괜찮은 녀석들은 마력을 다 쏟아붓는 바람에 나가리.
심지어 몇몇은 휘청거리다가 용암으로 떨어져서 허무하게 시험을 끝냈을 것이다.
일반적으론 이 정도로 우후죽순 떨어지면 시험의 난이도를 의심해 봤겠지만, 그린트 교수는 아니었다.
그의 까다로운 성격상 첫 번째 관문부터 어이없게 탈락한 녀석은 낙제 위기에 성큼 다가섰을 것이다.
어느덧 시간이 50분가량 흐르자, 그린트 교수는 뒷짐을 지고서 천천히 발을 뗐다.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버티고 있는지 화면으로 확인할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참하군.’
지금까지 버틴 녀석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화마들과 악착같이 싸우면서 남은 마력을 최대한 아끼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체력보다도 정신력이 빠르게 떨어져 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아악!”
방금 한 명이 또 튕겨져 나왔다.
“수고했지만 아쉽군.”
“허억… 헉. 너무 어렵습니다.”
“자네가 부족해서 그래.”
“그, 그건….”
그린트 교수는 쓰러진 학생을 일으켜 세우고선 다음 시험장으로 넘어갔다.
아까까지는 심각한 학생들의 수준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여기는 좀 괜찮았다.
“오, 이쪽은 많이 살아남았군.”
10분이 남았는데도 아직 안정적으로 버티고 있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늘 밝은 성격으로 필드를 뛰어다니는 나탈리.
그린트 교수의 눈에 들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진 않았지만, 그녀의 긍정적인 성격은 그린트 교수의 무표정도 이따금 풀게 만들었다.
나탈리는 화마와 싸우면서도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눈빛으로 물을 끌어모았다.
열을 식히면서 차분히 공격을 준비한다.
그녀가 물 속성의 마법사라 더 유리한 면도 있었지만, 비슷한 조건의 다른 학생들도 헤매는 것을 보면 단지 그 때문은 아니다.
그린트 교수는 발걸음을 멈춰 서고선 나직이 감탄했다.
[체력 18퍼센트. 정신력 80퍼센트. 마력 9퍼센트.]마력이 한 자리수인 열악한 환경임에도 정신력은 그간 봤던 그 어떤 학생보다 높았다.
순전히 정신력만으로 버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은 시간은 7분.
그린트 교수는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이만하면 충분히 버티겠군.”
“예사 학생이 아닙니다.”
저벅저벅.
그린트 교수는 두어 걸음을 더 뗐다.
“아델라 학생인가.”
“원래부터 잘하죠, 저 친구는.”
아델라도 다르지 않다. 최소한의 마력을 사용해서 화마를 묻어 버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난 마력을 요할 거 같은 지각변동. 아델라는 침착한 모습으로 마법을 효율적으로 구사했다.
거기에 더해 아델라는 제가 앉아 있는 돌을 조금 공중으로 띄워 열기를 차단하는 중이었다.
그린트 교수가 수업 시간에 알려 줬던 기초 마법을 몇 단계 더 응용한 심화 마법이다.
남은 돌로는 용암을 덮어 버림으로써 낙사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화마를 용암 안으로 밀어 넣어 막아 버린다.
공격보다는 방어에 초점을 둔 전략이 인상 깊었다.
그린트 교수는 지팡이 끝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까닥였다.
이 다음은.
“한시하?”
그린트 교수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홀린 듯이 멈춰 섰다.
계속에서 눈에 밟히는 제자, 그린트 교수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잘하고 있나, 조금은 걱정되는데.”
레드 드래곤을 데리고 간 테이머 한시하.
사실 첫 번째 관문은 한시하에겐 상당한 악조건이다.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할 만큼.
불을 위주로 하는 바실의 공격이 테이머의 정신력을 더욱 흐트러트릴 염려가 있었으며, 워낙에 좁은 공간이라 둘이나 있으면 이동에도 제약이 걸린다.
그런데 어째서.
[체력 74퍼센트. 정신력 75퍼센트. 마력 34퍼센트.]마력을 꽤나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인지, 체력과 정신력의 상태가 매우 여유롭다.
“대체 어떤 방식으로….”
화면을 올려다본 그린트 교수는 다시 멈칫하고 말았다.
‘아아아악, 저리 가라고!’
‘허억… 헉. 뭐, 이렇게 빡센 건데!’
다른 학생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와중에 홀로 고요히 명상하듯 앉아 있는 한시하.
‘아, 시원하다. 바실아, 너도 누워라.’
‘꾸우!’
이젠 아예 꾸벅꾸벅 졸기까지.
피서지에라도 온 것처럼 한없이 태연해 보이는 표정에 그린트 교수는 저도 모르게 허,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한시하를 둘러싸고 있는 견고한 얼음벽.
불길이 닿는 벽 표면에 계속해서 하얀 연기가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저 안은 시원한 듯했다.
냉동고에 자신을 가둬 놓고 체온을 유지하는 건가?
그린트 교수는 머리를 굴리며 한시하가 그렸을 마법진을 예측했다.
“분명 에어 실드만 배웠을 것인데….”
그린트 교수가 가르치지 않은, 아니 그 어느 곳에도 나오지 않는 새로운 마법.
‘무너지지 않을 탄탄한 마법진을 구현해 내는 것, 나아가 이러한 기초 마법들로 한 단계 앞선 심화 마법을 구현하는 법. 이것이 제가 지난 2개월 간 여러분에게 가르친 내용입니다.’
숱하게 읊고 또 읊었지만 자신의 가르침을 깨달은 학생은 없었다.
재능이 있는 친구일수록 더 높은 클래스의 마법에만 집착했고, 무작정 마법을 캐스팅하려 들었다.
이해가 아닌 암기뿐인 수업.
그런데, 한시하는 달랐다.
‘저건 완벽히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에어 실드의 원리를 분석하고, 4원소 중 하나인 공기를 물로 바꾸어 냈다.
거기에 세 개의 에어 실드를 엮어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방어벽을 만들었다.
화마가 달려들지 못할 견고한 방어벽.
그 안에 들어가 가만히, 그저 앉은 자리에서 기다리기만을 택했다.
너무도 영리하다.
“여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는데 말이지.”
“저 학생 말인가요?”
“그래, 자네라면 이 문제를 저렇게 풀 수 있었겠나?”
“…저렇게는 못 풀었을 거 같습니다. 아마 가장 효율적으로 화마들과 싸우는 법을 택했겠죠.”
조교수의 솔직한 인정에 그린트 교수는 공감했다. 아마 대부분 그와 비슷한 답변을 냈을 것이다.
그린트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흘렸다.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다.
분명 남다른 녀석이다.
어쩌면 이번 중간 평가에서… 생각지도 못한 순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녀석의 빠른 성장 속도에 그린트 교수마저 두려워지려던 순간이었다.
삐빅–.
[첫 번째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 *
[두 번째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세 번째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각 원소의 극한 관문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학생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엄청난 경쟁률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그다음은 수월할 줄 알았던 생존자들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학생들이 빠른 속도로 탈락하고 있는 것을 본 그린트 교수는 한숨을 내쉬며 인원수를 체크했다.
그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줄곧 한시하를 주시하고 있었다.
“역시….”
혹시나 싶어서 걱정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린트 교수가 판단했을 때 한시하는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전략적인 능력이 뛰어난 인재였다.
그렇기에 테이머라는 직업이 그에게 더 잘 맞을지도 몰랐다.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해야 먹혀 들어갈지, 생존 확률을 높이게 될지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행동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것은 열다섯 살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질 않나.
“머리가 참 좋은 거 같단 말이지.”
바실을 이용해서 전투력을 보강하고 체력 분배도 계산적으로 해낸다.
바닷속 전투에서는 속성 페널티로 한 번의 공격에 마력을 크게 깎아먹는 바실을 대신해 본인이 리드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온 끝에 마지막 관문에 도착한 것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관문에 이어 마지막 시험도 수월하게 치르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 관문의 극한 상황 원소는 공기.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생존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이었다.
특히 두려움으로 인해 정신력이 가장 빠른 속도로 까일 것인데.
“허.”
그린트 교수는 한시하의 상태를 확인하고선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무한긍정의 아이콘인 나탈리 못지않게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정신력이라니.
“셀렌.”
“네, 교수님.”
“저 학생의 이름을 잘 기억해 둬라. 언젠간 제국을 대표하는 테이머가 되어 있을 테니까.”
확정적인 그린트 교수의 말에 조교수 셀렌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밑에서 수년간 일해 오면서 자신은 한 번도 듣지 못한 칭찬이었다.
아니, 그 어떤 학생에게도 쉽게 내뱉지 않던 그린트 교수의 칭찬이었다.
기껏해야 2학년의 이한 정도.
그린트 교수가 진심으로 칭찬하던 학생은 그밖에 없었는데, 바로 이 자리에서 한 명이 더 생긴 것이었다.
그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시하라고?
작년과 딴판이 된 한시하였지만, 셀렌은 여전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좋은 건가?’
그린트 교수가 인정하는 천재의 탄생을 축하해야 하는 것인지, 몇 년을 노력해도 열다섯 살 언저리의 학생을 따라잡지 못하는 자신을 안타까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조교수 셀렌은 그런 생각을 하며 오묘하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제국을 대표하는 테이머?”
“어… 어?”
갑작스레 뒤에서 들려온 말소리에 놀란 것은 셀렌뿐만 아니라 그린트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린트 교수는 그답지 않게 크게 당황한 기색으로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아니, 여기를 왜.’
뒷짐을 지고 걸어온 어니스트 학장은 지그시 그린트 교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말에는 왠지 모를 위엄이 있었다.
“그 정도인가?”
“제국을 대표하는 테이머가 거의 없으니까요. 저 녀석이 노력하면 할 수는 있을 겁니다.”
“허허, 그래?”
그린트 교수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손사래를 쳤다.
설령 속으론 그리 생각했다 하더라도 굳이 어니스트 학장 앞에서 패를 다 보여 주고 싶진 않았다.
재능 있는 학생을 채가고 싶은 것은 모든 교수의 마음이다. 상대가 에른스트 교수가 아니라 어니스트 학장이라 해도, 그린트 교수는 제가 찜해 둔 학생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별 뜻 아니었습니다, 학장님.”
“흐으음.”
하지만, 이미 어니스트 학장은 앞선 그린트 교수의 말에 큰 의미를 둔 듯했다.
어니스트 학장은 도수 높은 안경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놀랍군.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거든.”
“아.”
“그 염원대로 되었으면 좋겠네. 적어도 지금은 저 녀석이 꽤 필요하거든.”
“…한시하가 말입니까?”
그린트 교수의 질문은 유감스럽게도 시끄러운 알람음에 묻혔다.
때마침 마법 실습학 시험이 끝이 났기 때문이었다.
삐비빅!
[네 번째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