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96화(9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96화
에른스트 교수는 몇 안 되는 제 학생이라면 성심성의껏 서포트하는 류의 교수였다.
그리고 그런 교수의 성격이 늘 그렇듯….
그는 다소 열정이 넘치는 편이었다.
새로 마련된 에른스트 교수 연구실에 출석할 때마다 옆에서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허허, 연구는 잘 되어 가고 있나?’
‘허허,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나?’
‘요새 관심 가는 서적이 있는데 가져가서 읽어 보는 건 어떤가?’
내가 퍽 마음에 들었는지 난데없이 불러다가 고대 룬어로 된 서적을 던져 주는가 하면.
새로운 연구 주제라며 떠밀어 주기까지 한다.
제길. 제길.
사실 학생에게 관심이 투머치인 교수만큼 부담스러운 교수도 없는데.
무섭도록 친절하게 대해 주던 에른스트 교수는 그 두려운 미소와 함께 일을 시켜먹기 시작했다.
대학원 생활 2회 차로서 버틸 만한 수준이긴 했으나, 다른 학생들에 비해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진 것도 사실이었다.
인간적으로 15살을 이렇게까지 부려 먹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가르쳐 준 것도 없잖아, 당신들.
그렇다고 해서 소환술 전공인 에른스트 교수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
테이머학은 소환학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괜히 흑마법의 네크로맨서와 비슷한 계열을 달리는 학문이라고 일컫는 것이 아니었다.
그린트 교수보다 에른스트 교수가 더 끌리는 성격이기도 했지만, 애당초 마법실전학은 내 적성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어쨌든 나는 지금 에른스트 교수가 읽어 보라는 서적 리스트를 들고는 도서관을 찾았다.
[심화 테이머학의 이해] [정령소환술]“또 뭐였더라.”
아니, 근데 이거 언제 다 읽냐.
전공책보다 두 배는 두꺼운 듯한 사이즈에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한시하?”
불쑥.
타이밍 좋게 고개를 들이민 것은 예상외로 아델라였다.
아델라는 전투 쪽엔 타고난 재능이 있는 편이지만 쉬는 시간마다 책에 고개를 파묻고 있을 만한 타입은 아니었다.
시험기간 외에는 도서관에 발로 들이지 않던 애가 여기는 왜?
“무슨 책 빌리러 왔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델라의 눈빛이 왠지 부담스레 반짝였다.
저건 나한테 무언가 부탁하고 싶어 하는 듯한 눈빛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대놓고 물었다.
“그러면 나한테 볼일?”
“찾고 있었어, 연구실에 없길래.”
하기야 요즘 내 동선이 연구실 아니면 도서관이다.
이거 너무 슬픈데. 왜 벌써 대학원생의 삶을 살고 있는 거냐고.
아델라는 다른 설명 대신에 게시판 벽면에 붙어 있었던 포스터 하나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두껍게 써진 글씨를 보아하니 내 기억 속엔 없는 대회인 듯했다.
마법 연구학 발표 대회란다.
이거 나가자고 그렇게 내 눈치를 살핀 건가.
일단 이게 뭔지나 물어봐야지.
“이게 뭐야?”
“마법 연구학 발표 대회라고, 같이 나갔으면 좋겠어서.”
“갑자기 이건 왜 나가려는 건데?”
“성적 가산점도 있고… 괜찮아 보이던데. 상금도 있어! 봐봐, 무려 10골드라고!”
뒷말을 강조하는 게 느껴진다.
10골드면 대강 500만 원 정도니까… 학생들 상금 치곤 크긴 했다.
“괜찮지? 특히 상금.”
“글쎄다. 돈은 이미 많은데.”
내가 그렇게 돈에 미친 것 같아 보였나.
그건 가문에 버림받아서 돈에 쪼들릴 때고 지금은 아니지.
그러자 아델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음, 안 하겠다고 한 건 아닌데.
굳이 상금엔 메리트를 느끼지 않지만, 성적 가산점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근데 가산점은….”
지난 시험에서 3등이었지.
내가 기억하는 슬카데미의 특성상 3등 안에 들면 주어지는 이벤트가 제법 많았다.
지난번 마법부 행사도 그 일종이었다.
그래서 원작대로라면 이한, 솔리아, 아델라 셋이서 나란히 혜택을 받고는 했는데….
이번에도 내가 3등 안에 들 거란 보장이 없다.
솔리아가 이번엔 이를 악물고 할 테고, 이한과 아델라는 워낙에 재능을 타고난 녀석들이니 반드시 그 자리를 꿰찰 것이다.
그러면 또 이 가산점을 무시할 수 없지.
“나쁘지 않아.”
“하자고 한 거다? 맞지?”
아델라가 두 눈을 크게 뜬 채 다급히 물어 왔다.
아델라가 함께 나가자 하면 나가줄 애들이 줄줄이 따라올 텐데, 굳이 나를 물고 늘어지는 게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몇 명이서 나가는 건데?”
“총 세 명.”
“이한은?”
“…솔리아랑 나가는 것 같던데.”
조합이 이렇게 되었구만.
하필이면 까다로운 녀석들과 대상을 놓고 경쟁하게 생겼다.
그런데.
아델라의 말을 곱씹어 보던 나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가만 보자. 이미 이한과 솔리아가 조를 짰으면… 그 둘이 따로 각별히 친한 학생이 없는 이상, 현 2위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아델라를 빼놓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아는 바론 분명 그럴 만한 애가 없다.
괜히 원작에서 셋이 무언가를 같이 하는 장면이 주구장창 나온 게 아니다.
궁금한 마음에 불쑥 질문을 던졌다.
“너는 왜 그 둘이랑 같이 안 하는데?”
“…!”
어?
아델라가 당황한 기색으로 크게 멈칫했다.
“걔네 조 벌써 다 짠 거냐?”
“그, 그건 아닌데.”
아델라답지 않게 말을 더듬기까지. 진짜 뭐가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심각한 이유라도 생겼나.
아니면 이한이랑 멱살이라도 잡고 서로 싸운 건가. 저 더러운 성질머리라면 충분히 가능한 가정이긴 한데.
왠지 아델라의 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기가 덥나?”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자꾸 다 아니래. 내가 발표 그닥 잘하지도 않는데, 이걸 굳이 나랑 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너 설마, 이한이랑 싸웠냐.”
“그게 아니라! 나는 네가 이거 나가고 싶을까 봐… 아니 내가 걔들이랑 해 버리면….”
쾅쾅.
아델라는 냅다 자신의 머리를 후려갈기고선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같이 나가자고!”
아델라가 난데없이 빽 소리를 질렀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깜, 깜짝이야.”
얘 깜박한 거 같은데, 여기 도서관이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는 듯 학생들의 시선이 쏠리자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내 손에 들린 포스터를 뺏었다.
저도 쪽팔렸는지 얼굴은 새빨개진 상태였다. 아니 어쩌면 분노일지도.
아델라는 아랫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고선 말을 더했다.
“말이 드럽게도 많네. 싫으면 말든가.”
“아니, 잠깐만. 왜 화내는지는 알려 주고 화내야 하지 않을까.”
“그건… 내 마음이야.”
너무하네, 진짜.
일단 달래 주고 나서 생각하자.
“신청서부터 쓰면 되는 거야?”
내 한마디에 아델라는 다시 멈칫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르는 듯하더니 팍 식어 있던 두 눈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젠 묻지 않은 거까지 상세히 알려 주기 시작한다.
“큼큼. 잘 들어 봐.”
이게 무슨 변덕이냐고.
“여기 양식대로 써서 제출하면 된대. 내일모레까지 접수고. 기다려 봐, 양식도 내가 챙겨 왔으니까.”
“이야, 만반의 준비를. 그렇게 나랑 나가고 싶었던 거냐고… 읍읍.”
괜히 말을 얹었다가 한 대 더 맞을 뻔했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아델라에게 한 대 맞았다간 진짜 저 땅 밑에 묻힐 수도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아델라가 시키는 대로 정신없이 신청서를 써 내려갔다.
아,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은 어디서 구하게?”
물론 구하려면야 충분히 구할 수 있겠지만, 그게 누구일지는 제법 중요한 관건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원의 얼굴.
빠릿빠릿한 정보통에 해야 할 일은 곧잘 하니까.
나름 그 녀석이 발표에 소질이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는 것이 함정이지만. 영 쓸 사람이 없으면 원도 기본은 하는 친구지.
“어 그게 나도 생각해 둔 건 없는데….”
아델라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는지 말끝을 흐렸다.
“원에게 한 번 부탁해 볼까?”
“그것도 나쁘지 않….”
“내가 나갈래.”
어?
아델라의 말과 거의 동시에 튀어나온 낯선 음성이었다.
아델라는 놀란 눈으로 그쪽을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 머리끝까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한 여자애가 있었다.
어쩐지 저 실루엣이 익숙한데.
아니, 생각해 보니 저 목소리도 은근 익숙하잖아?
“나 나름 쓸 만한 인재일 텐데.”
스윽.
그 여자애가 로브를 내린 순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늘 검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선 폼이란 폼은 다 잡았던 그 친구.
“어때? 같이 나가자.”
윤하을이 생글거리며 손을 들었다.
* * *
마법과의 탑 쓰리와 신학과의 조합이라.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조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에서도 거의 보지 못했다.
아, 원작에선 내가 이미 뒤져 있었겠구나.
무튼 마법과와 신학과는 강령과만큼이나 사이가 안 좋진 않았지만 딱히 엮일 일도 없는 학과였다.
둘이 힘을 합치게 되는 건 흑마법사들이 아르델을 점령하게 되는 그 시점.
이런 시답잖은 발표 대회에서 힘을 합친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어쨌든 윤하을은 우리 조에 들어왔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나를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왜 그래? 별의 뜻이라도 읽었어?”
“…아니.”
깜짝이야.
신기 있는 애들이랑 같이 다니면 저런 눈빛이 무섭다고.
저렇게 빤히 바라보다가 ‘너 내일 죽어’라든가 ‘오늘은 집밖에 나가지마’ 같은 무서운 소리를 내뱉을 것 같은데.
하지만 윤하을의 입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잘… 생겼다.”
“야, 뒤질래?”
아델라의 즉각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아니, 오래 살래! 이것도 별의 뜻이야!”
“별이랑 나란히 있게 만들어 준다.”
“그, 그렇게 심한 말을!”
윤하을은 다급히 안대로 얼굴을 가리고선 말을 돌렸다.
잠깐 이야기가 산으로 갈 뻔했으나 결국 본론으로 돌아왔다.
“주제는 다들 생각해 봤어?”
윤하을은 아델라가 추려 온 주제를 천천히 훑어 나가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게 좋을 거 같은데.”
생각보단 열정적이다.
늘 놀고먹으면서 과탑을 하는 설정일 줄 알았는데 나름 의견도 낸다.
“이유는?”
“별의 뜻이래.”
아, 그러면 그렇지.
쟤 지금 눈 풀려 있다. 아무래도 졸린 것 같은데.
윤하을은 생글거리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면 독성 마법과 정화술의 연관성, 이걸로 발표 주제를 잡아볼까? 일단 한숨 자고 나서!”
“…진짜로 묻어 버린다.”
히익.
윤하을은 아델라의 가감 없는 한마디에 기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델라의 무서운 말이 이어졌다.
“윤하을, 너 발표 잘하잖아. 그래서 뽑은 거니까 한눈팔면 바로 저 지하에 처넣을 거야.”
무서워라.
말하는 걸 보니 둘이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절대자들의 사이에 껴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물론 질문이 내 쪽으로 돌아오지 않을 리 없다.
아델라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한시하, 네 생각엔 어때?”
윤하을과 비스무리한 대답을 했다간 오늘 저녁상은 제사상으로 받게 되겠군.
덕분에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간다.
“개인적으로 주제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그걸 쉽게 푸는 게 중요할 거 같은데.”
이렇게만 놓고 보면 퍽 추상적이다.
그러니까 이 주제 자체가 마법을 흑백논리로 보고 그 효과가 먹힐 지 파악하는 실험이거든.
모든 흑마법은 백마법으로 제압할 수 있다?
이건 절대 아니다.
그 세부적인 것까지 파고들어가는 대신에 이해하기 위해 특정 사례, 특정 마법들에 주력해서 설명하자는 거다.
“그러니까 내 말은 독성 마법의 체계를 나눠서 분류하자는 거지. 어떤 게 정화술에 가장 취약한지.”
“어어. 좋은데?”
“그리고 그걸 데이터로 뽑아서 발표하면 좀 더 평가가 좋아지지 않을까. 마법부에서 진행한 실험을 참고해도 상관없고. 여차하면 에른스트 교수님 연구실을 빌려도 되고?”
반짝반짝 빛나는 윤하을과 아델라의 눈빛을 보아하니 내 간단한 브리핑이 제법 잘 먹혀든 모양이었다.
“아마 허락해 주실 거야. 최근에 비슷한 주제 연구해 보라고 연락 받았었거든. 조금 까다롭긴 하겠지만 큰 틀에서 놓고 보면 깊게 들어갈 필요도 없어.”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 가는데, 그런 내 위로 느닷없이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건 또 뭐야.
“허어.”
방금 비웃은 것 같은데.
“형편없군.”
별로 달갑지는 않은 페이스. 내 설명을 들은 모양인지 한시혁이 씨익 웃으며 뒤편에 서 있었다.
저 인간이 난데없이 아르델 아카데미에 왜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첫 마디부터 상당히 거슬렸다.
그렇게 쳐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
“그쪽이 지난달에 마법부에서 빠꾸 먹은 논문보단 나은 것 같은데.”
“뭐, 뭐…?”
본의 아니게 극딜을 날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