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07)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07화(107/200)
#107화. 결과. 15
김철웅은 턱을 쓸어만지며 눈앞에 앉아 있는 최기백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형사 폭행, 임금 체납. 그게 답니까?”
“검사님, 전 정말…….”
최기백은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혔다. 하지만 현장에서 인부들을 바라보던 매서운 눈빛은 사라지고 없었고 바짝 쫄아 있는 모습이었다.
“폭행이 아니라…….”
김철웅이 최기백의 어깨를 한 손으로 주무르며 입을 열었다.
“최기백 씨, 나 일거리 만들어주는 사람 아주 싫어해, 반대로 내가 일한 만큼 형량 살게 해주는 거 좋아하고.”
팔짱을 끼며 그의 주변을 돌던 김철웅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오케이. 기분이다! 형사 폭행은 빼준다. SH 건설 이름으로 기사 떴던 거 다 내려가고 있어. 그런데 기사가 내려가고 당신이 대표로 있는 미래산업이 줄줄이 올라오네?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최기백의 눈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임금 체납, 해고, 조합원 폭행에 대한 진술도 나오던데.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최기백은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자신이 SH 건설의 돈을 주식에 넣은 건 사실이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조합원들의 부당 해고는 온전히 원청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었다.
그 외에 몇 가지 더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이요환이 모든 죄를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 최기백 씨 죄목이 정말 많아. 횡령도 있고 폭행도 있고…….”
최기백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거기엔 사건 기록을 들춰보고 있는 우진이 있었다.
정말 이상한 놈이다.
정말…….
이 모든 일이 저 녀석 때문에 일어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검사님, 저는 미끼죠?”
김철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사람아, 너는 꼬리지. 그리고 지금 잘려나가는 거고.”
“이요환 그 새끼, 약쟁이에요.”
“확실해?”
“형사 폭행은 빼주신다고…….”
“이 새끼가…. 이요환이 약 하는 건 어디서 알았어?”
“심부름하러 갔었는데…….”
간단히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정기적으로 여는 파티에서 약을 한다는 것이었다.
김철웅은 사건의 심각성에 잘 웃지도 못했고, 우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수사관님, 얘 국밥이라도 하나 시켜 주세요. 밥 먹으면서 생각 정리 잘해. 너 60대 될 때까지 빵에서 썩을 수도 있어.”
수사관이 최기백을 데리고 나가자 김철웅이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최기백을 압박했지만, 벌집을 건드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다.
안위만 생각한다면 절대로 위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김 검사님, 이제 시작이네요.”
불쑥 들려오는 우진의 말에 김철웅이 볼을 긁적거렸다.
“이야……. 내가 거물을 건드려 보네.”
“압박이 심할 거예요.”
김철웅은 우진에게 다짐하듯 답했다.
“그래도 해야지.”
“힘들 수도 있어요.”
“나 해병대 나왔어.”
“좌절할 수도 있어요.”
“이미 선 넘었어. 나 선 넘으면 빠꾸 없거든.”
“그럴 줄 알고 제가 먼저 시작했어요.”
우진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김철웅에게 건넸다.
최기백이 대표로 있는 미래산업의 기사보다, SH 건설의 이름으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김철웅이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여론을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학생이…….
“우진 군, 평소에 뭐 하고 다녀요?”
“평범하게 지내요.”
“그렇겠지. 하하하!‘
크게 웃던 김철웅이 눈빛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우리 화끈하게 한번 가보자고.”
그때 김철웅의 핸드폰이 울렸다.
차장검사였다.
김철웅이 핸드폰을 들며 말했다.
“이것 봐, 벌써 선 넘었다니까?”
* * *
건물을 빠져나 온 우진은 곧장 버스에 올랐다.
먼저 버스에 오른 사람이 남은 빈자리에 앉자 우진은 아쉬운 듯 말을 흘렸다.
“까비.”
김태현이나 최기철, 그리고 이혜림, 김철웅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지만, 우진의 마음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걱정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걱정이란 것은 미래에 다가올 불안감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진은 어떠한 일이든 뜻대로 될 수 있게, 미연에 걱정거리가 생기지 않도록 행동하고 생각했다.
창고에서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진은 세상을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궁금한 게 많고 해보고 싶은 것들도 많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몇 가지 명확한 공통점이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주식, 승진, 이성 등등, 많이 것들을 예측하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이 생각에서만 멈춘다.
편안함과 안락함, 즉각적인 보상 같은 본능에서만 충실하라고 속삭이는 변연계가 어깨에 줄을 매달아 놓았기 때문이었다.
원시적 변연계의 마리오네트나 다름이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일어나지도 않을 서프라이즈한 것들을 떠올리며 즐기는 뇌.
즉, 그 줄을 끊어내면 높은 확률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아니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계속해서 이뤄내고 싶은 것들을 꾸준히 파헤치고 움직이다 보면 미래는 예측할 수 있다.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게 되면 몸은 저절로 움직인다.
마치 레몬이 아주 새콤해서 생각만으로도 침이 나오는 것처럼.
또한 보상 심리에 입각하여 실천에 옮길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걱정을 공포, 불안감으로 인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공포와 불안감은 변연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잠자고 있던 사람의 눈을 뜨게 만든다.
뇌를 인지하는 것과 인지하지 않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었다.
뇌 인지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뇌는 다른 존재라고 분류하면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렇게 우진은 후자보다는 전자를 택하는 쪽으로 항상 움직이고 있었다.
“어?”
여성의 살짝 놀란 목소리에 우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우진의 눈동자가 삽시간의 그녀를 훑고 지나갔다.
지금 시간은 저녁을 넘기고 있다.
여성의 머리칼은 웨이브가 들어갔고 화장이 얇지만 고친 흔적이 보인다.
향수를 뿌린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샴푸 냄새가 묻어 있다.
피부와 주름 정도를 보아 나이는 20대 초반.
검은색 동공은 사물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한 것처럼 빛을 흡수하듯 커지고 있었다.
입은 살짝 벌어지고 몸은 정지한다.
자신을 알고 있다는 표정과 몸의 반응이었다.
그녀는 곧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가며 말을 꺼냈다.
버스 안이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성적 어필이었다.
“무명 씨 아니세요?”
“그런 말 많이 들어요. 그래서 좀 난감한 상황이에요.”
우진의 철벽같은 말에 그녀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실 우진의 핸드폰에도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같은 과 학생들의 메시지였다.
-너 진짜 아니지? ㅋㅋㅋ
-진짜 닮았더라!
-하지만 우리는 우진의 목소리를 알고 있지 ㅋㅋㅋ
-길 가다 사람들이 물어보는 거 아니야?
우진은 그래도 언급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아 바로 메시지를 날렸다.
[나 아님, ㄹㅇ 아님.]핸드폰을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은 우진은 여유롭게 버스 안의 풍경을 바라봤다.
모두의 눈이 핸드폰에 고정되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몇몇은 핸드폰과 자신을 번갈아 쳐다보는 시선들도 느껴졌는데, 우진은 그 시선에 의미를 두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12월이 점점 다가오면서 사람들의 옷이 두꺼워지고 있었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눈이 올까?
우진의 머릿속으로 과거와 현재, 기후의 흐름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고 있는 우진의 표정은 평화로웠고, 시선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진의 입이 달싹였다.
“하나, 둘…….”
치익-
버스 문이 열리자 우진의 입이 재차 속삭였다.
“셋.”
우진에게 말을 걸었던 여성은 번화가의 정류장에서 내렸다.
* * *
버스에서 내린 우진은 정류장과 멀지 않은 분식집을 찾았다.
“우진 학생 오랜만이네?”
“네. 안녕하세요. 떡볶이 1인분이랑 떡꼬치 네 개 하구요. 김밥 두 줄, 어묵 2인분이랑 순대 1인분도 주세요.”
“동생이랑 먹으려고 하는구나? 동생 공부 엄청 잘 한다면서? 동네에 소문났어.”
“네.”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담아 줄게.”
“감사합니다.”
밖에 서 있는 우진의 시선이 분식집 안을 훑었다.
점점 갈수록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망해간다고 단순하게 생각할지 몰랐지만, 우진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분식점을 이용하는 주요 나이층은 10대와 20대였다.
시간에 지남에 따라 동네에 사는 그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적어진다.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를 옮기고, 또 누군가는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어 그들은 그렇게 동네에서 머무르는 시간보다 밖에서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먹는 것을 아예 밖에서 해결하고 오는 것이었다.
물론 간식을 위해 우정분식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
“우진 학생도 이제 못 보겠네.”
“네? 왜요?”
아주머니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12월에 장사 그만둘 거거든. 이젠 월세 감당하기도 벅차서 말이야.”
우진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우정분식은 맛도 좋았지만, 우진에겐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다.
갇혀 있던 곳에서 나왔을 때 처음 접한 분식집이었고,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였다.
남들에겐 그냥 스쳐 지나가는 분식집일지 몰라도 우진에겐 특별했다.
그것도 아주 말이다.
그런데 없어진다.
월세 때문에.
아주머니가 장난스럽게 포장된 음식을 내밀었다.
“자, 포장 나왔습니다. 서비스로 더 넣었으니까. 맛있게 먹어요.”
우진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음식이 든 까만 비닐봉투를 받고 계산을 했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아니 다시 고개를 돌려 아주머니를 쳐다봤다.
거칠어진 손등, 조금 전엔 보이지 않았던 지친 표정과 걱정.
아주머니의 얼굴엔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찍혀 있었다.
홀로 자식을 둘을 키운 손으론 허리를 툭툭 친다.
우진은 몸을 틀어 입을 열었다.
“아들이 둘이시죠? 한 명은 15살. 17살.”
“응? 그걸 어떻게 알았대?”
“알고 있었어요. 고생하세요.”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한 우진은 집으로 곧장 향했다.
“오빠 왔어?”
우진은 생글생글 웃고 있는 보미에게 봉투를 들어 올렸다.
“JMT 파티.”
그날 밤.
우진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공감각자의 주인공 박인혁이었다.
그가 반갑게 전화를 받자 우진이 입을 열었다.
“관찰은 잘하고 계세요?”
-어려운 것 같아요. 이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나저나 우리 영화 천만 금방 찍겠는데. 한번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려고 전화드렸어요. 관찰에 대해서 더 얘기도 드릴 겸.”
-그럼 나야 땡큐죠.
우진이 말하는 관찰은 박인혁에게 있어서 정말 매력적이니 것이었으니까.
“시간 언제 괜찮으세요?”
-이번 주 괜찮아요. 다음 주부터는 CF 때문에 바빠질 것 같아서요. 아니 우진 씨가 시간 정하면 내가 맞춰 볼게요.
“내일은 어떠세요?”
-내일? 몇 시에요?
“여섯 시가 좋을 것 같아요.”
-오케이…. 어디서 볼까요?
“분식집이요.”
-네?
“분식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