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70화(7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70화
보통의 이성적인 집단이라면 솔리아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이 토벌단 중 유일하게 드레이크와 맞설 만한 전력을 가진 사람은 솔리아뿐이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데릭은 이성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뭐?”
토벌단을 개설한 건 자신인데, 드레이크의 위치를 알려 줄 키를 눈앞에 두고 보내 주라니.
데릭의 눈이 돌아갔다.
“보내긴 뭘 보내? 정신 나갔어?”
“야, 데릭.”
옆에 있던 친구들이 다급히 그를 제지했지만, 데릭의 얼굴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르델 아카데미에서는 신분도, 재산도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건 표면적일 뿐, 실제로는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졸부 아버지를 둔 데릭은 돈에는 크게 욕심이 없었지만, 명예에는 민감했다.
죽어라 돈을 모아 봤자, 귀족과는 엄연한 신분 차이가 있는 법.
아르델 아카데미를 나서게 되면 그러한 차이를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었다.
아무리 망한 가문이라 해도, 역사 있는 집안이니만큼 그 명예는 남아 있다.
데릭은 그게 아니꼬웠다. 그런 자격지심이 그대로 배출됐다.
“네 발로 들어온 거 아니야? 싫으면 빠지면 되잖아.”
“….”
극단적으로 치닫는 데릭의 태도에 토벌단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미쳤냐, 진짜 빠지면 어쩌려고.”
“데릭도 그냥 화가 나서 말하는 거야.”
“야, 데릭 말이 맞긴 하잖아. 위치도 모르고 트랩을 어떻게 설치해.”
중구난방에다가 어설프기 짝이 없다.
솔리아는 혼자 이동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이내 그 생각은 접었다.
‘모자라긴 해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빛의 마법사는 쉽게 배신하지 않는다.
같이 뛰기로 약속했으면 지키는 게 옳다는 그녀의 신념 덕에 싸움은 거기서 끝났다.
솔리아는 화를 내는 대신 담담하게 앞으로 나섰다.
“내가 대신 확인해 주면 되잖아.”
“뭐… 뭐?”
데릭은 예상치 못한 솔리아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솔리아는 대답 대신 지팡이를 허공에 흔들었다.
빛의 기억.
훗날 대부분의 던전을 돌 때 유용하게 쓰이는 솔리아의 시그니처 스킬이었다.
원하고자 하는 표적을 탐지하여 빛으로 보여 준다.
상대가 자신과 비등하거나 강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
스르륵.
빛의 가루들이 허공에서 반짝이다 이내 바닥으로 뿌려졌다.
그렇게 나무 바닥 위로 찬란한 빛을 띠는 길이 만들어졌다.
실로 아름다운 스킬이었다.
“와….”
마치 마법 같은, 아니 실제로도 마법인 그 광경에 토벌단 몇 명이 탄성을 터트렸다.
잔뜩 열이 올라 있었던 데릭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 그게 되네.”
“가자.”
빛으로 된 길을 내려다본 솔리아가 거침없이 발을 내디뎠다.
* * *
드레이크의 메인 스킬 ‘은신.’
원래대로라면 녀석의 접근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겠지만, 탐지 스킬 덕에 드레이크를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 제법 오래된 표본실의 세 번째 칸.
솔리아가 그 앞에서 멈춰 섰다.
그르르.
섬뜩한 울음소리가 나무판자 너머로 들려왔다.
동시에 토벌단 학생들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오직 데릭만이 분수를 판단하지 못하고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내 말이 맞았지. 있었다니까? 캬, 저거 죽여서 팔아넘기면 진급 성공인가?”
드레이크는 분명 강한 몬스터지만, 솔리아가 판단했을 때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상성이 딱 맞기도 했고, 몬스터 중에 지능이 높은 편이라고는 해도 군락을 이루고 다니는 몬스터들만큼 전략적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큰 덩치 덕에 한없이 둔했다.
그런데.
‘뭐지?’
그녀가 뿌려 둔 빛의 가루들이 크게 일렁이며 흐트러졌다.
엄청난 마력의 파동.
미리 조사해 두었던 드레이크의 것보다도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솔리아는 불안감에 나무판자 구멍 사이로 드레이크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 순간.
솔리아는, 녀석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
상황을 미처 판단하기도 전에.
콰앙-.
판자가 뜯어지며 드레이크가 날렵하게 튀어나왔다.
동시에, 솔리아는 저만치로 날아갔다.
“아아아악!”
‘빛의 수호’.
그녀의 고유스킬인 방어막을 씌웠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한 번에 당할 뻔했다.
재능 있는 마법사들은 한 번의 합만으로 상대의 힘을 파악한다.
솔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아.”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반면 데릭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겁먹은 토벌단 학생들에게 명령했다.
“이야, 드디어 나왔구나! 다들 뭐 해! 트랩 설치하라고!”
“어어!”
“거기 다 됐어!”
“입구에 설치해, 이 자식들아!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아니다. 이건 아니다.
솔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절대 못 이겨.’
그녀가 판단했던 드레이크와는 다르다.
첫 번째로 저 날렵한 움직임.
마치 훈련을 받은 듯 나무판자를 일격에 부수었다. 드레이크의 눈빛이 빠르게 다른 학생들을 스캔하고 있었다.
저건 멍청해서 서 있는 게 아니라….
‘트랩의 위치를 판단하고 있는 거야.’
말도 안 된다.
드레이크는 그 정도의 지능을 갖지 못한다.
누가 조종하지 않는 이상.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인원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그런 그녀에게 데릭의 외침이 들려왔다.
“솔리아! 어서 발이라도 묶어 놔줘!”
크르르.
드레이크가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트랩을 다 설치했는지 의기양양해진 데릭이 웃으며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쾅.
“크억!”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아아악!”
드레이크가 가볍게 트랩을 부수고선 자세를 낮췄다.
순식간에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데릭을 낚아챘다.
그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 뭐야?”
“사, 살려 줘! 살려 달라고! 솔리아! 솔리아!”
아까 그렇게 홀대해 놓고서는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솔리아를 찾는다. 여기서 의지할 데가 그녀밖에 없었으므로.
파앗-.
솔리아의 번개가 드레이크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그걸 순순히 맞아 주지 않았다.
그르르.
잽싸게 피하며 번개에 직격당하기는커녕 살짝 스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짜증난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린 드레이크가 신경질적으로 데릭을 물었다.
“으아아아악!”
그 모습을 본 토벌단은 순식간에 해체됐다.
누가 먼저 도망가냐의 싸움이 되고 만 현장은 빠르게 난장판이 되어 갔다.
데릭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쉬며 바닥에 던져졌다.
드레이크의 습성상, 아직은 녀석을 먹을 차례가 되지 않았다.
다음 먹잇감을 스캔하는 드레이크의 서늘한 눈빛이 학생들에게 닿았다.
“오, 오지 말라고!”
“으아아아악!”
순식간에 두 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
파앗-.
이번에도 솔리아의 공격이 들어갔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상성으로 이겨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솔리아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말도 안 돼.’
그녀의 공격은 약하지 않았다.
제대로 맞았다면 치명타를 입었을 공격.
문제는.
‘어떻게 피한 거지?’
저 정도로 날렵한 움직임에 지능을 가진 드레이크가 있었나.
솔리아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되었다.
그르르.
드레이크의 노란 눈이 이번엔 솔리아를 정확히 노려보았다.
두 번이나 당한 공격이 몹시도 심기를 거슬렸는지, 일격에 찢어 버리겠다는 듯한 분노가 이편까지 느껴졌다.
“…허억.”
솔리아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악마의 나무에 납치되었을 때도 한없이 침착했던 표정이 지금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죽는다.
솔리아는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들었다. 그래도 가만히 당하지는 않겠다는 일격.
그녀의 남은 마력이 모두 지팡이 끝으로 쏠렸다.
물론 이것으로 턱없이 부족할 테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제발….”
그 순간이었다.
“악!”
갑자기 누군가가 솔리아를 세게 낚아챘다.
솔리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나직한 음성이 그녀의 바로 위에서 울려 퍼졌다.
자신을 몹시도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죽으려고 환장했냐.”
“…어?”
“마력 아껴. 네가 나 쓰러지면 살려야 할 거 아니야. 쓸 만한 힐러가 너밖에 없는데.”
한시하였다.
* * *
한시하는 주머니에서 구슬을 하나 꺼냈다.
드레이크의 습성상 빠르게 움직이는 뭔가가 있다면 일단 물고 본다.
휘익-.
예상대로 구슬을 던지자마자 드레이크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쫓았다.
본능적으로 삼키긴 했으나 배가 찰 리가 없다. 드레이크의 서슬 퍼런 눈빛이 다시 이쪽을 향했다.
그르르.
이를 갈며 한 발자국씩 다가오던 드레이크는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멈춰 섰다.
“…!”
“잘 먹혔네.”
상점에서 급히 구해 온 구토 구슬이다.
독이 들어 있기 때문에 먹기만 해도 내장이 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질 터였다.
“끼에에엑!”
드레이크는 곧바로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빠르다.
“솔리아!”
“라이트닝.”
솔리아는 차분하게 번개를 꽂았다.
이번에는 드레이크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그녀의 번개가 제대로 직격했다.
크르르.
드레이크는 발버둥 치며 제자리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타이밍은 잡았고.”
드레이크를 잡는 건 쉽지 않다. 뒤에 조종하는 이가 있다면 더더욱.
그러니 우선적으로 그 연결을 끊어야 한다.
한시하는 드레이크의 심장 부근을 눈으로 훑으며 거리를 가늠했다.
‘저 위치인가.’
연결을 끊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에 일격을 가해야 했다.
심장의 바로 아래. 한시하는 단검을 꺼내 들었다.
“제발 박혀라….”
파앗-.
한시하가 던진 날카로운 단검이 드레이크에게 꽂혔다.
그것은 드레이크의 심장 바로 아래를 뚫고 파고들었다.
발버둥 치려하면 할수록, 더욱 깊숙하게.
단검을 던진 순간, 한시하는 직감했다.
“됐다.”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끼에에에엑!”
드디어 연결이 끊겼다.
아까와는 달리 야생적인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조종이 풀렸네.’
표본실의 드레이크가 까다로웠던 이유는 테이머에 의해 조종 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솔리아를 당황하게 한 날렵하고 전략적인 움직임들이 다 그러한 조종의 결과물이다.
당연히 야생에서 날뛰는 드레이크보다 지능적일 수밖에.
야생의 드레이크였다면 데릭의 어설픈 트랩에도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랬던 녀석이 잠시 조종을 끊어 두자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날뛰고 있다.
끼엑! 끼에엑!
물론 그렇다 해도 여전히 공포스러운 비주얼이다.
솔리아의 낯빛이 잠시 창백해졌다가 이내 평온한 안색을 되찾았다.
한시하의 차분한 한마디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잡을 수 있어, 충분히.”
드레이크의 몸이 잠시 흐릿해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은신’ 스킬을 써 보려 했지만 이성을 잃어서인지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 타이밍이다.
“으아아악!”
한시하는 마력구를 날렸다.
묵직한 마력에 얻어맞은 드레이크가 고통스러워하는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솔리아는 나직이 감탄하며 한시하의 공격을 도왔다.
솔리아의 성향은 기본적으로 딜러보다는 서포터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서 그녀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했다.
활활.
한시하의 공격에 버프를 걸어 주자, 가뜩이나 강한 마력이 더 살벌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거듭되는 실전을 통해 마력의 운용 능력이 제법 늘었다.
좁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마력 화살을 쏘기엔 상황이 다소 열악했다.
한시하는 허리춤에 꽂아 두었던 단검 하나를 더 꺼냈다.
아까 그건 버렸다 치고.
이한의 가르침대로 한시하는 단검에 마력을 씌웠다.
마력이 자유자재로 일렁이며 한층 더 날카로운 칼끝을 만들어 냈다.
“끼에엑!”
단검의 칼끝이 드레이크를 스칠 때마다 생각보다 깊숙한 공격이 들어갔다.
1대 1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싸움을, 한시하는 차근차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드레이크보다 날렵한 움직임이 순식간에 녀석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한시하답지 않은 저돌적인 공격이었다.
‘원래 저랬었나?’
솔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침을 삼켰다.
콰앙-.
푸른 물결이 드레이크를 순식간에 덮쳤다.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저 멀리서 덜덜 떨며 지켜보고 있던 데릭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마력의 파동을 올려다보았다.
마력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은 한시하의 공격으로 드레이크는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최후의 일격만 날리면 된다.
한시하는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치유의 빛’에 의해 겨우 이틀 만에 새로이 개화한 능력.
한시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그… 그르르….”
바실의 스킬도 아니고 자신의 스킬이라니.
스킬의 설명창을 찬찬히 읽어 나가던 한시하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이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