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84화(8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84화
차라리 마력이었다면 날렵하게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이건 방향도 세기도 궤도도 짐작이 가질 않는 공격이다.
한시혁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무슨 이런 까다로운 공격이….’
퍽.
멍하니 서 있던 한시혁은 날아드는 주먹에 다시 한번 앞으로 고꾸라졌다.
“커억….”
두 번째로는 발길질이 날아왔다.
이번에도 옆으로 피하려던 한시혁은 옆구리를 걷어차이고 말았다.
콰앙.
한시혁은 저만치 날아갔다.
마력을 쓰지 않고도 놀라울 정도의 파괴력을 보인다.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한시혁은 두 팔을 뻗었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다급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잠, 잠깐만!”
허약한 예언가답게 몇 대 맞으니 정신을 못 차린다.
알베르트를 불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10살이나 차이 나는 동생을 상대로 얻어맞고 있는 장면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그것은 한시혁의 남은 자존심이었다.
한시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꿍꿍이지?”
“…그런 게 있을 리가.”
한시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물었다.
“그렇다면, 나를 시험이라도 하려는 거야?”
정확히는 제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려 드는 것인가.
한시하는 그런 뉘앙스로 뱉은 말이었지만 한시혁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제 의도를 간파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피는 속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듯한 직관의 영역에 한시혁은 속으로 제법 놀랐다.
그러나 그의 입은 그와 다르게 한시하를 도발하는 말을 뱉었다.
“네 녀석에게 직접 벌을 줄 생각이었다. 조금 생각을 틀었지만 말이다. 너 같은 친구를 둔 저 녀석들이 불쌍하더군.”
“아, 그러셨어요?”
“네가 지금은 기세등등할지 몰라도, 그래 봤자 아르델의 낙제생….”
퍽.
“어억!”
한시혁이 다시 한번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입을 함부로 놀린 대가였다.
“허억… 헉. 미친 것.”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한시하는 다른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한시하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형이긴 했지만, 악역이었던 한시하의 적이라면 상대적으로 선역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원래의 한시하였다면 가문에 고발해서 한시혁을 넘겨 버리는 쪽의 길을 택했겠지만, 그리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아직은 한태수를 신뢰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애들을 미끼로 두고 자신을 도발하려 든 건 용서할 수 없지만.
“아, 역시 어려워.”
결론은 하나다.
한시하는 턱을 쓸어내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일단 조금 더 패고 나서 생각해 볼까.”
“…!”
한시혁은 구겨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엉거주춤 일어났다. 반사적으로 두 팔을 뻗으면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헛기침을 해 보인다.
그런 모습이 한시하를 더 열 받게 했다.
퍼억.
결국 한 대 더 얻어맞은 한시혁은 다급히 외쳤다.
“대화로 했으면 하는데! 너 이렇게 막 가는 녀석은 아니었잖아?”
“아니, 원래 이랬는데?”
한시하는 두 눈을 굴리며 한시혁의 말을 곱씹었다.
원작 속의 한시하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할 놈이 아니었다.
아, 너무 어렸을 때 만났구나.
퍽.
“커억!”
어렸을 때라….
뒤늦게 한시혁의 말을 납득한 한시하는 갑자기 떠오른 듯 질문을 던졌다.
“아, 맞다.”
주먹을 여전히 들고 있는 채였다.
“근데 너… 아니 형님은 몇 살이신가요?”
“어어…?”
실컷 패 놓고 형님이라니, 더 무섭다.
한시혁의 낯빛이 차갑게 식었다. 그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입을 뗐다.
“스… 스물 다섯.”
노안이었네.
한 대 더 패려다가 생각해 보니 순간 의문이 들었다.
한시하가 열다섯인데….
‘유교적으로 이래도 되나?’
이런 세계라고 해도 장유유서의 정신이란 있을 터인데.
한시하는 뒤늦게 뻘쭘하게 서서 머리를 긁적였다.
“아, 죄송해요. 제가 동방예의지국에서 와서….”
“뭐?”
“아, 근데 생각해 보니 선배들한테도 많이 깝쳤네.”
미친개처럼 여기저기 물어댈 때 자신이 나이 같은 걸 따졌던가.
“음, 하루 이틀도 아닌데.”
“….”
“그냥 이렇게 마저 살까?”
잠시 그쪽으로 생각이 빠졌던 한시하는 다시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어, 어 잠깐만!”
알 게 뭐야, 내가 스물여덟인데.
한시하는 빠른 자기합리화를 마치고선 마저 주먹을 내질렀다.
“억!”
이렇게 10여 분이 더 흘렀을까.
“…나 죽네.”
대륙 최고의 예언가라는 남자는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고, 빳빳하게 다렸을 그의 양복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엔 머리를 긁적이며 뒷수습을 고민하고 있는 한시하가 앉아 있었다.
한시하는 안타깝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지금이라도 네 따까리를 부르지.”
“그 녀석을 불렀으면 넌 죽었다.”
“글쎄. 지가 쳐맞을 것도 모르고 깝치던 예언가가 있는데, 그 하인이라고 그렇게 대단할까.”
“어찌 감히 입을 그리 천박하….”
“더 맞을래?”
“….”
귀족의 자존심이 뭐라고.
나 같으면 뛰쳐나가서 살려 달라 빌겠다.
죽어도 제 호위에겐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시하는 그런 그를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복수의 마음을 가졌다면, 다른 애들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나를 건드렸어야지. 비겁하게.”
그러려고 했다. 이번 건이 끝나면.
일말의 인간성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제 친구들을 구하려 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한시하는 아니었다.
그 모든 수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제 친구들을 이용했다.
지금 상황이 그 증거였다. 의리도 없고 인간성도 바닥인 녀석.
몇 년 전과 다를 바가 없이 자랐구나.
‘기필코 죽여야 할 녀석이다.’
한시혁이 씩씩대며 최후의 보루를 꺼내 들었다.
“비겁한 건 네놈이겠지. 같잖은 것도 네 녀석이고. 내게 복수할 시간에 그 녀석들에게 가 봐야 하지 않나?”
“글쎄.”
한시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죽일 생각 없잖아.”
“뭐?”
한시혁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마취독, 맞지?”
“….”
“얼핏 보면 죽을 것처럼 쓰러지겠지만 마력을 증발시키고 몸을 마비시킬 뿐, 실질적으로 해를 가하진 않지. 꽤 비싼 가격에 구했을 텐데 고작 이런 일에 써도 되나?”
한시하는 이미 그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 있었다.
제 배다른 동생인 한시하를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죽이려 들 마음을 먹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실행한 적이 없었다.
아마 지금도 비슷한 마음을 먹고 저를 대했겠지만.
결과를 봐라.
미끼랍시고 잡아 둔 애들을 상대로 진짜 독도 아닌 마취독을 구해서 쓰질 않나.
알베르트를 불러 저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리고 있질 않나.
얼핏 보면 한심해 보일 수도 있으나, 애초에 다른 이를 해할 수 있는 배짱은 없는 인간이다.
고독한 예언가.
그 직업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인간이라는 소리다.
뒷골목의 자객이 아니라.
한시혁의 두 눈이 크게 일렁였다.
“네가 그걸 어찌….”
“순전히 내 반응이 궁금했던 거 아니었어?”
물론 오래 방치해 두면 위험하긴 하겠다. 마력이 계속 증발하면 탈진 상태에 이를 수 있으니.
한시하는 창밖을 내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그쪽에도 이미 사람이 가 있어서.”
* * *
“허억… 헉.”
시모어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정신없이 달렸다.
한시하가 느닷없이 자신을 왜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너를 꺼내 준 대가를 치렀으면 하는데.’
‘대가? 뭔데?’
‘그리 어려울 건 없는 부탁이야.’
예전이었으면 개소리 말라며 날서게 받아쳤을 시모어였다.
그러나 한시하는 가문으로부터 자신이 파문당하지 않게 도와준 유일한 사람.
은혜를 입었다면 보답은 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시모어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운동장 오른편 창고.’
저 안에 아델라와 나탈리, 원이 갇혀 있다고 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해 둔 거야.”
안이 고요했다. 미세한 결계가 시모어의 눈에 띄었다.
시모어는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모두가 작정한 듯 이쪽은 주시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가까이 오지 않는 이상 아마 이상함조차 느끼지 못했을 터였다.
‘이렇게 대놓고 결계가 쳐져 있는데.’
위험하다. 안이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웅얼거리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결계 때문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후우.”
시모어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선 나직이 주문을 읊었다. 결계를 해체하기 위한 마법이었다.
지난 2년간 강령과를 지망해 왔기에 그의 마법 유형은 흑마법에 더 특화되어 있었다.
애당초 이 결계 자체가 흑마법의 일종이었기에, 시모어는 빠른 속도로 그것을 해체할 수 있었다.
파앗-.
검은빛이 자물쇠에 튀며 철문을 진동시켰다. 시모어는 이를 악문 채 조금 더 마력을 쏟아부었다.
바깥 결계가 딱 끊어지던 순간,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마법과 학생들이 고개를 돌렸다.
“…어?”
모든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여기, 갇혀 있다고!”
“도와줘!”
“커… 커억… 숨이 막히는 거 같은데. 마력이 안 써져!”
무슨 일이지?
소란이 들리는 창고 쪽으로 다들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야?”
“야, 비켜.”
“내가 열게.”
시모어가 학생들을 제지하며 단호하게 말을 뱉었다.
소음을 차단하는 결계는 풀렸지만 아직 철문은 뚫리지 않았다. 여기 있는 애들이 열 수 있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웅성웅성.
“안에 나탈리가 갇힌 거 같은데?”
“아델라 목소리도 들리는데.”
“시모어가 발견한 건가?”
항상 적대적인 시선만 보냈던 학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온 몸이 땀에 젖은 채, 힘겹게 마법을 사용 중인 저 사람이 시모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시모어는 이를 악물었다.
생각보다 견고하다. 마력을 꽤 많이 썼는데도 열릴 생각을 안 한다.
시모어는 바닥까지 마력을 박박 긁어모아 쏟아부었다.
파앗-.
그 순간이었다.
마침내 철문이 열렸다.
“으아아악!”
우당탕탕.
문에 기대어 있었는지, 세 사람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나탈리! 아델라!”
“원, 괜찮아?”
털썩.
이미 마력이 바닥나는 바람에 탈진할 뻔한 아델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안색은 좋지 않았지만 치명적인 독이 아니니 금방 회복될 터였다.
마법과 학생들은 셋을 부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정신을 차린 아델라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들 광경이었다.
문 앞에 땀에 흠뻑 젖은 채 주저앉아 있는 인물.
분명히 자신들을 구해 준 사람이리라.
하지만 저 녀석이 왜?
“시모어…?”
“한시하가 불렀어. 나더러 열라고.”
전자가 궁금한 게 아니다. 시모어가 한시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다.
내막을 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뭐야, 쟤.”
“그을쎄…?”
“완전 나쁜 새끼는 아니었나 보지.”
“그땐 죽이려다 왜 이제 와서….”
마지막 지적에는 차마 할 말이 없었지만, 시모어는 우물쭈물하며 주변을 살피다가 나탈리와 시선이 닿았다.
이렇게 다시 보니 더 껄끄러운 상대다.
나탈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지금 상황에 가장 적합한 말을 꺼냈다.
“고, 고마워요.”
시모어는 나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했다.
아무래도 이 재회는 여간 머쓱한 게 아니었다.
죽은 죄를 진 상대다.
고작 한 번 구해 줬다고 없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살았으면 됐지.”
시모어는 퉁명스레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시모어!”
“어디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