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18)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18화(118/200)
#118화. 결과. 26
그들의 시선이 우진에게 일제히 고정됐다.
물끄러미 영상을 바라보고 있던 우진이 말을 꺼냈다.
“혹시 통화기록 있나요?”
“아, 그럼요! 잠시만요.”
최정훈 대리가 사라지자 김태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빙고? 뭐 좀 찾은 거야?”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진은 마우스를 움직여 영상을 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외선생이 커피숍에 들어오는 시점에서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들어오면서 CCTV를 한 번 의식합니다. 아주 잠깐.”
과외선생은 이마를 문지르며 CCTV를 잠깐 쳐다봤다.
“전에도 몇 번 들렀던 커피숍이네요. 걸음걸이가 상당히 느슨하고 주위를 잘 살피지 않아요. 주문대나 자리를 훑어보지 않습니다. 지정석인 듯한 곳만 잠깐 응시하네요. CCTV가 자신을 잘 찍어 줄 수 있는 위치.”
법의조사관이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일부러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네. 행동이 말해주네요.”
“우연일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어요.”
영상에서 과외선생이 자리에 앉아 시간을 확인했다.
그때 자리에 돌아온 최정훈 대리가 우진에게 통화기록을 건네주었다.
통화기록을 훑어본 우진이 그것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시 입을 열었다.
“책을 꺼냅니다. 그리고 책을 펼치죠. 이는 약속 상대가 시간을 잘 지키지 않거나, 본인이 일찍 나와 독서를 즐기기 위함이라고도 풀이할 수도 있겠네요.”
우진은 고개를 살짝 돌려 최정훈을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약속 시간은 19시 정각이라고 들었어요.”
우진이 그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정훈 대리가 어색하게 웃자, 우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영상을 바라봤다.
“전화를 받습니다.”
우진의 말대로 책을 펼친 과외선생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손을 안주머니로 가져갔다.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통화시간은 아주 잠깐.
핸드폰은 다시 안주머니로 들어갔고.
“과외선생님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집중도가 높을 거라고 가정했지만, 아니었네요.”
책에 잠깐 시선을 주던 그는 다시 안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때, 우진이 통화기록의 한 부분을 짚었다.
“18시 45분에 피해자에게 전화를 겁니다. 보세요. 영상 속 날짜와 시간이 정확하게 일치하네요.”
시작되는 우진의 추리에 김태현은 씨익 웃으며 팔짱을 끼었고, 국과수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이 입을 열었다.
“뭐라고 했을까요? ‘조심히 와?’ ‘먼저 도착해 있어.’ ‘아니면 천천히 와?’ 3분 만에 통화는 종료되죠. 제 생각에는 빨리 오라고 재촉했을 것 같네요. 편의점에서 마지막으로 행적이 찍힌 피해자는, 어깨에 핸드폰을 걸치고 통화하며 지갑을 꺼내기 위해 가방을 여는 손이 바빴거든요.”
법의조사관이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과외선생의 재촉이 피해자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스몄다면…….”
우진이 답하듯 말했다.
“과외선생이 원인을 만들었고 결과는 피해자의 행동으로 나온 거예요. 과외선생의 전화에, 피해자의 행동을 급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급하게 산 것이 겨우 머리끈이에요. 피해자는 잘 차려입었습니다. 머리끈이 필요도 없을 만큼. 그런데 재촉을 받으며, 혹은 약속에 늦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까지 굳이 머리끈을 산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보세요. 과외선생은 책을 폈지만, 상당히 부산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우진의 말대로 과외선생은 힐끗힐끗 고개를 틀며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주로 창밖과 계산대였는데,
“여성들을 훔쳐보듯 쳐다봅니다. 그런데 특정 인물들에게만 시선이 많이 머물러요.”
최정훈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특정 인물이요?”
“머리끈을 하고 목을 드러낸 여성들이요.”
우진의 말을 들으며 영상을 바라보고 있던 법의조사관의 눈이 커졌다.
전에 교수님에게 그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범인은 범행을 저지를 대상을 탐색한다고 말이다.
‘누군가 지켜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영상 속 과외선생을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았다.
그는 정말로 머리끈을 하고 목이 드러난 여성들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만 시선을 오래도록 보내고 있었다.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여성들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우진이 말했다.
“가녀린 목선엔 경동맥이 흐르죠. 정복감이나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우위에 서고 싶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위입니다. 범행을 저지른 범인, 자신의 손에 한 인간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범인의 성향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우진이 과외선생을 용의자로 몰아가는 뉘앙스에 최정훈이 살짝 반색하며 물었다.
“과외선생과 피해자의 행동들이 말씀대로 일리가 있지만, 과외선생은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어서 용의선상에 다시 올리기엔 무리가…….”
그때 과장이 손을 들어 최정훈의 말을 끊었다.
“가만있어 봐. 계속하세요.”
우진은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정리해 볼게요. 과외선생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피해자의 행동을 급하게 만들었습니다. 전화를 받으며 편의점에 들어온 피해자는 바로 몸을 돌려 나갈 수도 있었지만 급하게 머리끈을 삽니다. 과외선생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는 증거죠. 실제로 과외선생이 머리끈을 하고 목이 드러난 여성에게 시선을 던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피해자는 아주 높은 확률로 과외선생을 좋아했을 거예요. 여기서 조금 더 지켜보면.”
우진은 멈췄던 영상을 재생시켰다.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는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그리고 정각 19:00가 되었을 때 우진은 영상을 멈췄다.
“정각에 핸드폰을 꺼내 피해자에게 전화를 한 번 더 겁니다. 아니 두 번 걸죠. 하지만 받지를 않습니다.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보통 테이블에 핸드폰을 올려두기 마련인데 필요할 때마다 꺼내 씁니다.”
영상은 다시 흘러갔고 십 분이 지났을 땐,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네요. 초조해 보입니다. 외로 꼬아진 다리는 풀리고, 발은 금방이라도 나갈 것처럼 밖으로 향해 있네요. 고개를 살짝살짝 틀며 주변을 훑어요. 머리끈을 한 여성을 지켜보는 게 아닌, 탈출구를 찾는 듯한 느낌이 강하네요. 지금도 여성이 곁을 지나치자 급하게 고개를 듭니다. 있어선 안 되는 사람을 본 사람처럼요.”
최정훈이 말했다.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처음부터 느긋하게 독서를 하기 위해 책을 꺼내든 사람이 10분을 기다리지 못하는 상황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책은 보여주기식이었고, 그는 일부러 재촉했습니다. 재촉이란 것은 상대에게 한 가지 생각만 하라는, 세뇌와 같아요. 재촉을 받는 상대는 급해지고 시야와 생각이 골목처럼 좁아져 안전에 무방비 상태가 돼요.”
가령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도 보면 그렇다.
아무런 제재나 재촉 없이, 마음이 편안한 사람은 파란불이 들어와도 양쪽을 살피며 건너지만 뭔가 쫓기는 사람은 파란불만 보고 급하게 움직인다.
상대가 자신보다 우위에 있고, 그가 자신에게 재촉을 한다면 그 파워는 더 커진다.
실제로 일상 속에서 소시오패스들이 상대를 움직이기 위해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우진은 갑자기 인터넷에 접속했다.
“피해자가 찍혔던 마지막 장소. 편의점 위치가 어딘가요?”
최정훈 대리가 주소를 불렀고, 우진은 주소를 입력해 위성사진을 띄웠다.
“과외선생님이 있는 커피숍까지 가는데 세 갈래의 길이 있네요. 두 길은 좀 멀고.”
우진이 위성사진을 확대했다.
“거리가 짧고 드문드문 골목길이 있네요. 편의점을 마지막으로 행방을 추적하기가 어려운 것은 피해자가 길이 좁고 CCTV가 없는 곳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우진은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거는 과외선생을 보며 말을 이었다.
“과외선생은 처음 18시 45분에 피해자에게 전화를 겁니다. 피해자는 급해지고 지름길을 선택하며 편의점을 빠져나가죠. 피해자가 머리끈을 사고 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30초. 과외선생과의 전화통화 시간은 3분. 약속 시간이 총 12분이 남았네요. 편의점과 커피숍과의 거리는 도보로 10분. 길 건너 도로가 없고 2분이 남아요. 작은 오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과외선생을 좋아하는 피해자가 재촉을 받아 주위를 살피지 못한다는 것에 있어요. 이 라인에서 납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네요. 과외선생과 통화를 마치고, 바로 납치됐을 확률이 큽니다.”
최정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이해는 가지만…….”
우진은 말을 이었다.
“여기를 보세요. 핸드폰을 조금 전 통화를 하듯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가 대었던 과외선생의 다리가 꼬아집니다. 아시겠지만 다리를 꼬면 골반과 치골, 대퇴부, 무릎이 서로 맞물려 골반의 움직임을 고정시키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골반과 대퇴부 근육의 활성이 적어짐에 따라 편안함을 느끼죠. 좋지 않은 자세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불안이 마지막 통화로 인해 해소되었다는 거예요. 커피도 마시네요. 책장을 넘깁니다. 책을 읽으며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사람처럼 여유로워 보이네요.”
“하지만 아무런 증거가…….”
그때, 누군가 노크를 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우진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였다.
그가 한곳에 몰려 있는 우진의 무리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바쁘신가 봐요? 아 근데 저도 진짜 죽겠어서요. 오죽하면 제집처럼 찾아오겠어요. 아직 나온 거 없어요?”
대답은 과장이 해주었다.
“뭔가 나올 것도 같은데?”
“정말입니까?”
형사가 다가오자 김태현이 씩 미소를 만들었다.
“오늘 참 운 좋으신 것 같아요.”
“누구……?”
형사가 전혀 국과수 연구원처럼 보이지 않는 김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자, 김태현이 소속을 밝히며 말했다.
“범인은 두 명일 것 같네요.”
형사의 눈이 호기심으로 강력하게 물들었다.
답은 우진에게서 흘러나왔다.
형사의 시선이 김태현에서 우진에게로 돌아갔다.
“과외선생 통화기록 중 빠진 게 있어요.”
우진은 영상을 되감았다.
과외선생이 처음 통화를 하는 장면이었다.
“통화를 했음에도 기록이 없네요. 똑같은 핸드폰이 두 개. 하나는 대포폰이고 안주머니에 넣으며 번갈아 사용했을 거예요. 마지막 통화도 약 2분 20초를 한 것 같은데, 통화기록엔 없네요.”
형사가 눈을 껌뻑이며 우진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범인은 목이 훤히 드러나게 할 수 있는 머리끈, 검은 머리끈에 취향이 강한 사람입니다. 토막 시신으로 발견된 피해자의 눈과 입도 검은 실로 꿰맸어요. 이력도 없고 전과도 없지만 파트너가 그의 살인을 도와줬어요. 그 파트너는 아주 치밀합니다. 손으로 살짝 터치만 해도 DNA가 검출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죠. 증거들을 처리하는 방법도 아주 잘 알고. 마치 전문가처럼 말이에요. 재촉으로 상대를 무방비 상태로 몰고 간 것을 보니 심리에도 능하네요.”
형사가 다시 물었다.
“누구세요?”
우진이 영상에 시선을 떼며 형사를 바라보았다.
“의외로 금방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형사님, 식사는 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