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74화(7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74화
아델라의 두 눈이 내게 닿았다.
불꽃의 잔상을 쫓는 듯, 아델라의 눈은 아직 반짝이고 있었다.
순수하게 꺼낸 한마디에서 악의가 없음을 알았다.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군데?”
“누군지 몰라. 알아내야 해.”
아직, 아델라는 모르는 듯했다.
작중에서 그녀를 쉼 없이 몰아치게 했던 복수의 대상을.
무슨 이유로 엮인 인연인지, 왜 죽여야만 하는지 모르는 건 나도 매한가지다.
“얼마나 강한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나는 아무것도 몰라.”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 불꽃이라도 한 번 더 터트려 주면 좋을 텐데.
나는 어느새 새카맣게 타들어 간 막대기 끝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이 우리의 관계의 종말이 아니길 바라며, 다시 아델라를 돌아본다.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나는 애써 태연하게 웃으며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아까까지 따뜻하던 밤공기가 코끝을 서늘하게 스쳐 갔다.
아델라는 웃으며 내 말에 답했다.
“반드시 찾을 거야.”
“찾아서, 죽일 거야.”
그냥 그 두 마디뿐이었지만.
그게 왠지 나일 것 같아서.
그 이유를 나도 모르겠어서.
“좀 무서운데… 나 잘할 수 있겠지?”
마음 한구석이 조금 시렸다.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웃으며 답했다.
“잘할 거야, 넌. 뭐든.”
* * *
다음 날.
운동회 일정이 쉼 없이 이어지는 축제의 둘째 날.
은근히 찌는 듯한 더위가 정수리를 달구고 있다.
한시하는 그늘에 앉아 이한의 플라잉 계주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으면, 상념을 날리기엔 좋다.
‘아델라….’
그녀가 왜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 아직 단서를 찾지 못했다.
당사자도 찾지 못한 단서를 자신이 찾을 수 있을 리가.
한시하는 생각을 포기하고 다시 경기를 직관했다.
계주 경기에 달아오른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와아아아악!”
“이한! 이한! 이한!”
그중에서 선두에 있는 건 이한.
말 그대로 날아다닌다. 따라오는 애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가파른 장애물을 빠르게 꺾어 오른 이한은 여유롭게 고개를 돌려 손을 흔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밀리고 있던 경기를 화끈하게 풀어낸다.
“마법과! 이겨라!”
“이겨라! 이겨라! 이겨라!”
운동회의 꽃은 계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계주여도 계주는 계주지.
순식간에 치고 나가서 선두를 달리는 이한의 모습에 어느 틈에 다가온 아델라가 탄성을 터트렸다.
“와, 분위기 엄청나네.”
“언제 왔냐?”
“방금. 이한, 진짜 잘하네.”
“그러게. 혼자 다 해먹네.”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아델라의 말에 공감해 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계주에 집중했다.
아델라는 그런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죽여야 할 사람이 있어.’
아델라는 어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던 쓸데없는 얘기가 떠올라 얼굴이 확 붉어졌다.
‘내가 진짜 별 소리를 다했잖아?’
아델라는 고개를 홱 돌리고선 죄 없는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영문을 모르는 한시하는 두 눈을 굴리며 아델라의 눈치를 살폈다.
그때였다.
낯선 얼굴이 둘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역시 계주는 마법과를 못 이기겠더라.”
“어? 버크?”
아델라는 놀란 눈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익숙한 이름에 한시하의 눈썹이 잠깐 들썩였다.
강령과 2학년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버크.
강령과와는 어울리지 않는 한없이 순해 보이는 얼굴.
강령과의 모든 학생이 다 시모어 파커만큼이나 금지된 흑마법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둥근 성격인 버크는 마법과 학생들과도 잘 어울리곤 했다.
대형견처럼 휘어진 눈으로 버크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한시하도.”
툭.
버크가 능청스럽게 한시하의 어깨를 쳤다.
원래 1학년 때도 둘은 친한 사이가 아니긴 했다.
아니, 정정하자면. 한시하가 그 누구와도 친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
“….”
한시하는 달갑지 않다는 듯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버크는 머쓱하게 웃으며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
그걸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아델라가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 좀 피곤한가 보네. 다음 경기 준비해야 해서.”
‘원래 안 저런 애가.’
작년의 한시하라면 모를까, 지금의 한시하는 먼저 다가오는 사람을 쳐낼 성격이 아닌데.
아델라는 의아한 눈빛으로 한시하를 바라보곤 버크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도 오늘 출전해?”
“엇, 버크! 오랜만이네요!”
이번에 또 누군가 끼어들었다.
바로 나탈리였다.
버크는 나탈리와 아델라, 둘과는 나름 친분이 있는 상태였다.
친한 친구들도 거의 다 마법과에 있었고.
버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이번에 나가게 됐어. 승마 사냥 종목으로.”
“어! 그거 아델라가 나가지 않아요?”
“붙겠네. 아, 얘도 나가는… 한시하?”
“어?”
넋을 놓은 사람처럼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한시하는 알겠다는 듯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겠네.”
여전히 묘한 싸늘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아델라는 한시하의 눈치를 살피며 어색하게 웃었다. 어제 불꽃놀이를 보면서 아무 말이나 주절거렸던 것 같은데.
‘너무 쓸데없는 소리를 했나.’
괜스레 한시하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아델라는 머쓱한 얼굴로 버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따가 경기에서 만나자, 그럼.”
“그래, 잘해 보자고!”
짜악-.
나탈리와 아델라에게 하이파이브를 한 버크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물러섰다.
“꺄아아악!”
와중에 1등으로 들어온 이한이 위풍당당하게 두 손을 치켜들었다.
“이한! 이한! 이한!”
“야, 뭐 해. 안 나가고!”
우당탕탕.
그 난장판 속에 한시하만이 차갑게 식은 얼굴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강령과 버크….”
방금 전까지 아델라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지금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205, 014)
주머니 속에 들은 종이를 구기며 한시하는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우연은 아니겠지.”
* * *
“승마 사냥이 있겠습니다! 첫 번째 주자는 앞으로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2학년의 아델라, 2학년의 한시하. 3학년의 베튼과 4학년의 세린.
졸업반인 5, 6학년을 제외하고서 마법과의 4명의 대표 주자가 앞으로 나왔다.
뜨거운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한시하! 한시하! 한시하!”
그중 단연 많이 들려오는 이름은 한시하였다.
‘뜻밖인데.’
지난 드레이크 토벌로 많은 학생들이 기대감이 자신에게로 쏠렸다.
한시하는 의외라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강령과! 강령과 이겨라!”
강령과의 응원 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신학과와 자연학과도 이번 운동회에 참여하긴 하지만….
“우리가 3등할 거 같아. 별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확실해?”
“지난번에 틀렸잖아, 이 빡대가리야.”
신학과는 응원 대신 점성술로 운세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고.
자연학과는 진작부터 그늘 밑에 들어가서 책이나 펼치고 있다.
다른 종목도 그렇지만, 특히나 사냥은 저 두 학과의 관심 밖인 모양이었다.
때문에 경기는 마법과와 강령과의 2강 구도가 되고 말았다.
마강전의 부활.
관중석은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와아아악!”
한시하는 오른손을 치켜들어 그들의 응원 소리에 가볍게 답했다.
관심을 먹고 사는 성격답게, 뭐라도 더 팬 서비스를 보여 주고 싶었으나 오늘은 패스다.
한시하의 표정은 그답지 않게 여전히 굳어 있었다.
강령과의 버크.
그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버크가 왜 하필….’
녀석과 같은 경기를 뛰는 건 위험하다.
한시하는 만반의 준비를 마친 말을 돌아보고서 애써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러 노력했다.
버크가 저만치에서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선의의 경쟁, 알지?”
“내가 넌 반드시 이긴다니까.”
“너무하네. 살살해 줘.”
아델라와 버크는 웃으며 서로의 포부를 주고받고 있다.
‘선의의 경쟁은, 웃기시네.’
한시하는 떫은 표정으로 말 위에 올라탔다.
이번 경기에 앞서 승마 사냥의 규칙은 아델라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다.
휘슬이 울리면, 말을 탄 상태로 슬라임들을 한 마리씩 처치하면 된다.
주황색 슬라임은 5점, 노란색은 3점, 빨간색은 1점이다.
빨간색 슬라임들이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편이고, 점수가 높을수록 슬라임의 사이즈가 작았다.
한시하는 빠르게 경기장을 훑으며 활을 챙겼다.
“자, 준비하시고.”
쾅쾅쾅.
타악기의 울림소리가 경기장을 휩쓸었다.
차분히 관중석을 한 번 둘러본 한시하는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휘이익-.
네 명의 선수가 동시에 앞으로 튀어 나갔다.
* * *
“한시하! 한시하! 한시하!”
응원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한시하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의 고삐를 세게 붙들었다. 승마에 능숙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으나, 지난 조별 과제 이후로 오랜만에 잡아보는 고삐는 이제 제법 익숙했다.
“마법과! 마법과! 마법과!”
“무적강령! 예에에에! 쓸어버려!”
“꺄아아아악!”
한시하는 첫 번째 슬라임을 발견하고선 말의 방향을 꺾었다.
저걸 터트리면 되는 건가.
주황색 슬라임들이 한데 모여 있는 첫 번째 트랩.
가볍게 물웅덩이를 뛰어넘은 한시하가 마력 화살을 형성해 쏘았다.
파앗-.
포물선을 가르며 떨어진 화살이 정확히 조그마한 슬라임에 박혔다.
“마법과 5점!”
“미친.”
“벌써 잡았어?”
통통.
과녁이 고정되어 있어도 달리는 말 위에서 명중시키는 게 쉽지 않은데, 시도 때도 없이 뛰어다니는 슬라임들인지라 조준이 쉽지 않았다.
남은 화살이 겨우 7발이었기에 한층 신중해졌다.
두 번째 조준.
좁은 길을 빠르게 빠져나오며 망설임 없이 활을 쏘았다.
파앗-.
“마법과 3점!”
“미친 속도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강령과도 3점!”
그리고, 세 번째 조준.
한시하는 뒤편을 스윽 돌아보며 버크의 위치를 확인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한시하는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 마강전이니 뭐니, 이딴 걸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버크의 행동과 트랩의 위치.
한시하는 사소한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 정도 거리면 되려나.’
버크가 빠른 속도로 자신의 뒤에 붙고 있다.
확신이 들었다.
여기서, 기필코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한시하는 입술을 악물고선, 말의 방향을 꺾었다.
세 번째 트랩을 뛰어넘는 대신, 한시하의 말이 다급히 경로를 이탈한다.
그 순간이었다.
“으아악!”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버크가 말에서 굴러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