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60화(6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60화
대회를 하루 앞둔 전날이었다.
스산한 바람이 창문을 타고 넘어왔다.
딱히 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교수의 강연도 그랬고, 마법부가 준비한 각종 행사들까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던 시간이었으니.
그 때였다.
똑똑.
창문을 툭툭 치는 소리는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우기에 충분했다.
“뭐지?”
잠에 들락말락했던 새벽이었지만, 낯선 소리에 잠이 확 달아났다. 커튼 너머로 일렁이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야.”
아르델 아카데미에서는 나름 안정을 보장받고 있었다.
그 삼엄한 경계를 뚫고 직접적으로 내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외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기는 세이넨이고, 나를 노리는 흑마법사들이 충분히 찾아올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혹시 모르기에 갑옷을 입고 자고 있던 중이긴 했지만.
“꾸우.”
이렇게 대놓고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바실 역시 이상함을 감지한 건지 날을 세웠다. 여차하면 빠르게 복도로 빠져나간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이를 악물고 있을 때쯤.
“나야, 한시하.”
으음?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얼핏 차가워 보이지만 담담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환청 마법을 써서 나를 현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이한이다.
“나 맞으니까 문 좀 열어 줄래.”
쾅쾅쾅.
커튼을 살짝 들어 젖히니 끙끙대며 매달려 있는 이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새끼는 왜 여기로 들어오냐?
누가 주인공 아니랄까봐.
좀 정상적인 루트로 들어오면 어디가 덧나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미친. 평범함을 거부하는구나, 네가.”
벌컥.
창문을 열어젖히자 이한이 거친 숨을 헐떡대며 굴러들어왔다.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참으로 독특한 접근법이네.”
“미안. 나도 원래는 정상적으로 연락을 취하려 했는데 복도에 누가 있었거든.”
“복도에?”
아까부터 발소리가 들리긴 했다. 그거야 사람들 사는 복도니 그럴 수 있다 쳤는데, 녀석의 심각한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이한은 숨을 고르며 내게 물었다.
“지도 챙겨왔지?”
그런 녀석을 향해 감별 마법을 캐스팅했다.
스윽.
하얀 빛이 이한을 감쌌다.
이한은 황당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맞긴 맞네.”
“지금 뭐하냐?”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중이지. 잘못 빠지면 뒈지거든.”
만일 저 창문을 넘어온 사람이 이한이 아니었다면 혈투를 벌어야 할지도 몰랐다.
둔갑해서 방에 침입했나 했더니 그것은 아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챙겨왔지.”
“밖에 캐스퍼가 있어.”
“캐스퍼?”
“정찰자 캐스퍼. 말이 캐스퍼지, 그냥 인간이야.”
“알지. 어떤 자들인지.”
유령처럼 보이지 않지만, 특수 망토를 쓰고서 돌아다니는 정찰자 캐스퍼들.
보통 평범한 인간들이 하고 다닐 짓은 아니다.
무언가 캐낼 것이 있거나, 상대를 해할 일이 있거나.
저놈들이 우리 층에만 계속 돌아다니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려 찾아왔다고 했다.
이한은 심각한 얼굴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마지막 날이잖아. 내일은 찾아나서야 해. 그 지도 속에….”
“큐브.”
“어떻게 알았지?”
이한은 큐브의 정체를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도를 본 순간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큐브를 뺏어 흑마법사들의 힘을 봉인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러다 끝내 목숨을 잃고 만 것이 그의 부모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이 큐브를 어찌 사용해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저 힘의 원천, 그 정도의 개념으로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한은 달랐다.
그 여파를 계산했고, 짐작했고, 두려워했다.
그렇기에 그 지도를 처음 봤을 때, 흑마법사 단체의 의도를 짐작했던 것이었다.
마침내 알아냈구나.
드디어 막아야 하는구나.
드디어,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되었구나.
그 모든 걸 알지만, 알고 있지 않은 척 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써 있던데. 무슨 물건인지는 몰라도 중요한 걸 테고. 아니야?”
“…그렇지.”
“그럼 날 데려가. 지도를 줄 생각은 없으니까.”
그때는 이한의 손에 이 지도가 들려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이걸 녀석에게 건넬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설마. 나를 못 믿는 건 아니지?”
이한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 나도 네 녀석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시답지 않은 이유 때문은 아니고.
네게 이것을 온전히 맡기면….
첫 번째 큐브는 반드시 뺏기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한이 얼마나 크게 후회했는지 텍스트 너머로 처절히 공감했던 독자 1인지라, 그대로 놔둘 수가 없었다.
여기서 큐브를 잃으면 스토리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니, 이번에는 내 방식대로 해 볼 예정이었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방해가 되진 않을 거야.”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제법이던데, 대련에서도.”
“그것보다 더 괜찮을 거야. 그러니 믿어. 나쁘지 않은 수가 될 거니까.”
“…알았다.”
어차피 한 배를 타게 된 이상, 녀석과의 관계를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이기적이고, 날서고 차갑지만, 어쨌든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주인공인 이유가 있다.
이한은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내일 우리는 대회에서 우승할 거야.”
갑자기 대회를?
* * *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어니스트 학장이 떠밀긴 했어도 말만 그렇게 했지, 진심으로 임할 생각은 아니었다.
애당초 승산도 없었다.
약초학을 배워 보지도 않은 상태에다가, 다들 배웠다 해도 겨우 1학년 때 대충 배운 수준.
고학년들을 무슨 수로 이길 건데?
“약초학 잘했잖아.”
“아니 그건….”
그거야 열차에서 브루스 교수가 했던 말을 떠올린 거고. 그때는 불이 왜 그리 뜨겁지 않은 건지 마냥 신기해했는데, 곱씹어 보니 화염 저항이었다.
뜨겁지 않은 불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불을 뜨겁지 않게 한 것. 당연히 후자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낮다.
그런 얘기들을 구구절절 해 줄 필요는 없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이한에게 물었다.
“우리가 1등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확신에 찬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편이 접근하기 수월할 테니까.”
이한은 지도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직 해석은 못했지만, 세이넨 마법부의 근처에 첫 번째 큐브가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했다.
거기에 슬카데미를 읽었던 기억이 더해져서 어디쯤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그래 봤자 ‘대강’이었지만.
마법부의 금고.
그 안에서 첫 번째 큐브가 발견된다.
슬카데미는 그리 친절한 소설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훨씬 더 편했을 텐데. 당연하지만 세부적인 위치까진 알려 주지 않았다.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걸지도 모르고.
어쨌든, 이한은 슬카데미보다는 한결 더 친절하게 설명했다.
“마법부 지하 3층. 혼자 몰래 뚫고 갈 생각은 아니었지?”
아.
“갑자기 난이도가 확 올라가 버리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대회 우승자에게는 상금뿐만 아니라, 마법부 견학 기회가 주어진다고 들었어. 하루 더 머물 수 있게 되는 거지. 지하는… 당연히 보여 주지 않겠지만 몰래 뚫으면 되는 거고.”
“….”
“경비가 삼엄해. 아마 쉽진 않을 거야. 마법부 지하 금고는 까다로운 물건들을 취급하는 곳이거든. 지하 4층은 경비가 쫙 깔려 있는데, 3층은 아마 아닐 수도 있어.”
이건 아는 소리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천천히 해석하다 보니 지도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지금 녀석들은 이걸 찾으려 애를 쓰고 있을 거고, 부디 늦지 않았기를 바라야 했다.
이한을 돌아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제안을 할게.”
“뭔데?”
“아델라도 데려가줘.”
둘이서는 승산이 없었다.
* * *
마침내 대회 당일의 아침이 밝았다. 모든 학교의 2-3학년 학생들은 세이넨 숲 앞에 모였다.
“약초도 직접 준비하는 거지?”
“그렇다고 들었는데.”
“작년 주제는 뭐였어?”
“매년 자유 주제였어. 미리 생각해 온 녀석들도 많을 걸.”
“재료를 못 구할지도 모르잖아.”
“뺏어서라도 만들 텐데, 뭐.”
시끌시끌.
학생들의 말소리 사이로 브루스 밀러 교수가 천천히 걸어왔다.
마법부 교수답게 기품 있는 걸음걸이.
그가 가까이 오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 그에게 집중했다.
“자, 앞으로 주어질 시간은 세 시간. 숲에 있는 재료 어떤 것이든 상관없으니 자유롭게 채집해 오시면 됩니다.”
재료부터 구해야 하는 실전.
학생들의 열기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브루스 밀러 교수는 학생들을 돌아보며 주의해야 할 점들을 늘어놓았다.
설마, 싶긴 했지만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연구회긴 했다.
가끔은 재능 있는 천재들만 모아 놓은 것이 맞는지 의심될 수준이었다.
“좋지 못한 말들이 들려오던데, 결과보다 때로 중요한 것이 과정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매년 잡음이 끊이질 않는 카드벨 아카데미였다.
작년에는 상대 팀이 만들어 놓은 재료를 뺏어서 숨겨 두는 일까지도 있었다.
“올해는 정의로운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럴 리가.
다들 시퍼렇게 번쩍이는 눈빛들을 보아하니 크게 걱정된다.
뒤편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뭐라는 거야.”
“낭만 되게 찾으시네.”
“야, 일단 이기고 봐야지.”
아델라는 저런 한심한 말들을 들으며 비웃으려다가 이내 멈칫했다.
줄곧 머리를 맴돌던 생각이 다시 그녀를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아.”
1등 해야 한다고 했던가.
이른 아침에 이한이 건넨 말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정체 모를 큐브에 대한 설명부터, 자신의 납치 사건과 디버트 교수의 사건을 비롯한 그 모든 일의 배후에 흑마법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다시 힘을 되찾으려 한다는 것까지.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그 자세한 전말까지 듣게 되자 느낌이 확 달랐다.
아델라는 흑마법을 증오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그 이유가 달랐다.
반드시 죽여야 할 사람이 있었다.
반드시 죽여야 할 단체도.
‘다시 돌아온다고….’
그녀는 알았다.
자신은 이한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더욱이 흑마법사들과 관련된 일이라면.
‘아델라.’
‘아델라, 반드시 피해야 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아윽.”
아델라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이 불편한 감각.
악의 무리들을 떠올릴 때면 본능적인 거부감이 자꾸만 샘솟았다.
한시하를 도와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를 상대했을 때도, 악마의 나무의 손길에서 악착같이 벗어나려 했을 때도.
“개자식들.”
이한과 자신은 같은 감정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똑같이 그들에게 가족을 빼앗겼으니까.
“…!”
한시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아델라를 돌아보았다.
그제야 아델라는 자신이 욕지거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흠.”
아델라는 한시하를 돌아보며 눈치를 살폈다.
‘저 녀석도 들었을까?’
심각한 표정을 보아하니 이한에게 결국 설명을 들은 모양이었다.
생각이 복잡하겠지.
하지만, 확신했다.
자신이 판단한 한시하라면, 기꺼이 이 건에 뛰어들….
“…오늘 점심이 뭘까?”
그 고민이었냐.
따악-.
“악!”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한시하의 머리를 쥐어박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