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6)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6화(16/200)
#16화. 시간은 흐른다. 4
“너 대체 어떻게 내 말을…….‘
그의 뇌가 어지럽게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해석할 수가 없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해 정보가 없었으니까.
우진이 입을 열었다.
그에게 놀람은 사치다.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의 뇌는 내가 설계한다.
말소리는 전보다 낮췄다.
목소리를 줄이게 되면 상대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집중하게 만든다.
“2038번의 가족분들이 1년에 한 분씩 돌아가셨죠. 심장마비, 또는 중독에 의한 사망.”
우진의 얼굴에 송곳니가 보이는 미소가 자라났다.
자의식으로 만들어 낸 미소였지만, 미세표정까지 완벽했다.
“너 이, 이 새끼…….”
2038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이젠 우진이가 어떻게 소리를 듣게 되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가족들을 우진이 죽였다고 의심하고 있었고, 우진은 뉘앙스를 주어 그의 뇌가 원하는 것을 던져 합리화시켜 주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아니 뇌가 그렇게 만든다.
“2038번, 당신의 동네 지인 두 명도 심장마비. 절 많이 때렸어요. 전부 다……. 순간적으로 돌아가셨네요.”
우진의 미소가 한 번 더 자라났다.
그 웃음에 2038번은 소름이 쫘악 돋았다.
우진은 그런 그의 모습을 당연히 관찰하고 있었다.
-행동은 정지반응을 보인다.
-가슴의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힘이 잦아진다.
-동공은 팽창되고 이마에 땀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불안정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는 외적 모습이다.
우진의 시선이 그의 손에 닿았다.
다른 사람들은 보기에 힘들겠지만, 누구보다 관찰에 뛰어난 우진은 볼 수 있었다.
-털이 곤두선다.
털이 곤두서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함도 있다.
쉽게 예를 들면, 차가운 공기를 만났을 때 닭살이 돋으며 털이 서게 되는데, 이는 털이 섰을 때 공기를 가두는 효과와 함께 외부의 접촉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공포 영화의 무서운 장면을 봐도 이런 형상이 나타난다.
우진을 차단하고 싶은 것이다.
-아드리날린이 분비되고, 털이 곤두서며 동공은 전보다 커지며 식은땀이 보인다. (자기 보호)
-정지된 동작으로 눈을 깜빡거리고 침을 삼키듯 목울대가 출렁인다. (눈물샘과 침샘의 감소 현상)
-얼굴은 수분기가 없는 사람처럼 하얗게 변해간다. (심박 수의 증가로 인해 혈액이 가슴으로 모이는 현상)
지금 2038의 Sympathetic Division(교감신경)은, 비상이 걸렸다고 외적인 비언어로 말해주고 있었다.
마치 옴짝달싹 못하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그의 전신을 순식간에 훑은 우진이 입을 열었다.
“운동 시작하신 건 잘하셨지만, 자외선은 많이 쐬지 말아주세요. 건강을 위해서 식사는 오늘처럼 배부르게 하지말고 적당량의 포만감을 느꼈을 때 수저를 내려놓으세요. 쓰고 있는 글은 자서전인가요? 내용이 궁금하네요.”
2038번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자신이 오늘 한 일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으니까.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영치금도 조금 넣어 드렸어요. 제가 아직 취직은 못 해서 돈이 별로 없지만, 종종 넣어드릴게요.”
영치금은 설계였다.
자신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설계.
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화들짝 놀란 그가 뒤로 넘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반응을 보일 것이다.
“교도관님! 저 새끼 살인잡니다! 내 가족! 동네 사람들! 저 새끼가 죽였어요!”
나의 존재를 없애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는 발악.
“2038번! 진정해! 진정하라니까!”
“교도소에서 날 지켜보고 있는 저놈의 끄나풀이 있어! 저 새끼 범인……”
“가만있어!”
우당탕!
2038번은 교도관 두 명에 의해 제압당했다.
우진은 바닥에 깔린 그의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또 봬요.”
* * *
우진은 기차역에서 처음 맡아보는 냄새에 이끌려 걸음을 움직였다.
[타꼬야끼]처음 보는 음식이었다.
모양은 동그랗고, 음식 위로 얇은 종이 같은 무언가를 뿌려주었다.
“어떤 거로 드릴까요?”
그녀의 말에 타꼬야끼를 먹고 사라지는 사람을 살피던 우진이 메뉴를 가리켰다.
“기본으로 주세요.”
“네. 맛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우진은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다.
붕어빵과 비슷했는데…….
“나왔습니다. 손님.”
우진은 먼저 냄새를 음미했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고, 고소한 향이 올라왔다.
꼬치로 타꼬야끼를 찍은 우진이 입으로 가져가려고 하자,
“손님, 뜨거울 수 있으니 조심히 드세요.”
“후우~. 후우~.”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자라났다.
빨간 목도리를 하고 타코야끼를 식혀 먹는 우진의 모습이 마치, 아이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우물우물…….
짐작은 했지만 정말 새로운 맛이었다.
달콤하기도 했고 짭짤하기도 했다.
안에 들어가 있는 문어는 쫄깃쫄깃 감칠맛을 더 했다.
우물거리던 우진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존맛탱이네요?”
“네?”
“안녕히 계세요.”
사장은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기차역으로 향하는 우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렇게 기차는 달리고 달려 우진을 목적지에 데려다주었고, 전철로 한 번 더 이동한 우진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왔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쓴 사람들도 있었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대부분이 웃고 있었다.
우진은 떨어지는 눈 속 세상에 팔을 뻗었다.
‘눈…….’
미세한 얼음 알갱이에 수증기가 붙어 중력에 의해 떨어져 내리는 것.
개개인의 처한 환경에 따라 즐거움을 줄 수도, 또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그렇기에, 환경은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었다.
추웠지만, 발자국을 남기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온기까지 빼앗을 순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우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예민한 청각에 걸려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미?’
우진의 예상은 맞았다.
저 멀리서 친구들로 보이는 학생들과 걸어오고 있었다.
보미에게 시선을 고정한 우진은 전화를 걸었다.
“보미, 어디 가?”
-이제 집에 들어가려구! 오빤 어디야?
“앞.”
-응? 앞?
사람들 속에서 보미가 고개를 들어 올리는 것이 보였다.
놀란 듯 잠깐 정지한 보미는,
“오빠!”
떨어지는 눈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보미가 달려온다.
미끄러울지도 모르는데, 새하얀 입김을 내쉬며 바닥도 안 보고 나만 보고 달려온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눈은, 예쁜 동생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우진의 눈빛에 그 장면은,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느리게 보였다.
그리고 조금 전 했던 생각을 되뇌였다.
‘환경은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다.’
우진의 입가가 저도 모르게, 가느다라게 위로 올라갔다.
그럼 이건, 즐거움인가. 행복인가.
어느새 다가온 보미가 우진을 껴안았다.
그리고 새하얀 입김을 내며 오빠를 올려다봤다.
“오빠, 어디 다녀오는 길이야?”
“아는 사람 좀 보러 갔다 왔어.”
“어떤 아는 사람?”
“음……. 그냥 알던 사람, 이제는 안 봐도 되는 사람.”
평범한 남매에게서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은 아니었지만, 우진과 보미에겐 가족애로 엮인 짙은 유대감이 있었다.
우진은 우진대로, 보미는 보미대로.
서로가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강력하게 깔려 있었다.
우진이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보미야, 이거 먹어 봐.”
“이게 뭐야?”
우진은 타꼬야끼를 반이나 남기고 가져온 것이다.
더 식지 않도록, 품에 지니고 있었다.
“타꼬야끼, 엄청 맛있어.”
눈은 더 새하얗게, 함박눈이 되어 펄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