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77화(7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77화
탁탁.
그린트 교수가 교탁을 두드리며 고개를 돌렸다.
드르륵.
문을 열고 시모어 파커가 들어왔다.
“…하.”
“미친.”
“망할 학교, 빨리 떠나겠어. 주사위가 더위 먹은 게 아닌 이상 이럴 리가 없지.”
예상했던 반응들이다.
그린트 교수조차 크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으니 학생들을 탓할 수가 없었다.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강당에서 공개적으로 정정 신청을 받겠다고 한 이유도 시모어 파커를 응징해 다시는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그린트 교수 역시도 정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확신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시모어 파커는 당당히 강의실에 발을 들였다.
“안녕하세요.”
“소개나 듣지.”
그린트 교수의 퉁명스러운 한마디에 시모어 파커는 굳은 얼굴로 멈춰 섰다.
지금 이 강의실에서 그 누구도 호의적인 태도로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하… 같이 수업 들을 생각하니까 골 때리네.”
“으, 소름 끼쳐.”
“음침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
시모어 파커는 뻣뻣하게 굳은 자세로 조심스레 입을 뗐다.
“시모어 파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탈리, 눈감아.”
“저런 거 보는 거 아니야.”
나탈리 주위의 학생들이 흥분한 투로 그녀를 챙겼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시모어 파커의 죄는 결코 가볍지 않았으니까.
죗값을 온전히 치르고 나온 것도 아니다. 가문의 힘으로 빠져나온 것이 뻔하니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차라리 그럴 거면 끝까지 강령과에나 처박혀 있지.
다른 곳도 아니고 피해자들이 있는 마법과에 오겠다고 했으니 당분간은 이 논란이 꺼질 리가 없다.
이젠 든든하던 강령과의 방패도 없는 상황.
“그럼 들어가도 될 거 같은데.”
그린트 교수의 깐깐한 목소리가 훅 치고 들어왔다.
시모어 파커는 고개를 숙이며 강의실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넵.”
왠지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갑자기 제 발로 마법과에 온 이유가 뭘까?”
“개과천선이라도 했나 보지.”
“개… 뭐?”
“미안.”
한시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이한을 돌아보았다.
생각해 보니 개과천선이 뭔지 알 리가 없다. 너무 비주얼이 한국인패치라서 잠시 헷갈렸다.
한시하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더했다.
“나도 모르겠다고. 무슨 생각인지.”
원작의 행보와 같았으면 그의 질문에 쉽게 대답해 주었겠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무슨 생각일까.
기본적으로 주사위는 철저히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과를 배정한다.
한시하의 성향이 바뀌어 강령과가 아닌 마법과로 배정되었던 것처럼, 시모어가 마법과로 정정되었다는 것은 기본적인 성향이 바뀌었다는 의미였다.
인간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빙의된 것도 아닌 녀석의 성향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는 게 납득하기 힘든 얘기지만 사실이었다.
‘흑화는 안 할 거라는 건가.’
일단 나쁜 신호는 아니다.
마법과의 모든 학생들이 극도로 시모어 파커를 싫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스토리의 흐름으로 봤을 때 시모어 파커 정도의 재능을 가진 녀석은 적이 아닌 아군으로 만나는 것이 편하다.
아니, 편한 걸 넘어 큰 도움이 될 거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뒤꿈치로 땅을 팠다.
“뭐, 당분간 지켜봐야겠어.”
“그래야지.”
“그런데 왜 부른 거야?”
한시하는 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애당초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한참을 떨어진 곳에 이한을 데려온 이유는 하나였다.
아공간 가방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큐브를 꺼내 놓았다.
이한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이한은 두어 번 눈을 끔뻑였다.
그답지 않게 흥분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어디서 찾았어?”
“버크의 사물함에서.”
두 번째 큐브.
시모어 파커가 들어오기 직전에 빠르게 낚아챈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큐브가 손안에서 주황색 빛을 내며 반짝였다.
한 손에 잡히는 것치곤 상당히 묵직하다.
게다가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터라, 잡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려 왔다.
이한은 한시하의 한마디에 인상을 찡그렸다.
“버크의 사물함에서 찾았다고?”
한시하도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었다.
“그 자식의 수작이었나?”
“실려 갔으니 물을 수는 없겠네. 묻는다고 답해 주지도 않을 테고.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나을 거야.”
시모어 파커가 보긴 했지만 어디서 말하고 다니지 않길 바라야겠고.
가만히 있으면 들킬 염려는 적었다.
그런 이성적인 판단과는 반대로 영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원작에서도 버크에게는 없었는데.
‘던전에서 발견됐지.’
애당초 통수캐로 수많은 독자들을 열 받게 했어도 그만한 비중이 있는 녀석은 아니다.
큐브를 들고 있었을 정도면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것인데, 그게 마음에 걸린다.
정말 자신을 죽일 목적으로 트랩을 설치했던 건가.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와 동시에 다른 경우의 수가 머리를 때렸다.
버크가 큐브를 들고 있었던 게 아니라.
누군가 고의적으로 그 자리에 넣어 둔 거라면….
한시하는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었다.
“에이, 설마.”
아무래도 너무 갔다.
말이 되는 소리여야지.
* * *
“창술은 언제나 근접전을 주의해야 한다. 방심하는 순간, 상대의 공격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투실전학 시간.
에딘 교수의 따분한 목소리가 강의실에 울렸다.
햇살이 뜨겁게 강의실 안을 달구는 오후, 가뜩이나 잠이 올 시간에 지루한 이론 수업을 하고 있으니 이미 절반은 졸고 있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 듯 교수는 딱딱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 갔다.
“창술은 가동 범위가 넓기 때문에 민첩성을 필요로 하지.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적당한 타이밍에 받아치도록 해야 한다.”
꾸벅꾸벅.
에딘 교수의 시선이 한심한 학생들에게 향했다.
하나같이 졸고들 있군.
‘시범 대련을 해야 하나.’
이론만 2주 연속 주구장창 가르치고 있으니 저럴 법도 했다.
나직이 혀를 찬 교수는 앞자리에 앉은 한시하를 향해 손을 까닥였다.
“학생, 앞으로 나와 보게나.”
“…!”
원이 툭 치는 바람에 기겁하듯 일어난 한시하가 두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어우, 뭐야.’
허구한 날 조교가 준비한 수업 대본만 줄줄 읽고 나가던 에딘 교수가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줄은 몰랐다.
자도 신경도 안 쓰더니만, 잘못 걸렸다.
한시하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에딘 교수는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퍼질러 자고 있었다.
뒤편에서 누워 있던 몇몇 녀석들도 눈을 비비며 엉거주춤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창술을 적용하는 대련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두 학생이 대표로 나와서 선보이도록 하지. 학생이랑….”
에딘 교수는 뒤편에 멍하니 앉아 있는 한 학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법과에서 본 적 없는 듯한 낯선 얼굴인데. 자고 있지는 않은데 어디론가 정신이 팔린 듯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저기, 학생?”
웅성웅성.
에딘 교수가 지목한 학생을 확인한 학생들이 다시 수군대기 시작했다.
“저, 말입니까?”
시모어 파커는 난색이 된 얼굴로 엉거주춤 일어섰다.
부르니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하필이면 첫 수업부터 이렇게 주목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대련 상대가 한시하라니.
…미치도록 어색했다.
두 사람이 나오자, 에딘 교수가 물었다.
“두 학생은 창술 경합을 해 본 적이 있나?”
“저는 없습니다.”
한시하는 그새 잠이 다 깬 듯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 시모어 파커는 무거운 입을 쉬이 떼지 못했다.
살벌한 공기. 수십 명의 눈동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저도 없습니다.”
한시하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아는 한, 시모어 파커는 전투에 능한 편이었다.
마법과뿐만 아니라 강령과에서도 전투 실전학은 필수 과목으로 배울 뿐더러, 어릴 적부터 승마와 창술에는 재능이 있던 친구였다.
헌데 왜 저런 반응인 걸까.
넋이 나간 얼굴은 그렇다 쳐도, 할 줄 아는 걸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이유는 없을 텐데.
시모어 파커는 쭈뼛거리며 끝이 둥글게 무딘 창을 한 손에 들었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창끝으로 상대를 때리기만 하면 된다.”
‘쟤 완전히 맛탱이 갔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었다.
“아아악!”
휘익-.
에딘 교수의 휘슬과 동시에 한시하가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두 개의 창이 쇳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부딪혔다.
한시하는 방향을 틀어 창을 휘둘렀다.
마법사, 특히 그중에서도 테이머라면 전투실전학에는 약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실전 전투로 익힌 움직임이긴 하나, 기본기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원래의 시모어 파커라면 한시하를 몰아붙여야 정상.
하지만, 시모어는 계속해서 물러나고 있었다.
채앵-.
창은 다시 부딪혔다.
한시하는 시모어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허억… 헉.”
시모어는 떨리는 손으로 창을 붙들었다. 형편없는 실력이다.
구경하고 있던 마법과 학생들이 일제히 한시하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한시하, 찔러 버려!”
“한시하! 한시하! 한시하!”
“와아, 잘하는데?”
여기 어디에도 시모어의 편은 없었다.
시모어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창을 다시 잡았다.
어설픈 공격이 치고 들어왔다.
한시하는 창으로 시모어의 공격을 흘려내며 파고들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못할 리가 없는데.
창술에선 초보 중 초보인 자신에게 기가 죽은 채 밀리고 있다.
대체 왜.
‘욕이라도 먹을까 봐?’
채앵-.
한시하는 시모어 파커를 똑바로 응시했다.
한없이 무기력한 두 눈이 자신을 올려다보았다. 적의는 없어 보였다. 두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지만, 힘은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
한시하는 다시 한번 창을 허공에 내질렀다.
“악!”
창이 다리에 맞았는지 시모어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고꾸라졌다.
한시하는 그것을 기회삼아 한층 더 맹렬한 공격을 이어 갔다.
사실 어이가 없었다.
‘저 정신 나간 놈이 진짜.’
저렇게 무기력하게 엎어져 있으라고 풀어 준 게 아니었다.
메인 캐릭터에 들 정도로 재능이 넘쳐 나는 녀석이 대체 왜 한심하게 저러고 있는 건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파앗-.
시모어를 창으로 누르려 고개를 앞으로 젖힌 순간, 한시하는 시모어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정신을 차리길 바라는 의미에서였다.
“등신아, 제대로 해.”
멍청하게 누워 있지만 말고.
한시하의 묵직한 한마디에 시모어 파커의 눈빛이 크게 일렁였다.
무력하게 쓰러져 있던 녀석은 무슨 생각인지 벌떡 일어섰다.
“한시하! 한시하! 한시하!”
여전히 마법과의 미운 오리 같은 존재.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할 거라 확신했기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던 시모어의 얼굴에도 충격의 빛이 스쳐 갔다.
“으윽.”
시모어 파커는 벌떡 일어섰다.
허우적거리던 아까 전과는 다른 몸놀림이었다.
두 눈이 또렷하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훨씬 낫네.’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창을 휘둘렀다.
그리고.
단 한 번의 합.
한시하가 휘두른 창이 먹혀들질 않았다.
“엉?”
시모어의 악에 받친 반격.
퍼억-.
“으아아악!”
슈웅-.
한시하는 순식간에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한, 한시하!”
“켁….”
시모어가 창술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잠시 잊은 대가.
한시하는 쿨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거의 다 이겼다.”
“응?”
“아깝네… 이거 진짜.”
한시하는 물음표가 된 학생들을 뒤로하고 투덜거리며 대련장을 나왔다.
아, 괜히 도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