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01)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01화(101/200)
#101화. 결과. 9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뚜껑이 열린 것 같은 사내의 손이 우진의 멱살을 쥐어 잡았다.
욕설도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지금 나랑 장난해 개새끼야? 뭐? 다시 한 번 지껄여봐.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우진을 잡아먹으려는 듯 사내의 두 눈에 실핏줄이 거미줄처럼 돋아났지만,
“원시적 변연계의 본능을 1%도 억제하지 못하는 뇌의 노예. 강자 앞에서는 숙이고 약자 앞에서는 강해지는 사람. 도파민만 좇는 사람이라 정의해도 괜찮겠네요.”
“시발놈이 뭔 개소리를 지껄…. 쳐 맞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보자.”
우진의 눈동자에 그의 얼굴이 담겼다.
사내의 광대 근육이 경직되고 입술을 힘을 주듯 얇아진다.
그 찰나의 미세표정과 함께 주먹이 우진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콰당!
사내는 눈을 껌뻑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신이 바닥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진이 뺨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일부러 그의 주먹이 살짝 스치게 만든 것이다.
“편해요?”
“씨발놈이!”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난 그가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우진은 고개를 옆으로 슬쩍 움직여 그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게 만들었다.
그때, 사내는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채를 확 잡아끄는 것을 느꼈다.
“이런 개새끼가! 누구한테!”
사나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태현 형사였다.
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부터 김태현 형사에게 사실을 알렸다.
아니 미래를 알렸다.
상황을 만들어 사건을 만든 것이었다.
그를 패대기 치듯 바닥에 눕힌 김태현의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새끼가 감히 누구한테 손찌검이야! 너 누구야? 겁대가리 없이 네가 누구 건드리려고 한 줄 알아? 너 이름 뭐야?”
사내는 발버둥 치며 욕을 쏟아냈다.
“뒤지기 싫으면 놔. 이새끼야! 놔? 안 놔!?”
뒤늦게 비상계단으로 올라온 최기철이 걱정스런운 표정으로 우진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단신으로 룸살롱에 있던 조폭들을 박살을 냈던 우진이었다.
싸움이 났다고 연락까지 한 것을 보면, 우진으로써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하고 앞뒤 재지 않고 달려온 그들이었다.
“우진아, 괜찮아?”
우진이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 어깨빵으로 여기 때렸어요. 여기 뺨도요.”
“응?”
“아파요.”
최기철이 콧등을 긁적거렸다.
말과는 다르게 멀쩡하고 전혀 아픈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최기철은 몸을 돌리며 사내를 추궁하고 있는 김태현을 말렸다.
“아, 선배님! 진정하세요! 제가 할게요. 제가.”
최기철이 나서자 김태현은 우진에게 다가갔고, 최기철은 그의 손에 수갑을 채우며 말했다.
“너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아니 형사면 다야!? 나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최기철이 사내의 머리를 후려치며 말했다.
빠악!
“가만히 있어라. 변호사를 선임할…….”
“이거 강압…….”
수갑을 채운 최기철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뭐 강압?”
빠악!
최기철이 그의 머리를 휘갈기자 사내가 눈에 상심지를 켜며 말했다.
“때렸지? 나 이거 가만히 안 있어. 그냥 안 넘어가.”
빠악!
“네가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쩔 건데?”
빠악!
“네가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쩔 거냐고? 눈 안 깔아? 네가 지금 누구를 건드린 줄 알아? 금쪽같은 우리 동생을 건드렸다는 거야.”
빠악!
“아, 씨발 그만 때려!”
이번엔 김태현이 최기철을 말렸다.
“야, 최기철, 그만해.”
가만 보면 가면 갈수록 자신을 닮아가는 것 같았다.
최근에도 계속 징계고 뭐고 뒷일은 모른다는 듯 범인들을 사람 취급 하지 않고 손부터 들어 올린다.
“아시잖아요. 선배님, 이런 새끼들은 똑같이 대해줘야 말 잘 들어요.”
“그건 그렇지.”
“안 그래? 그래? 이 새끼야.”
빠악!
“골 울린다고. 그만 때리세요.”
“이봐, 맞아야 정신 차린다니까…”
그렇게 최기철은 그를 끌고 비상계단으로 사라졌고, 어느새 이혜림이 놀란 눈으로 우진에게 물었다.
“우진아, 괜찮아?”
“어, 괜찮아.”
“재수 씨 또 뵙네요?”
“아, 안녕하세요.”
김태현에게 인사를 건넨 이혜림은 다시 우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우진아, 무슨 일이야? 싸웠어?”
“아니. 장난 좀 친 것뿐이야.”
무슨 장난을 형사까지 오게 만든다.
“혹시 나 때문에…….”
우진의 입가가 가느다라게 올라가는 것을 본 그녀는 깜짝 놀랐다.
“우진아, 나 때문에 너까지 엮이는 거 싫어. 네가 그럴 필요도 없고 괜히 나 때문에…….”
우진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살포시 올렸다.
그리고 김태현 형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 형사님, 그 사람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얘기 가능할까요?”
“그럼 그럼. 먼저 차에 내려가 있을게.”
김태현은 일단 CCTV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였다.
우진이 우두커니 서 있는 혜림이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혜림아, 이걸 시작으로 계속 널 밟으려 들 거야. 난 그게 마음에 들지 않고.”
우진은 평소 생각하고 있던 설계에 걸림돌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치워야 한다.
반대로 약점을 잡고 역이용할 수도 있다.
“우진아…….”
우진은 빙긋 웃었다.
그 표정에 이혜림은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 보는, 하얀 치아가 드러난 시원한 미소였기 때문이었다.
“고마우면 맛이 있는 거 사줘. 먼저 들어 가봐야겠다. 흥미 있는 소식 전해 줄게.”
* * *
뒷좌석에 앉아 있던 김태현이 사내에게 물었다.
“폭력 전과 2범 박종훈이, 왜 싸웠어?”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부딪혔습니다. 근데 그 새끼가….”
빠악!
“다시.”
“부닺혔는데, 새파랗게 어린놈이….”
빠악!
“그 사람이 다짜고짜 합의금 달라고…….”
“그런 개 소리를 나보고 믿으라고?”
“진짭니다!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그 새끼가 개소리로 사람 신경 계속 긁잖아요. 그래서….”
“때렸다?”
“아니요. 때린 게 아니라…….”
김태현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이 양아치 새끼야 CCTV에 네가 주먹 휘두른 거 다 찍혔는데….”
똑. 똑. 똑.
차장으로 노크를 한 우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기철이 문을 열어주자 우진이 조수석에 앉았다.
박종훈이 버럭 소리쳤다.
“야, 네가 말 좀 해봐! 내가 너 때렸어!?”
“어깨로 치고 주먹으로 때렸잖아요.”
“그게 때린 거야? 스친 거 아니야!?”
김태현이 손을 들어 올리자 그가 움찔거렸다.
“목소리 줄여. 지금부터 묻는 말에만 대답해. 알았어?”
“하…. 돌겠네 정말.”
빠악!
“말씀하세요.”
“우진아.”
김태현의 말에 우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박종훈의 얼굴이 잘 보이도록 백미러를 움직였다.
“누가 보냈어요?”
우진의 말에 김태현과 최기철의 고개가 그에게 휙휙 돌아갔다.
우진에게 누군가가 폭력 전과 2범을 보냈다?
우진이 백미러로 바라보고 있는 박종훈의 눈도 커지고 있었다.
미세하지만 허리를 시트에 더욱 기댄다.
곤경에 취했을 때, 도망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고정자세였다.
우진은 그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아 둔 것이었다.
“무슨 말이야?”
“누가 보냈냐구요.”
“밥 먹으러 온 건데, 누가 누굴 보냈냐고? 뭔 소리야!”
김태현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야, 이 시발놈아, 너 뭐하는 새끼야? 누가 보냈어? 누가 우진이 어떻게 하라고 시켰어? 대답 똑바로 해야 돼. 개소리하면 뒤지는 수가 있어.”
운전석 쪽에서도 최기철이 박종훈을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박종훈이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 오늘 처음 봤어요.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진짭니다.”
우진이 말했다.
“저 말고 혜림이 지켜보라고 누가 시켰어요?”
“혜, 혜림이가 누구야? 속고만 살았어? 여기 끌려 온 것도 억울한데 지금!”
최기철이 물었다.
“이 새끼……. 변태야? 스토킹? 야, 너 흥신소에서 나왔어?”
“최 형사님, 아무래도 김철웅 검사님한테 가야 할 것 같네요.”
우진은 바로 김철웅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김철웅 검사님, 저 때린 사람 지금 데리고 검사님께 찾아가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네?
“저 친 사람 데리고 검사님께 간다구요.”
-아니……. 그럼 경찰서로 가야죠?
“거기로 가고 싶어서요. 없던 먼지까지 만들어서 최대 형량 나오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리로? 데리고 온다구? 요? 검찰에?
“네. 귀찮으시면 어쩔 수 없구요.”
-아니 귀찮은 게 아니라……. 아이고…. 내가 참. 별… 데리고 와! 다 데리고 와요!
“바로 갈게요.”
차는 바로 출발했고 우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박종훈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합의금을 달라고 개소리를 남발하는 양아치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180도로 달라 보였다.
형사와 연줄이 닿아 있고, 게다가 검사까지.
‘김철웅…. 김철웅…….’
그런데 왠지 검사의 이름이 익숙했다.
순간, 박종훈이 중얼거리듯 한숨을 내뱉었다.
“시발…….”
미제사건을 해결하며 범죄와 전쟁을 선포하듯 TV에서 브리핑을 하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우진의 압박이 그의 몸을 서서히 옭아매가고 있었다.
* * *
김철웅 검사는 눈앞에 앉아 있는 박종훈은 눈을 껌뻑이며 바라봤다.
사탕을 입에 문 우진은 사건 서류를 들춰 보고 있었지만, 김철웅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PC 테이블에 걸터앉은 김철웅이 부드럽게 물었다.
“그럼……. 이혜림이라는 아가씨를 미행한 거고. 저기 우진 군을 때린 거네요? 그렇죠?”
“검사님, 그게 아니라…….”
“이름이 박종사? 박정 뭐?”
“박종훈입니다.”
“그래요. 폭력 전과 2범 박종훈 씨. 어떤 사람이 빵을 훔쳤어요. 그 사람은 실형을 받고, 100억을 해 처먹은 놈은 집행유예를 받았어요.”
“검사님! 저 진짜 결백합니다! 오해에요! 밥 먹으러 갔다가…….”
퍼억!
김철웅의 발이 박종훈의 가슴팍을 차버렸다.
박종훈은 바퀴 달린 의자와 함께 뒤로 쭉 밀려 나갔다.
힐긋 그 광경을 바라본 우진은 다시 사건 서류에 시선을 돌렸다.
김철웅이 손목시계를 풀며 제자리로 오라는 듯 손을 까닥였다.
수갑을 찬 박종훈이 의자에 앉은 채로 발을 끌어 다가오자 김철웅이 등 뒤로 다가가 어깨에 두 손을 올렸다.
“깡패 새끼들한테 사람대접해 주면, 지들이 진짜 사람인지 알아요. 야 이 깡패 새끼야. 없는 죄도 만들어서 한 10바퀴 뺑뺑이 시켜 줄까? 내가 못할 것 같아? 못할 것 같죠? 어?”
“거, 검사님….”
김철웅이 그의 쇄골에 손가락을 지긋이 밀어 넣자 박종훈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김철웅이 다시 PC 테이블에 걸터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자, 깡패야. 너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어. 시원하게 불고 벌금형 받을래. 아니면 한 몇 년 뺑뺑이 칠래?”
박종훈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미소를 짓고 있는 김철웅이 목소리를 크게 냈다.
“셋까지만 센다. 하나. 두울.”
“거, 검사님!”
“셋!”
“최 실장님이 시켰어요! 전 심부름만 한 것뿐입니다! 진짜예요. 진짭니다!”
김철웅의 시선이 우진에게로 돌아갔다.
우진은 박종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김 검사님, 저희 판 한 번 키워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