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66화(6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66화
“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재판장이 크게 술렁였다.
건수를 물었다는 듯 루이 맥스웰이 코웃음을 치며 날카롭게 물었다.
살기 어린 시선들이 재판장에서 오고갔다.
“아르델 아카데미에서는 도둑질을 가르치나 봅니다.”
“그러게요.”
“이게 무슨 짓이죠?”
웅성웅성.
재판장이 웅성거렸다.
물론 아르델 쪽에 안 좋은 방향으로.
그 순간, 이 분위기를 뒤엎을 어니스트 학장의 폭탄 같은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언제나처럼 인자하지만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제 물건입니다.”
“허업….”
“네? 뭐라고요?”
순식간에 재판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아델라와 이한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굴렸다.
‘맞다.’
오직 한시하만이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처음에 큐브들을 모아서 봉인하기 시작한 것이 어니스트 학장이었지.’
그걸 마법부 금고에 넣었을 줄은 몰랐는데.
한 발 늦었으면 정말 뺏길 뻔했다.
어찌 되었든 큐브의 원래 소유주가 어니스트 학장이라는 것은 지금으로선 참 다행이었다.
“아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가장 맹렬하게 따지던 루이 맥스웰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니스트 학장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진정시켰다.
“말 그대로입니다. 보관 절차를 밟아서 가져오라 했는데 학생들이 그냥 빼 온 모양입니다.”
“말이 되는 변명을 하셔야지. 조사해 보면 다 나오는 것을… 어?”
신경질적으로 리스트를 넘기던 루이 맥스웰 교수가 멈칫했다.
해당 분실 품목의 소유주가 정말 어니스트 학장이었기 때문이었다.
“미친.”
어떤 놈이 리스트를 빼먹고 보고를 올린 거야.
루이 교수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주먹을 세게 쥐었다.
아르델을 제대로 물 먹일 기회였다.
애당초 귀족 가문도 가문이지만 아르델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것에 더 집요하게 달려들었던 것도 맞았다.
어니스트 학장.
그와 아르델 아카데미를 같이 나와 늘 비교당하며 자격지심을 키워 온 그였다.
죽어라 노력해서 마법부의 교수까지 되었지만, 그런 자신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듯 늘상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눈엣가시였다.
평민이었던 자신과는 달리, 편한 길을 걸어온 주제에 늘상 상대를 이해한다는 듯한 스탠스를 취한다.
마치 동정의 대상이라도 된 것처럼.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여유롭게 자신을 설득하려 드는 저 태도가 너무나 역겨웠다.
그래서 그는 물러나지 않고 계속 밀어붙였다.
“분실사고 건이 해결되었다 해도 기물 파손은 어찌하실 겁니까. 생각 없는 녀석들이라고 학장님까지 생각 없이 구실 것은 아니겠죠? 무려 마법부의 견고한 지하 금고인데. 저 녀석들이 다른 걸 털러 들어온 것이 아닌지는 어떻게 아십니까?”
“마법부에서는 가정으로 사람을 판결하시나 봅니다.”
“당신은 말을 그따위로!”
“자자, 조용히 하시길 바랍니다!”
보다 못한 재판장이 한숨을 내쉬며 상황을 저지했다.
잔뜩 흥분한 루이 맥스웰은 사건을 개인의 감정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다 집어처넣지 않고 뭣들 하는 거야? 깡그리 돈 받았어?”
“말이 너무 심하십니다.”
어니스트 학장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물 파손은 아르델에서 보상하겠습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학생들이 서툴렀던 모양입니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판결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어니스트 학장은 분명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웬만한 교수들이 따라잡지 못할 월등한 능력에, 그간 쌓아 온 덕망까지.
그의 한마디가 재판장을 흔들자 아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번 학회 대회 수상자들 아닙니까. 재능 있는 녀석들인데 좋게 가시죠.”
“그게 좋을 거 같습니다.”
루이 맥스웰 교수가 뒷목 잡고 넘어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루이 교수의 목소리는 쉽게 묻혀 버렸다.
“한시하, 아델라, 이한. 아르델 아카데미의 세 학생은 마법부의 7호 처분에 따라 반성문 작성, 봉사시간 30시간에 처한다. 이의 있습니까?”
“….”
“없으시면 그대로 판결하겠습니다.”
쾅쾅.
재판장이 망치를 두들기며 판결을 내렸다.
짝.
아델라는 한시하를 향해 하이파이브를 했다.
한시하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후, 살았네.”
하마터면 슬기로운 아카데미 생활이 아니라, 감방생활을 찍을 뻔했던 한시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아델라는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선 투덜거렸다.
“해가 저렇게 쨍쨍한데, 나도 나가서 놀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울적하게 교실에 박혀서 반성문을 써야 하는 건지 알려 줄래?”
이한은 한 바닥 가득히 채운 반성문을 옆으로 치우고선 기지개를 켰다.
글씨는 난장판이었지만 그래도 진정성은….
없어 보이네.
저게 사람이 쓴 반성문이냐?
“야, 이걸 반성문이라고 썼어?”
아델라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질색했다.
내가 봐도 마법부에서 봤다가는 그냥 감옥에 집어넣자고 할 법한 반성문이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나는 잘못한 것이 없으나 잘못한 것을 굳이 짚자면, 너무도 강했기 때문이었다. 민첩했고, 전략적이었으며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에 성공했다.]“자서전이 아니라 반성문이라고.”
그걸 말해 준다고 쟤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겠냐고.
딴 건 몰라도 자신감 하나는 하늘을 찌르는 녀석인데.
이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우리에게 물었다.
“다시 쓸까?”
나는 대답 대신 반성문을 마저 작성했다.
그런 내 모습이 궁금했는지 이한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뭘 그렇게 길게 쓰는데?”
투덜거림도 잠시, 이한은 입을 떡 벌리며 감탄했다.
“와, 얘 사기를 잘 치네.”
“자소설과 시말서의 민족이라서.”
“그게 뭔데.”
“그런 게 있어.”
나는 대충 반성문을 옆으로 치우고선 바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녀석은 제법 빠르게 회복했다.
역시 드래곤이다.
아마도 다음 주부터는 다시 훈련에 들어가도 될 듯싶었다.
하지만.
“아직 약해.”
“꾸우!”
아니란다.
하지만, 약한 건 사실이다.
나도 그렇고.
아카데미에서 배운 걸 실전에서 쓰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인간을 상대하는 게, 때론 몇 배로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전투 초반에 마력을 다 소진하는 바람에 후반에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다.
이한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었다.
“바실, 끝나고 훈련하자.”
“꾸우….”
강해져야 한다.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가 아니라, 더 강한 상대들이 쳐들어올 테니까.
그리고, 이게 그 일환인지는 모르겠는데.
[’치유의 빛’을 개화하였습니다.]솔리아에게 있는 저 스킬. 왜 나한테 생긴 건지 모르겠다.
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메시지창을 뚫어져라 보고선 눈을 끔뻑였다.
‘치유의 빛’.
아직까진 테이밍 계통의 ‘교감’ 스킬 외에는 빙의 후 내가 지닌 능력이 따로 없었다.
사실 그만해도 충분하고.
보통 메인 캐릭터 외에는 주가 되는 능력을 여러 개 개화하진 않으니 말이다.
[귀속한 상대를 치유할 수 있는 힘.]설명이 짧고 굵은데 무슨 의미인지는 대강 이해했다.
솔리아와는 유형이 조금 다르다.
귀속한 상대만 치유할 수 있으며 아마 바실에게만 해당되는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굳이 따지자면 나도 포함되려나?
범위와 정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한시하>
마력: 45
체력 : 15
지능: 30
감각: 17
매력: 15
성향: 중립 선
[교감] [치유의 빛]창을 닫고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을 때, 이한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큐브에 대한 이야기였다.
“큐브는 임시 결계로 봉인해 뒀어. 이전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대충 마법부에 처박아 뒀을지 몰라도 이제는 위험해. 솔직히 내 손에 있는 것도 위험하고.”
“어디다가 봉인할지는 생각해 뒀어?”
“그걸 묻는 거야.”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한이 나한테 의견을 구할 줄은 몰랐다.
이한은 아델라나 원, 솔리아를 비롯한 슬카데미의 메인 캐릭터들에게도 쉽게 의지하지 않는 성격이니까.
하물며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아델라를 데리고 가겠다는 내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놀라웠지만, 이한이 큐브의 위치를 제 입으로 거론할 줄은 몰랐다.
하기야, 애당초 첫 번째 큐브는 내가 없었으면 놓쳤을 물건이긴 하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을쎄. 아마 네가 가장 잘 알걸.”
아닌 게 아니라 녀석이 나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대강의 지형만 알 뿐,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는 건 당연히 그 당사자뿐일 테니.
일종의 힌트를 던졌다.
“흐음, 일단 동굴이 좋지 않을까.”
“아, 거기가 있었… 아니, 네가 어떻게 알아?”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놀란 눈이 되어 내게 따져 물었다.
“하, 아무래도 신학과에 갔어야 했나 봐. 요새 돗자리 깔아야 할 거 같은데 아무래도.”
“야, 어떻게 알았냐고!”
“아아악! 야! 나 환자라고. 찍은 거야, 찍은 거! 뭐야, 너 동굴도 가지고 있었냐. 되게 부자네.”
“말 돌리지 말고!”
그때였다.
우당탕탕.
다급히 달려온 원이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엎어졌다.
“한시하아악!”
뭐야, 오늘 무슨 날인가?
저 녀석은 왜 또 저러는 거냐고.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전쟁이라도 났어?”
“아니, 그게 아니라. 어니스트 학장님이 찾으시던데.”
“…학장님이?”
* * *
“묻지 않겠다.”
어니스트 학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큐브를 빼돌렸다는 사실을 알 텐데도 그 행방조차 묻지 않는다.
묘한 위엄이 느껴지는 그의 말에 모든 걸 고해야 할 거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어니스트 학장은 뜨거운 커피를 내게 건네며 고개를 까닥였다.
“마셔 보아라. 세이넨에 갔을 때 산 원두인데, 피로 회복에 좋다더구나. 비싸게 샀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어. 돌팔이들은 아니더군.”
“감사합니다.”
한 모금을 꿀꺽 넘기며 어니스트 학장을 올려다보았다.
묻지 않겠다고는 했으나, 나를 이 자리에 불렀다는 것은 들을 말이 있다는 것이겠지.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숨을 골랐다.
“디버트 교수가 멀쩡히 살아 있었습니다.”
“애초에 죽인 적은 없었지.”
“마력도 썼습니다.”
“으음….”
어니스트 학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의외군.”
“….”
“어떻게 살았나?”
그답게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견하다 못해 신기할 따름이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상대는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다.
일개 2학년생이 맞붙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어니스트 학장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뭐, 나 역시 신기했으니까.
그날 벌였던 스펙타클한 일정을 되짚어 보면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게 기적일 정도다.
어니스트 학장은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으며 말을 뱉었다.
“네겐 재능이 있다.”
“감사합니다.”
“그냥 건네는 칭찬이 아니야, 진심이지.”
어니스트 학장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다시 화제를 돌렸다.
“그들이 큐브를 찾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이한이 알아봤습니다.”
“네가 알아봤을 거 같은데.”
부담스러운 눈빛이 이쪽을 향했다. 어깨를 으쓱이며 피식 웃어 보였다.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같은데요.”
예리한 눈빛에 순간 움찔했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어니스트 학장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익.
구두를 바닥에 끌면서 어지럽게 정리되어 있는 선반에 다가간 어니스트 학장은 그곳에서 낡은 종이 뭉치를 꺼냈다.
“허허. 과대평가인지, 제대로 봤는지는 이걸 보면 알겠구만.”
“그게 뭡니까?”
“내가 아직 풀지 못한 문제일세.”
어니스트 학장이 풀지 못하고 놔둔 문제라니.
인상을 찌푸리며 낡은 종이를 들어 올렸다.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의 책장에서 발견했다. 그답게 수리학으로 해석해 놓은 듯한데, 도무지 해석을 할 수가 없어서 버려두었지. 마법의 술식도, 룬어도 아니었어.”
“암호인 거 같은데요.”
“한시하 학생이라면 풀 수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도 과대평가라 받아치고 싶었지만 마음이 동했다.
어니스트 학장의 말대로 제법 귀한 자료임이 틀림없었다.
설마 큐브의 위치인가?
어니스트 학장의 말대로 암호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모스 부호 같기도 하고, 고대 문자 같기도 한 여러 개의 점이 사방에 찍혀 있는 종이었다.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가 두고 간 암호라면….
뭐라도 쓸 데가 있는 물건임은 분명하다.
남이 가지고 있는 것보단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낫다.
망설임 없이 어니스트 학장이 건네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어니스트 학장이 물었다.
“그 문제를 풀어 줄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