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00)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200화 (안결)(200/200)
#200화. 천재, 세상을 읽다. (완결)
***
진우는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였다.
골목길에 위치한 허름한 대문에 키를 꽂으며 열고 들어갔다.
아주 작은 마당에 평상 하나.
방으로 향하는 문도 낡은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었다.
드르륵.
문을 밀고 들어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수십 대나 되는 모니터가 놓여있었는데, 진우는 PC를 켜며 비밀 번호가 걸려 있는 핸드폰을 연결했다.
이곳은 신진우만의 아지트였다.
“자, 시작해 볼까.”
깍지를 낀 채 팔을 쭉 편 진우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타타탁.
자판이 경쾌하게 소리를 자아냈고, 모니터에 숫자들이 정신없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겨 있는 핸드폰을 해킹하는 것이었다.
진우는 다리를 외로 꼬며 가볍게 중얼거렸다.
“조금 있으면 금방 풀릴 거고.”
진우는 이번엔 다른 모니터에 시선을 옮겼다.
지난 CCTV 영상이라도 보는지 앞으로 당겼다가 뒤로 돌렸다가를 반복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명의 중학생들이 한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 3층에서 여학생 하나가 떨어지고, 5분 뒤 함께 들어갔던 세 명의 중학생들이 나왔다.
그런데 녀석들이 반응이 흥미롭다.
빠르게 다가가 괜찮은지 확인하지 않고, 주춤거리며 정지반응을 보인다.
저 반응은 떨어진 여학생이 자신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잠시 머뭇거리던 그 둘 중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10분 뒤 구급차가 도착했다.
-띠링.
해킹이 끝났다는 알림에 진우는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이 핸드폰은, 화면에 비추어지고 있는 녀석 중 여학생의 것이었다.
진우는 사진첩과 동영상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것도 잠시.
모니터 화면을 장악하고 있는 숫자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영상이랑 사진 몇 개가 지워진 것 같은데….”
진우는 슬쩍 웃으며 다시 손가락을 키보드 위로 가져갔다.
“복구하면 되고.”
그러하길 한 시간이 지났을까?
진우는 가방을 걸치며 USB를 뽑았다.
“퍼즐은 가볍게 맞춰졌고….”
진우는 그대로 아지트를 빠져나갔다. 아니 대문을 조심스럽게 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정 기사님이 있을 줄도 몰랐고, 경호원들을 대동해 자신을 찾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이곳은 절대 모를 것이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아빠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서가 될 만한 것을 모두 없애버리고 해외로 떠나 버려도 아빠는 정확히 그 지역으로 찾아올 사람이었다.
“우리 아빤데도 소름이 돋네.”
진우는 닭살이 올라오는 팔을 슥슥 문지르며 골목길을 벗어났다.
***
진우가 찾은 것은 6인실의 병실이었다.
맨 끝에 한 여학생이 누워있었는데 발에 골절이 일어났는지 갑스를 하고 있었다.
얼굴에 생채기도 여러 곳 보였고 입술이 텄다.
하지만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는 숨길 수가 없었다.
이름은 최선희, 교실 국화꽃이 놓인 빈자리의 주인이었다.
죽진 않았고, 녀석들이 장난을 친 것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그 사진을 최선희에게 보냈다.
진우가 테이블 위에 고칼슘제를 올려놓자 최선희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너….”
괴짜로 소문 난 신진우가 아닌가.
인기도 아주 많았다.
그렇기도 한 것이 진우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결국 사람이라 생각했고, 사람을 이해하려면 경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아빠를 보며 깨달았다.
거기에 있어서 대인관계란 필수불가결이었고,
상대의 말을 들어주며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유도한다면 대인관계란 거기서 끝이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게 되면 상대방은 나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상대의 말에 맞춰 진심이 담긴 리액션까지 보여주면 그 효과는 더욱 증폭된다.
예능에서 누군가 말했을 때 웃으며 받아 쳐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반응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실행에 옮기고 갖추려면 많은 지식들을 두루두루 갖고 있어야 한다.
상대의 관심사까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상대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주도권을 쥐게 된다.
하지만 최선희에게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
“골절 났다고 부모님이 사골 같은 거 먹으러 가자고 하시면 다른 거 먹으러 가는 게 좋아. 너무 우린 건 뼈에 좋지 않거든.”
“네가 여긴 왜….”
옆 반인 신진우가 말이다.
“그냥, 뭐랄까….”
진우는 슬쩍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걔네들이 평소 거슬렸거든.”
최선희는 상체를 일으켜 기대에 앉았다.
진우가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걔네들이 앞으로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망상이야. 스스로 진취적으로 움직여야지. 너나 나나, 사람은 짓밟히려고 태어난 게 아니잖아?”
“그게….”
진우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핑계는= 무기력’이라는 걸 잘 인지해두고, 아, 이 얘기를 하려고 왔어. 오늘부터 일어나는 일은 모두 다 우연이야. 앞으론 없어. 또다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기적도 없어. 그러니까.”
진우가 씩 하고 웃었다.
“앞으론 파이팅 해.”
그 말을 남기고 진우는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이동한 곳은 한 커피숍이었다.
녀석들이 자주 모이는 곳이었다.
예상대로 남학생 두 명과 여학생 두 명이 앉아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나 걔 진짜 죽는 줄 알았잖아?”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냐?”
“그런데 걔 신고하는 거 아니야?”
염려스러운 그녀의 말에 남학생이 히죽 웃었다.
“야, 소현이 아빠가 국회의원인 거 몰라?”
“아 맞다. 치트키….”
“조현아, 너 근데 핸드폰 찾았어?”
이소현이 자신의 손톱을 이리저리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사야 돼. 짱난다 진짜.”
그때 핸드폰 하나가 불쑥 내밀어졌다.
“이거 찾아?”
네 명의 고개가 일제히 위로 올라갔다.
신진우가 서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이소현이 물었다.
“이걸 네가 왜 가지고 있어?”
“운동장에서 주웠어.”
“운동장?”
이소현은 빼앗듯 핸드폰을 회수했다. 그 행동도 찰나였고 금세 빙긋 웃음을 지었다.
“고마워 진우야, 사진 많이 찍어 놔서 아까웠는데.”
“그래? 내가 그럴 줄 알고 지워진 것도 복구시켜놨어.”
“복…구?”
“응. 영상도.”
이소현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핸드폰을 확인했다.
지웠던 영상이 정말 복구되어 있었다.
이소현은 확인을 하려는 듯 동영상을 터치했다.
-저기 난간에 올라가서, 저기까지만 걸어가면 오늘은 집에 보내 줄게.
-떨어지면….
-3층밖에 안 돼.
-하하하! 쟤 봐라. 쫄았네, 쫄았어.
-오오, 올라간다.
진우는 석상처럼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이소현을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봤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전과 다르게 괴롭힘과 따돌림은 SNS로 전이됐다.
떨어져 있어도 괴롭힘을 받았고, 자고 있을 때도 알림음에 반응하게 만든다.
그게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당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그때, 이소현의 고개가 급하게 올라갔다.
“너 이거… 그냥 우리끼리 장난치다가 지가 올라가서 떨어진 거야.”
“콜라도 최선희가 스스로 머리에 부은 거고?”
그 사진 말고도, 그 동영상 말고도 아주 많았다.
“그건… 게임! 게임에서 져서….”
“유치들 하시긴, 복사는 많이 해줬어. 난 그걸 가지고 지금 경찰서에 갈 거고, 아는 아저씨가 직급이 꽤 높거든.”
잠자코 있던 남학생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신진우, 너희 엄마가 아무리 돈이 많이 있어도 지금 실수하는 거야. 몰라? 이소현 아빠가 국회의원이라는 거?”
신진우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야… 나도 너희랑 같은 나이지만 어떻게 말 하나하나가 이렇게 유치하고 단순할까?”
“뭐라고? 다시 말해 봐.”
“아무튼, 난 간다.”
신진우는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순간, 이소현이 급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신진우가 커피숍을 빠져나왔을 때, 슈트 차림의 남성이 앞길을 막았다.
“누구세요?”
“신화그룹의 도련님?”
진우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머리를 긁적거렸다.
참, 어딜 가나 따라붙는 꼬리표였다.
“뭐, 그런데요?”
“우리 아가씨께서 조용히 할 말씀이 있으시다고 하는데….”
이소현은 어느새 밖으로 나와 있었다.
슈트 차림의 남성과 이소현을 번갈아 쳐다보던 신진우는 픽하고 웃어 버렸다.
“타시겠습니까?”
슈트 차림의 남자가 뒷좌석을 열자, 신진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순순히 차에 올라탔다.
이소현도 마찬가지였다.
부웅-
차가 출발하자, 신진우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그때, 조수석에 앉아 있는 이소현이 말을 꺼냈다.
“못 봤던 걸로 해주면… 돈….”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녀석의 엄마를 생각해 보면 돈은 차고도 넘칠 것이다.
그녀가 다시 말을 꺼냈다.
“원하는 게 뭐야?”
“내 입으로 만화영화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아서 좀 민망하지만, 너희들이 죗값을 다 치르는 거?”
“장난이었다고 했잖아.”
“그 장난으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세상이지.”
자신의 생각을 꺾지 않는 진우의 모습에 이소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귀에 가져가 대었다.
“아빠….”
신진우는 또 한 번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콘솔박스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아빠 찬스, 치트키를 쓰시겠다라….”
***
신진우는 사무실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과 마주 앉아 있었다.
이소현의 아빠 조정환 국회의원이었다.
“그래, 우리 소현이 옆 반 친구라고?”
“친구는 아니에요.”
당찬 말투를 던지며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있는 신진우의 모습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하는 말이.
“주스가 밍밍하네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네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더구나.”
“오해가 아니라 CCTV도 돌려보고 이소현 핸드폰에 저장된 영상도 직접 확인했어요.”
그가 미간을 모으며 쥐 죽은 듯이 앉아 있는 딸을 쳐다봤다.
CCTV를 돌려 봤다고? 저 조막만 한 놈이?
“이름이… 신진우라고?”
낯선 이름이 아니었는데, 기억이 날 듯 안 났다.
“진우야. 친구들끼리 다룰 수도 있고, 다시 친해지고 네 나이 때는 다 그런 거란다.”
“그런 거 잘 모르겠구요. 전 이소현이 처벌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의 눈썹이 꿈틀꿈를했다.
“그러면 네 부모가 아주 싫어할 거란다.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어.”
“권력 그런 건가요.?”
그가 신진우를 잡아먹을 듯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약 세상에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정치 인생이 끝날 수도 있었다.
“그래, 네 부모님이 아주 곤란해지시기 전에, 복사본 돌려주겠니? 장난치다 떨어진 최선희에게도 소현이가 사과하러 가라고 하마.”
그때, 밖에서 살짝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진우가 말을 꺼냈다.
“소현이 아버님. 근데 그거 혹시 아세요?”
“무엇을?”
“소현이가 폭탄 데려왔다는 거.”
그 폭탄은 신진우, 본인이었다.
“무슨 뚱딴지같은….”
순간,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비서가 급하게 따라왔지만 사무실로 들어온 그는 신진우의 곁으로 다가가, 장난치듯 진우의 머리를 헝클었다.
그 손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진이었다.
국회의원은 놀란 눈으로 우진을 쳐다봤고, 가만히 국회의원을 시선에 담았던 우진의 입이 열렸다.
“내 가족 건드리는 사람은….”
신진우는 아빠의 손길을 그대로 느끼며, 아빠의 말을 대신하듯 입을 열었다.
“B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