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7화(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7화
동글동글해 보이는 얼굴에 어딘가 음침해 보이는 길게 내린 앞머리.
몇 번을 다시 봐도 확실했다.
한시하.
1학년에서 소문이 파다했던 그 낙제생.
사회적으로 무시받는 강령과의 가장 유력한 지망생이자, 슬라임조차 똑바로 테이밍하지 못하는 멍청한 테이머.
그런 애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아델라는 표정 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제국 최대의 명문 학교인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3등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는 아델라다.
비록 평민 출신이라 타고난 재능에도 번번 무시를 당하곤 했지만, 실력적으로 그녀를 깔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녀는 땅의 마법사.
마음만 먹으면 저 슬라임쯤이야 한 번에 묻어 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굳이 이 초급 실습장을 찾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왜 하필 테이밍인데.’
망할 가챠 게임에서 말아먹는 바람에, 기초 테이밍 과목을 개강 시험에서 치게 되었다.
가장 약점인 파트라 연습할 겸 헬하운드를 데리고 이곳을 찾았다. 제 테이밍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고작 저런 애한테 훈수 들을 수준은 아니다.
“너무 흥분한 거 같아서. 그런 식으로 대하면 얘는 보상인 줄 알고 더 좋아서 날뛰거든.”
보상이고 나발이고. 아델라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짚었다.
지도 몬스터 하나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참견질인지.
아델라는 속으로 비웃었다.
‘지나 잘할….’
“…!”
아델라는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들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까 전까지 미친 듯이 날뛰던 자신의 헬하운드가….
말을 듣고 있어?
멍!
“앉아. 옳지, 옳지. 잘한다.”
멍멍!
“애가 되게 순하네.”
그럴 리가.
헬하운드는 주인 말 안 듣기로도 유명하지만, 낯선 사람에겐 상당히 공격적이다.
앉아니 뭐니, 자신에게 명령했다고 목을 물어뜯어 버릴 지도 모르는 살벌한 녀석이, 저렇게 꼬리를 흔들며 앉아 있다고?
말이 되질 않는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놀랍도록 차분해진 얼굴로 두 눈을 끔뻑이고 있는 헬하운드를 내려다보며, 아델라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 어떻게 한 거야?”
“그냥?”
한시하는 고개를 갸우뚱해 보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뱉었다.
“생각보다 말을 잘 듣는데?”
뭔 개소리야, 이건 또.
아델라는 황당한 말에 곧바로 받아칠 생각이었지만, 그러는 대신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실제로 한시하의 손을 탄 헬하운드는 생각보다 훨씬 말을 잘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라울 수준의 친화력.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대상이 한시하라는 것이 납득되진 않았지만.
별 수 있나.
두 눈으로 직접 똑똑히 보고 있는데.
“너어… 대체.”
아델라는 옷소매로 제 눈을 비비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슬라임을 길들이려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낙제점을 받았다는 1학년 때의 소문.
그게 소문이 아니라는 것쯤은 아델라도 알고 있었다. 직접 두 눈으로 직관했으니까.
어설프게 날뛰던 그때의 한시하가, 지금 눈앞의 저 녀석이라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손. 옳지.”
한시하는 생글거리며 헬하운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대로 표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나, 미세하게 올라간 입꼬리로 보아 웃는 게 분명했다.
한시하가 웃는다고?
헬하운드를 길들인 것도 충격인데, 웃는 건 더 놀랍다.
저 녀석이 흑마법사의 숨겨진 후손이라든가, 아르델 아카데미의 지하실에서 금지된 마법들을 수련하고 있다는 어설픈 찌라시들을 전부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가 기억하는 한시하의 모습과는 퍽 달라서.
너무나 이질적인 광경 앞에 아델라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
그때였다.
멍하니 서 있는 아델라를 향해 한시하가 대수롭지 않게 말을 던졌다.
“가만히 지켜보지만 말고 돕지 그래? 이러다간 이 녀석이 나를 더 따를 거 같은데.”
“어… 어?”
한시하는 연습용 지팡이를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아델라 쪽으로 걸어왔다.
아델라는 조금은 진정된 헬하운드를 간신히 제 품으로 끌어안았다.
“고, 고마워.”
헬하운드는 헐떡거리면서 아델라를 올려다보았지만, 다행히도 아까처럼 날뛸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한시하가 저 녀석을 길들이기라도 한 건가. 그 짧은 시간에, 대체 어떻게.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던 찰나, 한시하의 목소리가 정신을 깨웠다.
“헬하운드는 처음 다루긴 어려웠을 텐데. 이런 곳엔 왜 끌고 온 거야? 혹시 진흙탕에서 구르는 걸 좋아하나?”
“…!”
한시하의 돌직구에 아델라는 퉁명스레 입을 내밀었다.
“까다로운 몬스터라 점수 배점도 높으니까. 기초 테이밍학 시험, 1등해야 하거든.”
자신만만하게 말을 뱉은 아델라는 멈칫하며 시선을 떨궜다. 지금 헬하운드 하나도 쩔쩔매던 입장에서 할 소리는 아니었으니까.
아델라는 붉어진 얼굴로 짧게 헛기침을 했다.
“그냥, 그렇다고. 이쪽으로 갈까?”
“그러지, 뭐.”
“아, 그리고 나 아까부터 궁금한 거 있는데….”
헬하운드와 한시하에 정신이 팔려서 놓치고 있었던 사실.
아델라는 바실을 조심스럽게 가리켰다.
설마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떨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쟤 도룡뇽이야, 드래곤이야?”
“도룡뇽처럼 생긴 드래곤.”
뭐?
“…미친.”
* * *
어쩌다 보니 이 좁은 던전에서 동행하게 됐다. 아델라는 큐빅이 박힌 검을 꺼내 들고선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디뎠다.
“….”
별다른 말 없이 천천히 나서는 와중에도 아델라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다.
첫 번째로, 한시하가 달고 다니는 드래곤에 대해서.
잘나가는 귀족 자제니 어디선가 해츨링을 데려왔다는 것쯤은 납득이 가지만, 슬라임도 못 다루던 한시하가 헬하운드와 드래곤을 잘 데리고 다니는 것이 놀라웠고.
둘째로.
능청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태도는 더 놀라웠다.
“아까 이쪽은 거의 전멸 상태였는데 다시 불어났네. 생명력이 끈질기네.”
“….”
“저쪽은 지형이 좀 별로라, 피해서 가는 건 어떤가? 아, 진흙탕 좋아했지?”
“아니라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평민인 자신에게 저리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귀족은 없었는데.
물론 아르델 아카데미 내에서는 신분이 큰 의미를 가지질 않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표면적인 규칙일 뿐. 알게 모르게 차별이 만연한 건 사실이었다.
그나마 아델라는 압도적인 실력 덕분에 그런 차별을 별로 받지 않을 뿐.
그러니, 평민인 자신에게 귀족이 저리 친근하게 다가오는 일은 없다. 귀족 자제들이 원래 저렇게 아량이 넓었던가.
아델라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한시하의 말에 대꾸했다.
“괜찮아. 다 잡을 수 있으니까.”
실제로 아델라의 실력은 마력 활용에서 빛을 발했다.
헬하운드 한 마리에 발을 동동거리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날카로운 검을 집어든 아델라는 걸음이 향하는 곳마다 땅을 들어 올렸다.
서걱.
달려오는 슬라임을 검으로 쳐 내며 순식간에 땅 밑으로 묻어 버리는 방식.
아델라는 숨을 들이쉬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두어 마리의 슬라임이 어설프게 달려들었다가 땅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발밑의 땅이 꿈틀대며 슬라임을 삼키는 장면을 직관한 한시하는 나직이 탄성을 터트렸다.
“…상당히 터프한 방식인데? 생매장이 취향인가?”
“같이 묻어 줄까?”
“….”
한시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이며 연습용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귓볼을 스쳐 가는 바람에 화들짝 놀란 아델라는 뒤로 돌았다.
통통거리며 달려온 슬라임 하나가 펑,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터졌다.
“…!”
“네 뒤에서 달려오고 있길래.”
기척도 못 느꼈는데, 그걸 봤다고?
한시하는 고작 초급실습장임에도 잠시도 주의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앞머리 사이로 가려진 눈동자가 쉼 없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한시하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뒤를 내줄 뻔했다.
아델라는 놀란 기색을 숨기며 퉁명스레 말을 뱉었다.
“…알고 있었어.”
“그렇다면 다행이고. 가자, 파충류!”
“꾸우우!”
바실을 데리고 다시 종종걸음으로 앞서 나가는 한시하.
“가랏, 도룡뇽!”
“그치, 그치. 오른쪽이지. 아니, 그 거기 말고! 야!”
“아, 미안. 내가 학창 시절에 포켓몬을 너무 열심히 봐서.”
보면 볼수록 매칭이 안 된다.
1학년 때의 그 우울한 낙제생 한시하와 같은 사람이 맞는지.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어도, 분명 자신의 눈은 정확했었는데.
“….”
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에 혼란스러워하며 따라나서던 순간.
깜빡.
갑자기 정전이라도 난 듯 던전 내부가 번쩍였다.
“어?”
제법 크게 번쩍였는데.
이끼가 낀 돌 위로 대수롭지 않게 발을 내디딘 아델라가 작게 중얼거렸다.
“잘못 봤나?
하지만, 다시 깜빡.
한시하 역시 멈칫하고 서서 아델라를 돌아보았다.
“이건 뭐야?”
“글쎄. 나도 잘….”
중급 난이도의 던전까지, 실습장을 한두 번 드나든 게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던전 내부가 불안정해진 적은 없었다.
그때였다.
팟.
천장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불안하게 깜빡이던 던전은 순식간에 암흑이 되었다.
코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캄캄한 어둠.
“아악!”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아델라는 간신히 균형을 잡고선 투덜댔다.
“갑자기 이게 뭐야. 던전 관리 똑바로 안 하나?”
“….”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 상태가 왜 이래?”
반면에, 한시하는 심각한 얼굴로 굳어 있었다.
실전 경험은 없었지만, 숱하게 많은 던전을 텍스트로 접했다.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가 한시하의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아니겠지.”
“뭐가?”
비슷한 상황이 원작에도 나온 적이 있었다.
던전이 완전히 정전된 후, 나타난 흑마법 계열의 몬스터들.
아니길 빌어야겠지만,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면….
바닥에 가까운 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건 좀 위험한 상황이라고.
“…뒤로 빠져.”
“어?”
그걸 확신하게 만든 것은, 기척도 없이 다가온 익숙한 몬스터들이었다.
뒤늦게 그걸 발견한 아델라는 기겁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한시하와 달리 수없이 실전을 경험해 온 아델라였지만,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미… 미친.”
끼에엑….
눈을 시퍼렇게 반짝이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거대해진 야광 슬라임들이.
“제길.”
서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