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51)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51화(151/200)
#151화. 위로, 더 위로. 4
우진을 바라보며 눈을 껌벅이던 만수가 이내 입을 열었다.
“우리 학교 학식보다…… 맛있다고?”
“응.”
“그, 그래서?”
만수는 우진이 상업적으로 접근해 이야기하는 줄 알았지만,
“먹으러 갈래?”
“학식?”
“응.”
만수는 비실비실 웃음을 흘렸다.
참 변하지 않는 놈이다.
하긴, 학교도 Brain Food가 들어가는건 무리였다.
파이도 작고 말이다.
만화처럼 큰 웃음을 짓고 있는 만수는 이내 말했다.
“가즈아!”
그렇게 우진은 만수와 함께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그때, 만수가 생각났다는 듯 걸음을 멈췄다.
“아, 우진아 Brain Food 광고 콘티 나왔는데, 한번 볼래?”
왠지 우진에게 보여줘야 할 것만 같았다.
아니 Brain Food의 창시자니 보여줘야 하는게 맞았다.
우진은 잠깐 벽시계를 바라봤다.
“그래.”
잠깐 본다고 해서 학식을 못 먹진 않을 것 같았다.
“OK~”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만수는 금세 A4용지 몇 장을 가지고 왔다.
Brain Food의 콘티였다.
우진이 A4용지를 슥슥 넘겨보자 만수가 입을 열었다.
“배우는 박인혁 씨야. 요즘 또 잘나가잔아.”
우진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종종 술 한잔하자고 연락이 왔지만, 우진은 안부 인사만 전할 뿐이었다.
우진은 금방 콘티의 내용을 파악했다.
Brain Food의 치아바타를 박인혁이 포장해 집으로 가져간다는 내용이었다.
“여성배우로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어? 왜?”
“남자보다 여자가 부재자 쇼핑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
만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진과 대화하다 보면 신기하리만치 모르는 용어를 꾸준하게 들을 수가 있었다.
“부재자 쇼핑?”
“응. 곁에 있지도 않은 사람의 물건을 사는 행위, 가정 내 소비에 있어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여성이야.
가정 내 쇼핑 가장.”
“아아……”
만수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식기나 가전제품도 대부분 여성의 취향에 맞춰 나오지 않는가.
“그래서 마케터들의 표적 1순위는 항상 여성이 될 수밖에 없어.
그리고…… 연필 좀 쓸 수 있을까?”
“연필? 어 잠깐만.”
만수가 바로 연필을 건네자 우진은 콘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글귀를 쓰기 시작했다.
“광고의 주인공을 조금 더 똑똑하게 보이게 만들자.
세련되어 보이는 커리어 우먼처럼.”
우진은 콘티를 지우며 그림까지 그렸다.
“불안감을 좀 심어주자.
Brain Food의 채소를 선택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느낌을 주도록 말이야.”
“불안감을 줘서 사고 싶게 만들자는 말이지?”
“응. 소비는 사실 불안감에서 이루어지는 거잖아.”
만수의 눈이 또다시 껌뻑여졌다.
우진의 대화는 항상 이랬다.
‘너도 알다시피~’라는 뉘앙스로 말하곤 했는데, 자신은 대부분 모르는 지식이었다.
“불안감? 뭔 뜻이야?”
“쉽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도 하고 기분 전환이라는 명목으로 쇼핑도 하고.
하지만 마음이 여유롭고 환경이 풀족하면 소비는 줄어들어.”
“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콘티를 만지던 우진이 이내 연필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기획자가 사람의 무의식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소비란, 무의식이 선택하고 자의식이 합리화시킨다.
타의에 의해서 설계된 무의식의 선택은, 대물림될 가능성이 크다.
부모의 선택을 자식이 그대로 보고 배우고 입맛과 취향 성격 등등을 물려받는다.
이 점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이유는, 무의식이 선택을 하고 자의식이 합리화시키기 때문이었다.
설계된 무의식을 눈치채고 싶다면 한가지만 떠올리면 된다.
소비에 있어서 ‘사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생각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난 왜 사고 싶은가?
그럼 사야 하는 이유나 샀을 때의 상상이 머리속으로 떠오른다.
그게 자의식의 합리화다.
이렇게 자의식의 합리화로 소비가 진행된다면, 사람들의 무의식을 잘 활용하는 마케터의 표적으로 당첨된 거다.
“그런데 우진아.”
“응?”
“박인혁 배우랑 이미 계약 끝났는데…… 촬영 들어가는 것만 남았어.”
“내가 한번 말해볼게.”
“어?”
만수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때 우진은 귓가로 핸드폰을 가져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박인혁 배우님.”
– 우진씨,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드리어 오늘 시간 난거야? 나 오늘 시간 되는데, 볼까요?
박인혁은 우진의 전화가 달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연기가 나날이 명성을 얻고 있으니 말이다.
전에 우진이 했던 말을 차근차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다음에 봬야 할 것 같아요.
학식 먹으로 가야 해서요.”
– 학식? 그게 뭐…… 대학교에서 먹는 그 학식?
박인혁은 자신의 존재가 학식보다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우진이 말을 꺼냈다.
“부탁드릴게 있어서요.”
– 응? 부탁? 말만 해요.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선이라면 뭐든지 말입니다! 하하하!
자신이 스포츠카를 선물해줬을 때 쿨하게 거절해 버린 우진이었다.
박인혁은 과연 무슨 부탁일지가 궁금했다.
“Brain Food와 광고 계약하셨다고 이야기 들었어요.”
– 네? 네. 맞아요. 그런데 그건 왜요?
“여성 배우로 바꿔야 할 것 같은데. 혹시 계약 없었던 일로 해주실 수 있나요?”
– 위약금 때문에 그러시는구나? 아니, 근데 우진씨, Brain Food랑 무슨 사이에요?
지인 관계 그런 거에요?
“조금 있으면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대주주가 될 것 같아요.”
– 예?
만수는 박인혁 배우와 통화하는 우진을 어처구니 없게 바라보았다.
몸값이 천정부지인 박인혁 배우는 또 어떻게 알고 있을까.
– 소속사하고 이야기해 볼게요. 아마 제가 말하면 들어줄 겁니다.
“감사합니다. 네. 네. 그럼 다음에 봬요.”
우진이 통화를 끝마치자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만수가 입을 열었다.
“박인혁 배우는 어떻게 안 거야?”
“그냥, 이것저것 하다 보니 알게 됐어.
만수야. 서둘러야겠다. 까닥하다간 학식 못 먹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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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와 학식을 만족스럽게 먹고 헤어진 우진은 집에 들어가기 전에, 보미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과 가족들과 같이 먹을 과일을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우진은 그렇게 카트를 끌며 구경하듯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카트에 이것저것 넘쳐 흐르게 담는 사람도 보였으며, 다정한 연인들도 보였다.
거기에 어린아이의 칭얼거림까지.
그 아이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과자 상자를 가리키며 떼를 쓰고 있었다.
이렇게 마케터들에게 아니는 부모가 돈을 쓰게 만드는 일종의 도구로도 이용한다.
어쩔 수 없이 부모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치트키랄까.
Pester Power(조르기의 힘)는, 부모의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치게 만든다.
여기 마트의 진열되어 있는 모든 상품과 물건들도 모두 그렇다.
생물은 아니지만 무의식을 자극해 사게 만드려는 치열한 공방전의 현장이라 말할 수도 있었다.
우진이 밀고 있는 카트도 그랬다.
예전부터 카트는 점점 커져왔다.
더 많이 담을 수 있도록.
적게 담으면 더 채우고 싶도록 말이다.
그렇게 마트를 구경하듯 돌던 우진은 이내 사려 했던 과일과 아이스크림만 딱 산 채로, 아니 막대 사탕 몇 개를 손에 쥐며 말했다.
“당했다……”
마케터에게 말이다.
이윽고 막대 사탕 하나를 입에 문 우진은 마트를 빠져나왔다.
집까지 40분 거리였지만, 느긋하게 사람들을 구경하며 걸어갈 생각이었다.
그때 우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혜림이었다.
“응, 혜림아.”
– 유상증자, 가족들한테 토요일에 선포하신다네.
토요일이면 3일 뒤였다.
“역시 이 회장님이라 행동도 빠르시네.”
– 그날 시간 괜찮아?
가족 회의 끝나고 할아버지가 너랑 바둑 두고 싶어 하시는 눈치던데.
“그래.”
이 회장의 진한 핏줄을 직관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 밖이야?
“응, 집에 들어가는 길.”
– 내일은 뭐 해?
“오랜만에 집에서 뒹굴거리려구.”
– ……
그렇게 우진은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통화를 끝마쳤다.
그때 정면에서 초등학생 4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함께 걸어오고 있는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동네 창피해서 살 수가 없어! 60점이 뭐니! 60점이!”
우진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머선 129……”
아이와 함께 횡단보도에 선 엄마가 큰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같은 반 희진이 봐라.
걔는 과외도 받지 않는 것 같은데 1등을 한번이라도 놓치는 것 봤니?”
그러면서 건너편 행색이 초라한 남성을 눈짓하며 말했다.
“나중에 커서 저런 사람 되고 싶어? 응!?”
엄마는 혼을 내듯 아들을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우진은 또다시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한번도 부려보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서 부려보고 싶었다.
“하…… 민재야. 할수 있잖아?
민재는 엄마 머리 닮아서 조금만 열심히 하면 성적 금세 오른다니까?
공부 못한다고 친구들이 놀리는거 부끄럽지도 않아?”
시무룩한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대답 안 해?”
“열심히 할게요.”
그때, 건너편 빨간 신호등을 보고 있던 우진이 몸을 틀어 모자를 바라봤다.
그러고 사탕을 물어 한쪽 뺨이 불록한 상태롤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가 한때 전 세계를 제치고 스포츠카 수입률 1위를 달성한 적이 있었죠.
그것도 수개월 동안이나.”
아이의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누구세요?”
우진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듯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다시 말했다.
“자살률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죠. 왜일까요?”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엄마가 저도 모르게 자식의 어깨에 손을 스윽 가져가는 것이 우진의 눈에 잡혔다.
좋은 반응이었다.
무의식적인 보호 본능이었고, 앞으로 희망이 있다라는 증거였으니까.
“우리나라는 유독 타의나 자의에 의해서 남과 비교를 많이 하죠.
남들보다 더 빛나 보이고 싶고, 반대로 비관하며 무너지고.
SNS가 발달하면서 우울증이 그림자처럼 찾아오고 스스로 무너질 수 있는 시대라 도래했습니다.”
“뭐하는거야!”
“본인은 어렸을 때 공부 잘하셨나요?
부모님의 강요는 대부분 본인이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 자식이 이루어주길 바랍니다.
물론, 그것이 다 자식이 잘 되길 바란다에서 나오는 자의식의 합리화.
본인이 아는 것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는데, 나무에 끈이 묶인 밤을 기억해 끈을 풀어 놓아도 도망가지 않는 낙타처럼.
아드님을 그렇게 만들고 계시네요.”
“뭐야 당신! 뭐라는 거야!”
뾰족한 그녀의 목소리에 우진은 답했다.
“오지랖 부리는 거에요.”
부려보고 싶었다.
우진의 그러면서 주머니 속에 막대 사탕 하나를 아이에게 내밀었다.
“민재야,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낙타처럼 얽매이지 마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