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88화(8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88화
우당탕탕.
한시하가 다급히 마력으로 묶어 두지 않았다면 프테라는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을 터였다.
“절대 안 되지.”
어떻게 얻은 A급 몬스터인데.
장장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씻겨 주고 영양도 보충해 주면서 소중하게 기른 녀석이다.
한시하는 마력으로 간신히 프테라를 묶어 둔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제발.”
“끼에에엑!”
후, 돌겠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에는 유리창의 잔해들이 산산조각 나 널브러져 있고, 녀석이 날뛰는 바람에 가구들도 이리저리 넘어져 있었다.
방을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도 프테라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모양이었다.
이건 생후 1시간이 된 새끼의 모습이 아니다.
이 새끼, 뭐 이리 힘이 쎄냐!
바둥바둥-.
“삐에엑!”
바실이 일단 때려놓고 보겠다는 듯 앞발을 들었다.
그걸 뒤늦게 확인한 한시하가 비명을 내지르며 바실을 막았다.
“안 돼, 안 돼. 절대 안 돼!”
“퍽. 끼엑. 피니시.”
“안 피니시야! 저게 진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다른 이도 아니고 바실이 한 대 날렸다간 바로 즉사다.
작고 소중한 프테라를 최대한 지키기 위해 한시하는 녀석을 두 손으로 받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우당탕.
“으억!”
실패했다.
한시하는 이를 악물고선 빠르게 테이머학의 내용을 머릿속에서 훑었다.
“어, 어떻게 하더라.”
사실 한시하는 테이머학의 이론을 세부적으로 익힐 필요가 없었다.
타고난 친화력 덕에 웬만한 몬스터는 어렵지 않게 테이밍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론과 실전 경험이 풍부한 테이머가 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뛰어난 재능.
문제는 녀석이 갓 태어난 상태라 그런지, 자신의 그런 친화력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시하는 지팡이를 들었다.
가능한 경우의 수가 몇 가지 떠올랐다. 우선 때려눕힌 뒤 테이밍을 시도한다.
“아니, 아니지.”
미친 짓이다. 그랬다간 죽을 수도 있다.
“삐에엑!”
그렇다면….
한시하는 수면 마법을 응용한 형태의 룬어를 나직이 중얼거렸다.
다짜고짜 재우는 건 테이밍에 도움이 되질 않으니, 딱 그 전 단계.
최면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한시하는 이를 악물고선 정신을 집중했다.
“먹혀라… 먹혀라….”
“삐엣… 에에엣….”
…먹혔다.
프테라는 커다란 두 눈망울을 끔뻑이며 정신없이 당겨 대던 마력줄을 내려놓았다.
극에 달하던 경계심도 줄어들었다.
한시하는 천천히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이제는 친화력이 조금 먹히겠지.”
“삐엣….”
꾸벅꾸벅.
녀석은 졸린지 고개를 까닥이면서도 두 눈을 감질 않았다.
아마 마법이 없었다면 진작 또 난리를 쳤겠지.
한시하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먼저 냄새를 각인시키고, 후에 접촉을 시도한다.
마치 아기 강아지를 길들이려 했을 때처럼 한시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델라의 헬하운드 테이밍에서도 배웠지만, 기본적으로 몬스터는 흥분한 테이머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것.
한시하는 전생의 짬바를 살려 능숙하게 녀석을 쓰다듬었다.
“좀 낫네.”
아마 한 차례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많이 길들여진 상태긴 하지만, 상태창이 아직 뜨지 않은 것을 보면 족히 일주일의 시간을 거쳐야 온전한 테이밍이 가능할 터.
한시하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필드에서 날뛰는 야생 몬스터도 아니고.
테이밍을 하기 전까지 잘 묶어만 두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그제야 그의 눈에 다른 것이 들어왔다.
“아.”
저 박살 난 유리창이 문제구나.
뒷수습을 어찌해야 할지 머리가 벌써부터 지끈거린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엉거주춤 일어나려던 순간.
벌컥.
“허어, 집안 꼴이 이게 뭡니까.”
낯선 얼굴들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하나같이 빳빳한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백작들.
한시하는 침을 삼키며 뒤로 물러섰다.
어제와 달리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한태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 파편들. 흥분해서 날뛰고 있는 바실과 알 수 없는 새 파충류.
백작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광경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괜히 한시하를 깎아 내리고 싶었던 한 백작이 은근히 말을 얹었다.
“요새 테이머들은 저런 환경에서 테이밍을 하나 봅니다.”
“이건 테이밍을 한 게 아니라 펫이랑 날뛴 거 아닌가요.”
“테이밍학에서 1등을 했다던데, 어떻게 이 실력으로….”
대충 꼬라지를 보아하니 제 드래곤이랑 뛰어노느라 개판을 만들어 놨을 것이다.
뭐, 그런 식으로 짐작하는 모양이었다.
한태수는 한숨을 내쉬며 형식상 물음을 던졌다.
“개판이군. 뭘 하고 있었던 거지?”
한시하는 제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 프테라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 말을 뱉었다.
“테이밍이요.”
그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 * *
“저걸 길들였다고?”
카론 백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중얼거렸다.
“테이머 지망이라고 했었던가요?”
“맙소사.”
“저건… 프, 프테라 아닙니까?”
“꾸우!”
테이머는 아르델에서 각광받는 직업은 아니었다.
테이머 자체가 약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한계가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길들이는 몬스터가 충분히 강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
대륙에서 이름을 날릴 만한 테이머들이 강한 몬스터를 구하지 못해서 충분히 강해지지 못했을까?
아니다. 강하면 강한 몬스터일수록 테이머의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자칫하면 테이밍을 시도하는 중에 몬스터에게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강한 몬스터를 길들일 만한 능력.
그 재능이 충분히 있다면 테이머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터였다.
“말도 안 돼.”
카론은 그 재능의 씨앗을 목도한 기분이 들었다.
어릴 적의 반항적인 모습만 봤지, 그새 훌쩍 커버린 한시하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프테라는 드래곤보다도 까다로운 몬스터다.
한시하의 손에 온순히 들려 있는 프테라는 그 존재만으로도 경악스럽게 느껴졌다.
“네가, 네가 길들인 거냐?”
“아직 길들이진 못했고요, 일주일 정도 지켜봐야 할 거 같은데요.”
한시하는 프테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저런 과감한 동작에 녀석이 발악하지 않는 것만 해도 이미 반쯤 길들인 거나 다름없었다.
“일주일? 그건 어디서 들었지?”
“책에서요.”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테이밍을… 따로 배웠나?”
“기초 테이밍학은 배웠는데요.”
아니, 거기서 프테라를 길들이는 법을 배웠을 리 없다.
기본적으로 프테라는 새끼 때 테이밍이 가능한 몬스터가 아니다.
가능하다고? 그건 이론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상대가 아르델의 2학년생이라면 불가능한 내용이 된다.
날 때부터 기르면 테이머가 제 부모인 줄 아는 드래곤과 달리, 프테라는 인간의 냄새를 맡으면 도망치려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성체가 된 뒤에는 보다 수월하게 길들일 수 있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당연히 새끼 때의 난이도는 극악이다.
까다롭기도 까다로운 데다가 스트레스에 취약해 조심스레 다가가지 않으면 그대로 까무러치고 만다.
그런 녀석이 저렇게 세상 편하게 자고 있다니.
테이밍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카론 백작은 저것이 얼마나 놀라운 광경인지 알 수 있었다.
“수면 마법을 썼나?”
“아뇨, 최면 마법입니다.”
수면 마법을 썼다면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유리창을 저렇게 박살내 놓고서 아직 멀쩡한 게 더 신기하긴 하지만.
무튼 그 짧은 찰나에 최면을 쓸 생각을 하고, 녀석을 조심스레 길들이다니.
놀라울 정도의 판단력과 친화력이다.
카론 옆에 선 백작이 그의 귓가에 속삭이며 물었다.
“대단한 것 아닙니까?”
저들도 짐작은 하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눈치다.
사실 누구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카론 백작이다.
한태수의 아들이 허접하다고, 낙제 위기에 처한 망나니라고.
오직 그 약점을 붙들고 그의 속을 신나게 긁어 온 카론이다.
인재를 만나게 된 것에 대한 설렘과 하필 그 인재가 한태수의 자식이라는 불편한 감정이 양립했다.
하지만, 전자가 그의 마음을 더 사로잡았다.
카론은 인상을 찌푸리며 바닥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는 바실을 내려다보았다.
“벌써 드래곤도 테이밍한 거냐?”
“네. 이 녀석까지 길들이면 딱 좋을 거 같아서요.”
한시하의 대답은 능숙하고 막힘이 없었다.
자신이 프테라를 길들일 수 있다는 것을 이미 확신하고 있는 투였다.
옆을 돌아보니 한태수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크흠.”
좋아 죽고 있다.
아마도 자신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것이 재밌는 모양.
카론 백작은 마른침을 삼켰다.
“두 마리를 동시에….”
“네,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책에서도 최대 3마리를 말하길래….”
그건 이론이니까.
이미 전투 경험을 충분히 겪은 내로라하는 테이머들을 기준으로 써둔 책이니까.
그리고 말 그대로 ‘최대’다.
3마리를 동시에 컨트롤할 수 있는 테이머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정말 한시하가 그 영역까지 정복할 수 있게 된다면….
아르델에 새로운 테이머 인재가 등장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 정도의 능력이라면 2학년의 3등.
그 자리를 꿰찰 만했다.
한태수가 백작들의 어깨를 호탕하게 두드리며 헛기침을 했다.
이미 다들 넋이 나간 것을 보고 있으니 한층 더 기분이 좋아졌다.
“아직 부족하지만 잘해 내고 있군. 다들 들어가 보시죠. 큰일은 아닌 거 같으니, 허허.”
“…아, 아. 그럽시다.”
한태수는 한 손을 번쩍 들고선 한시하에게 눈짓을 보냈다.
“난장판이 된 건 네가 치워라!”
“네엡.”
말은 그렇게 해도, 한태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는 것쯤은 멀리서 봐도 눈치챌 수 있었다.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제 품에 안겨 잠이 든 프테라를 내려다보았다.
“뭐, 여튼 성공이네.”
* * *
아큘라스 던전.
한시하의 본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던전이었다.
한태수에게는 과제를 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이곳을 찾았지만, 사실은 바실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저택에만 박혀 있었더니 팔다리가 굳어가는 기분이다.
오늘도 질질 끌려온 시모어가 투덜거리며 물었다.
“여기는 왜?”
“연습용.”
“여기서?”
시모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B급 던전이기는 해도 연습용이라 부르기엔 조금 빡센 수준 아닌가.
이전에 조별 과제로 했던 ‘유령의 숲’ 던전보다는 어려운 난이도의 던전이긴 했다.
그런 던전에서 한시하는 오늘 손가락 하나도 까딱 안 하고선 대기하고 있을 예정이었다.
바실이 한시하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고선 폴짝 뛰어올랐다.
“꾸우!”
“시원하고 좋네.”
널찍한 동굴.
한기가 올라오는 던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시하는 준비해 둔 나무의자를 아공간 가방에서 꺼냈다.
시모어는 기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들어가?”
“그러엄. 얼마짜린데, 이게.”
아니, 의자는 그렇다 치고 돗자리는 왜 꺼내는 건데.
누가 보면 던전이 아니라 피서지에 온 줄 알겠다.
한시하는 유유자적하게 돗자리를 깔고선 그 위에 앉았다.
던전 입구에서 이게 무슨 괴상한 행동일까.
시모어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두 눈을 끔뻑였다.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그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우리는 놀 거야.”
“연습용이라며.”
“연습은 쟤가 해야지. 아으.”
그새 쪼르르 달려 나간 바실이 동굴의 슬러그를 신나게 때려잡고 있었다.
달팽이처럼 생긴 괴기한 몬스터. 5미터가 족히 넘는 사이즈임에도 일방적으로 두드려 패는 것을 보면, 뭐 걱정할 것도 없었다.
애당초 바실의 상대가 되는 몬스터들이 아니니.
신속하고 빠르게. 날이 선 공격이 이어졌다.
“끼엑!”
비명 소리가 던전을 가득 채웠고, 몬스터들은 그들의 곁에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멋있다, 야.”
한시하는 바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올렸다.
시모어는 멍한 눈길을 보냈다.
“아, 그게 다야?”
“알아서 잘하는데 냅둬.”
“….”
한시하는 태연하게 도시락을 꺼내고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놀라울 정도의 정신력이다.
“맛있네. 너도 먹을래?”
“어엉….”
시모어는 넋이 나간 얼굴로 답했다.
“끼에엑!”
몬스터가 썰려 나가는 광경.
그걸 코앞에서 보고 있는 이는 너무도 여유롭게 돗자리 위에서 식사를 하는 중이다.
우걱우걱.
샐러드를 크게 한 입에 밀어 넣는 한시하를 보며 시모어는 이내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테이머란 무슨 직업일까.
“꿀 빠는 직업…?”
“뭐?”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때였다.
삐릿- 삐릿-.
“으음?”
한시하는 갑자기 느껴지는 바람에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던전 입구를 비집고 들어온 거대한 독수리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저게 뭐야…?”
“서신?”
녀석의 목에 둘러져 있는 아르델 아카데미의 목걸이.
한시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보내온 독수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