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73화(7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73화
축제 당일.
나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웬만하면 진짜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미쳤는데?”
지난 세이넨의 시장에 갔을 때도 감탄했지만, 아르델의 축제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사방에서 비눗방울이 동동 떠다니며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공중에서 돌아가는 바람개비와 곳곳에 보이는 아기자기한 사탕가게.
원래의 품격 있는 아르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광경으로 느껴졌다.
아르델은 좀 더 정적으로 놀 줄 알았는데, 이 정도로 본격적일 줄은 몰랐다.
두두둥.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현악기의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베이스로 하여 자연학과 학생들이 화려한 타악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어깨가 들썩이는 풍경이다.
아델라와 원은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그 옆에는 종종걸음으로 따라온 나탈리도 함께였다.
“오늘 분위기 좋은데?”
“작년보다 잘 꾸몄다. 이야, 저건 또 뭐야?”
“저도 갈래요!”
덥썩.
나는 원에게 어깨가 떠밀려서 질질 끌려갔다.
아니 나는 왜….
“물 위에서 오래 버티기 체험하러 오세요! 비상껌 먹으면 잠시 날 수도 있어요!”
“재밌어 보이는데.”
여기뿐만이 아니다.
“슬라임 사격장입니다! 슬라임 많이 터트리시면 인형 드려요!”
놀 거 진짜 많아 보인다.
묘하게 한국 야시장 패치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여하튼 저 수많은 놀거리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어쩌다 보니 사행성 게임 앞에서 멈춰 섰다.
아, 이건 못 참지.
추억의 뽑기였다.
“거기 마법과 학생들? 뽑아서 숫자가 나오면, 잉어 드리고 있거든요. 하실래요? 가볍게 동화 열 닢.”
잉어?
나탈리는 고개를 들어 거대한 잉어 사탕을 올려다보았다.
진짜 잉어를 걸어 놨다 해도 믿을 만한 사이즈의 잉어 사탕은 열심히 줄에 걸린 채로 꾸물거리고 있었다.
물엿 때려박아서 만들어 놓은 사탕이 왜 움직이기까지 하는 건데.
너무 기괴하지 않나?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점원의 설명을 들었다.
툭.
꾸물.
“툭 치면 움직이거든요. 맛도 좋고.”
“와아….”
아델라는 두 눈을 반짝이며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연구회 우승으로 받아둔 돈이 조금 있으니 나름 풍족했다. 원도 아델라를 따라 지갑을 꺼냈다.
숱하게 해 온 뽑기다.
한참 어렸을 때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 오랜만에 해 볼까 싶기도 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아델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해 보자.”
“그러지, 뭐.”
그러자 점원이 친절하게 하는 법을 설명해 주었다.
“자, 여기 막대기 잘 올려놓고. 원하는 숫자 딱 뽑으시면 돼요. 잉어가 나와라, 하고 주문 외우면 좀 더 잘 나오던데.”
“…저희가 신학과도 아니고.”
“마법과 학생들이 의외로 잘 뽑아요. 애들이 감이 좋아.”
으악!
나탈리의 나직한 탄식이 울려 퍼졌다.
결론은 꽝이다.
원은 허세 섞인 표정으로 으스댔다.
“나탈리, 꽝은 뽑기도 힘들지 않아? 딱 기다려. 내가 뽑아볼 테니까.”
“….”
“아아악…!”
이쪽도 꽝이다.
아델라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뽑는 족족 꽝만 뽑나 싶을 정도로.
나는 별 미련 없이 남은 것 중에 하나를 뽑았다.
랜덤박스에 이어서 미치도록 좋은 운빨은 여기서도 먹혔다.
“음?”
이거 뭐냐.
왜 죽어라 안 걸리던 게 한 번에 걸리는 거냐고.
나는 두 눈을 끔뻑이며 종이들 들었다.
결과는 당첨.
점원이 호들갑을 떨며 박수를 쳐 댔다.
“잉어입니다! 꺄아아아! 주문을 안 외우고 성공하시다니, 행운의 신이 함께하신 모양이군요!”
“미친.”
“뭐야, 쟤는.”
동화를 있는 대로 다 쏟아붓고도 실패한 아델라가 해탈한 얼굴로 탄식했다.
나는 얼떨결에 거대한 잉어 사탕을 건네받았다.
“아, 감사합니다.”
꾸물.
기분 나쁘게 꾸물거리는 게 영 언짢긴 했지만 꼬리부터 달달하니 맛은 있다.
눈은 제발 깜빡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남은 건 경기 중에 먹겠다는 생각으로 아공간 가방에 잉어 사탕을 쑤셔 넣으려던 순간.
나탈리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으응?”
나탈리의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이 내게 닿았다.
“저 잉어도 길들인 거예요?”
뭐라는 거야, 얘는.
“이게 테이머의 세계인 건가….”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진심 같았다.
* * *
본격적인 축제는 오후부터 시작이다.
운동회 일정은 내일이니, 오늘 하루만큼은 여유롭게 쉴 수 있다.
나탈리와 원은 먼저 기숙사로 돌아가고, 나는 아델라와 남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늘의 식사 메뉴는… 만두전골이다.
어째 내 메뉴 선정에서 하나같이 세대차가 느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아니, 맛있으면 장땡인 거 아니냐?
나는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이거지.
“아, 역시 든든해.”
아델라는 국물에 빠진 만두가 신기하게 생겨 먹었다고 생각하는지 거듭 뒤적거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이거, 이렇게 먹는 거 맞아?”
“만두 먼저 먹고.”
“엉.”
“밥 말아먹고.”
“엉.”
“칼국수로 마무리하는 거야. 어, 이게 웬만한 코스 요리는 가뿐히 이긴다니깐. 풀코스야, 풀코스.”
아델라는 미심쩍은 눈으로 만두를 한 입에 베어 물었다.
“구운 건 많이 먹어 봤는데….”
물만두는 처음이란다.
후루룩.
뜨거운 만두를 입안에 밀어 넣은 아델라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
“야, 맛있지?”
끄덕끄덕.
아델라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다행히 의외로 입맛에 맞는 모양이다.
가만 보면 애들이 낯선 듯하면서도 막상 사 주면 잘 먹는 것이, 역시 만국공통의 음식임이 분명했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나탈리도 국밥 맛있게 먹더라. 이거랑 비슷한 거.”
우물우물.
내가 시키는 대로 밥을 말아먹고 있던 아델라가 고개를 들었다.
“나탈리… 랑 왔었어?”
“응.”
“나탈리가 맛있게 먹고?”
툭.
수저질이 잠시 멈췄다.
“응, 되게 맛있어 하던데.”
“아… 나탈리가 되게 잘 먹고 갔네.”
“응?”
“아니야, 좋았겠다.”
중얼중얼.
“나도 잘 먹을… 수 있는데….”
빠각.
쟤 뭔가 화난 것 같은데 왜 화났는지 모르겠다.
설마 자기 빼놓고 국밥 먹으러 가서?
…그렇게까지 밥에 진심이었나?
나는 조심스럽게 아델라를 달랬다.
“야, 담에 사 줄게. 풀코스로 사 준다, 내가.”
“….”
“소주도 시켜, 소주도.”
하기야 얻어먹은 적도 많으니까 입을 싹 닫는 건 좀 그랬다.
“파전 좋아해?”
“….”
“소주보단 막걸리가 취향인가?”
아무래도 삐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말을 더 얹으려는데.
“그… 아니 그런 거 말고!”
우물쭈물.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아델라가 용기를 낸 듯 말을 뱉었다.
“한시하.”
어?
“오늘 밤에, 불꽃놀이 한다던데.”
아델라의 두 눈이 내게 닿았다.
“같이 보러 갈래?”
* * *
타다닥.
근처 상점에서 사 온 막대기에서 불꽃이 타들어 간다.
푸른 불꽃이 마치 마법처럼 허공에서 터졌다.
본격적인 불꽃놀이는 조금 뒤에 시작되지만, 아델라는 이것만으로도 꽤 재밌었는지 연신 막대기를 허공에 그었다.
파바박.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환한 불꽃이 어둠을 적셨다.
나는 웃으며 아델라의 뒤에 섰다.
“뭐야, 너 이런 거 좋아하냐.”
잔혹한 선역. 그 유명한 이명 때문에 그런지, 아델라가 이런 낭만적인 걸 좋아할 거라곤 생각 못했다.
이런 곳에서 불꽃을 터트리는 법보다는 흑마법사들을 터트리는 법을 연구할 줄 알았는데.
열다섯은 열다섯이다.
어느새 아델라의 양 볼이 발그레해져 있었다.
“…재밌어.”
그새 더 어둑해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준비를 마친 아르델의 마법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자, 아델라의 두 눈도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슬슬 진짜 시작하려나 보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괜찮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카데미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부터, 지금쯤이면 정신없이 바쁠 졸업학년까지.
아르델 아카데미의 웬만한 학생들이 한데 광장으로 모였다.
우르르.
인파가 둘러싼 광장.
그 틈에서, 아델라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뗐다.
“그냥 한 번 보고 싶었어.”
모르기 몰라도 작년 이 시간에, 아델라는 정신없이 훈련이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껏 축제를 즐긴다 해도 각 학과의 명예가 걸린 운동회나 나가려 했겠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사람들에게 치이면서.
몇 분의 감성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건, 확실히 아델라다운 행동은 아니었다.
“맨날 훈련만 하는데, 가끔은 이런 거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좋은 생각이지.”
아델라는 확실히 그럴 필요가 있었다.
나 역시도.
어느덧 메인 에피소드의 서막이 열렸다.
아마, 아르델의 축제도 오늘 이후로 한동안은 볼 수 없을 터.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이 축제가 당분간 마지막이라는 것을 아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라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담히 중얼거렸다.
“혼자 오는 건, 조금 용기가 필요하니까.”
“좋아?”
“어, 벌써.”
아델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꽃축제의 시작을 알리듯.
펑.
커다란 소리가 저편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하늘 위로 흐드러지듯 빛의 줄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잔뜩 기대한 애들이 들뜬 목소리로 하나둘씩 말을 더했다.
“와.”
“시작한다, 시작한다.”
사방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물감처럼 한데 섞인 여러 색깔들이 그려졌다가, 이내 말끔히 사라진다.
하늘을 도화지 삼아 그려지는 찬란한 빛의 마법.
파앗.
팡. 팡.
불꽃이 터질 때마다 아델라의 두 눈이 동그래진다.
“예쁘다….”
이런 거, 처음 본다고 하던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신기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괜히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기야, 저 나이대 애들이면 한창 불꽃놀이 보고 좋아할 나이긴 하지.
아르델에서는 대규모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나름 희귀한 마법인 것 같던데.
규모는 내가 아는 것보단 훨씬 작아도, 저 모든 게 직접 설계된 마법이라 생각하면.
낭만에 잠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선 피식 웃었다.
“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더 끝내주는 데도 있어.”
여의도 불꽃축제라고.
이거 규모의 몇 배라고 괜히 허세를 부리고 싶지만….
어차피 두 번 다시 못 보는 거, 별 의미 없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델라가 선수를 쳤다.
“나중에 같이 가자, 그러면.”
이렇게 적극적인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왠지,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따뜻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싱긋 웃었다.
“그래, 그러자.”
* * *
불꽃축제가 마무리되고 나서도, 아델라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까의 광경을 두 눈에 담으려는 듯 한참이나 텅 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 눈길이 빤히 아델라를 향하자, 아델라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속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아. 여기 오고 나서 너무 여유가 없었어.”
나 역시 크게 다를 건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스펙타클한 일들이 줄줄이 터지는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으니까.
돈도 빽도 없는 아델라가, 여기서 살아남는 것 역시,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치열했을 터였다.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그 설정만을 알고 있을 뿐.
아델라는 이 얘기를 처음으로 내게 털어놓는다.
이한에게도 하지 않았기에, 독자인 나조차 알 수 없었던 아델라의 사연.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흑마법사들 때문에?”
아델라는 흑마법사들을 증오한다.
그 간단한 명제만이 머릿속에 박혀 있는 나는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아델라는 내 말에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 그건 핑계야.”
처음 듣는 이야기에, 잠시 당황했다.
아델라의 입술이 달싹였다.
핑계.
왠지 그 말이 걸려서, 나는 아델라를 돌아본다.
갑자기 떠오르는 말이 있어서.
‘네게 설령 아무 죄가 없었어도, 내 손으로 너를 죽여야 했을 테니까.’
흑마법… 때문이 역시 아니었나.
그러면 대체 왜?
어느 순간부터 얘가 나를 죽일 거라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
그래서인지 그다음 말을 별로 듣고 싶지 않아졌다.
“어디 가서도 말한 적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캄캄한 밤하늘을 두 눈에 담은 아델라가 나를 바라본다.
슬프게 웃는 아델라가 마침내 입을 뗐다.
“나는, 죽여야 할 사람이 있어.”
지금 이 시간이 멈추길 바랐는데.
심장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