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9화(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9화
아델라는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그 숫자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슬라임들.
그것을 팝콘처럼 순식간에 튀겨 버리다니.
그걸 오직 기초 마법만으로 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다 터졌나?”
한시하는 마력을 거두고선 나직이 중얼거렸다.
저 어마어마한 마력을 쏟아부어 놓고도 지친 기색이 없는 듯한 얼굴에, 아델라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얘… 진짜 뭐지?”
화르르르.
순식간에 타 버려 재가 되어 버린 슬라임들을 내려다보며, 아델라는 진득해진 검을 바닥에 떨구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낙제생 한시하가 자신을 구해 줬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지만….
아델라는 애써 쿨하게 고개를 들고는 머쓱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 유명한 한시하에게 이렇게 다가가는 것이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건 저 녀석도 비슷할 터였다.
평민 출신인 자신을 목숨 걸고 살리는 일 같은 게, 귀족 자제들에게 익숙할 리 없으니.
그러니, 이 말은 해야 한다.
“이번엔 목숨 빚졌네. 고마워.”
“….”
어설프게 내민 손이 여전히 허공에 떠 있다.
“음?”
한시하는 상기된 얼굴로 바닥을 기어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 악수를 받을 겨를조차 없어 보였다.
“뭐… 하는 거야?”
주섬주섬.
뭘 하고 있나 봤더니 바리케이드에 걸린 슬라임 구슬을 신나게 줍고 있다.
“아, 이걸 여기서 구하네. 하, 진짜 비싼 걸.”
쓰레기를 주우면서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통째로 시장에 내놔 봤자 은화 하나도 못 받을 텐데.
“저기?”
“기다려, 바실아. 내가 중요한 거 챙기고 있잖아.”
“저기…?”
아델라는 급격히 굳어 가는 표정을 감추고 헛기침을 했다.
“고맙다고.”
“아.”
가방 가득 슬라임 구슬을 채워 넣고 있던 한시하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는 벌떡 일어났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건데 나름 용기 낸 인사를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조금 너무하지 않나.
아델라는 은근히 자존심이 상한 눈빛으로 한시하를 보았다.
그 순간, 한시하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고마우면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부탁?
그 이질적인 단어 탓에 아델라의 입가가 뻣뻣하게 굳었다.
아, 맞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시하다.
혹시 흑마법을 같이 배우자고 끌어들이는 건 아니겠지?
강령학과 애들이 주로 그런다던데.
아델라는 초조한 낯빛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나름 생명의 은인인데, 매몰차게 거절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아니, 아니 생명의 은인이어도 들어줄 게 따로 있지. 한시하의 말은 역시 조금….
한참을 고민하던 아델라는 조심스레 입을 뗐다.
“뭐, 내가 가능한 거라면야… 으음. 근데 지나치게 사이비스러운 제안이면 내가 들어주기가 좀 뭐 하긴 한데….”
하지만, 정작 한시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비밀로 해 줘.”
“어?”
“맹독 슬라임 한 번에 잡은 것도, 네 헬하운드를 내가 한 번에 테이밍한 것도, 드래곤 끌고 다니는 것도. 그러니, 오늘 있었던 모든 일.”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나 잘난 거 비밀로 해 달라고.”
그러고는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쉿, 알지?”
분명 다 맞는 말인데.
뭔가… 뭔가 재수 없다.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저 새끼가 뭐라는 거야?
* * *
쾅.
던전 벽을 뒤흔들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진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 뒤였다.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구호팀이 그제야 도착한 것이다.
“아델라 학생! 한시하 학생!”
셀렌 조교수는 물론 다른 조교수들까지 대동한 어니스트 학장.
부디 처참한 꼴의 시신을 마주하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니스트 학장은 나무 덩굴을 헤치며 나아갔다.
“제발 버텨 줬어야 할 텐데….”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던전 변이가 진행된 지도 어느덧 두 시간.
끝없이 몰려오는 슬라임을 이겨 낼 수 있었을까.
“이쪽에도 없는데요?”
“…이미 당한 거 같습니다.”
고요하기만 한 던전에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만 어니스트 학장.
그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그를 불러 세웠다.
“어… 어!”
“저기 있습니다!”
“교수님! 교수님!”
이 소리는?
어니스트 학장은 두 눈을 크게 뜨고선 고개를 돌렸다.
늪지대를 빙 둘러싼 던전의 한가운데에, 두 팔을 흔들어 대는 아델라가 보였다.
“아델라 학생!”
역시, 버텨 주었구나.
“교수님! 아직 안 죽었어요!”
저, 저 친구 못하는 말이 없네.
셀렌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황급히 그쪽으로 달려갔다.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정확한 상태가 판단이 안 되긴 하지만, 맹독으로 공격하는 슬라임들과 몇 시간이나 함께 있었던 것 치곤 제법 멀쩡해 보였다.
흙탕물에 옷이 질퍽하게 젖은 아델라가 낑낑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아요?”
“…그런대로. 팔이 좀 쑤시는 것만 빼곤요. 두 시간 내내 정말 미친 듯이 때려잡았거든요.”
“다행이네, 괜찮아 보여서.”
셀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델라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한 사람이 빈다.
“한시하 학생은?”
“아.”
뒤편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어니스트 학장의 얼굴이 차갑게 식어 갔다.
사실 아델라보다도 던전 변이 현상에 적응을 못했을 학생은 한시하. 만일 던전을 헤매다가 슬라임에게 당하기라도 했다면.
두 사람이 같이 들어간 것도 아니라고 했는데.
따로 있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셀렌이 다급히 물었다.
“한시하 학생은 어디….”
“저기 있는데요.”
스윽.
아델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무 덩굴 구석을 손으로 가리켰다.
셀렌은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시하 학생!”
“아윽….”
후다닥.
순식간에 나무 덩굴 쪽으로 달려간 셀렌은 한시하에게 손을 뻗었다.
걱정과는 달리 곡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한시하는 생각보다는 멀쩡해 보였다.
바지가 너덜너덜해진 것만 제외하면 크게 다친 곳도 없어 보였으니.
아니, 애당초 한시하 수준의 학생이 이 던전에서 살아남은 것부터 가히 기적이었다.
한시하는 목이 메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하. 진짜 죽을 뻔했어요….”
“몸은 좀 괜찮니?”
“아, 교수님. 현기증이….”
풀썩.
계산한 듯 옆으로 정확히 고꾸라지는 한시하.
행동과는 달리 생기 가득한 그의 낯빛.
아델라는 그 꼴을 보고 있자니 기가 막혔다.
“학새애앵!”
“….”
날고 길 땐 언제고.
모른 척해 달라고 해서 모른 척해 주고는 있지만….
저 연기는 좀 아니지 않나.
아델라는 참다못해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미친놈.”
“…!”
아니, 밖으로.
* * *
이튿날 아침, 지하 던전 해프닝은 그럭저럭 마무리가 되었다.
분석 결과, 술식에 오류가 생겼다고는 했는데 무슨 연유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까지는 아직 알아낸 바가 없다고 했다.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지만.
어니스트 학장의 권유로 양호실을 잠깐 들르고 왔을 뿐, 내 몸은 생채기 몇 군데 외엔 다친 곳 없이 멀끔했다.
하나 더 꼽자면 급격한 마력 사용으로 인한 탈수증상 정도.
그런데….
“한시하 학생, 조금 이따가 들어오세요!”
오늘은 웬 상점까지 준다며 학장실에 불려왔다.
몇 안 되는 거라도 차곡차곡 모으면 무사 진급에 도움이 좀 되려나.
“어으….”
대기실의 원목의자에 앉아 바실을 내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사실 진짜 고생한 건 이쪽이지.
경황이 없어 이 녀석을 숨기지도 못했지만, 가문에서 지원해 준 해츨링이라며 적당히 꾸며 댔는데, 순순히 넘어갔다.
어차피 내가 제대로 테이밍하지도 못했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
“바실러스! 이리 와봐.”
하지만, 나는 이 녀석을 테이밍하는 데 성공했고.
제 몫은 물론이고 2인분, 3인분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 주고 있다.
겨우 해츨링인데 말이지.
일반 드래곤에 비해 배 이상 빠른 성장 속도에 슬슬 의문이 들었다.
대체 이 자식들, 지하 감옥에 뭘 가두고 있었던 거야?
“바실!”
“꾸우우우!”
뭐, 나에겐 퍽 행운이지만.
단발머리가 일일이 검으로 슬라임을 때려잡을 때, 그녀의 테이밍 몬스터처럼 밀착해서 서포트를 해 준 것이 바실이었다.
합을 맞췄다기보다도 저 조그만 입에서 나온 브레스로 슬라임들을 마구잡이로 태운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띠링-.
손을 뻗어 녀석의 스탯을 확인했다.
<바실러스 아트라식스>.
언제나 즐거운 레드 드래곤. 치즈에 진심인 편.
당신에게 상당히 우호적이다.
레벨: 5
마력: 53
힘: 63
민첩: 38
지능: 13
[화염 방사 Lv 3][마력 방어 Lv1][독성 저항 Lv 2]신나게 불을 뿜어 대서인지 화염 방사 스킬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두 단계나 올랐고, 제 몸 하나 건사할 수 있는 방어 스킬도 새로 체득한 모양이었다.
거기에 독성 저항….
하기야 그 위험한 슬라임들을 열심히 때려잡고 다니긴 했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녀석을 쓰다듬고는 묵직한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실 슬라임 던전에서 그 끈적거리는 슬라임 액체들을 나뭇가지로 헤치며 슬라임 구슬을 주워 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짜식아, 내가 진짜 힘들게 챙겼다, 알지?”
“꾸우!”
바실러스는 ‘한시하’와는 달리 마력 재능을 타고났다.
비단 드래곤이어서가 아니라 그보다 놀라운 성장 속도와 브레스의 조절. 그 모든 면모에서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한 번 제대로 키워 볼 생각이었다.
무사히 이 아르델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녀석의 도움이 필요할 거 같았으니까.
이건 녀석을 키우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지금 시점, 그러니 아직 원작의 초반부에서는 밝혀지지 않았겠지만.
슬라임 구슬은 허접한 장식용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 단발머리는 이걸 쓰레기 취급했지만, 글쎄 아니라니까.
“치즈 말고 이것도 맛있는데 한 번 먹어 볼래?”
“꾸우…?”
물컹.
가방에서 튀어나온 슬라임 구슬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왼발로 구슬을 툭 쳐 버린 바실러스는 인상을 쓰며 뒤로 물러섰다.
“아냐, 되게 맛있어.”
물론 내가 안 먹어 봤지만.
앞으로도 안 먹을 거고.
내 일이 아니라 참 쉽게도 주둥아리가 나불대기 시작했다.
“트라이, 트라이. 하나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구슬일걸?”
아, 본심이.
다행스럽게도 내 말을 놓친 녀석은 한 입에 슬라임 구슬을 삼켰고, 표정이 이내 안 좋아졌다.
맛있거나 맛없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아무래도 후자였던 모양이다.
“꾸우! 꾸우! 꾸우우!”
급기야 화가 났는지 펄쩍 뛰어올라서 내 멱살을 잡아대긴 했지만….
띠링-.
[‘바실러스 아트라식스’의 스탯이 변동되었습니다.] [스탯이 변동되었습니다.]레벨: 5
마력: 54
힘: 63
민첩: 38
지능: 13
[화염 방사 Lv 3][마력 방어 Lv1][독성 저항 Lv 3]“봐봐. 빠르다니까?”
고작 한 알을 먹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오르는 독성 저항에 녀석은 미묘한 변화를 느낀 듯 두 눈을 굴렸다.
심지어 웬만해선 쉽게 오르지 않는 마력의 기본 스탯마저 올랐다.
이게 슬라임 구슬의 특성이었다. 본래 슬라임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응축시켜 섭취자에게 전달하는 것.
맹독 슬라임이었으니 자연히 독성 저항이 빠르게 오를 수밖에.
책에서 보긴 봤지만, 실제로 보니 놀라울 정도의 성장 속도다.
강해지기 위한 본능. 그것이 식욕을 이겼는지, 그전까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혀를 내밀고 있던 바실이 어기적어기적 기어왔다.
“먹게?”
우물우물.
“….”
이젠 대답도 없이 한입에 구슬을 밀어 넣는 바실이다.
거참, 말 안 해도 잘 먹네.
띠링-.
띠링-.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녀석의 스킬과 스탯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고 있을 즈음.
벌컥.
문이 열리고 익숙한 단발머리가 걸어 나왔다.
“야.”
음?
갑작스런 부름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팔짱을 낀 채 이쪽으로 다가온 단발머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선 퉁명스레 말을 뱉었다.
“너 정말 상관없어? 이번 일 내가 해결한 걸로 한 거?”
아. 또 무슨 소리인가 했네.
둘 다 대처 능력이 뛰어났다고 상점을 받았지만, 변이 슬라임들을 직접 해치운 것으로 알려진 건 저쪽.
따라서 상점도 다르게 배분된다고 했다.
저 친구는 5점, 나는 2점.
뭐, 그거야 이미 들은 상황이고.
“상관없는데.”
정말로 상관이 없다. 그깟 상점보단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배로 더 중요하니까.
아르델 아카데미의 평범한 학생이 던전을 닫았다.
이쪽은 제법 그럴싸해 보이지만, 낙제 위기의 한시하 혼자서 변이 슬라임을 기본 마법으로 때려잡았다. 이건 너무 자극적인 뉴스가 아닌가.
분명 흑마법을 썼니부터 저주 도구를 사용했니까지 온갖 추측이 난무할 게 분명했다.
그런 식으로 이 소설의 메인 주인공들과 엮이고 싶진 않았다.
오히려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함구해 주는 것이 진짜 날 도와주는 일이었다.
고개를 갸웃해 보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뱉었다.
“네가 거의 다 때려잡은 거 맞잖아.”
“하지만, 마지막에….”
“됐어.”
아니, 양보하겠다는 데도 뭐 그리 불만인지.
단발머리는 앞머리를 후, 하고 짧게 불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이유가 뭐야? 나 상점 받는 거 도와주려고? 혹시 그거 동정이면 넣어 두….”
갑자기 웬 동정.
저렇게 말하는 거 봐선 나름의 기구한 사연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 사람이 뭐 한둘인가.
“동정은 무슨.”
내가 지금 누군가를 동정할 처지는 아니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네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 어?”
내 한마디에 단발머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나를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