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44)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44화(144/200)
#144화. 혼돈. 4
집에서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이시영은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돈을 더 끌어 써 GH 지분을 사들였고, 주가는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지만, 우상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진을 잠시 떠올린 이시영은 빙긋 미소 지었다.
우진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뜻대로 밀고나간 성적이 우진을 뛰어넘고 있지 않은가?
이내 이시영은 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귓가에 들리는 송화음까지 노랫소리처럼 들렸다.
“응, 나야. GH 건설 주가 봤어?”
– 확인하고 있었어. 너무 많이 올랐네. 팔았지?
“아니? 아직 들고 있는데? 조금 더 오를 것 같아.”
– 돈이 들어왔으면 주머니 속에 넣고 지켜야지. 그 돈으로 다시 베팅을 하는 건 아니야.
이시영은 우진의 말을 흘려버렸다.
“이따가 뭐 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 다음에 먹자. 팔아 그거.
“투자의 선택은 본인의 몫이라고 했지? 봐봐. 더 올라갈 테니까.”
– 그래.
이시영은 이상하게 경쟁심리가 발동하는 것만 같았다.
그때 우진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 나 지금 중요한 작업 중이라서 나중에 전화할께.
우진이 전화를 끊자 이시영은 피식 웃었다.
“두고 보라지.”
슈퍼 개미라 해도 날고 긴다는 전문가들의 고급 정보를 받는 자신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이시영은 다시 지그시 미소를 만들었다.
“나중에 어떤 표정 지을지 궁금하네.”
이시영의 그런 머릿속에 담겨 있는 우진은 부엌에 있었다.
옆에 보미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군대에서 배운 요리라구?”
“응, 엄청난 요리야.”
“다른 건 필요 없어?”
재료는 간단했다.
밥과 참치, 김 그리고 우진이 군대에서 가져온 맛다시.
“볶게?”
“아니. 이렇게.”
우진은 비닐에 밥을 털어 넣고 참치와 그리고 맛다시 김을 부셔 넣었다.
그리고 마주 주물럭거렸다.
그 광경이 보미의 눈에 똑똑히 담겼고,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살짝 찌푸러졌다.
색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비닐에 넣고 이렇게 주물러야 맛있어.”
색은 점점 더 이상해졌다.
마치 오바이트를 연상케 하는……
“완성.”
우진은 비닐장갑을 끼고 완성된 그것을 한입에 먹기 좋은 모양으로 둥글둥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보미에게 내밀었다.
“자. 아.”
보미는 순간 먹을지 말지 고민에 휩싸였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오빠가 만든 음식이었으니까.
하지만 살짝 찡그러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
보미가 입을 벌리자 우진도 살짝 입을 벌리며, 동생의 입에 그것을 넣어주었다.
못 먹을 것이라도 입에 넣은 듯 입을 오물오물거리던 보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전과는 다르게 표정이 다림질한 것처럼 펴졌다.
“뭐야? 이거 왜 맛있어?”
“인정?”
“왜 맛있지……”
우진은 이번에 자신도 한 입 맛보며 말했다.
“나 군대 갔다 오길 잘한 것 같아. 엄청난 것들을 배워왔어. 삽질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행보관을 피해 숨바꼭질하듯이 아슬아슬하게 도망 다닌 기술도.
심지어 나무 위에 올라가 낮잠을 잔 적도 있는 우진이었다.
인터넷에선 본 적도 없는 엄청난 욕까지 두루두루 배웠다.
“한 입 더 하실?”
보미는 웃으며 입을 벌렸다.
“아……”
우진은 다시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 보미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렇게 우진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이리저리 신경을 곤두세우며 움직이고 있었다.
GH건설의 대표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그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평소 그를 보필하는 실장이 다시 말을 꺼냈다.
“일단 다시 묻긴 했습니다.”
대표가 골치가 아픈지 미간을 주물렀다.
“목격한 사람은?”
“인부 하나랑 포크레인 기사뿐입니다.”
“입단속은 잘 시켰어?”
“네. 적당히 돈 쥐여 줬습니다. 발견 당시 바로 묻은 걸보면 사리분별은 할 줄 아는 것 같습니다.”
“공사 중단되면 안 돼.”
들어간 돈이 수천억, 조 단위다.
공사가 중단되면 GH건설이 흔들릴 것이었다.
그만큼 입찰 부지를 다른 기업보다 가장 많이 받았고, 들어간 돈도 더 많았다.
“계속 진행해. 특히 유물 발견된 곳은 더 빨리 갈아 버려.”
“알겠습니다.”
실장이 나가자 GH건설 대표는 수화기를 바라보았다.
부지를 입찰받으려고 윗선들의 입에 돈을 얼마나 처넣어줬는지 모른다.
그런데 유물이라니.
그들에게 잠깐 알릴까 고민하던 대표는 이내 수화기에서 시선을 떼버렸다.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면 그만이었다.
발견되면 묻어 버리고, 부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깟 낡아빠진 유물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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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부부장 검사의 사무실엔 두 사람이 나란히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김철웅 검사는 깍지를 끼우며 검찰로 송치된 남성에게 말했다.
“전과가 3범에, 사기로 민사도 걸려 있네요? 이번엔 특수상해로 잡혀 오고.”
“죄송합니다.”
“에이, 이사람아. 나한테 죄송하면 안되지. 당신이 피해를 준 사람들한테 죄송해야지.
합의할 돈도 없다고 들었는데. 피해자 쪽에서도 원하지 않는 것 같고.”
“그게……”
“댁 같은 사람들 잠깐씩 깜빵 들락날락 거리면서 별 다는거 자랑스러워하잖아요?
내가 이번에 10년 정도 큰 별 하나 달아 드릴께.”
그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거, 검사님.”
“왜요?”
“죄, 죄송합니다. 제가……”
김철웅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의 어깨를 쿡쿡 눌렀다.
“이 사람아, 나한테 사과할 게 아니라 그 사람들한테 사과해야 한다니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역삼동 밀리언 룸살롱 사건, 그것도 네 윗대가리가 지시했지?”
조폭들 간에 싸움이 났었는데, 꼬리 자르기 식으로 한 사람이 잡혀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사건의 담당 검사는 김철웅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전 모르는 일이에요.”
“아니면 네가 지시했어?”
그가 눈을 부릅뜨며 거세게 손사래 쳤다.
“아닙니다! 전 절대 아닙니다!”
“이야…… 이렇게 반응하는거 보니까, 당신이 지시한 것 같은데?”
“검사님!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전……”
“말도 안 된다라…….”
피식 웃은 김철웃이 PC테이블에 걸터 앉았다.
그 순간, 김철웅의 표정이 싹 사라졌다.
“내가 말하면 그게 맞는거야. 이 깡패 새끼야.”
그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잘못되어가도 한참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그 사건까지 덮어씌워지면 얼마나 살고 나와야 할지 모른다.
검사가 실적을 올리려 개수작을 부리는 거일수도 있었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무슨 손을 쓴 것일 수도 있었다.
“검사님 살려 주십시오! 전 절대 아닙니다! 다 말하겠습니다. 다!”
“나 할 일 많은 사람이라, 당신 말 들을 시간 없어. 내가 실적이 요즘 안 좋았는데 아주 잘 됐어.”
그가 두 무릎을 질질 끌어 김철웅의 앞으로 다가와 바지를 붙잡았다.
김철웅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내려다보자, 그가 얼른 바지에서 손을 뗏다.
“검사님, 그 사건 최백출 큰 형님이 지시한 게 맞습니다! 저랑은 전혀 관계없는 일입니다. 정말입니다!”
“이야…… 본인 살려고 보스 이름 파는거에요? 지금? 이거 최백출이 귀에 들어가면 당신 괜찮겠어?
최백출이 따르는 애들이 지금 빵에 몇 명 들어가 있지? 당신 거기 들어가면 아주 반겨주겠어.”
그의 눈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도망칠 곳 없이 사방이 가로막힌 기분이었다.
그때, 김철웅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 선택해.”
“예?”
“내가 피해자랑 합의도 해줄 수 있고, 형량도 줄여 줄 수도 있어.
아니 당신이 죄지은 만큼만 받고 나오게 해 줄게. 3년만 살다 나오자, 10억 줄게.”
10억이라는 말에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게 무슨……”
김철웅이 쭈그려 앉으며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내 말만 잘 들으면 들어갔다 나왔을 때, 장사 밑천도 생길 수 있다는 말이야.
손 털고 새사람 되어야지?”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김철웅이 씩 웃었다.
“너 박물관 가서 유물 본 적 있지? 초등학교때 책에선 봤을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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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이시영은 GH건설의 주가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영상에서 보시는 봐와 같이 유물을 다시 묻는 광경입니다. 이에 GH건설 측은 사실 정황을 파악하겠다며……
뉴스는 물론이고 기사도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용산 신도시 공사 전면 중지!] [유물 숨기기 계획적이었나?] [GH건설 주가, 어디까지 떨어지나?] [SH건설의 동쪽 입찰 부지는 이상 無. 건설 부지 바뀔 수도…….]주가는 바닥을 모르는 듯 폭포수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손해를 보고 있는 이시영은 끝을 모르듯 떨어지는 주가를 보면서도 팔지를 못했다.
꿈인가 싶었다.
손톱을 자근자근 씹어 대던 그녀는 정신을 번뜩 차렸는지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다 팔아! 어서!”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물들어 버리는 것만 같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우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변수도 생각해야지. 팔아.’
호텔 지분을 빼서 투자했던 돈도 마이너스를 치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끌어 쓴 돈들이 증발되어 날아갔다.
“꺄아아아악!”
이시영은 소리치며 들고 있던 핸드폰을 거울에 집어 던졌다.
거울이 거미줄처럼 쩍 갈라져 깨져버렸다.
이 사실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간다면 유배당하듯 출국한 이요환의 옆에 나란히 서 있을지도 모른다.
동공에 지진이 난 것처럼 시선을 어디에 둘 줄 모르고 있었던 그녀가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우진아…… 어떡하지? 나 어떡하지?”
– 안 팔았구나.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한 2천억 어디서 구할 곳 없나? 나중에 내가……”
– 나도 그런 큰 돈은 못 구해
“그럼 있는 돈이라도 빌릴 수 있어? 내가 이자 쳐서…….”
– 나도 요즘 힘들어서, 빼라고 했을 때 뺏어야지. 진정하고, 도와줄 사람을 찾아봐.
“도와줄 사람?”
– 찾아봐. 당신이니까, 도와줄 사람이 있을거야.
이시영은 힘없이 말했다.
“그래.”
이시영은 우두커니 서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도와줄 사람?
빈틈이 보인다면 집어삼키려 하는 형제들?
자신 또한 그랬다.
“도와줄 사람…… 도와줄 사람……”
이시영은 생각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딱 한 사람이 있었다.
천한 배 속에서 태어난 계집, 그 천박한 피가 흐르고 있는 이혜림도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아버지가 형제들 모르게 떼어준 재산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조금만 살갑게 대해준다면……
이시영은 망설이지 않고 이혜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 수습이 먼저였다.
– 웬일이야. 이렇게 전화를 다 주고.
깨진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이시영은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가 동생한테 전화하는게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 우리 오랜만에 식사나 같이 할까?”
그 시각.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우진은, 집 근처의 벤치에 앉아 김철웅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 배우는 준비됐고, 타이밍은?
“신호 오면 말씀드릴게요.”
GH건설의 주가는, 맞물린 톱니가 돌아가듯 다시 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설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