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41)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41화(141/200)
#141화. 혼돈. 1
우진의 말에 이시영의 하얀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올 줄 알았다고?
자존심이 뭉개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못했다.
이시영은 팔짱을 끼며 조금 더 안으로 들어왔다.
“아픈 사람이, 집에서 병원으로 출퇴근하나 보네?”
흰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우진이 침상에 걸터앉았다.
아주 여유로워 보였고, 담담했다.
우진이 이시영을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창가로 다가갔다.
“원하는게 뭐지? 더 많은 돈?”
“사과.”
이시영의 앙다문 입술 양쪽 끝이 살짝 당겨졌다.
그리고 눈을 잠시 감았다.
장난을 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진은 창가에 비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작게 주억거렸다.
타인으로 인해 흐트러진 심신의 안정과 진정을 위해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있을거다.
우진이 입을 열었다.
“1억이든 2억이든, 푼돈 필요 없어.”
우진은 이 말을 던지기 위해 그녀의 감정을 매만지고, 상황을 조작하고, 만들어 이곳에 서 있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우진의 말에 그녀가 몸을 틀었다.
“푼돈? 돈이 필요해서 레스토랑에서 일하지 않았나?”
남자라는 족속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허세를 부릴까.
그것도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주제에 말이다.
우진은 한쪽에 비치된 PC를 켜며 말했다.
“지내는게 따분했거든, 지루하고.
해보고 싶기도 했고.”
이시영이 비웃듯 말했다.
“서민 코스프레라도 했다는 말로 들리는데.”
“유동성 자산은 당신보다 내가 더 많을 것 같은데.”
“너 내가 누군지……”
“조용.”
HTS를 켠 우진의 손이 키보드와 마우스에 닿았다.
[매수 체결이 완료되었습니다.] [매스 체결이 완료되었습니다.]그 알림 소리는 연이어 이어졌고, 곧 반대의 알림 소리가 들렸다.
[매도 체결이 완료되었습니다.] [매도…….]우진은 PC 의자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10분에 2억. 내가 돈이 필요한 사람처럼 보여?
신화그룹 계열의 호텔 지분도 조금 가지고 있지.
더 보유할 수도 있지만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의 말대로라면 천억이 안 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과도 같았으니까.
그럼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인데 쉽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아니 그냥 믿기지 않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의 자유야. 그것보다.”
우진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약 30cm의 거리를 두며 그녀를 응시했다.
“사과해.”
이시영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아니 그 때 우진이 그녀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그녀의 발 앞으로 무게중심이 실렸다.
앞에 힘을 실어 두면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우진에게서 벗어나려는 행동이었는데, 우진의 힘이 그걸 그냥 두지 않았다.
“이거 안 놔?”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우진은 얼굴을 더욱 가까이 대었다.
서로의 숨소리마저 느낄 수 있는 거리였는데,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우진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사과해. 그럼 더 이상 이런 꼴은 안 당할 거야.”
이시영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우진의 손에 더 해진 압력이 이제는 통증으로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참지 못했다.
“미안. 됐다. 됐지?”
우진은 사과를 듣자마자 그녀의 손목을 놔주었다.
마음에 없는 소리라 해도 상관없었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가 입 밖으로 사과를 뱉었다는 게 중요했다.
지금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이 안에서 강자는 자신이었다.
그녀의 무의식 속에 이런 상화만 심어 주면 되었다.
“약속대로 없었던 일로 해줄께. 가도 돼.”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우진을 쏘아보던 이시영은 그대로 몸을 틀어 밖으로 나가버렸다.
우진은 다시 PC 앞에 앉았다.
상한가를 치는가 싶던 양봉이 음봉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한보라의 작품이었다.
보라가 들고 있는 자금의 출처는 이혜림이었다.
그녀는 우진의 말대로 호텔의 지분을 팔아 한보라에게 넘겼었는데, 우진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않고 행동한 것이었다.
어차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얻은 지분이었고.
우진이니까. 우진이었으니까 그녀의 행동은 거칠 게 없었다.
그때, 병실 문이 다시 열렸다.
이시영이 PC에 앉아 있는 우진에게 다가왔다.
순간, 그녀는 우진의 계좌를 볼 수 있었다.
정말 몇백만 주의 호텔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의 허세는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의 입이 반사적으로 열렸다.
“호텔 지분, 나한테 팔아. 값은 더 쳐줄게.”
우진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물론 만들어낸 미세표정과 얼굴이었다.
지분을 보는 순간 손에 넣지도 못했지만, 도파민이 생성되고 있을 것이다.
“호재라도 있나? 아니면 형제끼리……”
“그런건 네가 알 거 없고……”
“그럴만한 돈은 있고?”
이시영의 미간이 살짝 모아졌다.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저런 말을 지껄인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 금방 입을 열지 못했다.
100억 정도는 자신이 이렇게 할 순 있었지만, 그 이상의 금액이 문제였다.
회사 하나를 몰래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으면 되긴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컸다.
SH Strategy에서 알게 되어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귀에 흘러 들어가게 되면 난리가 날 것이었다.
물론 지분을 사들였을 때 주가가 뛴다면 대출을 상환할 수도 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을 때 우진이 입을 열었다.
“안 팔아.”
우진의 단호한 말투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값을 더……”
“안 팔아. 자신에게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아니면 누구에게 인정이라도 받고 싶어서 그런 건가?”
복합적인 탐욕일 것이다.
우진은 벽시계를 바라보며 나른하게 다시 말을 이었다.
“2시 20분경, 메가TM 상한가를 칠 거야. 3시. 필로스 위트리는 15%정도.
이걸로 돈 벌어서 호텔 지분을 늘리든지 하고.
귀찮으니까 이제 그만 나가 줄래? 좀 피곤하거든.”
이시영이 어금니를 꾹 깨물더니 홱 하고 병실을 빠져나갔다.
우진은 곧장 한보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라야. 잘했어. 그렇게 하는 거야.”
– 헤헤.
“두 개만 더 해볼까?”
– 어떤 종목이요?
“메가TM. 이건 2시 20분에 상한가를 만들고. 필로스 위트리는 15% 정도.
할수 있겠어?”
– 네!
“그럼.”
우진은 다시 말을 이으며 한보라의 공부량을 체크했다.
“오늘 세계 시황은 어떠니?”
– 오늘은 반도체보다 IT 쪽으로 돈이 몰리고……
저도 모르게 입가가 슬며시 올라간 우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보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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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은 집에 도착해 어이없다는 듯 헛숨을 내뱉었다.
아주 농락을 당한 기분이었다.
“슈퍼개미? 뭐 그런 거라고 우쭐대는 모양인데……”
그래도 개미는 개미였다.
반대로 자신이 노리고 있는 호텔의 지분을 대량 가지고 있는 개미.
그게 좀 걸리기는 했다.
순간, 문득 우진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2시 20분경, 메가TM.’
이시영은 핸드폰을 들어 무의식적으로 메가TM의 주가를 살폈다.
빨간 불이 들어온 주가는 25%를 넘기고 있었다.
“이게……”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만약 자신이 들어갔다면 몇십억은 우습게 벌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럼 호텔 지분을 보다 쉽게 확보할 수도 있을 테고……
“이 자식 뭐야?”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나 3시가 다가왔고, 그녀의 눈에 비친 필로스 위트리의 주가는 15%를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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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후.
우진은 커피솝에서 이혜림과 함께 마주보고 있었다.
이혜림은 당황했는지 우진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말이라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혜림은 이윽고 케이크를 입으로 가져가고 있는 우진에에 말했다.
“정말 갈 거야?”
“가야지. 공시가 뜨고 입찰이 진행되면서 공사가 진행될 때쯤이면 전역할 거야.”
중동에서의 공장도 완성 단계에 이를 것이다.
이혜림은 입술을 깨물었다.
우진이 군대를 간다니 마치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치 가족을 잃어버린 느낌이랄까.
“가보고 싶었어.”
“남들은 다 가기 싫어하는데……”
군대까지 가고 싶어 한다.
힘을 쓰고 빽을 써서 우진을 말리고 싶었지만, 자신이 그런다고 해서 우진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걸 잘 알고 있었다.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하는 우진이었으니 말이다.
“언제 갈 건데?”
“다음 달.”
이혜림의 눈이 커졌다.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지원해서 영장 나왔거든.”
이혜림이 머리를 쓸어 올리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을 때, 우진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시영]“여보세요.”
-네 말대로 오늘도 CB네트워크, 25%갔어. 너 점쟁이야?
메가TM와 필로스 위트리의 주가를 정확하게 맞힌 우진이에게 이시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우진은 그녀의 혹시나 하는 마음을 확신으로 만들어 주었고.
가르쳐 줄 때마다 종목은 양봉을 만들어내며 그녀에게 수익을 안겨다 주었다.
“다른 말부터 먼저 해야 할 것 같은데.”
-고마워.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우리 근사한 데 가자.
“지금 중요한 사람을 만나고 있어서. 다음에. 이만 끊을게.”
통화를 마친 우진은 다시 케이크를 입으로 가져가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와우……”
변하지 않는 맛이었다.
이혜림은 그런 우진의 모습을 보며 힘없이 웃었다.
시영과 알고 지낸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상하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게 질투라면 질투일까.
기분이 묘했다.
우진은 이럴 때마다 말투와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자신에게만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개발이 시작되면 이시영도 같이 묶을 거야. 그동안 번 돈은 사라질 거고.”
우진은 이시영이 자신에게 완전히 의지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상대의 탐욕을 알고 있으면 마리오네트처럼 줄을 달 수가 있다.
“힘없는 이요환 도련님은 입지가 아직 없어서 지켜볼 거고.”
우진의 설명에 이혜림은 환기를 시키듯 다른 말을 꺼냈다.
우진이 군대 갈 날이 머지 않았는데, 일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면화 갈게”
“면회장에서 자장면도 시켜 먹을 수 있을까?”
이혜림이 픽 하고 웃었다.
“벌써부터 군대에서 먹고 싶은 거 생각 하는거야?”
“유투브 보니까 자장면이 가장 많이 먹고 싶대.”
“내가 주방장 데리고 갈게.”
빨대로 음료를 한 모금 빨아들이던 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건 좀…… 평범하지 않잖아.”
이혜림은 어이없게 웃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우진은 평범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지,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우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 말고, 혜림아, 네 여자친구들 사진 좀 가져다줄 수 있어?”
이혜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친구들 사진?”
“응, 군대 생활에서 그게 꼭 필요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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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금방 흘러 우진은 논산훈련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진은 울먹거리는 신보미를 한 번 안아 주며 토닥여 주었다.
“휴가도 있고. 계절이 조금 바뀌다 보면 금방 전역할 거야.”
엄마, 아빠에게도 말했다.
“다녀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