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28)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28화(128/200)
#128화. 평범하게. 8
말을 마친 김철웅의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차장 검사였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김철웅은 이내 핸드폰을 귓가로 가져갔다.
“네. 전화받았습니다.”
-벌써 퇴근했어? 너 어디야?
“아,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중요한 일? 무슨 일인데?
“아는 동생이 게임 한 판 하자고 해서요.”
-뭐라는 거야? 지금 네가 한가롭게 게임이나…….
그때 최기철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현장 잡았습니다.]메시지를 확인한 김철웅이 황급하게 말했다.
“차 검사님, 이제 제 차례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철웅은 무전기에 대고 다시 말했다.
“다른 잔챙이 신경 쓰다가 대어 놓쳐요. 우린 하나만 잡으면 됩니다. 이요환이 하나만. 밀어.”
그 말에 김철웅과 함께 차 안에 있던 형사들이 밖으로 나갔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저택같이 화려한 건물을 둘러싸고 있던 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철웅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시발. 이젠 나도 몰라.”
이요환을 잡아들이면 윗선의 압력이 장난 아닐 것이었다.
좌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리스크를 감내할 수만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은 검사다.
나쁜 놈 잡는다는데.
“나같이 꼴통 짓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지.”
* * *
커피숍에서 우진과 마주 앉아 있는 이혜림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요환, 출국할 것 같아. 빈자리는 내가 채우고. 네 덕이네. 고마워.”
우진의 덕분에 자신의 입지가 올라가 버렸다.
그런데 우진은 고개를 살짝 젓고 있었다.
“출국 못 할 것 같은데.”
이혜림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빠가 결정한 거야. 한 번 말하면 웬만해선 바꾸지 않으시거든.”
아빠는 입지를 다지기 위해 형제들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런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요환은, 아빠의 형제들에게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이혜림이 고개를 저으며 쐐기를 박았다.
“이달 내로 출국하게 될 거야.”
“글쎄…….”
이혜림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턱을 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진은 케이크에 포크를 콕 찍으며 말했다.
시선도 케이크에 고정되어 있었다.
“우리 옆, 옆 테이블을 한번 봐 볼래?”
이혜림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
그때 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일까?”
이혜림은 다시금 남녀를 바라봤다.
남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거리가 있어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친구?”
남녀 얼굴이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우진이 말했다.
“남자는 옷소매를 주기적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어. 마치 옷매무새를 잡는 것처럼. 손의 땀을 닦는 듯 말할 때 허벅지를 비비는 반복적인 행동도 보이고. 이건 긴장을 하고 있다는 증거인데. 다른 사람들을 한번 봐 볼래?”
“응?”
그녀는 우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반사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제 이야기를 하느라 바빠 보였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남녀가 마주 보는 거리 공간이 넓어.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증거라고 볼 수 있어. 사무적으로 만났다고 생각하기엔 둘의 차림새가 격식을 갖춘 것도 아니고. 여자는 자신을 어필하려고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볼 터치도 가볍게 하고 눈밑 라인과 입술이 붉네. 붉은색은 분노와 공격의 상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뜨거운 열이나 섹스, 정열, 생기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상대에게 건강하면서도 아주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도 있어. 그런데 남자는 이곳저곳에 신경 쓴 여자의 패션보다 많이 수수하네.”
이혜림이 다시 남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남자는 의자에서 등이 떨어진 반면, 여자는 등을 기대고 있었다.
케이크의 맛을 음미하던 우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
“긴장이라는 감정을 사람은 언제 느낄까?”
이혜림이 눈을 한 번 깜박이며 말했다.
“무서울 때?”
“비슷해. 자신보다 높은 위치의 사람과 대면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때 긴장하게 되기 마련이야.”
자주 보지 않아 정보가 없는 상사 앞에 섰을 때나 마음에 드는 이성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머리 스타일을 싫어하면 어떡하지? 내 눈은? 코는? 내 패션 스타일은? 이런 등등의 것들 떠올리며 싫어하면 어떡하나를 생각한다.
이 모두는 자기 부정적인 생각들이었다.
이런 생각들을 가지면 위축이 되는데, 동작이 작아지게 된다.
“무슨 말이야?”
“둘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 맞혀 보자. 남자는 긴장했지만,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해. 남자가 마시는 컵이 조금씩 여자 쪽으로. 내려놓을 때마다 여자의 잔 쪽으로 조금씩 다가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늘리려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자에게 다가가고 싶은 심리라고 말할 수도 있어. 반대로 여자는 커피를 마시고 내려놓는 잔이 조금씩 자신의 앞으로 당겨져. 남자의 컵은 미세하게 여자에게 다가가지만, 여자가 내려놓은 컵은 거리를 유지하듯 점점 뒤로 빠지고 있지.”
손가락이 스칠 수도 있는 가능성까지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우진의 말을 해석하려는 듯 시선을 여기저기 두고 있던 이혜림이 말했다.
“남자가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 이거지?”
“맞아. 여자는 남자가 말할 때마다 눈썹을 드문드문 치켜뜨는데 이건 좋지 않은 신호야. 웃을 때 얼굴이 비대칭이 되고, 등은 고정하듯 등받이에 묻고. 우리 발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쪽 방향으로 향해 있기 마련인데, 여자의 발은 의자 뒤로 넘어가 있어. 몸 전체가 남자에게서 멀어져 있지. 남자와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네.”
이혜림은 우진의 생소한 말을 그저 듣고만 있었다.
마치 무슨 행동심리학을 말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의 머릿속으로 어떤 것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우진이 형사들을 도와 범인을 잡았다는 것이었다.
“프로파일러 같은 거야?”
“비슷해. 하지만 달라. 뇌 과학과 심리학을 베이스로 둔 인지추론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우진의 말이 빠르기도 했지만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여자는 팔짱까지 껴버렸다.
팔짱을 끼는 행동은 자기 보호에 목적이 있다.
흉부엔 폐와 심장 등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기가 있다.
여자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바라봤을 때, 같이 있기 싫은, 불편한 사람과 함께 있거나,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여자는 편안함을 느끼려는 듯 팔을 꼬았다.
그런데 그 방향이 출입문 쪽이었다. 지탱하고 있는 한쪽 발의 방향도 그랬다.
옆에 놓아둔 가방을 만지작거리기까지.
“소개팅 자리 같아. 여자가 먼저 일어날 거야.”
이혜림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똑똑한 우진이라지만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거리의 남녀를 보며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 아닌가?
커피잔을 입가로 가져가는 이혜림은 이것 또한 우진의 엉뚱한 면이라고 생각했다.
“일어나네.”
우진의 말에 남녀에게 시선을 돌린 이혜림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정말 여자가 가방을 들며 일어나고 있었다.
여자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듯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 먼저 커피숍을 빠져나갔다.
이혜림의 고개가 다시 우진에게 돌아갔다.
그녀가 멍하게 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이 상황?”
“이렇게 상황을 보고 유추해 본다면. 이요환 도련님도 출국할 수 없을 거야. 상황도 그렇게 만들어졌거든.”
김철웅 검사의 욕망이 그를 덮치고 있는 중이었다.
* * *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빠르게 달려온 승합차 한 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멈췄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김태현 형사와 최기철이, 수갑을 찬 이요환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이요환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거 감당되겠어? 나 이요환인데?”
김태현이 국과수로 들어가는 문에 손을 뻗으며 답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 가시죠.”
“아무런 절차 없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있던 최기철이 못 참는다는 듯이 버럭 소리쳤다.
“야이 뽕쟁이 새끼야! 감당이고 나발이고 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뭔 최고의 변호사를 붙이든 말든 알아서 하고! 들어가 새끼야! 말 존나게 많아요. 가!”
최기철이 이요환을 툭 밀치며 끌고 가듯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김태현이 그 광경을 눈을 깜빡이며 바라봤다.
옆에 있던 김철웅이 말했다.
“어떻게……. 점점 김 형사님 닮아가는 것 같아.”
김태현이 피식 웃었다.
“제 새낀데 당연한 거죠.”
“민폐 안 끼치게 노력해 볼게요.”
최기철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려던 김태현이 뒤돌아 김철웅을 바라봤다.
“뭐 제가 검사님 도와줬다는 그런 오해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니에요. 저 빚 갚는 겁니다. 내 동생 우진이한테요.”
이내 김태현은 국과수로 들어가 사라졌고,
홀로 남은 김철웅이 들어왔던 정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문을 나왔을 때.
“이 사람들이 길이 막히나. 일에 열정이 없어요. 열정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중얼거리던 김철웅이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수십 대의 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불나방같이 달려드는 기자들이었다.
슬쩍 웃은 김철웅이 옷매무새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차를 아무렇게나 댄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김철웅은 돌멩이 하나로 선을 드르르륵! 그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혼란을 막기 위해 여기까진 넘어오지 마시고!”
촤라라라락!
“마약 혐의가 사실입니까!”
“함께한 연예인이 있었습니까!”
“이요환 씨는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수많은 질문이 쏟아지고, 카메라 셔터가 폭죽처럼 터지는 가운데 김철웅은 기자 한 명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넸다.
“잘 좀 찍어줘요?”
기자까지 모자라 동원할 수 있는 건 모두 동원하려는 것이었다.
여론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이용할 셈이었다.
다시 자신이 만든 선으로 돌아간 김철웅이 말했다.
“마약 투여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요환을 국과수로 바로 수송한 이유는.”
노트북을 펼친 기자들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김철웅은 손가락을 내리꽂으며 화가 난 사람처럼 말했다.
“세상에 비리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마약 투여를 한 사실이 입증된 이요환에게 정식 절차를 거치게 한다면. 공작과! 비리에! 가볍게 풀려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팩트는 이요환이가 마약을 투여했고! 그를 현장에서 체포했다는 겁니다! 이에 이 검사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올 수 없도록…….”
* * *
우진이 들고 있는 핸드폰엔 김철웅 검사가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는 이혜림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요환이 출국할 수 없다는 말이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녀의 입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이건 가족들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알았다면 아빠나 SH Strategy가 나서 당연히 조치를 취했을 것이었다.
지금쯤 난리도 아닐 것이었다. 아니 그건 둘째치고.
이혜림의 시선이 급하게 우진에게 움직였다.
“우진아 이거 너…….”
우진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었다.
“혜림아, 가족 관계가 어떻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