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58화(5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58화
“뭐야?”
카드벨의 학생들이 피식 조소를 흘리며 고개를 까닥였다.
“아르델? 아, 거기서 왔구나? 재밌는걸?”
아르델 아카데미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아르델 제국을 통틀어서 가장 유명한 명문 학교로 정평이 난 곳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제국에서까지 같은 지위를 인정받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마법계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세 개의 국가.
바로 세이넨과 카드벨, 아르델.
이 세 나라는 오래 전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며 함께 발전해 왔다.
아르델이 결코 어디 가서 무시당할 수준은 아니나, 제 나라에 자부심이 넘쳐흐르는 카드벨의 눈에는 눈엣가시에 불과했다.
이제는 한 번 이겨 볼 만한 학교. 그쯤 되지 않을까.
“작년과 재작년까지도 못 나오다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아, 능력이 안 되어서 못 나온 거였나?”
“아르델이 돈이 없긴 하지.”
“돈도 능력이야, 등신아.”
“맞네, 거지 나라.”
기분이 좋은지 자기들끼리 신나게 깔깔대고 있다.
저들의 말은 틀렸지만 하나하나 지적해 줄 생각은 없었다.
‘패면서 지적해 줘야 하나.’
아델라의 표정이 빠르게 식어 갔다.
덩치 옆에 선 카드벨 학생 하나가 이한의 멘트를 따라 하며 비아냥거렸다.
“적땅히 하세욧! 하고 징징거릴 거면 나와, 애새끼야.”
“대련 신청인 거지?”
사방을 둘러보니 카드벨의 학생들이 쫙 깔려 있다.
이한은 이를 꽉 악물고선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같이 가.”
이런 데 빠질 아델라도 아니었다.
우드득.
카드벨의 덩치는 손가락을 꺾으며 비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아, 맞다. 마력 조절 못해서 죽여도 내 탓은 말고.”
“걱정 마. 니들에겐 안 지니까.”
살벌한 기운이 맴도는 대련장.
비슷한 장면을 이전에 본 적 있던 한시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대련장에 따라 올라갔다.
어니스트 학장에 대한 죄송함은 사실 금방 증발해 버렸다.
이 대련, 나름 재밌거든.
원래라면 이 자리에 자신 대신 솔리아가 서 있었겠지만,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꽉 악물라고. 맞으면 꽤 아플 테니까.”
“시끄럽고. 시작해.”
저 녀석들이 비열한 것도, 나이에 비해 대단한 것도 대강은 알겠다만.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니들이 누구한테 싸움을 걸었는지 알고나 있는 건가.’
어차피 우리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 * *
카드벨의 에반은 아까부터 시끄럽게 달아오른 대련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싸움이라면 환장하는 카드벨 아카데미의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는 보다 정적인 대결을 선호했다.
“왜 저런 짓을….”
상금이 걸린 정식 대회도 아니고 저런 혈기 넘치는 애들 장난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 역시 싸움 구경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그들을 제지하지도 않았다.
“아르델?”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르델 아카데미의 2학년생들인 모양이었다.
카드벨에서도 가장 드세기로 유명한 3학년과 붙게 되다니.
“안됐네. 하필 저 녀석들이랑.”
같은 편이지만 적으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나이도, 체격도, 기술도 형편없이 밀릴 것이 분명했다.
미리 애도를 표해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 순간, 에반의 시선이 가장 뒤편에서 조용히 서 있는 한시하에게로 향했다.
주먹을 불끈 쥔 이한과 아델라와는 달리, 뭐가 그리도 좋은지 생글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어딘가 섬뜩하게 느껴져, 에반은 어깨를 움츠렸다.
에반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뭐야, 미친놈인가?”
에반의 짧은 인생 경험을 되짚어 보자면 저런 녀석들이 가장 위험한 법이다.
미친놈은 약도 없다. 누가 봐도 밀릴 것 같은 상황에 저렇게 실실 웃고 있다니.
여유가 넘치거나 제대로 미쳤거나 둘 중 하나임에 분명했다.
문제는 카드벨의 덩치, 케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소 섞인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야, 거기 뒤에. 왜 실실 쪼개고 있냐. 구경이라도 왔어?”
“…나?”
한시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구경 온 거 맞긴 한데.”
어차피 이한과 아델라 둘이서만 나가도 저 녀석들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나온 여유였다.
한시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나도 나갈까?”
“뭐야, 저거 미친놈 아니야.”
“딱 봐도 쫄은 거잖아, 새끼야.”
한시하는 옷소매를 차분히 정리하며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이한과 아델라가 알아서 다 처리해 줄 거라 믿었지만 이 정도의 뜨내기들이라면 그도 자신은 있었다.
케일은 한시하를 위아래로 스캔하고선 비릿하게 웃었다.
한시하의 옆에는 비싸 보이는 드래곤 한 마리가 있었다. 그래 봤자 위험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해츨링.
“뭐냐, 테이머였어?”
“푸흡, 저 정도는 제 집도 잘 못 지킬 거 같은데.”
“용가리네. 그것도 새끼 용가리.”
테이머는 아르델에서도 그렇지만, 카드벨에서도 그렇게 평가가 좋은 직업은 아니었다.
성장하기 위해 좋은 몬스터를 구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편이기도 했고, 테이머 자체로는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 힘이 약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보통 마법엔 능하지 않은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많이 택하곤 했었다.
잔뜩 전의가 불타올랐던 케일은 열기가 팍 식은 표정으로 읊조렸다.
“보아하니 곱게 자란 거 같은데 험한 꼴 보기 전에 너는 빠지는 게 좋을 거 같다.”
“맞지. 우리도 부잣집 도련님은 잘 안 건드려. 재미가 없거든.”
더럽게 시끄럽네.
감상은 그쯤이면 됐고.
한시하는 지팡이를 뽑아 들고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먼저 나올 사람?”
* * *
부우웅-.
쾅.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던 케일이 허공을 가르며 바닥 위에 고꾸라졌다.
케일은 대련 시작부터 가장 강해 보이는 바실을 노렸다.
마법을 캐스팅하며 두 녀석을 한 번에 보내려던 중, 한시하의 마력 공격이 훅 들어왔다.
고급 마법도 아니었다.
그저 조약한 마력 구체로 이루어진 블래스터 마법이었다.
한시하의 마력은 저들의 상상 이상이었지만.
섬세하진 않았어도 코앞에 있는 한 사람을 맞출 정도는 되었다.
“커억… 컥.”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에반은 탄식을 내뱉었다.
케일이 한시하의 지팡이를 뺏어 치사하게 부러뜨리기도 전이었다.
“방심했나 보군.”
한시하는 혀를 끌끌 차며 지팡이를 케일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케일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을 더듬더듬 내뱉었다.
아까 기세등등하던 그 덩치의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뭐야, 너무 싱겁잖아?
악명 높다더니 겨우 이 정도였나.
“…죽일 건 아니지?”
“보는 사람이 많은데 굳이.”
진심이었다.
한시하는 제 손을 잡아대는 케일을 뿌리치며 아델라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할까?”
“조져!”
“조지래.”
“…!”
근데 내가 하긴 귀찮고…
한시하는 아까부터 두 눈을 반짝이고 있던 바실을 내려다보았다.
“야, 용가리.”
“용가릿! 아냐! 뜨래곤이야!”
아, 그것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 있었군.
“둘이 잘 해결해 봐. 몸의 대화로.”
“뭐… 뭐?”
“꾸우!”
퍽퍽.
그렇게 몇 분 동안 곡소리가 들렸을까.
“흐으음… 됐나?”
한시하는 따분하다는 듯 엉망진창이 된 케일을 내려다보았다.
빳빳하게 다려져 있던 교복이 어제 탑승장에서 망가졌던 자신의 교복보다도 더 형편없이 구겨져 있었다.
“아르델에 너 같은 괴물이 있었다니….”
케일은 이를 악물고선 씩씩대며 중얼거렸다.
얼마나 바실에게 꼬리로 처맞았는지 눈두덩이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내가?”
한시하는 진지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아르델의 괴물이라니.
이걸 칭찬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저 허접이들을 안타까워해야 하나.
“네가 모르나 본데, 너는 지금 나한테 털린 걸 상당히 감사해야 해.”
“…뭐?”
“저 두 애들은… 진짜 괴물이거든.”
그런 한시하의 예상대로.
으아아악-.
카드벨의 남은 두 학생 역시 허공을 날아 관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아, 저런.
“살, 살려 주세요!”
“아악! 아아악!”
“쟤… 쟤가 검으로 내리찍었어!”
퍽퍽.
한동안 대련장에는 카드벨 아카데미 학생들의 비명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아델라는 오랜만의 대련에, 대놓고 힘을 발휘하고 있고.
이한 역시 정의구현에는 누구보다 확실한 편이니….
아마 동이 틀 때까지 곡소리는 이어질 것이었다.
“쯔읏.”
그러게 상대가 안 된다니깐.
한시하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우당탕탕.
지각의 신이라도 들렸나.
우리는 숨을 헐떡이며 강의실로 뛰어 들어갔다.
“야, 이건 진짜 늦으면 안 된다고. 마법 학회 소속 브루스 밀러 교수님 수업인데.”
“약초학?”
“어엉.”
브루스 밀러 교수.
나도 이전에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원작에서는 거의 비중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서 더 많이 들은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약초학계에서는 부동의 원탑 교수인 데다, 약초학이 발달한 남부의 몬테네에서 온 사람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쌓아 온 그의 마법 지식은 다른 교수들과는 남달랐으며, 배울 점도 많았다.
거기에 더해, 이번 대회의 최종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니.
웬만한 학생들은 다 눈에 불을 켜고 수업을 들을 것이 분명했다.
“허억… 헉. 진짜 큰일날 뻔했다.”
“용가리라도 타지 그랬어.”
“뭐라는 거야, 이한.”
“안 늦었다.”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도착했다. 다행히 강의 시작 1분 전이었다.
아, 이 정도면 세이프지.
강의 시작 전에 뜀박질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젠 나름의 짬바가 있다.
늦게 도착했으면 일단 쥐 죽은 듯이 뒤로 향한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교탁에는 코트를 차려입은 채 한 손으로 책을 넘기고 있는 중후한 인상의 교수가 앉아 있었다.
멀리서 봐도 느껴지는 여유로움.
역시 최강자다운 비주얼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어?”
어어… 어어!
“야, 아델라!”
“왜…? 어어!”
저 사람이 왜 여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