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6화(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6화
파앗-.
정면에서 슬라임들이 예고 없이 튀어나왔다. 정확히 내 쪽을 가격하려 든 궤적.
왼편으로 몸을 피하며 방패를 내밀었다.
“으….”
후두둑.
물컹한 녹색 액체가 질퍽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비주얼에 얼굴을 찌푸릴 새도 없이 다음 녀석이 치고 들어왔다.
하나, 둘, 그리고 셋.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자 방패로 다 쳐 내기엔 슬슬 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할 수 있지?”
묵직한 한마디에 고개를 갸웃하고 튀어 나간 바실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중 하나를 낚아챘다.
나는 나머지 한 마리를 피하며, 마지막으로 남은 녀석을 방패로 쳐 냈다.
유연한 슬라임의 특성상 쉽게 터져 버리거나 튕겨 나가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방어에 치중해서는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없다는 건 잘 알았다. 1단계의 초급 실습장이면 몰라도 실전에서는 더더욱.
연습용 지팡이를 꺼내든 채 슬라임들이 모여 있는 늪지대 앞으로 다가갔다.
해야 한다.
애당초 마력을 훈련하려 들어온 던전이니 반드시 해내야 했다.
“후우….”
눈앞에 보이는 것만 해도 서너 마리.
연습용 지팡이로 튀어다니는 슬라임을 정확히 조준했다.
짧게 숨을 들이마시며, 조금씩 호흡을 조절했다. 미세한 손동작 하나에도 온 정신을 기울여야 했다.
죽음의 위기를 뚫고 지하 동굴을 탈출했을 때처럼 파르르 손끝이 떨렸다.
“….”
제멋대로 혈관을 타고 흐르던 마력이 일렁이며 지팡이 끝으로 힘을 실었다. 꿈틀대듯 지팡이를 한 번 휘감은 푸른 불꽃이 보다 거세게 타올랐다.
이거다.
“조금만 더….”
제발.
제발.
저울 위에 올려놓아도 미동도 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힘을 최대로 끌어 올렸을 시점.
나직이 주문을 읊는다.
텅.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고, 묵직한 소리와 함께 이쪽으로 달려오던 슬라임이 터졌다.
동시에 녹색 액체가 때마침 아래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녀석의 머리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아, 미안.”
“꾸우….”
영 유쾌한 촉감은 아니지?
이해한다. 지금 치워 줄 여유는 없지만.
나는 숨을 헐떡이면서 다음 상대를 조준했다.
“허억… 헉.”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들에겐 기초 마법 중에 하나에 불과한 애로우.
마력으로 활을 만들어 공격하는 장거리 마법의 일종이다. 마력 화살을 쏘아내 표적을 관통시키는, 마력을 익힐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수련법이기도 했다.
성공은 했지만, 아직 두 마리를 동시에 쳐 내는 건 버거웠다.
곧바로 쉬지 않고 날아오는 다음 슬라임을 방패로 흘리며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어찌 보면 무식한 수련법이다.
하지만, 별 수 없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실전에 부딪치는 수밖에.
“이거 맞나?”
초급 실습장치곤 상당한 난이도 같은데.
그만큼 체력이 바닥이라는 거겠지. 자조 섞인 웃음을 뱉었다.
“이쪽은 대강 정리된 거 같은데.”
바실을 이끌고 방향을 돌렸다.
열 몇 마리의 슬라임들이 반으로 갈라진 채 녹색 액체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하긴 했지만, 지형 때문인지 슬슬 힘이 부치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무 덩굴을 뒤로 젖혔다. 아직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한참 남았다.
절반 정도 지났을까.
늪지대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슬라임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발목을 붙드는 늪까지.
환경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슬슬 혼자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진다.
“으윽.”
급작스럽게 측면에서 튀어나온 슬라임이 어깨를 치고선 바닥에 떨어졌다.
물컹한 감각이 그대로 전해지자 나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연습용 던전이라 독소는 없다지만, 실전이었으면 위험했을 상황이다.
잠시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기분 탓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이거 진짜 빡세.
조금 더 헬 난이도였으면 죽었을지도 몰라.
겨우 이게 초급 연습장이면 다른 애들은 뭘 하고 사는 거야.
“…애로우.”
펑.
마력화살로 두 마리의 슬라임을 동시에 터트리곤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아까 전까지는 즐겁게 하나씩 낚아채던 녀석의 눈빛도 제법 신중해져 있었다.
이건 희소식이다.
한 번에 여러 마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니 사냥 본능이 깨어나기라도 한 걸까.
파앗- 파앗-.
연속으로 두 마리의 슬라임이 녀석을 향하던 순간.
날개를 들며 튀어 오른 녀석의 입에서 화염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미친.”
후두둑.
흔적도 없이 공중에서 재가 되어 버린 슬라임.
불 속성으로 태어났으니 브레스를 뿜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위력이 상당했다.
동굴에서 탈출할 때는 스모그 때문에 제대로 못 봤는데. 이렇게 보니 흑마법사 기지를 탈출할 당시, 바실로 불로 날려 버렸던 따까리들에게 미안해질 지경이다.
“…걔네 많이 뜨거웠겠네.”
저런.
자물쇠만 뜯을 줄 알았는데 태울 줄도 알았구나.
바닥에 수북이 쌓인 검은 재를 발로 슥슥 밀고선 정면을 노려다보았다.
여전히 다른 생각을 할 새는 없었다.
“또 오냐….”
지긋지긋하다, 진짜.
이번에는 옆면과 뒷면에서 동시에 튀어나온 커다란 슬라임.
아까보다 사이즈가 커졌음에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달려든 바실이 녀석을 입으로 물은 채 다시 브레스를 내뿜었다.
또다시 대지가 화염에 휩싸였다. 그 속에서 고통스러운 슬라임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허억….”
서걱.
마지막 남은 슬라임은 내 손으로 정확히 조준해서 터트렸다.
순식간에 황량해진 늪지대.
아까 전까지는 통통거리던 슬라임들이 다 재가 되어 사라져 있는 광경은….
“제법인데?”
숨을 헐떡이면서 녀석에게 다가갔다.
괜히 드래곤이 아니다. 순식간에 슬라임 여러 개를 흔적도 없이 해치워 버리다니.
강한 몬스터를 길들이는 것이 테이머에게 얼마나 큰 재산인지, 이제야 실감이 난다.
“바실, 수고했다.”
으윽.
뼈마디가 비명을 지른다.
되지도 않는 체력으로 쉼 없이 첫 전투를 마무리했기 때문일까.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꾸우!”
신나게 싸우느라 녹색 액체를 뒤집어쓴 바실이 뿌듯한 듯 고개를 치켜들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꾸우우우…!”
“으.”
다 좋은데.
그 꼴로 비비지는 말아 줄래.
팔에 찐득하게 묻은 녹색 액체를 떼어 내며 바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정도면 첫 번째 훈련치곤 나름 손발이 잘 맞았다.
녀석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나이스.”
짝.
손을 흔들거리자,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 바실이 제 손바닥을 가져다대었다. 동그란 눈망울을 끔뻑이며 고개를 든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말 잘 듣는 드래곤이라. 천연기념물과 함께하는 기분인데. 던전 밖으로 나가면 상으로 치즈 한 박스라도 사 줘야 하나.
흐뭇하게 웃으며 연습용 지팡이를 바지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그때였다.
“아아악! 이거 아니라고!”
어라?
웬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귀를 사로잡았다.
* * *
“안 돼! 그… 그쪽 아니라고!”
거참 소란스럽네.
이미 한 명 들어가 있다고 했으니, 같은 시간대에 들어온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인가?
고개를 돌리자 낯선 여자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짙은 갈색의 단발이 인상적인 얼굴. 그녀의 에메랄드빛 눈동자엔 당황한 빛이 서려 있었다.
“아악! 아아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초급 던전에서 몬스터 하나 제대로 못 케어하고 있는 거 보면 대충 감이 잡힌다.
“저쪽도 초짜인가.”
아마도 개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동급생일 터인데. 테이머 지망이니 여기까지 몬스터를 끌고 들어왔을 테고, 그게 초급실습장이라는 것부터 그리 좋은 실력이 아니라는 반증이었지만.
문제는 여기에서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 마력 다룬 지 이틀 차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바실 역시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긴 꼬리를 살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아까부터 저 난리를 치며 여자애가 씨름하고 있는 건….
컹컹. 큰 소리로 짖으며 던전 안을 제멋대로 싸돌아다니고 있는 헬하운드 한 마리였다.
허리까지 오는 큰 사이즈에,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로 살벌한 검은 눈. 늑대 같은 외양에, 사냥감을 포착했다면 절대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헬하운드였지만.
“아무래도 케어할 능력이 안 되는 거 같은데.”
헬하운드는 슬라임을 잡는 게 아니라 잔디밭을 물어뜯고 있었고, 급기야 나무 덩굴을 입에 문 채 늪지대를 첨벙거렸다.
붉게 달아오른 여자애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어 대며 소리 질렀다.
“아아악! 그거 부수지 말라고, 이 멍청한 개자식아!”
컹컹!
“야!”
쯔읏.
테이밍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헬하운드는 원래 그리 말을 잘 듣는 편이 아니었다.
어찌어찌 테이밍까지는 성공해도, 테이머의 의도대로 컨트롤하는 건 어렵다는 소리였다.
개과의 몬스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야생성이 강한 데다, 인간을 주인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인공 이한이 헬하운드를 테이밍하면서 온갖 너스레를 떤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개로 치면 맹견에 속하는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급의 난이도려나.
물론 제대로 된 테이머라면 충분히 케어할 수 있었겠지만.
능력이 안 되는데 처음부터 하드모드를 선택한 셈이네.
유감이다.
“하아… 거지같은.”
단발머리 여자애는 체념한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헬하운드를 말리느라 온몸에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것이 빈말이라도 좋은 꼴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저러다간 헬하운드를 진정시키기 전에 본인이 먼저 쓰러질 거 같은데.
컹컹.
불길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던 그때였다.
그새 고삐가 풀린 헬하운드는 펄쩍 뛰어오르며 단발머리 여자애의 어깨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고.
“꺄아아악!”
비명 소리가 들렸을 즈음엔, 이미 더 볼 것도 없이 질퍽한 흙을 얼굴 위로 끼얹은 뒤였다.
아.
절로 탄식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헬하운드가 야생성이 높은 건 맞지만, 굳이 따지면 개과에 속하는 건 확실하다.
습성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그런 면에서 저 여자애가 하는 짓은 녀석을 완벽하게 자극하는 중이었다.
본능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문제가 낱낱이 보인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테이머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법적인 관점은 더더욱 아니고.
그냥, 내게 가장 익숙한 관점에서.
삼류 엑스트라 한시하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수의사 한시하로.
“야아아!”
개는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했고, 인간도 함께 날뛰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개판인 광경.
그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말을 뱉었다.
“저렇게 다루는 거 아닐 텐데.”
그 순간.
황토팩 마냥 진흙을 뒤집어 쓴 단발머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
아.
이게 들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