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53화(5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53화
“시험 어땠어? 솔직히 난이도 미친 거 아니야? 나는 첫 번째 관문부터 아찔했는데.”
시험장을 나서자마자 아델라는 속사포로 말을 쏟아 냈다.
단번에 알았다. 얘, 그래도 무사히 통과해서 신났네.
아델라의 두 눈이 반짝이는 걸 보면서 나는 피식 웃었다.
나름 최선을 다해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쳐 줬다.
“어려웠지.”
“너는 두 번째 관문이 가장 어려웠으려나? 물 쏟아질 때?”
“좀 힘들긴 했는데, 비슷한 상황을 연습해 둔 적은 있어서. 버틸 만은 했어.”
태연하게 아델라의 말에 대답하고 있을 때였다.
후다다닥.
저 멀리서 원이 빨개진 얼굴로 뛰어왔다. 그러면서 다짜고짜 내 이름부터 외쳐 댔다.
“야, 야! 한시하! 너 마지막 관문까지 다 살아남았어?”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와… 진심으로?”
“무난했다고 생각해.”
아닌 게 아니라 나름 무난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나올 때 특별히 개인 점수는 알려 주지 않았던 터라 최종 중간 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알 방법이 없었으나, 내가 아는 한 슬카데미의 메인 캐릭터들은 다 무난히 통과했다.
아, 내 눈이 너무 높아져 버린 건가.
아델라도 그렇고, 솔리아도, 이한도. 나탈리까지도.
다 통과했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해 버린 듯싶은데.
* * *
“와, 어쩌지. 나는 나가 죽어야 하는 건가.”
퍽퍽.
원은 급식실에 도착하자마자 테이블 위로 냅다 머리를 박았다.
“저런. 밥 먹는 공간에서 더럽게.”
아델라가 질색을 하며 그런 원의 머리채를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아 들었다.
졸지에 달팽이 마냥 두 더듬이가 생긴 원은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 머리를 박았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 아델라. 내년에 나를 못 보게 생겼다고.”
“글쎄. 너 말고도 많이들 떨어진 거 같던데.”
그제야 원은 초상집이 된 급식실을 둘러보았다.
다들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데다가 대화를 들어 보니 첫 번째에서 떨어진 애들이 절반은 되는 듯싶었다.
생각보다 많이 떨어졌네, 진짜.
마지막 관문에서 떨어졌다고 했으니 그래도 한 15등 안에는 들었으려나.
그리고 무엇보다.
“야, 걱정 마라. 너는 안 떨어진다.”
미래를 내다본 입장에서 혀를 차며 원에게 타박을 던졌다.
마지막 관문 붙은 애가 그러고 있으면 어디 가서 돌 맞는다.
“에이, 뭐야!”
그제야 원은 화색이 된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이것들 완전 괴물 아니야? 누가 그걸 다 통과해.”
“저는 괴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불쑥.
나탈리가 웃으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원은 투덜대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나탈리, 네가 사람은 아니야.”
“세상에, 그렇게 심한 말을.”
“탈락하고서 네 경기 봤다고. 정신력이 80프로던데, 그 상황에서.”
“뭐? 80프로?”
80프로는 진짜 놀랍다.
나도 모르게 기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공기를 틀어막은 관문은 조금 너무했잖아. 숨을 넉넉하게 못 쉬는 것도 못 쉬는 거지만, 거기서 정신력이 가장 먼저 깎여 퇴장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애당초 그 관문에서 80프로를 유지하는 정신력을 선보일 수가 있나?
역시 무한 꽃밭.
좋은 의미로 나탈리의 머릿속은 꽃밭이었다.
“야, 근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 제 점수도 안 알려 주는데.”
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하핫, 하곤 웃어 보였다.
“사실 보다가 쫓겨났어.”
“그러면 그렇지.”
“마법실전학은 어차피 점수 까다로우니까 크게 기대 안 한다 쳐도, 다들 테이머학 실습 시험은 준비 잘 했어?”
“솔직히 나는 망한 거 같아.”
아델라는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
…기만 멈춰.
나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단번에 눈치챘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해 놓고선 상위권이었지 않냐.”
“하루 이틀이 아니라 크게 놀랍지도 않아요!”
“무슨 소리야, 여기 테이머학 수석이 있는데.”
빠안-.
아델라의 은근한 시선이 나를 향했다.
이걸, 이렇게 몰아간다고?
당시 시험 현장을 보지 못했던 나탈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물었다.
“그렇게 잘해요?”
“예전에 슬라임 던전에서 헬하운드도 한 번에 컨트롤했어. 심지어 자기 것도 아닌데.”
“진짜로?”
“허억….”
다들 무슨 괴물 보듯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헬하운드가 어덥테온처럼 무섭게 생긴 괴물도 아니고, 생긴 건 개같이 생겨서 몇 번 쓰다듬어 줬더니 말도 잘 듣더라.
물론 헬하운드 컨트롤을 어려워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다르게 받아들일 문제겠지만.
“헬하운드?”
그때였다.
나는 갑작스런 목소리에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예상치 못한 얼굴이 뒤에 서 있었다.
은빛 머리칼을 찰랑거리며 끼어들진 못하고 조용히 앉아 있는 솔리아 아르케넨트.
너무 조용해서 있는 줄도 몰랐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던졌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
“아까… 한참 전부터.”
솔리아는 몹시도 무료하다는 듯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로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눈이 부신지 잠시 눈을 끔뻑이고선 자리를 고쳐 앉았다.
아델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속에는 은근히 경계심이 담겨 있었다.
“솔리아. 너도 테이머학 듣고 있지?”
“응. 왜?”
“뭐라도 듣고 싶어서 앉아 있었던 거야?”
아델라의 집요한 질문에 솔리아는 황당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저 둘, 친한 듯해 보여도 나름의 라이벌이다.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흘러나왔다.
“맞아. 궁금했거든.”
“거봐, 내 말이 맞… 응?”
아델라는 생각보다 빠르게 인정하는 솔리아의 말에 두 눈을 굴리고선 자리에 앉았다.
“뭐야, 재미없게.”
아델라는 솔리아의 반응이 싱거운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솔리아는 그런 아델라를 가뿐히 무시하고 나를 돌아보았다.
“헬하운드를 어떻게 한 번에 테이밍했는지 알려 줘.”
솔리아도 아델라처럼 테이밍에 경험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어, 이걸 뭐라 답하냐?
어….
나는 사실….
“그냥 되던데.”
그냥 되는 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냐.
사실 어떻게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서, 정석적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교과서를 기준으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면 되지 않을까?”
“헬하운드로 맞고 싶은 거지?”
내가 봐도 맞기에는 딱 좋은 답변이었다.
* * *
테이밍학 실습 시험 당일이 되었다.
테이밍학 실습 시험 자체에는 큰 걱정이 없었지만, 그 사이에 다른 과목 시험들이 숱하게 있었기에 일정 조절을 하느라 모두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것만 끝나면….’
테이밍학 시험이 마지막인 학생들 사이에선 묘한 설렘의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번 심화 테이밍학 수업은 제파로프 교수가 맡았기 때문에 마법실전학 때보다는 다들 더 좋은 점수를 기대하고 있었다.
헐렁한 옷을 차려입은 제파로프 교수가 껄렁대며 앞으로 나왔다.
까다로운 그린트 교수에 비해 제파로프 교수는 학생들에게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사실 방치형이다, 저 교수.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온 제파로프 교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오늘이 시험인가?”
“네, 교수님!”
수업도 널널했던 데다가 이번엔 몇 번을 휴강이랍시고 빼먹은 것인지.
얼굴까지 잊을 뻔했다.
오히려 좋아.
최소한 오늘은 크게 어렵진 않겠지.
사실 개꿀 과목이라기에 신청한 학생도 많았다.
제파로프 교수의 시험은 족보를 타기로 유명했다.
작년, 재작년은 물론 거의 20년 전부터 계속 비슷한 문제를 냈었다는 소리였다.
지정된 몬스터를 학생들에게 나눠 준 뒤 2주의 기간을 준다.
죽이지 않고, 도망가지 않도록 잘 길러서 테이밍에 성공해서 돌아와라.
그게 시험의 방식이었다.
2주의 기간을 준다는 점, 테이밍뿐만 아니라 몬스터의 생존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 다른 테이밍학 교수에 비해 특이한 포인트였다.
기존의 배정 몬스터는 물 슬라임이었다.
테이밍하는 것보다 살려서 오는 게 더 까다로운 녀석.
그 때문에 이미 물 슬라임을 어떻게 케어해야 할지는 족보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아마 물 슬라임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제 집을 세팅해 놓은 녀석들도 이미 있을 터.
그런 애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을 한마디가 제파로프 교수 입에서 튀어나왔다.
제파로프 교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귀를 후비적댔다.
“아, 요새 내가 소문을 들어서. 거, 몬스터 뭐 나올지 선배들에게 다 듣고서 미리 준비한다며. 맞아?”
“…!”
강의실에 침묵이 감돈다.
교수에게… 족보를 걸렸다.
‘어떤 새끼가 들켰냐.’
‘어떤 새끼냐!’
애들의 표정은 그렇게 말하는 듯 이내 험악해졌다.
평정심을 잃은 듯한 애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 시험 미리 공유하고 그러면 도의적으로 좀 그렇잖아. 안 그래, 2학년생들.”
“네, 그렇습니다. 교수님!”
“어, 그렇게 미리 다 준비해 놓고 그러면 안 돼. 그래서 이번엔 바꾸려고.”
20년 만에 드디어 시험의 내용을 바꾸는 제파로프 교수.
그의 폭탄 발언에 강의실은 술렁거렸다.
“야, 어떡하냐고.”
“아예 생판 모르는 몬스터 나오는 거야?”
“나올 만한 게 뭐가 있지?”
“아니, 왜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는 거야. 곧 은퇴하시나?”
“미치겠네. 준비 다 해 놨는데.”
단체로 멘탈이 나간 듯싶지만, 나는 여전히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원작에서도 제파로프 교수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갑자기 몬스터를 바꿔서 시험 봤거든.
때문에 테이밍에 성공한 녀석들이 이전 시험에 비해 반도 안 됐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이번 배정 몬스터는 웨어울프다.
“웨어울프 키워 와.”
“네? 웨어울프요?”
“웨어울프가 이번 배정 몬스터인거야?”
다 큰 웨어울프와는 달리 새끼 웨어울프의 별명은 개복치다.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터라 테이밍을 시도하면 도망가거나 죽어 버리는, 거의 실험실 쥐처럼 연약한 존재.
테이밍보다는 일단 안 죽게, 안 튀게 만드는 게 우선인 시험.
거기에 더해 기존의 물 슬라임보다 예민한 공격성까지 갖추고 있다 보니, 시험은 배로 어려워졌다.
애들의 멘탈이 박살 나다 못해 슬슬 으스러져 간다.
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제파로프 교수는 벌써 퇴근할 준비를 마쳤다.
“자아,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할 테니까 다들 돌아가고.”
“응…?”
“네?”
참으로 한결같은 저 교수.
“어, 2주 뒤에 확인할 거니까 열심히들 해! 낙제하지 말고!”
어슬렁어슬렁.
제파로프 교수는 제 할 말만 하고 빠르게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강의실에 남은 건 여전히 멘탈을 수습하지 못한 학생들뿐.
“미친.”
왈왈왈.
강의실 앞에는 제파로프 교수가 두고 간 웨어울프들이 짖고 있었다.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서로를 마주보더니, 눈을 빛냈다.
조금이라도 더 유순해 보이는 녀석을 채가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야, 비켜어어!”
우당탕탕.
개판이 되어 가는 강의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무튼, 이제 저걸 길들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