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94화(9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94화
비행술 개강시험.
첫날부터 무거운 공기가 대련장을 휩쓸었다.
당연히 다른 교수가 올 거라 생각하고 기초비행술을 신청했던 학생들의 얼굴엔 이미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누가 보면 초상집인 줄 알았을 거다.
그토록 묵직한 적막은 그린트 교수가 들어왔을 때 더욱 강해졌다.
“하아….”
첫 시험부터 어마어마하게 빡세겠군.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말에 화답하듯 그린트 교수가 학생들을 훑으며 뒷짐을 졌다.
“개강시험을 준비하라고 했었는데, 잘들 준비했는지 모르겠군요.”
덕분에 방학을 보름이나 날렸습니다.
나는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입가에 어색한 미소를 머금었다.
표정 관리는 전문이다.
“개강시험이니 쉽게 쉽게 갈 생각입니다.”
“와아아!”
물론 아무도 믿진 않는 듯했으나 형식적인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린트 교수는 널찍한 대련장을 한 바퀴 돌며 개강시험의 룰을 빠르게 설명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룰.
표정 관리 간신히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박살 나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예상했던 대로 각자 빗자루를 타는 것은 맞는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여러분은 빗자루를 타고 대련을 펼쳐 주시면 됩니다.”
“대련…?”
뒷말은 더 기괴했다.
“그리 어렵진 않을 겁니다.”
어렵잖아.
아니, 미친.
기초 비행술이라며?
누가 기초 과정에서 빗자루 타고 대련을 하라고 해?
이건 거의 운전면허 시험에서 드리프트 꺾어 보라고 하는 수준 아닌가?
내 표정이 점점 썩어들어 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련도 준비할 걸.
물론 보름의 시간을 쏟아부은 덕에 간신히 빗자루 위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상태가 된 거지만. 솔직히 대련은 너무 터무니없다고!
나는 아델라에게 물었다.
“대련도 해 봤어?”
“…그걸 해 본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2학년 중에?”
날아다니면서 싸우는 사람이 몇이나 있다고.
그러다가 고꾸라지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
아델라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는 있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극악의 난이도가 될 개강시험.
그때, 아델라의 시선이 구석에 당당히 서 있는 한 여자애에게로 향했다.
“쟤 봐봐.”
“응?”
사방으로 뻗친 주황색 머리, 검은 모자를 눌러쓴 채 허리를 꼿꼿이 편 여자애가 자신 있는 듯 생글거리고 있었다.
아델라는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쟤라면 해 봤을 수도 있겠다.”
“쟤가 누구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곰곰이 되짚어 봐도 저런 특이한 외관을 가진 애는 원작에서 본 적이 없었다.
“로제타라고, 마녀 가문 출신 친구야.”
“마녀…?”
“어. 여기서 밥 먹듯이 빗자루 타는 애는 쟤밖에 없을걸?”
내가 아는 그 마녀가 맞나.
확실히 갓난아기 때부터 빗자루 타고 다녔을 관상이긴 해.
아델라가 견제하는 걸 보니까 비행술은 제법 잘할 것 같긴 한데, 내 입장에선 크게 신경 쓸 인물은 아니었다.
조연이었나?
이름을 들어도 여전히 모르겠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까지도 그린트 교수는 개강시험의 룰을 이어서 설명하고 있었다.
두 명씩 팀을 이루어 대련을 진행하고, 그걸 보면서 평가하겠다는 소리다.
“첫 번째로 대련할 학생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삐죽 튀어나온 빗자루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며 대련장의 구조를 눈으로 훑었다.
총체적 난국.
뭐 아무리 머리를 굴린다고 해도 어떻게 싸워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
그 순간이었다.
하필이면 첫 순서로 내 이름이 호명됐다.
“한시하 학생과 로제타 학생.”
“…!”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거, 아까 저 여자애 비행술 경력직이라며.
마녀라며.
“근데 왜 하필 나랑 붙는데!”
환장적인 운빨은 오늘도 기어이 한 건을 했다.
* * *
어느 대련이 그렇듯 시작은 기선 제압이다.
로제타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선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내가 누군지 알지?”
아, 방금 아델라에게 듣긴 했지만.
굳이 따지면 몰랐던 쪽에 가깝다.
한시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모르겠는데.”
“뭐?”
로제타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내가 빗자루로 이름을 날린 게 얼마인데, 정말 모른다고…?”
“우리 학교에 빗자루로 이름을 날린 사람이 있었나? 쓸고 다닌 사람은 많겠다, 야.”
“푸흡.”
“쓸고 다닌 사람… 아. 너무하네.”
그걸 들은 학생들이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아델라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와, 저거 진짜….”
일부러 멕이는 건가 싶을 정도다.
한시하는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곡예비행 대회 대상. 기술비행 대회 대상.
비행과 관련된 대회라면 줄줄이 상을 휩쓸어 왔던 로제타다.
그런 자신의 자존심을 꺾어 버리다니.
로제타는 붉어진 얼굴로 입을 쭉 내밀었다.
‘그래, 네가 한시하다 이거지?’
한시하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말이다.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욕이란 욕은 다 들어먹으며 마녀 출신인 자신 못지않게 학생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되었던 녀석이다.
그랬던 애가 2학년 때부터 갑자기 평가가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마법과에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슈퍼스타가 되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비슷한 처지였던 녀석이 자신을 알아주길 바랐건만.
‘너도 똑같네. 재수 없어.’
로제타는 씩씩대며 한시하에게 경고했다.
“이따 지켜볼게.”
“그래, 잘 부탁한다.”
“하?”
로제타는 주먹을 꽉 쥔 채 신경질적으로 빗자루를 낚아챘다.
* * *
대련장의 열기가 뜨겁게 타올랐다.
하필이면 첫 번째 경기부터 제법 빅매치였던 것이다.
때문에 학생들도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로제타하면 비행이지.”
“이야, 비행청소년이네!”
“워어어어!”
아델라는 썰렁한 개그들을 무시하며 대련장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한시하를 지켜보았다.
상대가 강할 경우를 대비하여 대련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으로도 평가가 진행되기는 하나, 아무래도 여기서 지면 평가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건 곤란한데.’
아델라는 가을 즈음에 있을 제국대회를 한시하와 나갈 생각이었다.
아르델 아카데미에서도 학년별로 10위 안에 들어야 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지니, 한시하가 기초비행술에서 처참한 성적을 받아서는 안됐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이 경기는 로제타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아마 모두들 그렇게 생각할 터였다.
“한시하가 비행술도 잘 하던가?”
“운동회 때 승마 사냥도 나가지 않았어?”
“그래도 좀 많이 다르지 않나? 들은 거 있어, 시모어?”
“어…? 나?”
시모어는 갑자기 자기 쪽으로 시선이 집중되자 크게 당황했다.
예전에는 투명인간처럼 저를 대하던 학생들이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 낯설었다.
그러나 싫지는 않은지 시모어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은 난처함으로 물들었다.
한시하와의 훈련이 기억났으니까.
그는 어쩔 수 없이 애매하게 대답했다.
“잘, 잘하지 않으려나?”
“아, 역시 비행술도 잘하나 보네.”
“볼만하겠다, 이거.”
“이야, 빅매치인 거야?”
아, 이게 아닌데.
쉼 없이 굴러떨어지던 한시하의 모습을 회상하며 시모어는 머리를 긁적였다.
강령과에서 넘어온 터라 로제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도, 자신이 그제까지 봐 온 한시하는 비행술에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작하지.”
하지만, 한시하는 그 누구보다도 태연해 보였다.
비록 비행술에서는 저 이름 모를 주황머리한테 밀릴지 몰라도, 대련에서는 자신이 우위라 생각했기 때문일까.
삐이-.
휘슬 소리와 동시에 빗자루가 빠르게 올라갔다.
“와아아아!”
“이겨라! 이겨라! 이겨라!”
열광하는 학생들 위로 한시하가 부드럽게 떠올랐다.
로제타는 여유를 부리며 지팡이를 한 손에 쥐었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마력 뿐. 고급 마법을 캐스팅할 수도, 트랩을 설치할 수도 없다.
한시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최대한 비행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
즉, 상대의 공격에 정신없이 움직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고로 이것은 선빵이 중요하다.
“후우.”
일단 먼저 때리는 걸 택했다.
쾅.
한시하가 쏘아 낸 마력 구체가 로제타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어… 어?”
휘익.
로제타는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채 빠르게 빗자루를 돌렸다.
이 정도의 공격은 눈을 감고도 피할 수 있었다.
곡예비행으로 쌓아 온 실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 피할 거라는 건 예상했다.
한시하는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쾅.
마력의 파동이 살짝 스쳤는지 로제타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감돌았다.
그것도 잠시 로제타는 빗자루를 꺾어 올리며 한시하를 향해 마력을 날렸다.
“지겠는데?”
아델라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한시하를 응시했다.
한 대만 맞아도 질 것 같은 위태로운 비행. 간신히 버티고는 있지만 안정감이 차원이 달랐다.
어쩔 수 없었다. 아마 자신 역시도 단순 비행이 아니라 대련이었다면 비슷했을 테니.
로제타는 노련했다. 적어도 한시하의 약점이 어디인 줄 알고 있었다.
어디를 공격해야 저 태연한 녀석의 평형이 순식간에 깨질지.
그것을 철저히 계산한 공격이었다.
“한시하!”
그런데.
콰앙.
로제타의 마력 구체는 한시하에게 접근하지도 못했다.
“뭐야?”
로제타의 마력을 자신의 마력으로 순식간에 상쇄시켜 버린다.
“피하는 게 아니라… 막아 버린 거야?”
보통은 공격을 막기 위해 마력을 쓰는 것이 더 비효율적이라 느끼겠지만, 한시하의 입장에선 이 편이 더 쉬웠다.
대련장 중앙에서 폭음과 함께 두 마력구체가 충돌했다.
‘이걸 막아?’
로제타는 이를 악물고선 다음 공격을 준비했지만, 이번에도 한시하가 더 빨랐다.
“악!”
조금이라도 늦게 고개를 숙였으면 떨어질 뻔했다.
로제타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이를 악물었다.
“비겁하게 공격만 하는 거야?”
“…그게 무슨 의미지? 실전에선 상대가 봐주면서 공격을 안 하나?”
로제타는 부들대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씨이… 그건 또 맞는 말이네.’
대련이기 때문에 대련에 충실할 뿐.
한시하는 몸을 기울여 살짝 오른편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 와중에도 로제타의 손짓, 발의 움직임. 사소한 것들을 예의주시하는 중이었다.
마력은 아직 차고도 넘쳤으므로 공격 기회는 많이 남아 있었다.
휘익. 휘익.
이번에는 마력 구체가 세 개로 갈라졌다.
“으아악!”
동시에 날아오는 구체들에 비명을 내지른 로제타가 간신히 하나를 막아 냈고, 둘은 움직여서 피했다.
아델라는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뱉었다.
“천잰데?”
비행술은 다른 과목들보다도 평정심이 압도적으로 중요한 과목이다.
균형이 깨지는 순간 끝나 버리는 게임.
비행은 로제타가 노련했으나,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과 심리싸움에서는 한시하가 우위였다.
이쯤 되니 아까까지 로제타의 승리를 점쳤던 학생들도 생각이 달라졌다.
“뭐야, 쟤는?”
“가만히 앉아서 때리기만 하는데?”
“야, 이거 한시하가 이길 것 같은데.”
쾅. 쾅.
대련장에 연이어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린트 교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허… 비행술 과목인데 이게 무슨….”
비행을 안정적으로 하고 있으니 비행 점수를 깎을 수도 없고.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대련 점수를 깎을 수도 없고.
평가 항목에 곡예비행은 들어가 있지 않으니 아름다운 비행을 선보일 필요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한시하의 승리인가.
삐이-.
다시 한번 휘슬이 울려 퍼지던 순간.
로제타가 소리를 내지르며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동시에 제 일격이 허공에서 바스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번에도 정면 공격이야?’
하.
이 공격에 절대 말려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로제타는 빠르게 몸을 틀었다.
그런데.
“어?”
묵직한 마력 구체가 측면에서 그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애당초 하나를 날린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개를 날린 것.
로제타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빗자루를 꽉 붙들었다.
“대체 쟤 마력은 왜 끝이 없냐고….”
쾅.
“아아아악!”
로제타는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