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99화(9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99화
“대체 무슨 수로 한 번에 맞힌 거지? 야, 알고 있었지?”
카산은 이를 악문 채 한시하를 노려보았다.
혹시 괜한 수를 쓴 게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시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카산의 말을 받아쳤다.
“글쎄요. 선배님의 능력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건, 선배님이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
“아무에게도 말하신 적 없잖아요?”
한시하의 말이 맞았다.
카산은 새로 개화한 능력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전의 능력들과는 다른 속성과 파급력.
메테오 블래스트는 3학년생이 개화하기엔 꽤 고급 마법에 속했다. 때문에 굳이 알려져서 시끄러워지고 싶지는 않았다.
실제로 지금 뒤편에선 저게 진짜냐며 웅성대고 있었다.
“말한 적 없긴 한데….”
카산은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켰다.
어차피 여기서 우겨 봤자 제 입장만 이상해진다.
“좋다, 네 차례야. 한 번은 기회를 넘겨줄 테니 해 보든가.”
대체 한시하가 제 능력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쪽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건 원래 자신이란 말이다.
만일 특성이나 능력을 묻는 물음이라면 단 1분 안에 낱낱이 파헤쳐낼 자신이 있었다.
“네까짓 녀석이 하는 걸 내가 못 맞힐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군. 뭐 해? 빨리 안 하고.”
“개인적인 문제도 상관없다 하셨습니다.”
“네 녀석의 특성이고 나발이고 다 맞힐 거니까 덤벼.”
한시하는 대답 대신 프테라, 클로스티를 조심스레 꺼내 놓았다.
생후 2개월. 조그마한 클로스티가 삑삑거리며 카산의 얼굴에 제 날개를 들이밀었다.
“뭐야, 이 파충류는.”
“꾸우!”
바실은 제 욕을 하는 줄 알고 냅다 성질을 냈다.
카산은 제 옷자락을 태운 바실을 노려보고선 다시 특성 스캔에 집중했다.
“겨우 이게 네가 낸 문제냐?”
‘저 녀석 속성을 맞추면 되나?’
아, 너무 쉽다.
대충 스캔만 해도 물의 기운이 아주 강하게 느껴진다.
감히 내게 기어올랐다 이거지. 아주 본때를 보여 줘야….
“이 친구의….”
“속성?”
아니, 속성이라고 한 적 없는데.
한시하는 생글거리며 클로스티를 들어 올리며 해맑게 물었다.
“이 친구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뭐, 시발?”
* * *
“미친 새끼.”
카산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어제 몇 번을 틀렸더라. 한 몇십 번은 틀리는 바람에 결국 그 사발을 혼자 다 마셨던 거 같은데.
‘내가 이 새끼 이름을 어떻게 알아아악!’
‘삑삑!’
‘선배님은 하실 수 있으세요. 아까 비슷했는데요.’
‘야!!’
중간에 잔뜩 취해서 몇 번 녀석의 멱살을 잡았던 것도 같다.
아, 아니네.
확실히 잡았었네.
카산은 불에 타 버린 옷소매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거 비싼 옷인데, 그 도마뱀이 다 태워 먹어 버렸다.
이미 왼팔 소매의 절반은 날아가 있었다. 이거 반팔 옷이었냐고. 팔이 타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하나.
“야, 그 파충류 어디 갔어!”
“한시하랑 같이 짐 싸고 있을 텐데요.”
“뭐?”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비틀비틀.
카산은 여전히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셈이었다.
이가 절로 갈린다.
후배를 상대로 내기를 한 선배들의 얘기는 숱하게 들었지만 그걸 져서 샴페인을 저 혼자 다 퍼마셨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르델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아닌가.
그 주인공이 자신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카산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했다.
“하, 개자식들.”
일단 찬물로 속부터 달래자.
카산은 물 한 모금을 들이켜며 2학년들의 채비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르베니에게 어기적어기적 다가갔다.
르베니는 카산을 보자마자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
“너는 왜 그러냐?”
너무 대놓고 피한다.
카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순간.
“어제… 기억 안 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질문이다.
카산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끼면서 르베니를 돌아보았다.
한시하 멱살 잡은 거랑 바실이 제 옷 태워 먹은 것 외에는 기억나는 게 전혀….
카산은 나직이 중얼거리다가 순간 섬뜩해졌다.
자신의 기억이 아닌 것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야!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냐고!’
‘좋아한다고오옥!’
“너 어제 공개 고백했잖아. 2학년 솔리아한테.”
“솔, 솔리아…?”
쿨럭.
카산은 그대로 물을 뿜고 말았다.
“네가 그렇게 귀족 따님 같은 고고한 취향인지 몰랐지.”
“내가… 내가… 그런 미친 짓을 했다고?”
진짜 돌은 게 아닐까.
카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더듬었다.
“그럼. 열심히 붙들던데?”
“말도 안 돼!”
카산은 르베니의 팔을 움켜쥐었다.
이미 그의 입술은 파리하게 질려 가고 있었다. 머릿속엔 흐릿하게만 남아 있는 기억의 파편들.
카산은 그것들을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
절규에 가까운 음성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네 눈으로 직접 보든가.”
르베니의 능력은 환영마법 계열이었다.
어제의 장면을 생생하게 다시 보여 주겠다.
사실상 자신을 두 번 죽이겠다는 말인데도, 카산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카산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 * *
“흐어어억.”
카산은 이미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이미 그걸 눈앞에서 직관한 시점부터 그의 멘탈은 바스러져 있었다.
‘시발.’
원래부터 2학년의 솔리아를 좋아했던 카산.
다른 2학년 학생들은 자격지심에 불쾌할 따름이었지만 솔리아는 달랐다.
나이에 비해 고고하면서도 알 수 없는 눈빛. 늘 입가에 걸려 있는 부드러운 미소가 카산의 마음을 뺏어 갔다.
“솔리아….”
“네, 선배님?”
“나 너 좋아흐는데.”
말도 똑바로 못하면서 무슨 수작질을 하고 있었던 거냐.
카산은 머리를 짚었다.
대답은 1초 만에 돌아왔다.
솔리아는 곤란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거절했다.
“아뇨, 괜찮아요.”
“괜찮아? 아아, 내가 괜찮아? 내가 쫌… 생겼지.”
‘미친놈아!!’
카산은 이미 잔뜩 꼴아 있는 상태로 자신에 취해 있었다.
그냥 고백만 했어도 수치스러웠을 것을, 별 짓거리를 다했다.
“좋아한다고오옥!”
2학년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안 돼. 카산, 일어나.
그것만은 안 돼.
카산은 내면에서 간절하게 외쳤지만, 어제의 기억은 그런 그를 처참히 배신했다.
“안 돼, 솔리아아악!”
카산은 솔리아의 다리를 잡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르베니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건넨 경멸적인 눈빛이 바로 이거였던 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동급생으로 두기도 쪽팔리다는 그 눈빛.
카산은 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자신이 르베니였어도 저런 애를 학년장으로 둔 것에 큰 회의감을 가졌을 게 뻔했다.
술 취해서 공개 고백에, 매달리기까지.
카산의 얼굴은 대낮부터 붉게 달아올랐다.
문제는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크흡… 나 차였어.”
“저였어도 선배를 찼을 거 같아요.”
“응? 너까지… 나를 배신할 수가 있냐. 이 개자식아아아!”
한시하를 붙들고 실연의 상처를 달래 달라며 펑펑 울기까지 했다.
“으아아악!”
쾅.
또 다른 자신의 자아와 마주하게 된 카산은 나무에 제 머리를 들이박고 말았다.
* * *
카산은 이미 잔뜩 독기가 올라 있었다.
르베니는 환영 마법으로 어제의 기억을 보여 준 것을 후회했다.
“잡히면 죽여 버릴 거야….”
카산은 미친 사람처럼 사방을 둘러봤다.
그런 카산의 눈길이 닿은 곳은 르베니가 정리 중인 가방이었다.
2학년들에겐 딱 저 정도만 주어지고, 3학년들은 비교적 안전한 이곳에 남게 된다.
기존에 공지한 대로 3일에 한 번씩 이곳에 복귀하는 2학년생들을 상대로 3학년은 식량과 물을 손 안 대고 뺏어먹으면 되는 것인데.
저 안에 들어 있는 건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인 물건들.
카산은 눈이 돌아가선 가방 하나를 낚아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이름표에 붙어 있는 한시하 이름 석 자에 잠시 이성을 잃었을 뿐이었다.
“이게 한시하가 있는 조냐?”
“그, 그렇긴 한데. 너 뭐 하는 거야?”
“싸가지 없는 놈들. 지들도 당해 봐야 정신 차릴 거 아니야.”
르베니는 정신없이 가방을 뒤지는 카산을 놀란 눈으로 지켜보았다.
카산의 성격상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비열한 수를 쓸 것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쓸데없이! 많이 챙겨갈 필요 없잖아!”
실연의 상처에 미친 건가.
아, 꼭 실연이 아니었어도 어제 일은 정신 놓을 만 했다.
“식량과 물 좀 없어도 버틸 수 있을걸?”
카산은 그 안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식량과 물을 빼 버렸다.
남은 것은 물 한 병. 이 정도면 당장 죽지는 않을 테지.
탈탈탈.
카산을 가방을 털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르베니는 다급히 카산의 팔을 잡아챘다.
“한 병으로 다섯 명이서 어떻게 버텨. 야, 너 미쳤어?”
“거머리 같은 새끼들. 어떻게든 버틸 테니까 상관하지 마. 설마 너, 저 싸가지 없는 2학년생들에게 동조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물은 챙겨 줘야 하지 않아?”
“그건 네 생각이고. 이 새끼들은 뜨거운 맛 좀 봐야 해.”
카산은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르베니의 손에 쥐어 주었다.
어차피 2학년의 실력자들이니 겨우 식량 조금 없다고 일주일 만에 죽지는 않을 거다.
르베니는 어쩔 수 없이 카산에게 동조해 주었다.
“…그래.”
카산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표정만 봐도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카산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어차피 아르델 아카데미까지 온 녀석들이 물과 식량 좀 없다고 죽을 리는 없다.
그저 이건 본때를 보여 주기 위함이다.
“별일은 없겠지.”
다만.
“좀 고생해 봐라, 이것들아.”
카산은 이를 갈며 그대로 자리를 떠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