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64화(6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64화
“살, 살려 줘….”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제 목을 붙잡고 있었다.
툭. 툭.
흥건하게 피가 쏟아지는 걸로 보아, 오래 버티진 못할 듯했다.
한시하는 자신의 팔을 붙들고 늘어지는 디버트 교수를 뿌리쳤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디버트 교수는 제 뜻대로 되지 않자 더러운 말들을 쏟아 냈다.
“제 가, 가문에서도 버려진 역겨운 녀석이….”
“….”
“감, 감히. 어디서!”
뭐라고 지껄이든 상관없었다.
‘내 가문도 내 이야기도 아니니까.’
한시하는 비틀거리며 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바실을 챙겼을 뿐이었다.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디버트 교수뿐만 아니라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머리 하나는 확실히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려나.
“꾸우!”
바실이 지팡이를 물어와 한시하에게 건네주었다.
비명이 울려 퍼졌으니 곧 누군가 찾아올 터.
빠르게 자리를 떠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그때는 그냥 보내 주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생각이 없다.
놔주면 다시 찾아올 테니까.
스윽.
한시하는 담담하게 지팡이를 디버트 교수의 목에 가져다 댔다.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가 애써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네 녀석이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살려 달라고 애원하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시네요. 한 번 더 매달렸으면 마음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데.”
“…!”
디버트 교수의 표정이 다시 구차하게 변했다.
금방이라도 제 다리를 다시 붙들 거 같아 한시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끝까지 당신은 참.”
슬카데미에서도 별다른 언급 없는 엑스트라답게 구차하고 볼품없으며, 화가 날 정도로 비겁하다.
한시하는 이를 악물었다.
당연하게도 사람을 해한 적이 없다.
죽여 본 적은 더더욱 없다.
불쾌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주저할 시간은 없다.
콰직.
한시하는 망설임 없이 그를 향해 마력을 쏘았다.
“거기 누구야!”
그때였다.
밖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쿵.
무력하게 쓰러지는 디버트 교수를 버려두고, 한시하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바실, 뛰어!”
* * *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익숙지 않은 복도와 방들.
아무래도 원래 있었던 마법부의 지하는 아닌 듯했다.
‘디버트 교수의 비밀 저택이려나.’
최대한 빠르게 빠져나가려 했지만, 지리를 알지 못했기에 탈출 속도는 더뎠다.
결국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은 실패했다.
아마도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의 사람들인 듯한 경비 서넛이 한시하의 앞을 가로막았다.
바실이 흥분한 표정으로 울었다.
“꾸우!”
아무래도 곱게 나가가는 글렀다.
한시하는 비틀거리며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콰앙-.
나직이 주문을 읊자 경비 한 명이 밖으로 던져졌다. 얼핏 보아하니 잔뜩 무장하긴 했어도 마력에 대한 대처는 턱없이 부족한 일반인인 듯했다.
흑마법사들의 소굴이 아님을 감사해야 하는 걸까.
“일단 붙잡아!”
아니다. 지금 그렇게 태연하게 생각할 여유는 없다.
한시하는 익숙한 밧줄을 확인하고선 미끄러지듯 몸을 피했다.
출구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저 밖에 몇 명의 경비가 더 있을지 모르니 상황은 영 좋지 않았다.
‘창문을 넘어야 하나?’
몸 상태를 생각해 보면 그다지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지만, 경비가 몇 명이 있을지 모를 정문을 당당히 뚫고 가는 것보다는 훨씬 더 현실성 있는 선택지였다.
휘익.
한시하가 순식간에 길을 꺾자 남은 경비들이 우르르 소리를 지르며 따라왔다.
하나, 둘, 셋.
세 명이 따라오고 있다.
왼편에는 두 명이 더 달려오고 있고.
스캔을 끝낸 한시하는 다시 한번 길을 꺾어 달렸다.
“놓치지 마라! 놈은 지금 후문으로 가고 있다!”
저택이 쓸데없이 넓은 건 뜻밖의 희소식이다.
계단을 빠르게 오르던 중, 한시하는 불길한 느낌에 고개를 살짝 비틀었다.
파앗-.
화살이 바로 스쳐 날아와 벽에 꽂혔다.
‘대체 몇 명인 거야.’
“블래스트.”
한시하는 마지막 마력까지 끌어 올려 주문을 읊었다.
한시하의 공격에 뭉쳐 있던 다섯 명의 경비가 순식간에 휩쓸렸다.
“으아아악!”
그 와중에도 뛰고 있는 다리는 멈추질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이 거의 동났다는 것을.
‘빌어먹을.
“바실!”
앞을 가로막는 경비들을 향해 바실이 브레스를 뿜었다.
금방이라도 붙들릴 뻔한 위기 상황에서 바실의 브레스가 한시하를 살렸다.
“으아아아악!”
“미친! 저, 저 드래곤이!”
그냥 다 태워도 좋다.
한시하의 서늘한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전에 없던 적의에 바실은 당황하면서도 한시하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저택의 불길이 1층으로 옮겨붙었다. 매캐한 연기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한시하는 그 연기 사이로 몸을 피했다.
“어디로 간 거야?!”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입니다. 어려 보이는 녀석이 있으면 그냥 붙들어 두세요.”
“죽여서라도 잡아!”
“디버트 교수님은 어디 계신 거지?”
“아아아악!”
한시하는 입을 틀어막아 최대한 호흡을 조절하며 나갈 수 있는 출구를 살폈다.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현장에서도 한시하는 정신을 놓지 않고 바실을 컨트롤했다.
테이머의 두 발이 묶였다 해도 두 손은 공격을 할 수 있으니까.
바실이 바로 제 손이었다.
“끼에엑!”
바실은 도망가는 경비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바실은 마침내 새로 얻은 스킬, <파이어스톰>을 시전했다.
순식간에 녀석의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뜨거운 불길이 타올랐다.
“끄아아악!”
“드래곤이다! 드래곤이야!”
“어, 어떻게 죽여야…!”
“테이머를 잡아. 그 새끼를 죽여야 잡을 수 있으니까!”
드래곤을 상대해 본 적 없는 경비원들에겐 한 편의 공포영화와도 같은 광경이었다.
물론 그걸 지켜보고 있는 한시하에게도 지옥 같은 순간이었지만.
계속 연기 속에 숨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시하는 숨을 고르고서 다시 내달렸다.
“저기 있다!”
제발, 제발, 제발.
저 창문만을 넘을 수 있기를.
한시하가 이를 악물고 마침내 도약한 순간이었다.
“아아아악!”
“죽어라, 개자식아!”
촤악-.
저만치에서 던진 날카로운 창이 정확히 한시하의 등을 향해 쏘아져 왔다.
몸을 두르고 있던 마력조차 사라진 상황.
외마디 비명 소리가 저택에 울려 퍼졌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끼에에…!”
안전하게 창문 위로 안착한 한시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뒤편에서 경비원 둘을 물어 죽인 뒤 따라오고 있던 바실이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이었다.
“끼잉….”
날카로운 창이 바실의 등을 꿰뚫었다.
녀석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 왔다. 설령 구한다고 해도 살 수 있을 거 같은 상처는 아니었다.
한시하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제길.”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슨 짓을.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를 처단했을 때부터 줄곧 평온했던, 아니 애써 평온하려 했던 한시하의 두 눈이 크게 일렁였다.
그때였다.
우렁찬 목소리가 비극을 뚫고 다시금 울려 퍼졌다.
“어서 잡아라! 빨리 달려가!”
살릴 수 없다.
슬프고도 빠른 판단이 한시하의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구할 수 없다고 해서 너를 두고 간다면.
“아.”
한시하의 눈에 알 수 없는 후회의 빛이 스쳤다.
“신속히 붙들어라! 안 되면 죽여도 좋다!”
파아앗-.
동시에 네 개의 활이 쏘아진 순간.
한시하는 바실을 끌어안은 채 이를 악물고선 담 너머로 뛰어내렸다.
* * *
“한시하!”
“아델라…?”
어둑한 숲길.
저택은 어느덧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여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은 걸 보니, 저택은 곧 전소될 것 같았다.
안에서 이미 죽은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를 찾느라 한 발 늦었을 테고, 따라온 몇몇 경비는 바실이 완벽하게 처리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는 성공적으로 따돌렸다.
그런데.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죽는 줄 알았다고….”
아델라답지 않게 감정적으로 달려왔다.
“왜 무식하게 혼자서 거길 끌려가는데? 네가 제정신이야?”
“미안. 그래도 살았잖아. 그럼 됐지.”
터덜터덜.
한시하는 흐릿하게 웃으며 고개를 떨궜다.
아델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한시하를 붙들었다.
입술은 퉁퉁 부어 있는 데다가 안색도 창백했다. 아델라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은 거 맞아?”
“상태가 영 안 좋아 보이는데.”
이한이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가방에서 회복 포션을 꺼냈다.
한시하는 손사래를 치며 다른 걸 요구했다.
“그것보단 마력.”
“마력 포션이 필요해?”
“하아… 아무래도 그런 거 같긴 하네. 할 수 있는 게 없거든.”
한시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살아남기 위한 결단이었지만 무책임했다. 무력했고.
녀석이 제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했는데, 자신은 그런 녀석을 구하지도 못했다.
바들거리며 쓰러지던 바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한시하는 마력 포션을 꿀꺽 넘기며 인상을 찌푸렸다.
“바실은?”
한시하는 대답 대신 입술을 꽉 깨물며 고통스러워하는 바실을 내려다보았다.
평범한 창이었다면 무사했을지 모르나, 마력을 품은 창이다. 그것에 심장이 꿰뚫린 듯했다.
도망치는 데에 급급해 녀석에게 제대로 된 처치도 해 주지 못했다.
뭔가 할 수 있는 도구도 없었고, 그럴 시간도 없었으니까.
녀석의 상태는 매우 위중했다.
자신도 마력 고갈에다가 온몸이 피투성이인데, 이 녀석은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지경이니까.
녀석이 애처롭게 울었다.
“끼잉… 끼잉….”
드래곤이라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듯하지만.
그래 봐야 해츨링에 불과하다.
게다가 드래곤도 심장을 꿰뚫리면 죽는다.
당연하지 않나.
여전히 희망은 없어 보였다.
“꾸우….”
바실과 눈이 마주쳤다.
한시하는 비통한 표정으로 바실을 쓰다듬었다.
“바실… 미안.”
“꾸우….”
파들파들.
바실의 몸이 떨렸다.
아델라는 안타까워하는 눈빛으로 한시하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날 살리려다가 창을 맞았어. 회복 포션 좀 줘 볼래?”
“어? 어….”
아델라가 다급히 포션을 꺼내 건네주었다.
한시하는 회복 포션을 떨고 있는 바실의 입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는 느낌은 없었다.
이한은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시간도 오래 흘렀고.”
회복 포션으로도 저 정도라면 가망이 없다고 봐야 했다.
한시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심장이 터져 나올 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달갑지 않은 기억의 파편이 그를 꿰뚫었다. 금방이라도 귓가에서 웅웅, 소리가 울려 퍼질 것만 같았다.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그냥 하지를 마. 미쳤어? 어차피 뒤질 거, 수술하다가 죽으면 평판만 떨어져.’
‘요새 보호자들 건수만 잡히면 지랄해 대는데, 실력이 없으면 알아서 몸을 사리란 말이야, 새끼야.’
아윽.
아무래도 머리가 깨질 것 같다.
하지만.
정신을 붙드는 데에는 조금 도움이 됐다.
한시하는 결연한 표정으로 나직이 말을 뱉었다.
“해 볼게.”
“뭘 해 보겠다는 거야?”
“이 정도 상처면 못 살려.”
이한의 단호한 한마디가 이어졌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지금 드래곤을 걱정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해츨링이 비싸긴 하지만, 구하려고 하면 다시 구할 수 있는 게 몬스터 아니겠는가.
지금은 그보다 한시하를 챙겨야 했다.
한시하의 상태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좋지 않았으니까.
콸콸.
한시하는 떨고 있는 바실의 몸에 천천히 회복 포션을 뿌렸다.
“끼… 끼잉….”
좀처럼 먹히질 않는다.
이한은 물약을 낚아채며 한시하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서 돌아가. 너 그러다가 쓰러져.”
“한 번만.”
“이건 그냥 물약이지 신이 아니라고. 신이 와도 이건 못 살려.”
“아니, 반드시 살려.”
실력이 없어서 몸을 사렸더니 돌아온 건 핍박이었다.
이러나저러나 돌아올 게 고운 말이 아니었다면, 질러라도 볼걸.
아델라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시하를 돌아보았다.
지금의 그는 누구의 의지로도 말릴 수 없을 거 같아 보였다.
‘멍청한 짓이야.’
제 몸 하나 챙기기도 버거운 상황에, 고작 펫에게 저 정도로 애정을 보이다니.
어쩌면 차라리 그것이 한시하다운 모습일지도 모르겠으나.
말리고 싶었다.
자칫하면 한시하조차 잃을 수 있으니까.
“대회 때 남은 물약 있지.”
“너 진짜 제정신 아니야.”
“맞아. 좀 미친 거 같네. 새삼스럽게 왜 그래, 언제도 정상은 아니었잖아.”
한시하는 마력 물약에 이어, 예술의 물약 한 모금을 삼켰다.
“우욱.”
이미 버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무리하고 있었다.
데빌스 허브를 넣은 물약 덕에 금방이라도 취할 거 같았다.
“뭘 하려는지 모르겠는데 너 지금 진짜….”
생각해 보니 조금 취한 것 같기도 했다.
한시하는 흐릿하게 웃으며 마력을 손끝으로 집중시켰다. 무작정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섬세하게.
그간 마력을 운용하던 방식과는 달랐다.
예술, 아니 살기 위해서 만들어 내야 할 것이 있었으니.
‘저게 뭐지?’
한시하의 손끝에서 쇠가 날카롭게 반짝였다.
집게처럼 생긴 낯선 물건이 손바닥 위에 얹어졌다.
그다음에는 사람 하나 죽이기도 버거울 거 같은 조그만 칼이 튀어나왔다.
이한은 해탈한 듯 앉아 있다가 두 눈을 끔뻑였다.
한시하의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후우….”
한시하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듯 나직이 말을 뱉었다.
“시작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살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