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56화(5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56화
솔리아는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총 세 명만 나갈 수 있는 이번 학생연구회. 다른 거면 몰라도 그 기회라면 잡고 싶었다.
아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아르델 2학년의 최강자 셋을 뽑으라 한다면, 이한과 아델라, 솔리아 세 사람이 나올 것이었다.
그것이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순위였다.
그 견고한 순위가 처음으로 불안하게 느껴진 것은 마법실전학 첫 시험이었다.
마지막 테이밍학 실습은 그걸 확신하게 된 계기였고.
‘말을 너무 잘 듣는데…?’
미쳐 날뛰는 웨어울프들을 간신히 붙들기만 한 채 데려온 다른 동급생들과 달리, 한시하의 웨어울프는 이미 완전히 길들여져 있었다.
같은 웨어울프가 맞나 싶을 정도의 차분한 움직임.
거기에 성견 웨어울프 못지않게 말귀를 알아듣는 태도까지.
테이머의 자질이 있다.
그간 익히 생각해 온 걸 눈앞에서 확인받는 기분이었다.
마강전 때부터 조금씩 느껴왔지만, 아니 그럼에도 부정해 왔지만.
한시하가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마침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올 시간이었다.
“…아.”
솔리아는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두 눈을 끔뻑였다.
이한, 아델라.
늘 그렇듯 상위권을 차지하는 두 사람의 이름 아래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시하…?”
크게 탄식을 뱉지도, 티 나게 안타까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말없이 넋을 놓고 서 있었을 뿐이었다.
여기저기서 그녀를 돌아보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뭐야, 한시하가 3등이야?”
“뭘 어떻게 한 거야?”
“미친. 마법실습학 만점이네. 그린트 교수 시험에서…?”
“맙소사. 마법실습학 수석이야?”
“심화 테이밍학도 1등이네. 와, 아델라도 위험할 뻔했네. 테이밍학 학점 조금만 더 높았어도 컷이다.”
“원래는 뒤에서 3등 아니었냐고. 왜 괴물이 되어서 돌아온 거야.”
“야, 근데 솔리아… 표정 봐봐.”
“충격이겠지. 3등 처음으로 뺏기는 거잖아.”
“야, 야. 다 들려.”
솔리아는 한시하를 응원했다.
어릴 적 엮인 인연 때문인지, 180도로 바뀌어 버린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더 이상 예전처럼 싫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탑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은, 생각보다 뼈아픈 일이었다.
차라리 자신을 의식하지 말아주었으면 했다.
솔리아는 알 수 없는 패배감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충분히 잘했어.’
이건 그냥… 저 녀석이 잘한 거야.
솔리아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떴다.
* * *
“자네들이 그 세 명인가?”
“네, 그렇습니다!”
“네엡!”
어니스트 학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이번 연구회에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들을 보내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썼던 어니스트 학장이다.
학생들에게도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었다.
더욱이 재능 있는 녀석들에겐.
지금 어니스트 학장의 앞에는 기대주 세 명이 앉아 있었다.
현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서도 어니스트 학장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2학년 학생들, 그중에서도 1학년 때부터 두각을 보였던 수석 이한과 차석 아델라.
그리고.
“한시하 학생.”
“네, 학장님.”
그 어마어마한 성장 속도로 기어코 솔리아를 넘어 이 자리에 앉은 한시하까지.
어니스트 학장은 턱을 괴고선 여러 조언을 건넸다.
이번 연구회는 마법사 학회의 강연과 학생들의 대회, 각종 전시회가 사흘 간 열릴 예정이었다.
여러 나라의 재능 있는 마법사들이 모두 모이는 학회이니만큼, 간혹 불상사가 나오곤 했다.
특히 3일 차에 열리는 학교별 대회에는 각종 편법은 물론 패싸움까지도 벌어지곤 했다.
상금의 액수도 상당했고, 무엇보다 학교의 명예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워낙에 믿는 학생들이니 큰 걱정은 없었지만 그러한 난장판에 휘말려서는 안 될 것이다.
“아르델 아카데미만이 참여하는 연구회는 아니니 다른 제국 학생들도 오긴 올 거다.”
“넵.”
“싸우진 말고, 부담 가지지도 말고. 즐기고 와라. 편하게.”
“물론입니다.”
“아, 근데. 대회는 나갈 예정인 건가?”
어니스트 학장의 은근한 물음에 아델라는 두 눈을 끔뻑였다.
어니스트 학장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절대 기대하는 것은 아닐세. 그냥 대회라는 게 아무래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말해 봤네. 허허.”
몹시 기대하는 표정이신데요.
한시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이한의 눈치를 살폈다.
연구회 자체가 2학년부터 나갈 수 있는 데다가, 아르델 아카데미의 참가가 갑작스레 정해진 상황이라 따로 준비해 둔 것이 없었다.
“이번 2학년은 약초학이었나?”
“…아마도.”
“할 줄 알아?”
“….”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셋 다 눈치를 보고 있는 와중에도 어니스트 학장은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누가 보면 본인이 나가나 싶을 정도였다.
“첫 연구회니까 경험 삼아 나가는 것도 좋지. 상도 받아오면 더 좋고.”
“….”
“부담 가지지 말고.”
“하핳….”
“상 받아오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니까. 허허허.”
어쩐지 어깨에 돌덩이가 얹어지는 기분이었다.
* * *
새벽 5시의 이른 시간, 열차 플랫폼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학회가 있어서인지 평상시보다 붐비고 있었다.
아르델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보는 것도 오랜만인데.
슬카데미 속으로 빙의하고 나서 너무 바깥세상을 둘러보지 않은 느낌이다.
여기 열차는 KTX가 아니겠지….
나직이 중얼거리며 아델라를 기다렸다.
“바실!”
아니, 쟤는 왜 내가 아니라 드래곤을 찾아.
5M 밖에서 들어도 또렷한 아델라의 외침이 귓가를 때렸다.
폴짝폴짝.
저 멀리서 신나 보이는 얼굴로 뛰어오는 아델라가 보인다.
은근히 덜렁거리는 성격답게 가방을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일찍 왔네? 어머, 바실아… 오늘은 더 귀엽네.”
“꾸우우!”
“후후. 그래그래. 그나저나 한시하, 짐이 왜 이렇게 많아?”
“얘 때문이지, 뭐. 그냥 사육사라고 생각해라.”
딸린 식구가 있다 보니 짐이 두 배로 늘어났다.
끙끙대며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열차에 탔다.
“이거 놓쳤으면 늦을 뻔했네.”
“좀 멀지?”
“엄청 멀걸. 한참 남았어. 미리 자 둬.”
이번 연구회는 아르델 제국이 아닌 세이넨 제국에서 열린다고 들었다.
족히 5시간은 열차를 타고 가야 할 터였다.
KTX였으면 훨씬 더 빨랐겠지만 없는 건 그만 찾도록 하자.
열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출발을 알렸다.
바실을 옆에 앉힌 아델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말을 쏟아 냈다.
“이한이 그러는데 우리도 물약 만들러 나갈 거라는데?”
“누구 마음대로?”
“어니스트 학장님… 마음대로? 어니스트 학장님이 따로 불러서 또 한 시간은 그 소리 하셨대.”
“거참, 주책이네.”
“그래서 이거 미리 공부해 오래.”
이한의 열정을 말릴 수는 없다.
참으로 주인공답달까. 아델라가 건네는 약초학 책을 받아 들고선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는 연구회에서 다 주는 거지?”
“배합법만 어느 정도 익히면 될 거야. 1학년 때 기초 약초학 수업은 들었을 거 아니야.”
“….”
그건 내가 아니라 한시하가 들었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녀석도 안 들은 거나 마찬가지인 처참한 성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머쓱하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나 약초학 낙제했을 텐데.”
“아…!”
아델라는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얼음이 되고 말았다.
“…큰일 났네.”
“알면 됐어. 어떻게든 되겠지.”
그때였다.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자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 날씨에 더워 보이는 코트에 깊게 눌러쓴 모자까지.
나름 차려입은 듯한 남자가 중후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들인가?”
“네. 연구회에 가는 중이에요.”
“호오… 연구회?”
아마 이 북적이는 열차의 탑승객들 중 적잖은 수가 연구회에 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참가하는 학교만 7개에,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에 관련된 사람들도 많이 올 테니까.
아델라는 두 눈을 반짝이며 남자에게 물었다.
“혹시 연구회에 가시는 건가요?”
“맞아. 나도 그쪽에 아는 사람이 있거든.”
“그러면 마법사세요?”
“눈속임은 할 수 있지.”
남자는 품에서 낡아 보이는 지팡이를 꺼내 나직이 주문을 읊었다.
파앗-.
그의 손끝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붉게 일렁이는 불꽃.
아델라는 놀란 눈으로 불꽃에 손을 가져다 댔다.
대부분의 공격형 마법이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것이라면 이건 달랐다.
전혀 뜨겁지 않은 데다 마치 환상처럼 고고히 타오르고 있었다.
타닥타닥.
와중에도 꾸준히 공기를 머금고 타오르는 불꽃에 나직이 탄성을 내뱉었다.
저런 류의 마법은 거의 처음 보는 듯했다.
“눈속임이라고 했잖나.”
“하지만 진짜 마법 같은데요.”
“진짜 마법이니까…? 해를 입히는 것만이 마법은 아니거든. 사실 이런 것이 진짜 마법이지.”
마법보다는 마술에 가까워 보였달까.
21세기의 과학에 찌들어 버린 뇌는 저기에 무슨 트릭이 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남자는 그런 내 관심을 다른 쪽으로 해석했는지 껄껄 웃었다.
“배워 보고 싶은 건가?”
“네, 재밌을 거 같은데요.”
마침 무료하기도 해서,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저 신사에게 어느 정도 흥미가 동했기 때문이었다.
“파이어 마법은 이미 배웠지?”
“네. 그 정도는.”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아. 다만, 불이 아니라 공기를 이용하는 거지.”
“뜨겁지 않으니까…?”
“정답. 한 번 머릿속으로 그려 봐. 공기로 채워진 불을. 생각을 조금만 변형하면 돼.”
룬의 기하학적 구조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공기가 있을 자리에 불을 채우는 것.
마법실전학 시간에도 배웠던 내용이었다.
이렇게 하는 거 맞나?
파앗-.
금세 내 손가락 위에도 불꽃이 타올랐다.
그의 것보다도 훨씬 활활 타오르는 불꽃. 아무래도 마력 조절을 실패한 듯했다.
남자는 제법 당황한 표정으로 두 눈을 끔뻑였다.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따라 하는 걸?”
“나름 재능이 있는 건가요?”
“아무래도 천재인 듯싶은데.”
“그 소리 참 많이 들었… 아, 아닙니다.”
그 밖에도 남자는 신기한 마법들을 많이 알려 주었다.
하나같이 실전에는 쓸데없을 듯한 마법들을.
원래부터 배우는 거엔 진심인 아델라는 두 눈에 불을 켜고서 금세 따라갔다.
남자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회에 갈 학생들다운데?”
“좋은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었어요.”
“나도 재밌었다. 아, 그리고 연구회 말이다. 모두가 강한 마법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이런 걸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좀 특별하지 않겠니.”
“쓸 일이 있으면 한 번 해 볼게요.”
“가서 아르델의 이름을 알리고 와라.”
남자는 손을 번쩍 흔들며 다음 플랫폼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우리는 아직 몇 정거장은 더 가야 해서 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선 창밖을 내다봤다.
어쩐지 슬카데미답지 않게 줄곧 화목하다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덜컹.
“…어?”
지지직.
<열차의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증기 기관차가 똑바로 굴러 갈 리가 없지.
역시 열차는 KTX….
아니 차라리 무궁화호라도.
새마을 열차, 보고 싶어!
<목적지가 급하신 분은 다음 열차를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뭐?
아델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느덧 행사 시작까지 두 시간도 안 남았다.
여기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면 늦겠다는 판단이 선 모양인지, 아델라가 다급히 내 어깨를 떠밀었다.
“야, 씨. 빨리 튀어나와.”
“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