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17)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17화(117/200)
#117화. 결과. 25
갑자기 요동치는 그래프에 김현자의 눈이 부릅떠졌다.
‘가족이나 당신의 지인들이 범죄 사건에 휘말린다면, 온전히 심판을 법에 맡길 수 있겠습니까?’
‘네.’
신우진의 말이 거짓이라는 뜻이다.
법의 심판에 맡기지만은 않겠다는 뜻인가?
그래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김현자 연구원의 시선이 우진에게로 향했다.
겉과 속이 다른지 표정에선 아무런 변화를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김현자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움직였다.
그래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고요해져 있었다.
김현자가 입을 열었다.
“지금 기분은 괜찮으십니까?”
“네.”
그래프는 우진의 말이 진실이라는 듯 안정된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설마……. 자율신경을 조절할 줄 아는 건가.’
완벽하진 않지만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사람들이 아주 극소수로 있긴 있었다.
그들은 자기 자신까지 속여 버리는 사람들이었는데, 자기최면에 아주 능한 사람들이었다.
‘가족애가 상당해.’
눈앞의 신우진은 가족 외엔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설마……. 진짜인가?’
자율신경은 무의식적으로 작동되는 현상인데.
김현자는 수수께끼를 풀 듯 질문을 던졌다.
“평소 명상을 즐겨 하십니까?”
“아니요.”
우진에겐 명상이란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한편, 김현자는 이번엔 자율신경의 두 종류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이해하고 계십니까?”
“네.”
진실.
“눈은 확대 이완, 축소 수축 제 말을 이해하시겠습니까?”
“네. 확대 이완은 교감신경계, 부교감신경계의 작용은 축소 수축.”
“심장도 구분 지을 수 있습니까?”
“심근은 수축력 증가와 감축, 관상동맥은 확장 수축.”
“이것 말고도 당신은 자율신경계에 대한 것들을 구분 지을 수 있으며,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계의 원리와 작동을 모두 이해하고 있습니까?”
“네.”
진실.
김현자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뱉어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을 거짓말 탐지기 의자에 앉혀 봤지만,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대답을 척척 한다.
그때.
우진이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우진은 메타인지를 한 번 더 확실하게 굳힐 수 있었다.
얻은 것은 두 가지.
엄마와 아빠, 그리고 보미, 가족은 제어가 되지 않는다.
상황과 조건이 형성되면 녀석이, 그러니까 무의식이 멋대로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김현자 연구원님을 얼굴에서 놀라움을 읽어 내었다.
자신은 아직 평범하지 못하다는 거다.
우진은 자신에게 부착된 것들을 툭툭 떼어내며 말했다.
“기록은 저장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김현자는 이번에도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세 미소를 만들어냈다.
“그럼요. 용의자도 아닌 일반인의 기록을 남길 수야 없지요.”
옆에 있던 김태현이 김현자에게 입을 열었다.
“과장님 지금 느끼고 있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우진이 처음 보면 다 김 과장님처럼 놀라거든요. 하하하!”
김현자는 고개를 저으며 웃어버렸다.
“대단하네요. 정말. 감식 나오기 전에 용의자 특정 짓고 잡았다는 게 이해가 갑니다.”
자율신경을 이렇게까지 제어할 줄 안다면 보고 싶은 것만 보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오싹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자신을 완벽에 가깝게 제어한다는 것에 대한 자체가.
그때, 우진이 김현자 연구원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말하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급똥은 참지 못해요.”
“네?”
“설사는 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우진이 그건 어렵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우진을 보며 눈을 껌벅이던 김현자는 껄껄 웃고 말았다.
그렇게 인사를 나눈 우진은 김태현과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배웅하듯 복도에서 우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현자는 중얼거렸다.
“누가 가족이라도 건드리는 날이면 아주 난리 나겠어.”
그리고.
“프로파일링을……. 잘할 수밖에 없겠어.”
* *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과.
김태현은 노크를 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엔 두 사람이 있었는데 법의조사관 한 명과 유전자과 과장이었다.
“오. 왔어?”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과장의 시선이, 김태현의 옆에 있는 우진에게로 화살처럼 꽂혔다.
사건이 빠르게 종결될 때마다 나타났던 신원미상의 DNA.
“혹시 우리가 찾던 주인공?”
“안녕하세요. 신우진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차가운 도시 남자처럼 날카롭게 생겼을 줄 알았는데. 허허허! 평범하네요?”
우진의 입가가 슬그머니 위로 올라갔다.
분명 방금 자신에게 평범하다고 했다.
“정말이요?”
그가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니요. 아주 미남이시네!”
우진의 입꼬리가 허무해진 듯 다시 스르륵 제자리를 찾았다.
그 모습에 법의조사관, 그녀는 혼자만의 오해를 하며 쓰게 웃었다.
“부검실에서 막 올라와서, 저한테 냄새가 좀 나죠?”
우진이 그녀의 주름 정도를 보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녀에게서 낯선 이의 무의식적인 경계도 읽었다.
눈앞의 법의조사관은 1년 차로 보였고, 범죄로 인해 끔찍하게 훼손된 시신을 볼 때마다 산 사람이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고 지냈을 가능성이 크다.
부검을 하며 사람이 정말 어이없고도 허무하게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터.
“괜찮아요.”
우진은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펜을 주먹을 쥐듯이 잡았고, 그녀의 눈을 살폈다.
예상대로 자신의 쥐고 있는 펜에 시선을 살짝 고정했던 그녀의 동공은 팽창하고 있었다.
잠깐의 정지 반응도.
무의식이 위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즉, 펜으로 찔려 죽은 시신도 부검해 봤을 가능성이 컸다.
그녀의 지금 상태는 일종의 직업병을 앓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평범한 사람보다, 사고에 대한 민감도가 아주 예민할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가족이나 지인에겐 조심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할 확률도 높았다.
그녀를 이해한 우진을 펜을 내려놓으며 다시금 과장을 바라봤다.
“DNA만 채취하면 끝나는 건가요?”
“그럼요. 이거 범인 여럿 잡아서 상 줘도 모자랄 판에,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DNA 채취는 금방 끝날 수 있었다.
우진이 입을 벌리고 과장이 면봉으로 구강 세포를 채취했고, 머리카락도 한 올 가위로 잘랐다.
“오! 신원미상의 DNA! 그분 맞으시죠?”
이제 막 사무실로 들어온 유전자과 대리,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최정훈 대리가 우진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보다 엄청 젊으시네요! 완전 팬입니다!”
그가 자신의 손을 가운에 슥슥 닦으며 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우진이 그의 손을 맞잡자 그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진짜 팬이에요. 영화 주인공처럼 막 프로파일링하면서. 크으! 진짜 얼굴 한번 뵙고 싶었어요.”
우진은 마음껏 보라는 듯 멀뚱하니 그를 바라봤다.
최정훈의 얼굴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과장님보다 훨씬 큰 호기심이었다.
그때 과장이 말했다.
“야야, 최 대리, 바쁘신 분들이니까 귀찮게 굴지 마.”
“과장님, 혹시 이분한테 현장 사진 보여주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요?”
김태현이 말리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진의 입이 더 빨랐다.
“어떤 사건인데요?”
최정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현장 사진을 가져왔고, 김태현은 호기심을 보이고 있는 우진을 말릴 수 없었다.
“여기요.”
우진이 최정훈이 건네준 여러 사진의 순서를 맞추듯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사무실에 있던 그들이 기대감 반, 호기심 반 어린 눈빛으로 우진의 곁으로 다가왔다.
여성 토막 살인이었다.
토막을 내 사과박스에 담아 버렸는데, 사망자의 얼굴이 끔찍했다.
두 눈과 입이 검은 실로 꿰매져 있었다.
우진이 말했다.
“범인 대담하네요. 살인사건 검거율이 98.2%인데, 상징성까지 부여했네요. 질식사인가요?”
법의조사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체 훼손이 심하고, 부검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그런 걸 다 안다.
우진이 그녀에게 답하듯 입을 열었다.
“이런 상징성을 부여하는 범인의 심리는 대부분 피해자가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걸 즐겨요. 한 사람의 목숨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결정된다는 걸 자각하며 희열을 느끼죠.”
팔짱을 끼고 있던 김태현이 말했다.
“이 사건 맡은 형사, 골치 좀 아프겠네.”
우진의 말대로 범인이 사체에 상징성을 부여했다면, 범인이 작정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증거도 잘 나오지 않는다.
우진이 말했다.
“뭐 좀 나온 게 있나요?”
최정훈이 고개를 저었다.
“빨간 목장갑 섬유가 발견된 거랑 범행 도구로 톱을 사용했다는 정도밖에는……. 다른 건 일절 나오지 않았어요.”
“장갑을 낀 손으로, 또 장갑을 구매해서 꼈겠네요.”
“그런 가정도 배제할 순 없죠.”
“DNA도 안 나왔다는 건 아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건데. 실종 신고가 접수된 여성이었나요? 용의자도 딱히 없고.”
“네.”
“마지막으로 촬영된 CCTV 장소는요?”
“편의점에서 마지막으로 찍혔어요.”
우진은 살해된 여성이 하고 있는 머리 끈을 보며 말했다.
“뭘 샀죠? 검은색 머리 끈?”
“네.”
“마지막 전화통화 상대는요?”
“과외선생이요.”
사진에 시선을 고정한 우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물었다.
“그 사람 알리바이는 있나요?”
“네. 실종 당일이 만나기로 한 날이었는데. 과외선생은 커피숍에 있었어요. CCTV로 확인됐어요.”
“그때 영상 좀 볼 수 있나요?”
최정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알리바이가 확실한 사람인데…….”
“보고 싶어서요.”
“여기에 지금 없어서, 잠시만요.”
최정훈이 사라지고 김태현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과장님, 곧 마법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이럴 때마다 우진은 답안지를 착착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무것도 단정 지을 순 없어요.”
우진의 말에 김태현은 말없이 씨익 웃었다.
우진이 드문드문 저런 말을 할 때가 있지만, 언제나 결정적인 것들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었다.
김태현은 문득, 별을 그리며 연쇄살인을 저질렀던 환경미화원이 떠올랐다.
악마 숭배자였던 그놈이 나타날 장소를 우진이 예견했고, 정말 나타났다.
그것도 우진이 잡아 버렸다.
‘그리고 바로 소고기를 먹으러 갔지.’
“가져왔습니다!”
돌아온 최정훈이 PC에 USB를 연결시켰다.
그리고 영상을 바로 재생시켰다.
“이 사람입니다.”
최정훈이 과외선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우진은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시간이 점점 흘러감에 따라 그는 창밖을 바라보기도 했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듯 시계를 보았고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 모습에 최정훈이 말했다.
“이 시간에 연락이 피해자와 연락이 두절된 것 같아요. 전화를 여러 번 했더라고요.”
우진은 그의 말을 듣지 않는지 다른 말을 꺼냈다.
“제가 마우스 잡을 수 있을까요?”
“아 네. 그럼요.”
우진은 영상을 빨리 돌리기도 했고, 천천히 돌리기도, 또 정지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재생시켰다.
허리를 살짝 구부리고 있던 우진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말했다.
“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