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99)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199화(199/200)
#199화. 하고 싶은 것은 다. 10
두 사람의 말에 김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우진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다.
엉뚱한 것은 둘째치고라도 드라마나 영화를 흉내 낸 적이 한두번이 아녔기 때문이었다.
사건도 실제로 그렇게 해결한 적이 있었다.
바로 이혜림의 오빠 이요환 때도 그랬다.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정말 영화처럼 비슷하게 연출하여 검거하게 했다.
이윽고 김태현과 김철웅 그리고 최기철이 우진에게 다가갔다.
미소를 머금고 있는 우진이 셋을 반겼다.
“오셨어요?”
“이야… 오늘따라 얼굴이 더 좋아 보이네.”
“우진아, 축하한다.”
“잘 살아!”
“네. 그럴게요.”
우진과 몇 마디 더 나눈 셋은 다른 곳으로 사라졌고, 우진은 계속해서 하객들을 맞이했다.
그 중엔 한보라도 있었다.
“아저씨!”
“보라 왔구나.”
보라의 옆엔 할머니도 계셨다.
“오셨어요. 와주셔서 감사해요.”
할머니가 손을 저었다.
“은인이 결혼을 한다는데 와야 도리지. 축하해요. 잘 살고, 태어 날 아이들도 건강하게 키우고.”
“네. 언제 고스톱 치러 놀러 가겠습니다. 그땐 점 백으로 올리시죠.”
“어이구야… 나 그런 돈 없어요.”
“보라가 있잖아요.”
우진은 그러면서 빙긋 웃고 있는 보라의 어깨에서 손을 올렸다.
“보라야, 여태까지 할머니가 널 지켜주셨으니까. 이제 보라가 할머니 지켜 드려야 해?”
보라는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결혼하는 날인데 이상하게 섭섭했다.
하지만 또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마음을 듬뿍 담아 말했다.
“만약에… 조카 태어나면 유모차는 내가 선물해도 돼요?”
우진의 보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따뜻한 손길이었다.
“그럼. 고맙다.”
***
신부 대기실에 앉아 있는 이혜림의 모습은 하얀 한 송이 꽃이 피어난 것처럼 보였다.
유명 연예인들에게서 뿜어져 나온다는 아우라처럼,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진짜 예쁘다.”
“우리 사진 한 장 찍자. 하나, 두울 셋.”
친구들과 하객들은 이혜림과 밝은 인사를 전해 주고받았고, 이 혜림의 친오빠, 언니들의 표독스럽던 눈빛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대 간데 사라지고,
“우리 혜림이 진짜 예쁘다.”
“정말 축하해. 항상 그랬지만 언니는 네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필요한 거 있으면 꼭 말하고.”
그중에 이요환이 가장 큰 웃음을 만들어냈다.
“신랑 인물 좋은 건 알겠는데, 혜림이랑 비교하면 혜림이가 많이 아깝지. 아, 혜림아, 이번에 SH건설 이사 자리 말이야….”
이혜림은 미소를 지은 채로 이요환의 말을 잘라버렸다.
“오빠, 지금은 아니야.”
“응, 알았어. 하하하! 내가 실수했네. 좋은 자리에서 일 이야기를 꺼내고, 아무튼 정말 축하한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사촌들도 이혜림의 앞에서 설설 기었다.
신화그룹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신화그룹의 실세가 그녀에게로 뒤바뀌고 있었고, 아무리 머리를 쓰고 굴려 봐도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하나 없다.
사방이 잠겨 있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조치를 취해놨기 때문이었다.
사방이 가로막혀 있는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이혜림뿐이었다.
우진이 SH Strategy 를 움직여 철옹성을 쌓아 올렸기 때문이었다.
우진에게 빈틈이란 허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윽고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아 결혼식이 알리는 방송이 흐르고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신랑, 입장하겠습니다.”
축혼 행진곡이 흘러나오고 우진이 등장했다.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우진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경쾌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태현은 지긋이 미소 지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발음이 어눌했던 소년이 글씨까지 써 가며 저 사람이 범인이라고 지목했던 것들이 말이다.
친동생은 없지만 정말 친동생이 결혼을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태현뿐만이 아니라 우진을 오래전부터 지켜본 사람들도 다 그런 기분을 맛봐야만 했다.
가끔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행동을 하지만 정의롭고, 가끔 전문용어들을 쏟아내며 머리를 지끈거리게도 했다.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지만, 우진을 한마디로 정의 하자면 순수했다.
‘순수’ 라는 표현이 우진과 딱 잘 어울렸다.
하지만 우진을 적대시하고 경찰서로 끌려간 대부분은, 치가 떨렸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신부가 입장하고 주례사 시작됐다.
이혜림의 측에서 온 그에게 우진은 당부한 것이 있었다.
최대한 간소하고 짧게 부탁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우진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행복하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말입니다. 또한 마지막으로….”
우진은 미세 표정을 조절하며 최대한 미소를 유지했다.
“마지막으로 내빈 여러분들께….”
우진의 입술이 아주 작게 뻥긋뻥긋했다.
하지만 그는 작성해 온 주례사에 시선을 고정해 우진의 입 모양을 볼 수 없었다.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주례사가 끝나자 우진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자칫 무의식이 뛰쳐나와 짝다리를 짚어 버릴 뻔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는 없었다.
혜림이를 많이 아끼고, 소중하게 여겼다.
호르몬의 결정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 이라는 것.
우진은 뇌과학적 분석이 아닌, 지금 이 기분을 해석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에 흠뻑 취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아니 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처럼 평범하게 그녀와,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으니까.
또한 이것은,
‘행복하다.’
우진은 지금과의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식은 순조롭게 끝이 났고, 우진과 이혜림은 바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
도착한 곳은 몰디브.
우진과 이혜림이 고등학교 때 이야기한 곳이기도 했다.
밤이 되면 바닷가가 형광처럼 빛나며 장관을 이루는 곳이었는데, 우진은 혜림이가 한 번 더 꼭 가고 싶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도착 시간이 밤이라 우진과 이혜림은 멋진 풍경을 바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이동 시간이 꽤 길어 피곤할 법도 했지만, 둘의 얼굴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순 없었다.
“예쁘다.”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야광충강 야광충목에 속하는 원생생의 세포질 속에, 여러 가지 알갱이가 자극을 받으면 빛을 발하게 된다.
그 물질을, 루시페린 (Luciferin)이라고 하는데 반딧불이도 이에 속했다.
우진은 찰나에 스쳐 가는 그 생각을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고,
신혼여행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 했다. 혜림이와 함께 말이다.
“들어갈까?”
둘은 예약한 호텔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로비를 거쳐 방으로 들어갔는데, 우진이 이혜림은 번쩍 안아 들었다.
“꺄악!”
그녀는 잠시 놀랐지만 금세 미소를 지었다.
우진은 이혜림을 침대에 털썩 내려놓았다.
이혜림이 우진을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자, 우진이 손가락 하나로 머리를 긁적였다.
“두 번째 단계가 뭐였더라….”
이혜림이 피식 웃었다.
그녀의 얼굴은 홍조가 스며들어 있었다.
“피곤하지? 먼저 씻어.”
“그럴까?”
우진의 몸이 욕실로 틀어졌다.
그리고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이 굉장히 어색해 보였는데, 마치 로봇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둘은 한 이불 속에서 누울 수 있게 됐다.
불을 꺼졌지만 우진과 이혜림의 눈은 계속해서 깜백깜빡했다.
어색해도 이렇게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하길 10분이 지난 것만 같았다.
이혜림이 스르륵 우진의 가슴을 베고 누우며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 앞으로 잘 할 수 있겠지?”
우진의 손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끝까지 해피엔딩일 거야.”
이혜림의 손이 우진의 어깨로 향했다.
이제는 아문 상처가 손끝으로 느껴졌다.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까.
이젠 자신이 지켜 줄 거다.
둘은 동시에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끝까지, 영원히.’
그때, 우진의 입술이 혜림이의 입으로 포개어졌다.
이혜림은 우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눈을 감았다.
***
2개월이 지나 이혜림은 임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태명은 ‘꿀달이.
허니의 꿀과 문의 달을 따와 진 태명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진과 혜림이의 집에 사진이 하나씩 걸리기 시작했다.
태어난 신생아를 안고 있는 혜림이의 모습이,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우진의 목마를 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동물원의 사진뿐만이 아니라 여러 곳의 풍경으로 아이는 점차 커나갔다.
그리고 세상이 옷을 몇 번이나 더 갈아입고 시간이 흐른 오늘.
중학생 2학년이 앉아 있는 교실에서 종례를 하고 있던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을 꺼냈다.
“신진우는 잠깐 선생님 보고 가구.”
선생님의 말에 코가 오뚝하고 눈망울이 선해 보이는 신진우가 짧게 답했다.
“네.”
신진우는 종례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옮겨 선생님과 마주하며 앉았다.
선생님이 긴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을 꺼냈다.
“진우야, 혹시 집안에 안 좋은 일 있는 거 아니지? 고민이 있다거나.”
최근 신진우의 성적이 뚝 떨어져 버렸다.
전교 일등을 했던 녀석이 중간으로 뚝 떨어지더니, 이젠 전교 꼴찌가 되어버렸다.
지켜본 바, 머리가 비상한 녀석이었다. 그런 비상한 머리로 전교 꼴찌를 했다는 것이 의아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일 없어요.”
“음… 선생님이 보기엔 아닌 것 같은데. 진우 성적이 최근에 너무 많이 떨어져서, 선생님이 걱정돼서 그래, 다른 사람들한텐 비밀로 할게. 선생님한텐 말해도 돼.”
“나쁜 짓. 그러니까 법률상이나 도덕, 윤리적인 것에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경험은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아빠가 그랬어요. 경험은 겪을수록 좋은 거라고.”
“응?”
그때 주머니 속 진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괜찮아. 어서 받아.”
[정 기사님]선생님의 말에 신진우는 핸드폰을 귀에 가져가댔다.
-도련님, 대기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곳으로 가신 건 아니시죠?
“선생님과 면담 중이었어요. 금방 갈게요. 그리고 그냥 이름 부르시는 게 전 좋은데….”
-아닙니다. 제가 편해서 그럽니다.
신진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 달라고 부탁을 해도 그러시지를 않았다.
데리러 오지 말라는 데도 안 된다며 항상 오신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선생님 안심시켜 드리고 금방 갈게요.”
통화를 마친 진우는 다시 말을 꺼냈다.
“선생님, 감사하지만 전 정말 괜찮아요. 이번에 꼴찌 경험해 봤으니까 다음엔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1등 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어?”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일어나도 될까요? 늦게 가면 엄마한테 혼나거든요.”
“어…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선생님한테 꼭 말하고.”
“네. 그럼 내일 뵐게요.”
꾸벅 인사를 한 신진우는 그대로 복도로 빠져나갔다.
복도를 걷던 신진우의 몸이 서서히 멈춰 섰다.
창문으로 옆 반 교실이 보였다.
그리고 국화가 놓여있는 빈자리까지도.
잠시 서서 그곳을 바라보던 신진우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신진우를 기다리는 기사는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30분이 더 지났는데도 도련님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정 기사는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진우 아까 갔는데요?”
선생님의 말에 기사가 마른세수를 하듯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또 자신의 눈을 피해 달아난 것 같았다.
이번엔 학교의 담을 넘은 것일까.
아니면….
정말이지 술래잡기라는 종목이 올림픽에 있었다면 1등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