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5)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55화(55/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55화
클렌트 시장 외곽의 국밥집.
나탈리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가는 중이다.
“이름도 지어 줬는데요. 추워하는 것 같아서 목도리도 만들어 줬어요.”
여전히 화제는 웨어울프였다.
몬스터를 길들여 본 적은 몇 번 있었으나, 이렇게 직접 키워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듯 충격이 상당해 보였다.
나탈리는 배신감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근데… 그렇게 도망갈 줄은 몰랐어요.”
“나쁜 놈이네.”
“제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그러게.”
“진짜… 진짜 잘해 줬단 말이에요.”
나탈리는 풀죽은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웨어울프가 인간이 잘해 주든 말든 그걸 이해하겠냐고.
원래 저런 얘기를 털어놓지 않을 녀석이 술술 말하는 걸 보니, 속상하긴 속상했던 모양이다.
“낙제할까 봐 걱정인 거 아냐?”
나는 뜨끈한 국물을 한 모금 넣으며 물었다.
나탈리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배신감이니 뭐니 이런 거 다 떠나서, 본질은 두려움에 가깝다.
나탈리가 부잣집에서 자란 터라 학비 걱정은 없을 테지만, 운 나쁘면 퇴출될지도 모르는 살얼음길을 걷는다는 건….
누구보다 그 심정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해결책을 하나 떠올려 봤다.
“웨어울프가 죽은 게 아니라 도망간 거라면 2주 안에 다시 찾아오면 되지 않나 싶어서.”
“다시… 찾아와요?”
그 나약한 개복치가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너무 뒤늦게 깨닫고 벌써 돌연사하지 않았다면. 나름 방법이 있긴 할 것 같았다.
“추적 마법 같은 걸 써도 되고, 물론 우리 학년에 그걸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지만.”
“아… 생각도 못했어요.”
“튀어 봤자 아카데미 뒷산 아닐까? 싹 뒤지다 보면 뭐가 나올 것 같은데?”
나탈리는 희망이라도 발견한 듯 두 눈이 동그래졌다.
물론 말이 쉽지, 사막에서 바늘 찾는 수준이긴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남은 기간 동안 울고 있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추적 마법 한 번 알아볼게요!”
해답을 찾은 듯 나탈리의 얼굴엔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역시 무한긍정의 나탈리답게 멘탈 회복도 빨랐다.
그런데, 다 좋은데 말이지.
아까부터 진짜 거슬리는 게….
왜 국밥이 식는데 놔두고 있는 거지?
그건 국밥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야, 그거 뜨끈할 때 먹어야지. 밥 앞에 두고 고사 지내냐?”
“네?”
나탈리의 두 눈이 다시 커다래졌다.
“다대기도 넣어 먹어. 야, 국물이 허여멀거면 그게 맛이 있냐구.”
“아… 아!”
“맛있지? 딱 해장국물인데. 아, 시원하네.”
“뜨거운데 왜 시원해요?”
“그런 게 있어.”
나탈리는 내 말이 무슨 소리인지는 이해 못하는 것 같았지만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술 땡기네.”
소주 한 잔 얹으면 딱인데.
이 세계에 국밥은 있으면서 소주는 없다는 게 통탄스러울 지경이었다.
나탈리는 열심히 밥을 말아먹고 있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고선 눈치를 살피며 따라 하기 시작했다.
메뉴 선정에는 실패한 것 같지만, 나탈리는 그런대로 만족하는 눈치였다.
후루룩.
국물을 퍼마신 나탈리는 두 눈을 굴리며 말했다.
“뭔가… 속이 풀리는 것 같아요.”
그거지. 그거지.
뜨끈하고 든든한 국밥의 세계로 나탈리를 인도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런 가성비 최강의 음식이 있는데 뭐 하러 파스타 그런 거 먹냐고.
그거 가격이 2국밥이야!
어쨌든, 오랜만에 굉장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아, 다 먹었다.”
나탈리는 종종걸음으로 음식점에서 나왔고, 미리 계산을 마친 나는 옆 가게의 테라스를 돌아보며 나탈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가꿔진 화단과 손님들이 앉아 있는 나무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을 천천히 훑어보며 눈부신 햇살에 눈을 찡그리려 할 때쯤.
내 눈에 조금 특이한 게 보였다.
저게 뭐냐?
“왜 여기에 웨어울프가 싸돌아다녀?”
새빨간 목도리를 한 채 화단의 꽃을 오물거리고 있는 새끼 웨어울프.
가게 주인이 봤더라면 바로 등짝 스매싱 날아갔을 것 같은 대형 사고를 쳐 놓고선 신나게 날뛰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을 스쳐 가는 한마디.
‘이름도 지어 줬는데요. 추워하는 것 같아서 목도리도 만들어 줬어요.’
새빨간 목도리.
“아, 미친. 나탈리.”
“네?”
“네 웨어울프 찾은 것 같다.”
때마침 내 뒤를 따라 걸어온 나탈리가 그게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꽃을 처먹느라 정신 팔린 웨어울프의 뒤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어… 어!”
“야, 조용히!”
저도 모르게 냅다 비명을 지를 뻔한 나탈리를 진정시키고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다.
녀석의 머리 위로 내리우는 그림자.
“왈.”
웨어울프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멈칫했다.
하지만, 이미 준비된 내가 조금 더 빨랐다.
꽃을 뱉은 채 다급히 튀어 나가려는 녀석을 두 손으로 낚아챘다.
“끼엑!”
성공했다.
* * *
“왈왈왈!”
나탈리는 정신없이 짖어 대는 웨어울프를 내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하마터면 낙제점을 받을 뻔했던 테이밍학.
한시하가 자신의 웨어울프를 찾아 줬다. 게다가 어떻게 녀석을 케어해야 하는지까지 장장 1시간을 알려 주고 갔다.
아직은 어설픈 집사지만, 나탈리는 녀석과 조금씩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시하 덕분이었다.
웨어울프는 짖는 것을 멈추고선 경계가 풀린 듯 냅다 드러누웠다.
나탈리는 그런 웨어울프를 빤히 바라보다가 마저 생각에 잠겼다. 고작 반나절 만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묘하게 속이 풀리는 신기한 식사도 했고, 집 나간 웨어울프를 되찾았으며….
‘웨… 웨어울프가 도망을 갔는데… 그러면… 낙제를 받을 거니까… 아무리 기말 평가를 잘 봐도 의미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난생처음 부끄러운 모습도 보였다.
아.
“아악!”
왜 그랬을까요!
나탈리는 화끈거리는 얼굴로 이불을 차 버렸다.
잊고 있었다. 왜 하필, 한시하의 앞에서.
그렇게 대놓고 질질 짜고 있었던 걸까.
부끄럽지만,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나쁘진 않았던 하루였다.
“신기한 사람이야. 그렇지, 웨어울프?”
“왈!”
어니스트 학장의 제안으로 동아리에 잡입했을 때, 나탈리는 한시하를 처음 만났다.
그땐 침착한 모습만 보여서 냉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면 그건 또 아니었다.
좋은 사람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냅다 들이받는 것만 보면, 겁 없는 새끼 웨어울프처럼 예민해 보였는데 실제로는 아니라는 걸 알아서.
나탈리는 웃으며 제 옷자락에 머리를 문질거리며 버둥거리는 웨어울프를 내려다보았다. 지금은 녀석보단 다른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그냥 왠지 웨어울프 같은 사람.
나탈리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흘렸다가 멈칫했다.
“어.”
우물우물.
그녀의 웨어울프가 옷자락을 씹어먹고 있는 중이었다.
“안 돼! 웨어울프!!”
* * *
웅성웅성.
생각보다 이르게 나온 시험 결과에 아르델 아카데미의 게시판 앞에는 학생들이 떼로 몰려 있었다.
가장 마지막에 본 제파로프 교수의 테이밍학 시험.
그 시험을 끝으로 중간 평가는 마무리되었다.
학생들은 울상이 된 얼굴로 저마다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번에 전반적으로 시험의 난이도가 상당한 편이었다. 그나마 꿀과목이었던 제파로프 교수가 통수를 세게 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벌써 나온 거야?”
“으아악, 어쩌지?”
“괜찮아, 기말 평가도 있잖아.”
“왜 나오지도 않았는데 포기한 거냐. 겁쟁이들이네.”
“뭐래. 네가 분수를 모르는 거지.”
“제발, 시끄러워!”
아직 흰 종이로 가려져 있는 이번 중간 평가 성적에 학생들은 침을 삼키며 긴장하고 있었다.
한시하는 꾸역꾸역 그 무리를 뚫고 들어왔지만, 졸림을 참기 힘든 듯 비틀거렸다.
그의 옆에 선 원의 상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탈리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오늘은 또 왜 그래요?”
“바실이랑 놀아 주느라 밤새웠어. 웨어울프 송별회도 하고.”
나름 그래도 식구였다고 송별회까지 거하게 치러 줬단다.
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듯한 눈치였으나, 나탈리는 그조차 한시하답다고 생각했다.
“시험은 안 떨려요?”
“응, 별로.”
한시하는 담담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잘 봤을걸?”
당당한 자신감.
나탈리는 피식 웃으며 게시판을 돌아보았다.
잔뜩 떨고 있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무한긍정인 그녀 역시 크게 떨지 않고 있었다.
낙제를 면한 것만으로도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법.
그렇다고 탑3 안에 들어서 마법사학회의 연구회에 초대될 리도 없으니.
세상은 어느 정도 포기하면 편해진다.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럴 땐 그냥 즐기면 된다.
물론, 전혀 그럴 수 없는 사람이 하나 있는 거 같았지만 말이다.
나탈리의 시선이 솔리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잘근잘근.
솔리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아직 종이로 덮여 있는 게시판을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늘 차분해 보이는 솔리아였지만, 승부욕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저 고요해 보이는 호수 위에선 쉼 없이 물결이 치고 있을 거라는 걸, 나탈리는 알았다.
모두와 친한 나탈리는 솔리아와도 대화를 자주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성적에 대한 집착이 심한 편이었다.
무너진 가문을 일으켜 세우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델라와는 다른 간절함이 느껴졌다.
‘3등 안에 들길 바라고 있겠지.’
이번 순위가 어떻게 될지. 생각보다 선방한 친구들이 많은 터라 나탈리도차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뒤늦게 이한이 나타났다.
“미안, 미안. 내가 좀 늦었지?”
“야, 빨리 오라고오!”
“야, 결과 나온대. 얘들아! 집중해!”
아르델 아카데미 2학년의 학년장을 맡고 있는 이한.
중간 평가 결과 공개는 그의 몫이었으므로 다들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빨리!”
뛰어오느라 숨이 찼는지, 이한이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이 투덜댔지만 금세 조용해졌다.
“자, 그러면 공개한다.”
스윽.
이한은 지팡이를 게시판을 향해 치켜들었다.
나직한 이한의 주문이 고요해진 복도 위로 울려 퍼졌다.
동시에.
“…!”
촤악.
종이가 찢어지며 중간 평가의 결과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