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90화(9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90화
아르델 아카데미에 남아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제법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오늘 들어온다더니 예정대로 다녀온 모양.
갈색 단발에 그새 더 강해진 듯 묘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아델라가 싱긋 웃으며 손을 들었다.
“무슨 일이야?”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에 다짜고짜 찾아온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 아니냐.
이미 그렇게 확신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눈치 빠른 아델라가 그래서 편했다. 피식 웃으며 능청스레 말을 던졌다.
“강령과 애들이 단체로 짐 뺐대서. 영 불안해서 와 봤지.”
“뭐야, 그것도 점성술이야?”
얘는 무슨 사람을 점쟁이 취급을 하네.
“소식 못 들었어?”
“글쎄. 오니까 기숙사가 휑하긴 하더라고?”
아델라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 현장에 있질 않았으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겠지.
점성술에 미친 사람으로 보여도 좋으니, 이번 한 번만은 내 감각을 믿어야겠다.
별 대꾸 없이 아공간 가방에서 쇠막대 두 개를 꺼냈다. 원에게 졸라서 뺏어 온 마력탐지기였다.
혹시나 이런 상황에서 쓸 만할까 싶어서 챙겼는데, 생김새가 영 볼품없다.
“…수맥 찾는 거야?”
자연히 따라오는 질문이다.
“괜찮아, 한시하?”
진지하게 어디 아프냐며 내 이마를 짚는 아델라를 뒤로하고, 쇠막대 두 개를 질질 끌고선 아르델 아카데미의 입구 쪽으로 다가섰다.
이상하다. 분명 뭔가 이상했다.
“아델라.”
“어?”
“내가 어제, 불과 어제 여기를 왔단 말이야.”
“수강신청 하러?”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원이 하던 뻘짓을 그대로 내가 따라 하고 있는 중이지만, 나는 원의 동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르델의 뒷산 지역은 원의 말대로 마력이 꽤 많이 느껴지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고작 하루 만에, 이쪽의 마력이 바닥이 났다.
내 설명을 잠자코 들은 아델라가 곧바로 핵심을 캐치해 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마력을 끌어다 쓰는 사람이 있는 거 같다고?”
“사람은 아니지, 보통은.”
지하의 마력을 끌어다 써서 공격하는 류의 몬스터들이 있다.
일반적인 인간은 그 정도의 마력 운용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제쳐 둬도 좋다.
보통 상대의 마력을 끌어다 쓴다고 일컫는 마법들은 대체적으로 흑마법에 속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떠오르는 몬스터는….
스켈레톤이다.
“네크로맨서?”
아델라의 표정이 굳었다.
“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네.”
“가능성은 충분한데.”
이 정도로 마력을 끌어모을 수가 있다고?
아르델 아카데미 부근의 마력 전체가 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델라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숙사 납치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큼 불길한 먹구름이 아르델 아카데미 위로 드리우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어?
“아델라!”
콰앙-.
강렬한 폭음과 함께 지지하고 있던 땅이 한 번 뒤흔들렸다. 반사적으로 그 자리 위로 엎어졌다.
먼지구름이 아르델 아카데미를 덮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어쩌면 불안해했던 최악의 광경이 가시화되어 있었다.
“제길.”
아르델 아카데미 중앙 기숙사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이 에피소드.
무려 2년 후에 벌어진 메인 에피소드 중에 하나니까.
수많은 아르델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휩쓸려 죽어 나갔던 극악의 에피소드.
지금 수습하기엔 너무도 큰 스케일의 그 에피소드가.
미친.
“이게 왜 2년이나 앞당겨진 거지…?”
* * *
띠링-.
[Main episode 4: 기숙사의 네크로맨서] [제한 시간: 처치 시까지] [보상: 아르델의 지팡이] [실패시: 사망]과거의 한시하라면 조용히 그 길로 튀었을 것이다.
제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에피소드는 아니었다. 옆에 있는 아델라가 거들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란히 양지 바른 아르델의 땅에 묫자리 알아볼 거 아니라면 그만두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한시하는 기숙사에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허공에서 알짱거리는 저 홀로그램 창 때문이었다.
튀어도 사망, 튀지 않아도 사망.
“거지같은 인생.”
평생 굴려 놓고는 죽여서도 굴린다.
한시하는 이를 악물고선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르델 아카데미의 기숙사는 이미 처참한 상태였다.
아델라는 특유의 영웅 정신으로 과감하게 한시하를 따라 뛰어들었지만 점점 표정이 굳어 갔다.
“아아아악!”
“살려 줘! 살려 줘!”
“이쪽으로 빠져나가라고!”
“순서 지켜!”
우당탕탕.
폭발의 잔해에 깔린 녀석들도 몇 보이고, 다치지 않은 녀석들도 혼비백산해서 제 정신이 아니다.
공사장 던전에서 인형술사를 만났을 때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네크로맨서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막말로 인형술사가 저주인형이나 몇 마리 끌고 다니는 존재라면, 네크로맨서는 그보다 몇십 배가 센 해골들을 소환한다.
게다가 이번엔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까지 끌어다 썼다.
얼마나 많이 소환할 것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본인한테도 위험할 텐데.’
제 마력을 다 끌어다 쓴 뒤에 남는 것을 추가로 밖에서 끌어 올 정도면, 인간의 몸으로 버티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강하다는 의미기도 했다.
“보여?”
“글쎄.”
매캐한 연기 때문에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2차 폭발이라도 일어났다간 이 자리에서 꼼짝없이 죽게 생겼다.
더 진입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찰나, 강력한 손아귀 힘이 한시하를 뒤편으로 끌어당겼다.
“어… 어! 뭐야, 왜 여기 있냐.”
고개를 돌렸을 때는 정말 예상치 못했던 얼굴이 자세를 낮추고 앉아 있었다.
이한이었다.
한시하는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본가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
쉿.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댄 이한이 숨을 헐떡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나를 찾으러 온 거 같아.”
기숙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범인인 네크로맨서가 자신을 찾으러 온 것 같다.
이한의 말에 한시하와 아델라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유인 당했어.”
“뭐?”
큐브의 위치에 대해 들었다.
이한의 입장에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미끼였고.
그 단서가 아르델 아카데미에 있다는 말에 과감하게 아르델의 기숙사로 향했다.
설령 미끼였다 해도 상관은 없었다. 그 경우의 수까지 가정해서 대비했으니.
다만, 아르델 아카데미 전체를 폭발에 휩싸이게 할 줄은 몰랐다. 하마터면 1차 폭발이 터졌을 때 그대로 죽을 뻔했다.
‘대충 감이 잡히네.’
자신 때문에 큐브를 찾는 기점이 앞당겨져서, 흑마법사들의 행동도 앞당겨졌다.
한시하는 이를 악물었다.
아르델이 위험할 듯하여 제 발로 찾아온 자신이나, 미끼인 줄 알면서도 아르델로 돌아온 이한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지금은 함정에 걸려든 것을 한탄할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 해결해야 했다.
아델라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왔네, 준비해.”
저벅저벅-.
로브를 쓴 그림자가 창문 너머로 비춰졌다.
한시하는 침을 삼키며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바실도 긴장한 듯 낑낑거리며 자세를 잡았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복도와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한 창문.
스켈레톤들이 삐걱대는 소리가 서늘함을 더했다.
아르델의 기숙사는 미처 도망치지 못한 학생들과 이젠 도망갈 수 없는 혼령들만이 남아 있었다.
싸늘한 음성이 적막 속에서 선명히 울려 퍼졌다.
“찾았군.”
“….”
“네가 한시하인가.”
* * *
자신을 알아보았다.
한시하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더 어리군.”
남색 로브를 두른 탓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옆에 선 이한이 이를 악물고선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비록 로브를 쓰고 있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유인한 그 남자임이 분명했다.
끌끌.
섬뜩한 웃음소리가 아르델의 복도를 울렸다.
“한 놈만 보고 왔는데, 세 놈이 잘도 모여 있을 줄이야.”
“셋이 잘도 모여 있는 걸 후회하게 될 텐데.”
“…패기는 좋네. 무덤에 가서도 그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휘익.
스켈레톤이 삐걱거리며 한시하 쪽으로 달려들었다.
“으아악!”
스켈레톤이 왼팔을 휘두른다.
그 뒤에 선 남색 로브는 태연히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너를 이길 수 있다. 마치 그런 신호라도 보내는 듯했다.
한시하는 지팡이를 들고선 자신을 향하는 공격을 막았다.
쾅.
실드를 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힘이 전해졌다.
한시하는 하마터면 뒤로 나자빠질 한 것을 몸으로 버텼다.
“크윽.”
두 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한시하는 자세를 낮춰 미끄러졌다.
이한이 빈틈을 찾아 마력구를 날렸으나 소용없었다.
스켈레톤은 세 마리. 아마도 저자의 전력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왜 저렇게 센 거지?’
이미 짧은 합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한시하와 이한, 아델라. 그래도 이 세 사람이면 해 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기대는 진작 박살 났다.
이한은 숨을 고르고선 다시 한번 마력구를 던졌다.
콰앙-.
이번에도 어김없이 튕겨 나간다.
한시하는 애타게 바실의 이름을 외쳤다.
“바실!”
바실이 허공을 박차고선 스켈레톤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들어온 공격.
그러나, 반응 속도는 놀랍도록 빨랐다.
스켈레톤은 잠시 휘청이더니 다른 팔을 뻗어 바실을 가격했다.
정확히 녀석의 명치에 꽂혔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노 가득한 브레스가 스켈레톤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
화염의 소용돌이.
바실의 마법은 인간에겐 더없이 강했으나 스켈레톤에게는 아니었다.
삐걱. 삐걱.
반쯤 해체된 상태에서도 금세 제 골격을 맞춰가는 광경.
보고만 있어도 섬뜩해지는 모습에 한시하는 치를 떨었다.
쾅. 쾅.
다시금 스켈레톤이 바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시하는 다급히 그 앞에 끼어들었다.
“아아악….”
두 손으로 막아섰으나 턱없이 부족한 힘.
남색 로브는 비릿하게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어차피 발악해 봤자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그것을 직감한 듯 한시하의 두 손이 바르르 떨렸다.
채앵.
한시하는 허리춤에서 뽑은 단도로 스켈레톤의 공격을 흘렸다.
“악!”
손목이 욱신거렸다.
분명 전투술 시간에 배운 대로 공격을 흘렸음에도 타격이 심했다.
“으아아앗!”
이한의 마력구가 다시 한번 스켈레톤 하나를 격파했지만, 마치 예상했다는 듯 한 마리가 허공에서 더 튀어나왔다.
“제길.”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세 마리, 다섯 마리, 급기야 열 마리까지.
미친 속도로 불어나는 상대에 기운은 빠질 대로 빠진 상황이었다.
마침내 둘러싸이고 말았다.
한시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아, 이 지경일 줄은 몰랐는데.’
“마력을 얼마나 끌어다 쓰는 거야, 이 미친 새끼야!”
결국 틈을 보이고 말았다.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났고, 마력도 서서히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짧은 사이에 세 마리를 잡았지만 세 마리는 다섯 마리로 불어나고 말았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긴 창을 들고선 복도를 헤집고 다니는 이한 역시 아까보다 눈에 띄게 움직임이 느려진 게 눈에 보였다.
아델라도 열심히 분투하고 있었다. 그녀는 과감하게 부서진 자재의 파편들을 스켈레톤의 머리에 박아 넣었다.
그중 몇몇은 남색 로브에게 향했으나, 도달하기 전에 막혔다.
부들부들.
손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떨려 왔다.
“커억!”
스켈레톤에게 멱살을 잡히고 만 한시하는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파앗-.
다시 한번 남은 마력을 끌어다 써 보려 했으나 따라 주지 않는다.
한시하는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지그시 깨물었다.
‘이걸 쓰면 탈출도 못할 건데.’
“끼에엑!”
바실이 비명을 지르며 다시 달려들었으나 이내 튕겨 나갔다.
한시하는 무력하게 엎어진 바실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솔리아만 있었더라면….”
이 전력으론 이길 수 없다.
원래대로라면 2년 후에 진행했을 에피소드, 그때의 이한이라면 능숙한 전투 실력으로 때려잡았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빛의 마법사 솔리아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네크로맨서를 상대할 때 가장 효과적인 속성이 바로 빛이니까.
“해 볼 만했을 텐데….”
-라고 나직이 중얼거리던 순간.
“어?”
한시하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복도 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