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62화(6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62화
“그… 그게….”
데빌스 허브.
카드벨 제국에선 술의 원재료로 들어가는 약재 중 하나였는데, 급하게 구하느라 그 부분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효과는 그대로 살렸지만, 마시면 취한다.
뭐, 물약을 사용하는 자에게는 이득이려나. 가뜩이나 아름다운 마법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어 주었으니.
사방에서 쿡쿡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브루스 교수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아르델의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놀랍도록 기발한 아이디어다.
학생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고급진 물약.
브루스 교수는 단번에 물약의 구성 성분을 눈치챘다.
데빌스 허브가 굳이 들어가지 않았어도 이미 이 물약 자체로 완성품이었다. 거기에 왜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약재까지 넣은 것인지.
브루스 교수는 단순히 호기심이 일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물약에… 누가 술을 섞을 생각을 했지?”
브루스 교수가 한시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게 말입니다.”
자소설의 민족.
K-대학원생 한시하가 자신 있게 앞으로 걸어 나왔다.
“….”
사실 알고 있었다.
에반이 구석에서 물약에 무언가 꼼지락거리며 넣을 때, 진짜로 위험한 걸 넣는다면 강제로라도 물약을 뺏을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멍청하게도 데빌스 허브를 넣는 걸 보고는 허무해지고 말았다.
저것들은 아무리 봐도 무식했다.
뭐, 녀석들이 사고 친 뒷수습은 자신이 해야 할 예정이니 마냥 웃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한시하는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았다.
“물약의 이름을 보셨습니까?”
“물약?”
브루스 교수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물약의 이름을 확인했다.
예‘술’의 물약.
자신이 쓸 수 있는 원소의 마법을 예술로 바꿔내는 독특한 형태의 물약.
“아앗, 설마….”
“뭐야, 그런 뜻이었어?”
그럴 리가 있나.
하지만 한시하는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청산유수와 같이 이어지는 포장.
“고전적인 결과물들과 편법이 쏟아지는 대회에 대한 반항을 예술로 승화하였습니다. 전투에 활용 가능한 물약 외에도 충분히 다른 방향의 물약을 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만들어 본 소소한 반항이니,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깊은 뜻이….”
아델라는 웬 미친놈이 다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한시하를 올려다보았다.
애당초 자신들이 계획한 물약이 아님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저렇게 입을 털고 있는 것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한시하는 두 손으로 물약을 들어 보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소량만 들어갔으니 아마 문제없을 것….”
-라기엔 새빨간 입술의 마법부 교수가 이미 바닥을 휘젓고 있다.
한시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좋아 보이시니 다행이네요.”
“좋아아아! 합겨억!”
“교, 교수님!”
옆에 있던 조교들이 당황한 얼굴로 달려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원래대로라면 조금이라도 트집을 잡아서 카드벨을 우승자로 올릴 인간이었지만.
어쩌겠나. 이미 취했는데.
브루스 교수는 입술을 꽉 깨물며 애써 웃음을 참았다.
“다른 분들도 의견이 같은 듯하군요.”
한시하는 천천히 케일을 돌아보았다.
형편없이 떨리는 그의 주먹이 이미 패배를 인정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아르델 아카데미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워후!”
“와아아악!”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우승의 맛을 만끽했다.
* * *
한시하와 케일이 호기롭게 주고받았던 내기.
그 결과를 청산해야 할 시간이 돌아왔다.
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아델라는 땅의 울림을 듣고서 카드벨의 학생들을 찾아냈다.
어쩐지 바로 줄행랑을 치더라.
결국 이한과 아델라의 손아귀에 붙들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벽에 몰린 케일이 악 소리를 내지르며 손사래를 쳤다.
“켁. 잘못했다고! 내가! 잘못했어!”
“별로 사과로 들리지는 않는데.”
케일은 붉게 달아오르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한시하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내쉬었다.
“한,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내기를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섭섭하게 왜 그러는 거야. 그게 싫었으면 이겼어야지. 편법까지 다 써 놓고선 그걸 졌어?”
“이게 진짜….”
“한마디만 더 해 볼래?”
“…내가 다 설명할게! 그러니까 그건…!”
아델라가 여기서 밀릴 성격이 아니다.
그녀의 손에는 이미 진한 회적색의 물약이 손에 들려 있었다.
폴리모프 물약. 한 모금만 삼켜도 한 시간 동안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사람들이 불쾌해하는 쥐나 지렁이, 바퀴벌레로 바뀐다고 들었는데.
이한이 팔짱을 낀 채 물었다.
“효과는 확실해?”
“걱정 마. 가장 비싼 걸로 들고 왔거든.”
케일은 버둥거리며 아델라의 손을 뿌리쳤지만, 유감스럽게도 아델라가 조금 더 빨랐다.
“으… 으읍!”
한 모금을 삼켰는지 케일이 구역질을 하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어떻게든 뱉어 보려고 애를 쓰는 모양새였지만, 그 정도로 효과가 덜어지는 물약이 아니다.
폴리모프 물약은 생각보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다.
“으아아악!”
그 커다란 덩치가 조금씩, 조금씩 더 작아지더니.
이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크기가 되었다.
찍찍.
시궁창에서나 나올 법한 거대한 쥐.
이한은 조소를 머금은 채 비아냥거렸다.
“이야, 이 모습이 조금 더 귀여운 거 같은데?”
물론 아델라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으악!”
물약을 먹일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때려 부어 놓고선 막상 이렇게 되니 뒷걸음질 친다.
흥분한 케일이 찍찍거리며 앞으로 튀어 나가려던 순간, 한시하가 단번에 꼬리를 잡았다.
아델라가 식겁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으, 생각보다 잘 잡네.”
“그러엄. 귀엽잖아. 쥐덫에 던져 버릴까?”
“…!”
찍찍찍찍!
한시하의 말을 들은 케일이 격하게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한시하는 능숙하게 케일의 꼬리를 잡고선 저편으로 던져 버렸다.
퍽.
“찍!”
“아, 미안.”
들을 수는 없지만 온갖 욕설을 내뱉고 있을 케일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한시하는 이어 구석에 처박혀 있는 에반을 돌아보았다.
아까 전부터 덜덜 떨고 있는 것을 보니 적잖이 겁먹은 듯했다.
다음은 에반의 차례였다.
아델라가 손을 까닥거리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이 에반에겐 지옥으로의 환영 인사처럼 느껴졌다.
“이리 와봐.”
“살, 살려 주세요.”
“살려는 줄게.”
“으아아악!”
* * *
브루스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세 학생을 돌아보았다.
지난 물약은 그의 마음에 아주 쏙 드는 결과물이었다.
약초학 강의 시간에도 느꼈지만, 한시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영리하게 캐치할 줄 아는 학생이었다.
카드벨의 물약은 분명 수준이 높았다.
뭔가 어디서 베껴온 듯한 찝찝함이 느껴졌지만 물증이 없었으니, 아르델의 물약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우승을 차지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해를 입히는 것만이 마법은 아니거든. 사실 이런 것이 진짜 마법이지.’
지나가듯 던진 한마디였지만, 아르델의 두 녀석은 자신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무슨 생각으로 거기에 데빌스 허브를 탔는지까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성능과 효과는 확실했다.
그거면 되었다.
어린 친구들의 반짝이는 재능을 엿본 기분이었다.
“마법부는 처음이지? 근사하지 않나?”
“내가 직접 하나씩 설명해 주겠다. 좋은 기회가 될 거다, 너네들한테도. 나중에 이곳에 오게 될 지도 모르잖니.”
마법부는 현대로 치면 공무원 비스무리한 직업이다.
굳이 따지자면 돈 더 많이 주는 공무원.
안정적인 데다가 수입도 좋기 때문에 전투에 별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마법부를 1지망으로 꼽기도 했다.
인원도 적게 뽑고, 들어가기도 어렵다.
하지만 브루스 교수는 저 세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원래는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마법부 탐방을, 열정 가득한 얼굴로 시작했다.
‘왜 저러시는 거야?’
‘아, 제발 자리 좀 비워 달라고.’
브루스 밀러 교수의 깊은 뜻을 알 리 없는 세 사람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한의 말을 듣고 예상하긴 했지만, 모든 마법사들을 관리하는 협회답게 경비는 삼엄했다.
브루스 교수는 그들을 민원실로 데려갔다.
여기는 각종 마법사들의 아카데미 입학, 자격증 등록 및 사소한 마찰 등을 다루는 부서였다.
그래서인지 사무원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르델에 입학할 때도 입학증을 냈을 텐데, 다 여기서 처리되는 거다.”
“와, 신기하네요.”
“정말 신기해요.”
아델라와 한시하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영혼은 없는 듯했다.
그걸 눈치채지 못한 브루스 교수는 한층 더 열을 올려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휴게실과 대련장인데, 사실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이곳의 마법사는 흙장난을 좋아하진 않거든. 따라와라. 저 위에는 연구실도 있으니.”
그때였다.
이한이 숨을 헐떡이며 브루스 교수의 말을 끊었다.
“저, 교수님. 잠시 쉬어 가도 될까요?”
널찍한 마법 학회 건물 내부를 한참 동안 걸었다. 심지어 브루스 교수의 걸음걸이도 빠른 편이었으니 힘들었을 법도 했다.
타이밍 좋게 브루스 교수의 애완 앵무새가 퍼덕거리며 날아왔다.
“아, 그러지. 마침 다른 교수가 나를 찾는구만.”
한시하는 두 눈을 반짝였다.
사실 저 앵무새조차, 한시하가 몰래 길들여 놓은 것이라는 걸 브루스 교수가 알 리가 없었다.
‘완벽한 타이밍이네.’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하실로 가는 문을 확인했다.
브루스 교수가 뒤로 돌아 나가자마자, 세 명의 눈빛이 180도로 바뀌었다.
들키든 들키지 않든.
반드시 여기서 큐브를 찾아 나간다.
이한은 목소리를 낮추고선 둘을 향해 명령했다.
“야, 뛰어.”
* * *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렸는지도 모르겠다.
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빠르게 달려 지하 3층으로 향했다.
금고가 있는 곳으로.
“허억… 헉. 나 죽을 거 같은데.”
“조금만 참아.”
셋 중 가장 체력이 약한 내가 떨리는 손으로 가방에서 포션을 꺼냈다. 무슨 불상사가 생길지 모르니 이런 체력 상태로 계속 가서는 곤란하다.
신속 마법 포션.
초록색의 물컹한 액체를 목구멍에 밀어 넣었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맛이다.
일단 효과는 슬슬 올라오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으으.”
어두컴컴한 통로가 앞에 보였다.
지하 3층이라 그런지, 지나온 층들보다는 묘한 한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서늘했다. 금방이라도 뭔 일 터질 것 같고.
“한시하. 아델라. 이리 와봐.”
이한이 아델라와 나를 불렀다.
웬 종이 꾸러미를 양손에 든 채였다.
“그게 뭐야?”
텔레포트 주문서네.
이한이 쓸 만한 카드를 짐작하고 있었기에 답이 바로 나왔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다.
사라진 걸 눈치챈다면 브루스 교수가 찾아 나설지도 몰랐다.
“다급할 때는 이걸 써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 화장실 다녀왔다고 하면 아무도 모를 테니까.”
이한은 주문서를 아델라와 내 손에 강제로 쥐여 주었다.
하지만, 그 찰나에 눈치챌 수 있었다.
고작 두 개.
한 사람은 대체 어쩌려고.
“이게 최선이었어. 더 구해 보려 했는데 없더라. 애당초 걸리지 않으면 되니까, 별문제는 없을 거다.”
텔레포트 주문서는 가격이 상당하거니와 한 번에 많은 수량이 풀리지도 않는다.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다.
나는 주머니에 그걸 쑤셔 넣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이한의 말대로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마법부의 심장이라는 핵심 금고는 지하 4층에 있는 터라, 대부분의 경비도 그쪽에 몰려 있다. 하지만 지하 3층이라고 해서 안심할 것은 아니었다.
애당초 출입부터 허가를 받은 이들만이 들어오는 터라, 상대적으로 경계가 약할 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 바로 마법부의 지하다.
나는 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기척은 느껴지질 않고, 유리창에 들어 있는 각종 귀금속들도 멀쩡했다.
이한은 초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큐브는 어디 있는 거지?”
그때였다.
놀란 눈으로 멈춰 선 아델라의 손끝이 길게 늘어선 복도를 향했다.
흐릿하지만 분명한 푸른빛이 복도 사이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상한데.
나는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가까워지자 그 빛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굳게 잠겨 있는 듯, 결계까지 쳐져 있는 지하 3층의 금고.
“저거다.”
아델라가 나직이 중얼거리며 한 발짝을 다가선 순간.
삐-삐익-.
“…!”
섬뜩한 알람음이 귓가를 때렸다.
[Main episode 2: 첫 번째 큐브] [지하금고에 봉인되어 있는 첫 번째 큐브를 무사히 빼돌릴 것.] [제한 시간: 24:00] [보상: 난이도 하향 조정] [실패 시: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