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57)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57화(157/200)
#157화. 위로, 더 위로. 10
우진은 속으로 그런 물음을 던지며 마당으로 향하기 위해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발주자는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먼저 출발한 사람을 잡기 힘들다.
물론 먼저 달린 사람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가정이 깔린다.
과연 누가 먼저 도달할까.
이혜림의 고모란 유기체가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까지 어떻게 설계된 사람인지를 이해하고 확률을 따져본다면 답이 나온다.
사람마다 의지와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또 그걸 이성적인 판단으로 생각하고 선택했다 믿지만,
오해다.
무의식과 감정이 이미 선택을 하고 자의식 합리화를 시킨다.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비유해도 비슷하다.
사방에서 광고들이 사람을 유혹하고 우리는 거기서 무의식에 설계된 대로 한가지를 선택한다.
여기서 유혹은 그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현금이 오고 가는 흐름이 적어진 이유도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직접 현금으로 주고받는 소비를 하면 뇌 속에서 자책이나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 기업들은 이를 아주 잘 이해하고 활용해 소비 체계를 바꿔 버렸다.
카드가 좋은 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금 거래라는 것이다.
뇌는 카드를 긁을 때 실물이 눈에 보이지 않고 돈이 거래되지 않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로 인해 자책감을 느끼지 않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된다.
오히려 도파민을 상승시켜 소비를 충동적으로 만든다.
신용카드를 쓰면 신용도가 올라간다.
그러니까 계속 쓰라는 말이다.
전자상거래의 편리함, 이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할수 있었다.
이렇게 사방에서 유혹에 손을 뻗치고, 사람은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합리화를 시작한다.
신용이 올라간다, 혹은 편리하다 등등.
기업들은 사람을 유혹하고 거기에 스스로가 합리화 시킬수 있는 거리까지 제공한다.
그리고 그걸 덥석 문다.
유혹자는, 소비자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평소 무관심하던 것들도 사고 싶게 만들수 있다.
하지만 유혹이 잘 먹히지 않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바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
이들은 사방에서 유혹의 손길이 다가와도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
그것이 자신의 가치보다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
소수가 가지고 있는 명품이라는 것도 예외일 순 없다.
과시의 본질적 욕구는 결핍에서 나온다.
과한 소비로 카드값에 허덕이는 사람, 또는 카푸어 등등.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게 그런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자신의 상태가 그것들보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내면의 결핍이 적거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행복지수가 높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또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는 것.
이 한 가지를 이해하고 노력한다면 자존감은 땅에 뿌리를 박고 자라나기 시작한다.
노력.
누구는 힘들다 말하며, 누구는 당연하다 말하고, 누구는 쉽다고 말한다.
노력이란 누가 힘들다 말했던가?
생각해 보라.
패배자들의 자기 위안의 합리화인가.
노력을 누가 당연하다고 말했는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당연히 그렇게 했는데 당연히 된 것뿐이었다?
누가 쉽다고 말하는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하지만 그들은 힘들다는 기준을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에 빗대지 않는다.
쉽게 말해 남들의 말에 물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어떤이가 하루 12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해 보자.
무슨 생각이 드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곤하겠다. 힘들겠다.
높은 확률로 그렇게 생각할 것이었다.
하지만 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슬기롭게 일을 했는가? 얻는 것이 있는가?
이 두 가지가 뜻하는 것은 가치를 말한다.
모두 자기개발의 영역이라고 인지한다.
한 무리에서도, 필요한 존재가 되면 자신의 가치는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자존감은 상승이 될 밖에 없다.
이러한 종합적인 것들을 비유해 이정미라는 유기체를 따져봐도 그렇다.
결핍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결핍, 또 앞으로 이루지 못할 것에 대한 결핍.
그것을 아들 이정훈을 통해 채우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식이 조금 잘못됐다.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으니 길을 잘 알지 못한다.
자존감보다 자존심이 더 강한 그녀였기에, 감정을 잘 갈무리 할 줄도 모른다.
잘 알지 못하고, 모르다 보면 실수가 나오고 그렇게 되다 보면….
생각을 이어가던 우진의 머릿속으로 그 생각들이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이 회장이 구우려고 하고 있는 1++넘버 나인의 마블링이.
“어우야…”
우진은 작게 중얼거리며 이 회장에게 다가갔다.
“마블링이 장난이 아니네요.”
“그럼, 최상급인데 이 정도는 돼야지.”
치익-
이 회장이 고기를 올려 놓자 벌써부터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올라왔다.
그 순간.
우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회장님. 제가 굽겠습니다.”
“괜찮아. 내가 구워주고 싶어서 그래.
우리 딸내미도 왔으니 손수 먹여주고 싶고.”
우진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회장님. 1++넘버나인은 그렇게 구우면 맛이 없습니다. 집게, 저 주시죠.”
이 회장은 바둑을 두면서도 우진이 이렇게까지 진지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니 본인의 집에 발을 들여놨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진지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래? 바둑만 예사롭게 두는 것이 아니라, 고기 굽는 솜씨도 제법 쓸만한가 봐?”
“믿어 주세요.”
우진의 훨훨 부타오를 것 같은 눈빛에 이 회장은 실소를 하며 집게를 건넸다.
우진은 재빠르게, 정확히 두 번을 뒤집었다.
그리고 가사도우미가 준비한 하얀 접시에 고기 한 점을 담아 이 회장에게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이 사람, 고기 한 점 가지고 뭐 이렇게 진지해?”
이 회장은 그렇게 말하며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 모습을 보며 우진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진리의 맛을 보니 어떠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야… 이거 고기가 좋아서 맛이 좋은건가? 아니면 굽는 사람 솜씨가 좋은거야?”
“질 좋은 고기와 굽는 사람의 시너지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은근히 웃기는 재주도 있는 사람일세? 하하! 정미야. 너도 이리 와서 한 점 먹어 보려무나.”
그녀가 다가오자 우진은 대충 구워 고기를 주었다.
“음… 육즙도 풍미 있고 맛있네요. 잘 생긴 사람이 구워줘서 그런가?”
그녀의 말을 가볍게 흘린 우진은 그 후로, 이 회장과 이정미에게 고기를 대충 구워 덜어줬고, 자신이 먹을 고기는 정성을 다해 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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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SH Strategy에서 퇴근한 차주혁 대리는 은은한 불빛을 내뿜고 있는 자택 같은 곳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한정식집이었다.
들어가는 입구에 커다란 소나무 몇 그루가 심어져 있었는데, 기이하지만 멋들어져 보였다.
옷매무새를 정돈한 차주혁은 이내 안으로 들어가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에는 이혜림과 우진이 앉아 있었는데, 우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종업원에게 주문을 끝냈다.
그 모습에 차주혁이 어색한 미소를 만들며 입을 열었다.
“먼저 드시고 계셔도 됐는데…”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네. 아가씨 덕분에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짓말이었다.
스파이 노릇을 하느라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했다.
물티슈를 반듯하게 접고 있던 우진이 말했다.
“자료 정리를 깔끔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유익한 정보였습니다.”
차주혁은 또 한번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이혜림은 그렇다 치더라도 SH Strategy에 말단으로 들어왔었던 신우진은 아직도 적응되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린 녀석이 행동하는 일에 있어서 거칠 것도 없고 무섭지도 않아 보였다.
신화그룹을 상대로 말이다.
이혜림이 신우진을 어디서 데려왔는지 정말 궁금할 따름이었다.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때, 이혜림이 문든 주소 하나를 불러 주었다.
“삼성동…”
차주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예?”
“다시 불러드릴까요?”
“아니요. 외웠습니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미행? 아니면 잠복이라도…”
“집 옮기고 싶으면 언제든지 거기 주상복합으로 들어가세요.
다란 사람 이름으로 구매해서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가에요.
차주혁 대리님의 뒤를 밟지 않는 이상 말이에요.
어머님이 화초를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테라스가 마당처럼 넓어서 꽃 심고, 물도 주고. 적적하진 않으실 거에요.
일이 무탈하게 진행되면, 그 집의 명의는 차주혁 대리님으로 바뀔 거에요.”
생각지도 못한 이혜림의 말에 차주혁의 표정이 어벙벙해졌다.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으셔도…”
“그럼… 무를까요?”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이혜림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차주혁 대리의 옆을 눈짓했다.
거기엔 정사각형의 얇은 무엇이 천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집에 가서 풀어 보면 아시겠지만 그림이에요.
급전 필요하실 때 경매에 내놓으시면 제가 사드릴 겁니다. 선물로 드릴게요.”
“아….”
차주혁 대리는 그동안 SH Strategy에서 눈치를 보고 식은땀에 젖었던 고생들이 날아가 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지목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반 회사원들이 꿈도 꾸지 못하는 가격대를 자랑하고 있었다.
자신의 연봉도 1억이 조금 넘지만 살아 생전 넘볼 수 없는 아파트였다.
거기에 그림까지.
차주혁 대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앉으세요. 제 사람에게 이 정도 선물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준비한 거에요.”
“감사합니다.”
차주혁은 들뜬 기분을 최대한 억누르려고 노력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사람?’
정말 자신을 끝까지 데려가 줄까?
SH Strategy에 근무하고 있는 차주혁은 신화그룹을 잘 알고 있었다.
최소한 남들보다 말이다.
그 누구도 신화그룹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거나 해를 가져다준다면 바로 조치에 들어간다.
가진 것을 모두 빼앗거나, 감빵으로 가거나.
이용가치가 떨어져도 그렇다.
과연 이들과 끝까지 갈 수 있을까?
나를 데려갈까?
그때, 차주혁 대리는 우진의 시선을 느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숨기듯 말을 던졌다.
“신우진 이사님은, 날이 가면 갈수록 잘 생겨지시는 것 같습니다.”
“차 대리님.”
“예?”
“우리 끝까지 함께해요.”
독심술같이 차주혁 대리를 놀래키듯 말했던 우진이 말을 이어갔다.
“이혜림 아가씨는, 차대리님이 새로운 신화그룹의 수호자가 되기를 원하고 계세요. SH Strategy에서요.”
차주혁 대리의 고개가 자연스레 이혜림에게 돌아갔다.
미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곧 신화전기로 인해 신화그룹 법무팀이 움직일 거에요.
듣고 싶네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지.”
차주혁은 이혜림의 말을 단번에 알아들었다.
“녹음은 법적 효력이 없을…”
봉황이 새겨진 물잔을 이리저리 구경하듯 매만지던 우진의 목소리에 차주혁 대리의 말이 끊겼다.
“이것이 장인의 손길…
언론엔 효과가 있을 겁니다. 막아도 막아도 급물살을 타고 부풀어 오르면 둑은…”
이 또한 정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의 꽃은 선동이다.
“버티지 못하고 뻥… 하고 터질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