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68)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68화(168/200)
#168화. Peace. 4
김학철은 저도 모르게 주춤거렸다.
우진은 내밀었던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 속으로 넣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내 말이 맞나 봐?”
우진은 이제 그에게 스스럼없이 반말을 던졌다.
존중해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모든 범인들은 이젠 우진에게 바이러스 같은 존재들이었다.
평화로운 세상을 오염시키는 유기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제 당신에겐 두 가지 방법밖에 없어. 궁지에 몰리면 항상 두 가지 선택을 하거든. 잘못을 받아들이거나 오히려 화를 내거나. 이 상황에서도 그래. 도망치거나 아니면 달려들거나. 어떤 것을 선택하든 당신 자유겠지만 잡히는 건 변하지 않아.”
“씨발……. 아무런 증거도 없이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무슨 말을 씨불이는 거야?”
“증거는 타다 남은 옷가지에서도 나올 거고. 보다 더 결정적인 증거는 당신의 신발에서 나올 거야. 자신 있다면 화장실을 보여주면 되겠네.”
“여, 영장 가져와!”
우진은 차고 있던 테이저건을 풀었다.
“이거……. 쏴보고 싶었는데.”
정말 쏴보고 싶었다.
“너, 너 경찰 맞아?”
“테이저건 맞았다고 변호사 선임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나는 더 비싼 변호사를 고용할 정도로 돈이 많거든. 그리고 과연 경찰들은 누구의 편에 설까.”
김학철의 눈동자가 사방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순경 따위가 돈이 많네 어쩌네 하는 개소리는 흘려들었고.
대문으로 도망치자니 녀석이 더 가깝게 서 있고, 담을 넘어서자니 녀석이 끌어 내릴 것 같았다.
그리고 테이저건도 들고 있다.
과연 맞으면 몸이 마비될까? 엄청난 고통일까?
그때 우진이 말했다.
“답은 알려 줬을 텐데. 어떻게 하든 잡힐 거라고. 당신이 잡히는 건 시간 문제야. 30초? 1분? 그사이에 결정될 뿐이지.”
“시팔…….”
그가 수갑을 채우라는 듯 두 손을 내밀었다.
우진의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본새는.
“수갑 처음 차본 사람의 자세가 아니네.”
순간. 김학철은 자신의 귀에서 치직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동시에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짜릿한 고통이 뱀처럼 온몸을 휘감았다.
우진이 테이저건을 쏜 것이었다.
“끄으으윽!”
바닥에서 몸을 꿈틀거리며 신음을 토하던 그의 모습을 보던 우진이 테이저건을 보며 감탄했다.
“와우……. 생각보다 효과가 더 좋구나.”
수갑만 채우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우진은 그러지 않았다. 우진이 들고 있는 테이저건은 신형으로 1, 2초 사이를 텀을 두고 세 발을 쏠 수 있는 테이저건이었는데,
남용방지를 위해 테이저건의 위치와 쏜 시간이 총에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그렇게 3초가 지나지 않아 우진이 또 한 번 방아쇠를 당겼다.
물론 처음처럼 심장과 동떨어진 위치만 노렸다.
혹여나 심정지가 오지 않도록 말이다.
“그으으으윽 마마마안 으윽!”
침을 질질 흘리며 신음하는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우진은 한마디를 더 던졌다.
“아직 한 발 더 남았다.”
지지지직-
“끄으아아악!”
우진은 이내 그의 팔을 등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김학철을 일으켜 세우며 그의 옷을 친절하게 툭툭 털어주었다.
“누가 보면 바닥에 굴린 줄 알겠어. 그러면 안 되지.”
우진은 그를 밀며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엔 별다른 것이 없었고 소주병만 굴러다녔다. 우진은 그를 이끌고 주방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옆에 있는 티슈를 뽑아, 싱크대에 놓여 있는 칼을 잡았다.
자신의 지문이 묻지 않도록 말이다.
“범행 도구가 이거인 것 같은데?”
“아닙니다.”
김학철이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답했다.
“이거 맞는 것 같은데?”
김학철은 전보다 누그러진 어투로 답했다.
“아닙니다.”
“잡아 봐.”
우진이 그에게 칼을 억지로 쥐여 주며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닌 것 같네.”
그러면서 우진은 자신의 손등에 칼을 대어 생채기를 만들어냈다.
길지만 아주 작은 생채기였다.
상처가 아물면 전혀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은 생채기였다.
“뭐, 뭐 하는 거야!”
김학철은 자신의 등 뒤에서 우진이 무엇을 하는지 보진 못했지만, 예상을 하며 버럭 소리쳤다.
“별거 아니야.”
그렇게 칼을 내던진 우진은 화장실로 그를 밀고 들어갔다.
락스와 세정제 몇 개.
그리고 물이 찬 세숫대야에 담긴 신발도 있었다.
이렇게 세정제를 풀어 담가 놓으면 혈흔이 사라질 줄 안다. 티 안 내면 들키지 않을 줄 안다.
우진은 그곳에 시선을 고정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다 잡을 거야.”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김학철을 마주하고도 전화가 계속 걸려왔지만 무시했던 우진이었다.
무전도 흘려들었다.
확인을 해보니 이번 발신자는 선임이었다.
-너 어디야 인마!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아! 무전 못 들었어?
“범인 잡았습니다.”
-범인은 무슨……. 범인을 잡았다고?
“네. 범행 장소에서 300미터 떨어진 김학철의 집에 있습니다. 범행 당시 입고 있었던 옷은 태우고 있었고, 신발은 빨고 있었습니다.”
-뭔 소리야? 범인을 잡았다고?”
믿기 힘든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범행 도구를 찾아낸 건 우연이라고 쳐도, 어디로 갔는지 잠깐 사라졌던 놈이 범인을 잡았단다.
유별난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또한 쉽게 납득이 되질 않았다.
“잠시만요.”
우진은 바로 스피커 폰으로 전환하고 김학철에게 물었다.
“김학철 씨, 당신이 김언주 씨를 살해한 것이 맞습니까?”
우진은 그렇게 말하며 김학철에게 보란 듯이 테이저건을 들어 올렸다.
이젠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5만 볼트의 저세상 맛을 본 김학철은 그 사실을 알 길이 없었고, 이내 말을 꺼냈다.
“……자수하겠습니다.”
스피커 폰을 끈 우진이 선임에게 다시 말했다.
“자수한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끝까지 칼을 휘둘러서 테이저건으로 제압했습니다. 어찌나 날렵하던지 3번이나 발사해야 했습니다.”
김학철이 두 눈을 부릅뜨며 우진을 쳐다봤다.
“내가 언제…….”
우진은 김학철이 그러나 말거나 선임에게 짧게 답을 하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이윽고 화장실을 빠져나온 우진은 그를 소파에 던지듯 밀쳤다.
털썩.
소파에 주저앉은 김학철을 보며 우진이 말했다.
“푹신하지? 마지막 안락함일 거야. 감사하게 즐겨. 아, 당신은 감사함의 뜻을 모르겠지. 그런 마음을 갖기도 싫어할 테고.”
피해 의식의 바닷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이다.
감사함을 모르는 이에겐 행복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 호르몬의 ‘불균형이 찾아왔다’라고도 말할 수가 있다.
“뭐 알 필요도 없어. 계속 허우적거려. 불행하게. 난 당신이 그랬으면 좋겠어.”
그때,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우진은 얼른 선임에게 다가가 생채기가 난 자신의 손등을 보여주며 고자질하듯 말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선임이 우진의 손등과 떨어져 있는 칼을 보며 버럭 소리쳤다.
“야! 새끼야! 지원 요청부터 했어야 혼자 위험하게 뭐 하는 짓이야!”
“죄송합니다. 옷은 태우고 있었고, 피 묻은 신발은 물에 담가 놨습니다.”
선임이 모자를 벗으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앞으로 단독 행동 절대 하지 마. 알았어? 미친 짓이라고. 크게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어?”
“죄송합니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여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복귀해 지금 당장. 빨리.”
“네?”
“너 당장 날라 오란다. 빨리 가 봐.”
“저 잘못한 거 없는 것 같은데…….”
우진은 머릿속을 빠르게 뒤지기 시작했다.
어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랑 떡볶이 먹던 것이 걸린 것이었을까.
그때 순대까지 먹었던 게 오바였을까?
아니면 어묵 국물을 마시던 모습을 걸린 것일까?
우진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해 가고 있을 때, 선임이 다시 말을 던졌다.
“차 끌고 바로 가.”
“네. 알겠습니다. 충성.”
우진은 바로 몸을 돌려 현관으로 움직였다.
그때, 선임이 다시 우진을 불렀다.
신입이라고 너무 몰아세워 기만 죽여 놓은 것 같기 때문이었다.
“우진아.”
“네?”
“잘했다. 네가 과수대보다 빨랐다.”
우진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빨리 가봐.”
* * *
경찰차를 몰고 복귀하는 길이었던 우진은 갑자기 작은 사거리에서 라이트까지 끄며 차를 멈춰 세웠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사람도 간간이 보였고, 지나다니는 차 또한 그랬다.
우진이 시선은 쓰레기가 가득히 쌓인 곳이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그곳에선 마스크를 쓴 할머니가 쓰레기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 있는 유모차엔 빈 캔과 폐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우진은 눈을 빛내며 그녀와 사방을 주시했다.
그녀의 사정은 소수만 알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그중에 우진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 60도만 회전시키면…….”
호랑이처럼 그녀를 주시하던 우진은 악셀을 조용히 밟았다.
차가 향하고 있는 곳은 정확히 그녀가 위치한 곳이었다.
우웅-
차가 배기음을 토해내며 갑자기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쿵!
차에 치인 유모차가 60도로 빙글 돌아갔다.
우진은 급하게 차를 세우고 얼른 밖으로 나왔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가는 길이라 제가 유모차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잠깐 놀랐던 마음을 진정시키던 그녀가 눈가에 주름을 잡았다.
웃고 있는 것이다.
“괜찮아요.”
차가 그녀를 덮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돌아간 유모차가 그녀에게 부딪친 것도 아니었다.
우진은 얼른 유모차에서 떨어져 내린 캔과 폐지를 착착 올려 쌓기 시작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가 사람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호호호. 그럴 수도 있죠. 밤낮 고생이 많으시네.”
“이거 어떻하죠. 유모차가 찌그러졌네요.”
“네에?”
그녀가 다가와 유모차를 확인했다.
우진의 말대로 유모차 한쪽이 살짝 찌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유~ 괜찮아요. 끌고 다니는 데 지장 없어요.”
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배상해 드려야죠. 여기.”
그녀가 손사래 쳤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정말 괜찮다니까. 괜찮아요~.”
“제가 경찰이라 나중에 문제 생기는 일들을 많이 봐서……. 여기. 제가 지금 바빠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의 손에 억지로 봉투를 쥐여 준 우진은 바로 차에 올라 타 가버렸다.
우진은 그녀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1학년 된 손주를 홀로 키우는 것과,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손주가 축구화가 없는 것도, 그녀가 혹여나 손주가 창피해할까, 이 야밤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도.
멍하니 사라져가는 경찰차를 바라보던 그녀가 이윽고 봉투를 확인했다.
5만 원권이 60장이 들어 있었다.
차를 모는 우진은 룸미러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 * *
복귀한 우진의 모습에 경찰들의 시선이 바로 김철웅에게 돌아갔다.
우진은 담담할 정도로 김철웅에게 말했다.
“여긴 왜 오셨어요?”
김철웅이 눈썹을 긁적였다.
“이거 참, 사람 섭섭하게…….”
그리고 이내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보고 싶어서 왔다! 왜!? 할 말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