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78화(7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78화
전투실전학 수업을 마친 뒤, 시모어 파커는 복잡한 눈빛으로 생각에 잠겼다.
‘왜 도와준 거지?’
그 해답을 여전히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시하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등신아, 제대로 해.’
시모어 파커는 강의실에서 한시하가 나직이 읊조렸던 말을 되새겼다.
녀석에게는 자신을 도울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증오한다면 모를까.
나탈리를 죽이려 했고, 한시하를 죽이려 했다.
평생 빌어도 갚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는 것쯤은 알았다.
불편한 감정이 시모어 파커를 휩쓸었다.
이전에도 한시하는 자신을 도왔다.
‘네 녀석은 멍청한 짓을 했다. 헌데, 기회를 달라고 하더군.’
지하 감옥에서 홀로 쭈그려 앉아 있었을 때, 어니스트 학장이 찾아왔었다.
한시하가 알 수 없는 편지를 남기고 떠난 뒤였다.
‘한시하가 말입니까?’
꼼짝없이 가문에서 파문될 위기였음에도 한시하는 자신을 도와주었다.
처음에는 강령과인 자신을 도와서 강령과에서 한탕이라도 하려는 목적이었나 싶었지만, 한시하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강령과에 뜻이 있는 건 아냐.’
한시하는 더 이상 작년의 이미지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엔 이미 가진 것이 너무도 많았다.
‘못 볼 사람을 본 건 아니잖아.’
‘아니, 감옥에서 나온 거. 좀 더 기겁할 줄 알았다고.’
강의실에서 다시 마주했을 때에도.
한시하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 크게 놀라지 않았다.
“별난 놈이야.”
시모어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없이 태연한 그 표정. 마치 모든 판을 읽고 행동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으니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녀석.
“후우.”
시모어 파커는 고개를 흔들어 한시하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이미 머릿속이 복잡해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여기에 한시하에 대한 고민까지 더하는 것은 옳은 판단이 아니다.
“이건 또 뭐냐.”
시모어 파커는 자신의 앞으로 쌓인 택배를 꺼내 들었다.
발신인이 딱히 써 있지 않은 걸보니 가문에서 보낸 것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상자를 칼로 연 시모어는 택배 상자를 떨구고 말았다.
“…!”
우욱.
비명을 내지를 뻔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안쪽에 들어 있는 비둘기의 사체, 그 옆에는 혈서인지 알 수 없는 괴기한 협박편지가 놓여 있었다.
“대체 누가….”
시모어 파커는 심호흡을 하며 상자를 옆으로 치웠다.
의도가 다분한 택배였다.
심지어 날카로운 칼날도 안쪽에 있었던 터라, 하마터면 손을 베일 뻔했다.
“이런 개 같은.”
자신에게 이 정도로 악감정을 지닐 사람을 빠르게 머릿속으로 추렸다.
하지만 이내 욕설부터 나왔다.
‘시발.’
많았다.
추릴 수 없을 정도로.
‘좀 착하게 살걸.’
마법과 녀석들이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고, 강령과라도 해도 말이 된다.
가장 최악의 가정은 아무래도 그 단체겠지.
자신이 지령을 받았던, 그러나 애써 외면했던 흑마법사들.
시모어 파커는 한숨을 내쉬며 택배 상자를 덮었다.
고작 이 정도에 흔들릴 멘탈이었으면 정정 신청을 하지도 않았다.
사실 아카데미에 복귀해서 마법과에 간 이유도 비슷했다.
강령과 녀석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때문.
물론 조용히 살아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흑마법사와 연이 닿은 몇몇 녀석들이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었다.
물론 그 일을 꾸미는 데에 자신도 가담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가는 가문에서 추방은 물론,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쫓겨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정신 차리자.”
더 이상 명을 단축시키는 짓거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시모어 파커는 거친 숨을 내쉬며 말라비틀어진 비둘기 사체를 옆으로 치웠다.
창밖에선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마법과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후우, 이쪽도 저쪽도 끼질 못하는… 비참한 신세네.”
누굴 탓할 것도 없다.
스스로가 자초한 행동이다.
시모어 파커는 자조 섞인 웃음을 흘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제길.”
갈 길이 구만리다. 조용히 졸업하는 것조차 지금의 시모어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직이 욕설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리던 순간.
“음?”
시모어 파커는 인상을 찌푸리며 창밖을 다시 확인했다.
날씨에 어울리지 않은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안내와 함께 아르델 아카데미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시모어 파커는 차분히 제 기억을 곱씹었다.
“…미친.”
아까 전까지 쏟아붓던 욕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진짜 욕을 쏟아부어야 할 것은 이 시점이었다.
시모어 파커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여유롭게 웃으며 학교 정문을 유유히 들어오는 검은 정장의 남자.
한시하 가문의 사람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순간, 저 서늘한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시모어 파커는 아랫입술을 악물며 다급히 창틀 아래로 몸을 숨겼다.
“아, 진짜 조졌네.”
저 인간은 위험했다.
* * *
아르델 아카데미의 도서관.
시험 기간이면 늘 붐비는 곳이다.
나는 책에 얼굴을 파묻은 채 기말 평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중간 평가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일정이라니.
아, 시발 때려치워.
“한시하!”
“어라.”
방금 실수로 책을 찢을 뻔했다.
나탈리는 두 눈을 끔뻑이며 나를 돌아보았다.
오늘의 공부팟은 이 세 명이다.
나탈리와 아델라, 그리고 나.
아, 정확히는 한 명 더 있었다.
아직 안 와서 그렇지.
아델라는 우리 둘을 위해 나올 만한 문제들을 집어 주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나탈리를 돌아보고선 볼펜을 빙빙 돌렸다.
그러곤 갑자기 교수님이 된 것처럼 질문을 던져 왔다.
“코볼트의 습성 세 가지 말해 봐. 이거 서술형으로 나온다고 했어.”
“아, 그거 알지. 금속에 집착하는 거랑, 신장이… 72cm?”
“72cm 중요하잖아. 숫자 틀리면 점수 깎는대. 그 교수님 원래 그러잖아.”
“하여간 쪼잔해.”
“그리고 세 번째는?”
“기다려 봐. 나 얘네 때려잡은 적 있다고.”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나탈리가 손을 번쩍 들었다.
“특정한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닌가요?”
“어, 맞았어.”
“뭐야, 행동학 만점 받는 거 아니야, 나탈리?”
“지난 학기엔… 절반도 못 맞았는데요. 저 낙제할 거 같아서 올인했어요.”
나탈리는 해맑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렇게까지 시험을 말아먹었는 줄은 몰랐지.
“…열심히 하자.”
나탈리의 점수에 애도를 표하며 다음 장을 넘길 때였다.
“우아아악!”
원이 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법한 괴성과 함께 달려왔다.
일찍 온다더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아델라가 혀를 차며 타박을 던졌다.
“대체 뭘 하느라 이 시간에 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원은 거친 숨을 들이쉬며 주머니에서 포스터 한 장을 꺼냈다.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인지 원은 숨을 헐떡이며 곧바로 말을 쏟아 냈다.
무슨 난리인가 했더니.
“대회?”
아델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포스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대회 공고 떴거든. 게시판에서 떼어 왔어.”
“야, 그걸 떼 오면 어떡하냐.”
“아, 몰라. 여튼 이거 봐봐.”
“점성술… 대회?”
나탈리가 두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회 이름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전혀 우리 쪽과는 연관 없는 주제다.
신학과에서 주최하는 대회였다.
얘는 무슨 바람이 들어서 갑자기 점성술이냐?
나까지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원은 손사래를 치며 목소리를 낮췄다.
“이번에는 진짜 할 만해. 내가 정보를 듣고 왔는데….”
아르델 2학년의 공식 정보통.
아델라는 미심찍어하면서도 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다들 1학년 때 기초 점성술 들었지?”
“들었지. 나 만점이었어.”
“나탈리 너는?”
“저도 점성술은 조금 잘했어요!”
“난 1학년 때 잘한 과목이 없어.”
“…아.”
원은 내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잘하면 됐지.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범위가 기초 점성술이라는 거야. 우리도 배운 거라고. 걔네랑 다를 게 없어!”
“뭐가 다를 게 없어. 걔네는 전공이고 우리는 꼴랑 한 학기, 그것도 기초만 들은 게 전부인데?”
“사실상 신학과 애들만 나가는 대회잖아. 경쟁률 낮지, 혜택은 좋지.”
상금도 상금이지만 가장 구미가 당기는 것은 바로 학점이었다.
“수상하면 신학과 3학점을 인정해 준대. 그것도 최고 성적으로.”
“…오?”
“거지같은 그린트 교수님 수업 하나를 2학기 때는 뺄 수 있다 이거지. 내가 이거 다 알아보느라 힘들었어. 선배가 적극 추천했다니까?”
그린트 교수 수업을…?
아까까지는 싸늘하게 식어 있던 아델라의 표정이 잠시 움찔했다.
나탈리도 침을 삼키는 것을 보니 조금은 당기는 모양이었다.
흐음.
점성술을 한 번도 배워 보지 않은 것이 함정인데.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얹었다.
“그것도 상을 받아야 되는 건데, 우리는 잘 모르잖아.”
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렵지도 않아.”
주변을 스윽 돌아보며 눈치를 살핀 녀석의 입에서 충격적인 한마디가 새어 나왔다.
“수업 몰래 가서 들으면 되잖아.”
“…뭐?”
“점성술 수업.”
이 녀석은 진심이다.
원의 눈빛이 불안할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야, 교복 벗어.”
아?
살다살다 출튀도 아니고 도강을 하자니.
그것도 다른 과를.
“미친놈아!”
나도 여간 돌은 놈이 아니지만.
저놈도 정상은 아니었다.
* * *
우당탕탕.
고요하다 못해 속세에서 벗어난 듯한 신학과의 강의실.
신학과의 교복을 몰래 빌려 입고선 강의실 안으로 엉거주춤 들어왔다.
장담컨대, 원만 미친 게 아니라 네 명이 단체로 미친 게 분명했다.
나탈리는 내 눈치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걸리지는 않겠죠?”
“원 말대로라면 안 걸릴 거 같긴 하더라.”
“야, 걱정 마. 마법과의 제파로프 교수님, 기억나지?”
아, 그 웨어울프 기르라고 해 놓고 10분 만에 강의실 나간 그 인간.
“딱 그분 스타일이래. 신학과의 제파로프랄까.”
나탈리의 낯빛이 확 밝아졌다.
“안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심화 점성술은 신학과 전원이 듣는 대형 강의였다.
일일이 학생을 체크하지도 않는 데다가 점성술 교수가 학생들에겐 신경도 쓰지 않는 성격이라고 하니 원의 말대로 걸릴 확률은 희박해 보였다.
“적당히 뒷자리 낑겨 앉아.”
이상함을 느낀 몇몇 신학과 학생들이 두 눈을 끔뻑이며 이쪽을 돌아봤지만….
“….”
역시나 고요하다.
지들끼리도 같은 과 학생인지 모를 정도로 타인에게 관심 없기로 유명하다던데, 실제로 직관하니 심각했다.
우리가 다른 과 학생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는 듯했다.
다들 나란히 얼굴을 가리고서 들어온 덕분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원은 그나마 덜 유명하지만, 나를 비롯해 아델라와 나탈리까지 셋은 조금 튀긴 했다.
“그냥 엎드려 있어.”
“알겠어.”
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 위로 엎어졌다.
그때였다.
벌컥-.
점성술 교수가 유유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학생 여러분?”
동그란 뿔테 안경을 들어 올리며 긴 로브를 입고서 등장한 점성술 교수.
파마머리가 인상적인 얼굴이었다. 한눈에 봐도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신학과 학생들 특유의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교수는 더했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에 원은 긴장한 기색으로 침을 삼켰다.
“그럼 수업을 진행하죠.”
물론 도강이긴 했지만 제대로 들으려 왔으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맨 뒷자리라 굳이 이쪽까지 돌아보는 학생들은 없는 듯했다.
‘다행히 잘 넘어갈 거 같네.’
역시 원의 정보통은 믿을 만했다.
교수는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마법과의 교수들도 따분하다 생각했는데, 이쪽은 거의 자장가나 다름없었다.
수업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펜타클은 물질을 상징합니다. 흔히들 돈을 상징한다고 말하죠. 그렇다면 컵은 무엇을 상징할까요?”
“감정을 상징합니다!”
“컵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인간의 감정이라고 해석하면 되겠군요. 물론, 해석은 상황과 현상에 따라 다르게 적용됩니다. 점성술도 마찬가지죠. 별의 뜻은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들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이론을 브리핑한 교수는 깍지를 낀 채 칠판 앞을 왔다 갔다 했다.
이해하지 못할 것들투성이였지만 일단은 들리는 대로 정신없이 필기했다.
그때였다.
교수는 흐릿하게 웃으며 누군가를 지목했다.
“그러면 오늘은 한 번 여러분의 해석을 들어 보도록 싶은데, 거기 검은 머리 학생? 나를 좀 도와주겠어요?”
“네… 네?”
윤하을은 방금 자고 일어난 듯 부스스해진 머리로 걸어 나왔다.
쟤… 역시 자고 있었어!
아니, 출튀로 유명한 녀석이 아직 수업을 튀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윤하을은 제법 당당히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와 교수 앞에 섰다.
“아, 졸령….”
그게 교수 앞에서 할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원이 놀란 건 다른 포인트였다.
구석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던 원이 당황한 듯 내 옆구리를 찔렀다.
“뭐야, 참여 수업은 안하는 교수님인데?”
“그러게. 야, 불안한데….”
하기야 지금 쟤가 아니라 우리가 문제지. 도강한 거 걸리면 큰일 나는 거 아닌가.
느낌이 쎄하다. 교수는 다시 한번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또 누구를 시킬까….”
원래 학생을 지목할 때는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가 가장 눈에 띄는 법이다.
불안한 예감이 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던 순간.
“그런데, 거기 맨 뒤의 학생?”
아?
설마. 나냐.
어느 수업을 들어도 어김없이 시범을 보이는.
준비된 대학원생이자, 교수님들의 최애 학생.
그래, 그게 나긴 한데.
“한번 나와서 시범을 해 볼까요?”
…조졌다.
두 번 생각해 봐도 조진 게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