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76화(7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76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법과가 지금 이 시각에 강령과의 강의실에, 그것도 이미 쓰러져서 병원 행인 버크 녀석의 사물함을 건드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다.
제 발이 저릴 수밖에 없다.
빠르게 몸을 틀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연기도 이내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너무 놀라서였다.
“뭐야?”
문을 열고 들어와서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은, 강령과의 시모어 파커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네가 왜 거기서 튀어나오냐?
다행히 사물함을 열고 닫는 건 보지 못한 눈치다.
나는 녀석을 천천히 훑으며 눈치를 살폈다.
초췌해 보이는 얼굴에 눈가에는 짙은 다크서클까지.
혈기 넘치는 얼굴로 달려들었던 예전의 시모어 파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시모어 파커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조금 더 놀랄 줄 알았는데.”
가슴을 쓸어내리며 시모어 파커의 말에 대꾸했다.
녀석은 지금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하기야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겠지만.
나는 애써 태연하게 녀석의 말을 받아쳤다.
“못 볼 사람을 본 건 아니잖아.”
“아니, 감옥에서 나온 거. 좀 더 기겁할 줄 알았다고.”
물론 기겁이야 했지.
큐브를 빼내다가 들킨 게 더 기겁할 일이라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시모어 파커의 복학은 원래부터 예정된 일이었으니 그가 생각한 것처럼 빅 이벤트는 아니었다.
다만, 이 정도로 단기간은 아니었다.
내 기억상 적어도 3, 4학년 때는 되어서야 빠져나왔으니까.
아무래도 어니스트 학장의 도움이 컸을 터였다.
이 또한 내가 만들어 낸 변수인가.
녀석의 눈치를 살폈다.
축 처진 눈동자에 악의는 없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는 징조다. 아직 흑화하진 않은 건가.
시모어 파커를 찬찬히 눈으로 훑던 순간, 그제야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근데 네가 왜 여기에… “
“안녕, 잘 지내고.”
“야… 야!”
후다닥.
몹시도 티가 나는 자세로 엉거주춤 문을 붙들었다.
그 사이에 큐브는 이미 아공간 가방 안으로 숨긴 뒤였다. 이게 변명이 될 줄은 모르겠다만.
“길을 잃었어.”
“어, 그래.”
“나, 길치야.”
다행히 녀석은 붙들지 않았다.
내가 봤을 땐 붙들 의욕조차 없는 표정이었다.
* * *
“시모어 파커가 돌아왔다고?”
다음 날, 아르델 아카데미는 완전히 뒤집혔다.
축제에서 벌어진 낙마 사고, 버크의 자작극에 이어서 아르델 전체가 난리 날 사건이 하나 더 일어난 셈이었다.
이놈의 학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제정신이야? 걔를 왜 꺼내 준거야, 학장님은?”
아마 시모어 파커를 꺼내 준 사람이 어니스트 학장이 아니었다면, 아델라의 입에서는 바로 쌍욕이 나왔을 터였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노릇노릇한 바베큐를 찢어 입안에 밀어 넣었다.
녀석을 꺼내자는 사람 중 하나가 나였다는 걸 알면 뼈도 못 추릴 기세다.
급식실에서부터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았기 때문에, 원은 흥분한 투로 말을 쏟아 냈다.
“아까 여기 왔잖아. 당당하게, 강령과 애들이 엄청 싸고돌던데. 봤어?”
“오늘 한 판 날 거 같더라. 가뜩이나 축제 이후로 사이도 안 좋은데.”
아델라는 소시지를 우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현재 마법과와 강령과의 악감정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한 놈은 혼자 자작극을 벌이다가 골로 갔고.
한동안 조용히 지내던 강령과의 이미지는 다시 안 좋아지는 중이니까.
그 순간, 급식실이 떠나가라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모어 파커다!”
“미친. 무슨 배짱이야.”
우르르.
강령과 녀석들이 시모어 파커의 뒤를 따라 급식실에 몰려왔다.
강령과의 재킷을 나풀거리며 중앙에 떡 하니 앉은 녀석들은 기세등등한 태도로 이쪽을 흘겨보았다.
“말세다, 말세야.”
“너는 무슨 백 년은 산 사람처럼 말하냐.”
“이게 말이 돼? 저 새끼랑 같은 학교를 다니라고?”
“야, 다 들린다. 말 조심히 하지?”
강령과 녀석 하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마법과에 경고를 날렸다.
정작 당사자인 시모어 파커는 가만히 있는데 주위가 시끌시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모어 파커는 슬카데미에서 강령과의 리더에 가까운 역할을 해 왔으니 말이다.
경계해야 한다.
일단 급한 대로 당장 흑화하는 것은 막은 것 같지만, 앞으로 어떻게 튈지는 모르는 일이니.
아델라와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내 시선은 시모어 파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시모어, 무시해. 마법과 녀석들 하나같이 다 쫄은 거야. 자신 있으면 덤비든가. 뒤에서 씹고들 있어, 치사하게.”
“그만해도 될 거 같은데.”
시모어 파커는 한숨을 내쉬며 강령과 따까리들의 말을 차단했지만, 싸움은 거기서 끊이지 않았다.
“이야, 요새는 범죄자도 당당하네.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다녀. 너네들 때문에 나탈리는 죽을 뻔했는데? 그렇지, 나탈리?”
“저는… 괜찮아요!”
“괜찮기는. 나는 별로 안 괜찮은데. 저런 더러운 새끼들이 학교를 당당하게 활보하고 다니는 거, 좀 역겹거든.”
아델라의 예상은 맞았다.
어떤 한 명이 만인의 이상형 나탈리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마법과 애들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아, 진짜 싸우겠네.
조용히 밥 먹기는 글렀다.
“뭐? 역겨워? 이 새끼가 진짜!”
“강령과는 주먹 아니고서는 대화가 안 되는 건가? 역시 수준 하고는.”
퍽.
“야, 너 지금 나 때렸냐?”
“으아아악!”
“때렸다, 어쩔래. 이 등신아! 덤벼보시든지.”
“못할 줄 알아? 이 새끼들이 진짜.”
우당탕탕.
정말 개판이 따로 없다.
아델라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평화주의자 나탈리와 마법과의 명성을 더럽힐 정도로 난장판을 피우는 다른 녀석들.
급식실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던졌다.
“뭐, 다들 예상했잖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 수준 떨어져.”
아델라는 혀를 내두르며 껍질이 바삭하게 익은 바베큐를 손으로 잡고 뜯었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뭐? 정정 신청이요?”
강령과의 리더이자, 구심점이었던 시모어 파커가.
마법과로 학과 변경을 신청할 줄은.
그날 오후, 학교는 다시 한번 뒤집혔다.
* * *
“시모어 파커 학생의 정정 신청 건에 대해 얘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어니스트 학장이 근엄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원래대로라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봤을 다른 교수들도 오늘만큼은 시작과 동시에 한숨을 뱉었다.
‘정정 신청은 무슨 정정 신청이야.’
다들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서로 한창 눈치를 보던 와중, 그린트 교수가 먼저 총대를 멨다.
“지금 대형 사고를 치고서 복학한 녀석이 나오자마자 꺼낼 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동감합니다.”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적당히 해야지. 그 정도면 심장에 철판을 깐 게 아닙니까?”
“어린 것이 벌써부터… “
마법과 교수들 중에서 달갑게 생각하는 교수들은 없었다.
물론 강령과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정신이 아닌 거죠.”
“대체 무슨 정신머리로 마법과를 가겠다고 하는 건지.”
“차라리 차분하니 신학과로 보내 버리는 건 어떻습니까?”
“신학과는 개나 소나 갑니까?”
“아니, 말은 바로 합시다. 우리 학생이 개나 소는 아니었지!”
강령과 교수들의 입장에서 시모어 파커는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뛰어난 인재였다.
1학년 상위권들 중에서 유일하게 강령과로 오게 된 녀석.
그런 인재가 다른 학과로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뿐더러, 다른 학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크게 괘씸해했다.
‘괘씸해도 일단 붙들어야지.’
이렇게 각자 다른 이유로 대부분의 교수들은 시모어 파커의 이번 정정 신청을 탐탁지 않아했다.
어니스트 학장은 술렁이는 회의장의 분위기를 잡고자 책상을 두 번 두드렸다.
“다들 정정 신청 자체에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해 보죠.”
어니스트 학장의 한마디에 교수들의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대다수는 감정이 섞인 다소 과격한 대답이었다.
“정정 신청이 흔한 경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죠.”
“애당초 안 될 건데, 신청하는 미친놈은 없었죠.”
“아이 참, 교수님. 말은 좋게 좋게 갑시다.”
“그놈 보면서 좋은 소리가 나오게 생겼습니까, 지금?”
“자자, 그만!”
쾅쾅.
어니스트 학장은 교수들의 논쟁을 빠르게 커트했다.
저들의 말처럼 정정 신청이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학과 배정 자체가 학생의 성향을 바탕으로 배정되는 것인데, 주사위의 뜻이 번복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주사위의 재선택을 받지 않는 이상 학생이 신청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의 하늘의 뜻에 따르는 방식.
시모어 파커가 마법과에 가겠다고 아무리 우겨댄들, 주사위의 선택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게다가 성향은 기본적인 기질이라 바뀔 리가 없었고.
그럼에도 하겠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기회는 한 번 주는 게 어떨까요?”
“아니, 기회는 무슨 기회. 그 녀석을 밖으로 빼낸 거 자체가 기회는 충분히 줬죠.”
“강령과가 어때서 나가겠다는 거야, 그 정신 나간 녀석은.”
“그러면 그렇게 합시다.”
그린트 교수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어니스트 학장 다음으로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영향력 있는 그린트 교수다.
시끄럽게 논쟁하던 교수들 몇몇이 입을 다물었다.
‘망할 시모어 파커.’
그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그린트 교수였지만 무작정 반대하고 억누른들, 잡음은 가라앉지 않을 터였다.
그럴 바엔 확실히 강당에서 기를 잡고 들어가는 게 낫겠지, 하는 판단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강당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하도록 하죠.”
그렇게 시모어 파커의 정정 신청이 접수되었다.
* * *
“말도 안 돼, 정정 신청이라니.”
“감옥에 갇혀 있다가 드디어 미친 걸까?”
“아르델의 지하 감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미친 건 분명해.”
마법과 학생들이 술렁거리며 강당 앞을 주목했다.
그 틈에 낀 나 역시 비슷한 심정이었다.
“말도 안 되긴 하지….”
“그렇지?”
나는 원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작에서도 시모어 파커가 마법과로 왔다는 설정은 없었다.
당연했다. 녀석은 강령과의 악역으로 자리매김해 이한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강령과 녀석들을 모으며 힘을 키웠었으니.
이건 신종 뒤통수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녀석의 눈에는 악의가 없다.
사실 무슨 생각인지도 알 길이 없는 멍한 눈이었다.
아, 혹시 미쳤나?
확실히 돌아 버린 것 같기도 하고?
“시모커 파커 학생은 앞으로 나와 주세요.”
어니스트 학장이 온화한 미소로 시모어 파커를 불렀다.
시모어 파커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턱을 괸 채 나직이 중얼거렸다.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 낸 장본인을 꼽자면 내가 되겠지만.
그 모든 변수의 상황을 가정하고서라도 이번 일은 말이 되질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게 될까?”
“당연히 안 되지. 주사위가 괜히 주사위야? 신청을 받아준 것부터 이해가 안 가. 바뀔 리가 없잖아.”
원은 손사래를 치며 확신했다.
될 리가 없다. 물론 나도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시모어가 저렇게까지 나서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그 순간이었다.
“시모어 파커 학생.”
강당 내부가 고요해졌다.
교탁 위로 학기 초에 봤던 마법의 주사위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아, 처음 배정받았을 때가 떠오른다.
감회가 남달랐다.
나는 쉴 새 없이 진동하고 있는 마법의 주사위를 뚫어져라 올려다보았다.
위이잉-.
동그란 유리구슬 안의 주사위는 정신없이 흔들리며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시모어 파커의 인생과, 기질과 기타 성향을 모두 흡수하며 요동치는 주사위.
어니스트 학장이 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당 내부는 고요해졌다.
“배정 시작하겠습니다.”
“흐읍….”
파앗-.
그것이 허공으로 떠오른 순간.
강당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어?”
결과가 나온 순간, 그 정적을 깨고 뒤편에 앉은 학생이 탄성을 터트렸다.
“말도 안 돼.”
“내가 뭘, 뭘 보고 있는 거지?”
주사위에서 선명하게 새어 나오는 붉은빛.
시모어 파커 옆에 서 있던 교수는 크게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외쳤다.
“시, 시모어 파커… 마, 마법과로 정정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팍 찡그리고 말았다.
…저 녀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