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76)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76화(176/200)
#176화. peace. 12
“대문 부서지겠다. 대문 부서지겠어! 누구야!”
대문 안에서 사내의 음성이 거칠게 들려왔다.
우진은 통화를 종료하며 말했다.
“임진경 씨 계십니까? 퀵 배달 왔습니다. 사인을 받아야 해서요.”
“아, 또 뭘 시킨 거야.”
대문이 안으로 당겨지며 듣기 거북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
곧장 우진의 시야에 윤장준의 모습이 담겼다.
갈매기 눈썹의 아래로 보이는 눈은 쌍꺼풀이 없고 가늘다.
코는 매부리 끼가 있고 입술은 얇다.
턱은 각이 지고 어깨는 단단해 보인다.
그때, 우진을 위아래로 쓱 훑던 윤장준의 가느다란 눈이 더욱 가늘어져 가자미눈을 만들었다.
“뭐야? 퀵이라며?”
우진의 손에 들린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 여기 있습니다.”
우진이 품에서 수갑을 꺼내어 내밀었다.
“네가 직접 찰래. 내가 채울까?”
“씨발!”
윤장준이 대문을 거칠게 닫아버렸다. 아니.
쾅!
우진의 발이 닫히려던 대문을 차버렸다.
덕분에 윤장준은 대문을 맞아 널브러져 버렸다.
우진이 안으로 성큼 들어서자 윤장준이 주섬주섬 일어서며 피식 웃었다.
“아나……. 재수가 없으려다 보니까. 맞아. 그 금두꺼비 내가 훔쳤어요. 자, 채우세요.”
그가 순순히 두 손을 내미는 모습에 우진의 발이 그의 가슴에 박혔다.
퍽!
“커억!”
또 한 번 뒤로 넘어진 그가 얻어맞은 곳이 답답한지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쿨럭, 쿨럭! 이거 권력 남용 아니요!?”
“난 그래도 돼.”
우진이 그의 앞으로 한쪽 무릎을 굽히며 그와 눈을 마주했다.
“꽤 머리를 썼네. 금두꺼비? 그건 살인을 가리기 위한 장치인가? 그 건으로 교도소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면 경찰의 눈을 속이기 딱 좋은 방법이지.”
그의 가느다란 눈이 살짝 커졌고 우진이 말을 이었다.
“안내해. 장물 숨겨 둔 곳으로. 그렇지 않으면 내 식대로 할게. 네 머리채를 쥐어 잡고 질질 끌고 간다는 거야.”
그의 눈동자가 사방으로 움직였다.
우진은 그 뜻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안내, 해.”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절뚝거리며 일어난 그가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진은 바로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는데,
쇄액!
항시 문 앞에 무언가를 준비해 두고 있는지 주방용 칼이 우진의 목을 덮쳤다.
하지만 우진의 손에 가볍게 턱, 하고 막혀 버렸다.
“뻔해. 당신 눈이 잠깐 머물렀던 자리를 봤거든. 실눈은 남들보다 강하다고 들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네.”
그의 손에서 단단한 굳은살이 느껴진다.
우두둑.
“으아아악!”
칼을 쥐고 있던 그의 손목이 아래로 꺽여 버렸다.
“당신의 동거녀 임진경, 경찰서에서 있어. 무슨 뜻인지 잘 알 것 같은데.”
“크으으윽!”
고통에 손목만 부여잡고 있는 그를 바라보던 우진이 말했다.
“너희들은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역시 내 방식이 좋을 것 같네.”
우진은 한쪽 창문의 커튼을 뜯어, 원형으로 만든 커튼을 그의 목에 개 목걸이 채우듯 감아 버렸다.
“잘 어울리네.”
“커억! 컥…. 너 누구야? 겨, 경찰 아니지?”
하는 행동도 그렇고 자신을 죽이러 온 눈빛을 짓고 있지 않은가?
“나 같은 경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자, 그럼, 우리 보물을 찾아볼까?”
“컥!”
우진이 쥐고 있던 커튼을 당기자 그가 네 발로 끌리기 시작했다.
물론, 한쪽 손목 관절은 나가버려, 그쪽은 팔꿈치로 기어야 했다.
일어설 수도 없었다.
그러려는 순간 우진이 개목걸이처럼 쥐고 있는 커튼을 당겼기 때문이었다.
“컥!”
우진이 커튼을 당기며 그의 얼굴을 서럽게 가져가 대었다.
“여기 있나?”
마치 개에게 냄새를 맡게 하는 광경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이것 좀 풀고….”
우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번엔 그의 목을 지그시 밟으며 침대 밑을 보게 했다.
그의 얼굴이 피가 터져 나올 것만 같이 붉게 달아올랐다.
“여기도 없는 것 같고.”
“자, 장롱…. 컥! 컥!”
우진은 지렛대를 이용하듯 커튼을 어깨에 걸쳐 당기며 그를 끌고 갔다.
그 덕에 윤장준의 등이 미끄러지며 끌려갔다.
버둥거려봐도 소용없었다.
애초에 우진이 개를 조련하듯 목을 압박하며 행동을 제재했다.
우진은 곧장 창문을 열며 말했다.
“없는데?”
“서랍! 서랍!”
드르륵.
서랍을 열자 빨간색 바구니에 담긴 귀금속들이 보였다.
훔쳐오곤 던지듯 내팽개친 것인지 서로 엉켜있는 모양새였다.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건 귀금속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편과 미래를 꿈꾸던 신희연 씨를 단번에 살해했다.
사진 속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말이다.
살인이 목적이다.
우진은 잡고 있던 커튼에 힘을 서서히 더 주며, 귀금속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동쪽에서 훔쳐 온 건가. 이건 서쪽에서, 그리고 이건 북쪽에서. 일거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라, 그럴듯해.”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돌아다녔을 거다.
그리고 타겟을 정하고 장기간의 관찰.
타겟의 주변 인물들도 말이다.
CCTV를 이용하기도 하고 변장도 한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우진은 그의 배를 깔고 앉자 윤장준이 돼지 울음소리같이 숨을 들이마셨다.
“몇 명이나 살해했어? 그분들은 사는 게 힘들었어도 행복했을 거야. 희망을, 미래를 꿈꾸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걸 네가 다 망쳐 놨어. 말해 봐. 몇 명이나 살해했어.”
“하, 한 명. 한 명….”
갑자기 일어난 우진은 떨궈진 칼을 들고 방문을 닫아 버렸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딸깍.
문을 잠궜다.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던 윤장준이 급하게 커튼을 목에서 풀면서 침을 튀며 말했다.
“뭐, 뭐하는 거야! 너 경찰 아니지! 경찰 아니지! 너 뭐하는 새끼야!”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린 우진이 자신의 팔을 스윽 걷었다.
팔목까지 내려온 벼락같은 상처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 상처를 바라보던 잠깐 바라보던 우진이 중얼거리며 칼을 팔뚝에 대었다.
“이런 상처쯤들은, 내 업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깊지 않게 그었다.
우진의 팔을 내리자 빗방울이 손가락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이런 미친 새끼…! 그래! 시팔 해 보자 이거지!? 어!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지새끼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는 윤장준이 무엇을 찾듯이 두리번거렸다.
“넌 시발! 오늘 나한테 뒈지는 거야! 개새끼야!”
챙그랑!
윤장준이 주먹으로 창문을 깨부수며 조각을 손에 쥐었다.
“와 봐! 와 봐! 이 새끼야!”
우진이 그에게 물었다.
“김희연 씨, 왜 죽였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그 샹년이 날씨가 너무 좋은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쳐 웃고 있잖아. 그래서 죽였다. 왜?”
우진이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우두둑.
그렇게 관절 꺾이는 소리를 내며 그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법정에서 불리한 진술에 대해 입장을 거부할 권리도 있어.”
“들어와 이 새끼야!”
* * *
며칠 뒤.
저녁 9시 뉴스에서 윤장준의 대한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원룸 살인사건의 범인인 체포되면서 미제로 남을 뻔했던 살인사건이….]윤장준이 살해된 피살자들은 총 다섯, 이를 본 사람들은 분노의 휩싸였다. 아니 소름이 돋았다.
범행 계획이 철저하고 피살자들의 주변 지인들을 이용해 수사에 난항을 겪게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언제든 교도서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작을 죄를 만들어 놓기도 했으니 말이다.
[놀랍게도 범인을 잡은 사람은 일반 시민이었는데요. 칼을 휘두르며 끝까지 저항하던….]뒷짐을 진 채로 뉴스를 보고 있던 김 경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미친놈들이 한 둘이 아니야.”
옆에서 순경 차림에 강아지 눈을 하고 있는 우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쁜 놈이네요.”
“저런 것들은 사형을 시켜야 돼. 사형을.”
우진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죽음을 몇 번 보여주었다.
이게 죽는 건가, 라는 느낌을 몇 번이나 받도록 해주었다.
총 다섯 번이었다.
“그런데 용감한 시민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김 경장의 말에 답이라도 하는 듯 아나운서의 말이 흘러나왔다.
[A씨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노출을 꺼려했는데요. 인상 깊은 말을 남겼다고 하죠?] [네. ‘나쁜 짓을 하면 본인이 찾아가겠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마치 범인들에게 경고를….]김 경장이 껄껄 웃었다.
“누군지 몰라도 대단한 친구구먼! 하하하!”
우진은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평범해지고 싶은 우진의 바람이 묻어 있는 행동이었다.
“김 경장님, 저 이만 퇴근해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딴 데로 새지 말고.”
그렇게 말한 김 경장은 우진을 의심 어린 눈초리로 쳐다봤다.
퇴근 후 누가 잃어버렸다는 강아지를 찾아다니지를 않나, 노부부가 일구는 밭을 몰래 갈고 있지를 않나….
그래서 물었다.
‘신 순경 지금 뭐 하는 거야?’
‘제 삽질 실력이 무뎌지지 않게 꾸준히 연마 중입니다.’
새끼를 밴 소의 출산을 도와달라고 하면,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고 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뛰쳐 갈 수도 있는 녀석이다.
다른 일화도 수두룩해서 나열하자면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집에 들어가서 푹 쉬어.”
“네. 고생하십시오!”
내일은 또 쉬는 날이다.
선임들에게 인사를 건넨 우진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날씨가 좋아 별들이 눈에 담겼다.
별의 성분을 태양으로 따진다면 수소가 70%를 차지하고 헬륨이 28%….
별의 성분을 떠올리던 우진은 더 이상의 생각을 차단했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쁘네.”
굳이 본질을 알려 하며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럴 때였다.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채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바람도 좋고.”
이렇게 우진은 자신을 점점 갈무리하고 있었다.
조금씩, 차차, 감정을 즐길 줄 알게 된 것이었다.
* * *
다음 날.
우진은 초등학교 분식집 앞에서 축구 운동화를 신고 있는 초등학생과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
“가위, 바위, 보!”
우진이 눈을 껌뻑였고, 초등학생은 쾌재를 질렀다.
“오예! 떡꼬치 하나 더!”
축구선수가 꿈인 아이와 가위바위보 내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초등학생과 가위바위보를 하면 100% 무조건 지는 우진이었다.
물론, 봐주고 있는 것이었다.
우진이 분식집 사장에게 돈을 건넨 후 아이에게 말했다.
“다음에 묵찌빠로 하자.”
“좋아요!”
우진은 슬며시 미소를 띠며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곧장 택시를 잡아탔다.
장장 3시간을 달렸다.
중간에 휴게소도 들러 택시기사와 핫바와 우동도 즐겼다.
그렇게 구불구불 산을 올라 택시가 멈춰 섰고.
“고생하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탁.
차에서 내린 우진은 눈을 감으며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촉촉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워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내 우진의 발이 움직였다.
눈앞엔 산을 등에 업은 커다란 별장이 우진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