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31)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31화(31/200)
#31화. 과제를 하다보니… 2
“어? 네 것으로 하자. 그러자.”
“왜?”
우진은 그렇게 물었지만 진심으로 궁금했다.
왜 자신의 것을 고른지 말이다.
만수는 큰 미소를 만들었다.
“수능 만점자걸로 해야하지 않겠어? 하하하!”
잠깐 생각하던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만수가 말했다.
“우진아, 인간적으로 우리 둘이 먼저 시작하기엔 너무 빡신 것 같은데, 우리 리포트 세상에서 조금만 참고만 할까?”
“리포트 세상?”
“몰랐어? 사람들이 과제 했던 거 올려두는 사이트라고 있거든. 엄청 많아. 그중에 교수님이 내준 과제랑 비슷한 것도 있을걸?”
“족보……. 그런 것 같은 건가?”
전에 최가을이 선배에게 족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족보는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 따지자면 족보 같은 거지.”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평범하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반대로 우진의 말을 다르게 해석한 만수는 쓰게 웃었다.
우진의 말이 맞았다.
꼼수를 바랐다면 자신은 지금 S 대학의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코피를 쏟으며 피 터지게 공부했던 지난날에 반하는 일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지. 자아~. 그럼 업체는 정해졌고. 뭐부터 시작하면 될까?”
“윤리경영은 누구나 아는 거지만, 윤리적인 경영인의 마인드를 알아보려면 직접 만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긴 한데, 만수 네 생각은 어때?”
“경영인을 만나 보자는 거야? 경영인이 우리 같은 사람을 만나 줄까? 한가한 사람도 아닌데.”
“내가 만나 보고 올게.”
황당한 소리에 만수는 눈썹을 긁적였다.
“혹시……. 아버지 뭐하시노. 아니아니 아버지 사업하셔? 아니면 친척 중에…?”
“아니, 내가 조사한 곳의 대표가 내일 강연을 한다고 해서 가보려고.”
만수의 얼굴이 벙쪘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기름진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것 같았다.
“너 설마, 그래서 이 기업 조사한 거야? 강연 연다고 해서?”
“응. 왜?”
“애당초 경영인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응.”
만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계획이 치밀하다. 아니 무슨 과제 하는데 경영진까지 만나려는 생각을…….
만수는 이내 마음을 굳혔다.
오래달리기를 해도 1등만 겁내 쫓아가다보면 중간, 아니 순위권에 오를 수 있다.
‘전국에 단 3명밖에 나오지 않은 수능 만점자의 마인드를 따라간다.’
“같이 가자. 그런데 자리 다 찬 건 아니겠지?”
“4자리 예약 했었는데, 미나랑 가을이는 못 갈 것 같아서, 두 자리는 취소했어.”
상상도 못할 준비성에 놀라던 만수의 눈이 반짝였다.
“오오! 그럼 내 자리 있는 건가?”
“응.”
“언제야?”
“내일. 3시.”
“가즈아! 나도 대표 강연 한 번 들어 보즈아!”
“그럼 내일 2시까지 역에서 만나자.”
* * *
다음 날 약속 당일.
역 앞에 도착한 김만수는 핸드폰으로 채팅방의 내용을 보고 있었다.
[오늘 일단 조사할 게 있어서 우진이랑 만날 거야.] [내가 해야할 일 있으면 바로 알려줘. 진짜 미안.] [메일로 쏴주면 바로 확인할게! 내가 술 한 잔 살게!] [그럼 난 맛있는 거!]미안하다고만 하지 이일 저일 핑계대며 참석한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뭐 진짜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없는 시간도 내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만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인상이 참 좋아 보이세요.”
어느새 만수의 뒤로 남녀가 만수에게 다가와 있었다.
만수의 저도 모르게 히쭉 웃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만수는 그들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크흠~ 그래서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이오?”
“아…….”
“만수야, 일찍 왔네? 뭐해?”
만수에게 말을 꺼내려던 남녀는 우진의 등장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만수는 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배를 잡고 웃었다.
“저거 봐. 튀는 거 봐라. 으하하하!”
“누구야?”
“도를 아십니까, 쟤네들이랑 놀면 재밌거든.”
“너 도 닦아?”
잠깐 벙쪘던 만수는 우진이 농담을 던진거라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쟤네들이랑 놀면 겁나 재밌어,”
만수는 몰랐다. 남녀가 누구를 보고 도망친지를 말이다.
그렇게 넓은 강당을 찾은 우진과 만수는 중간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은 50석 꽉 채우고도 남았는데, 카메라를 든 기자들과 영상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주로 20대 후반이나, 30, 40대들이 많았다.
“이야……. 책에서 봤는데, 항상 나 자신보다 높은 사람을 자주 만나라고. 내가 중견기업 대표 실물도 보고 말이야. 네 덕분이야. 땡큐.”
그때, 관계자가 마이크 테스트를 끝내고 강연의 시작을 알렸다.
“강석민 대표님을 모시겠습니다!”
박수갈채와 함께 50대 후반의 중년인이 단상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S&C의 대표, 강석민이라고 합니다.”
강석민 좌우로 무대를 걸으며 회사소개부터 시작했다.
우진의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제스처나 얼굴을 관찰했다.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돌릴 때마다 거짓 미소가 짙어진다.
-제스처가 많다.
-사람들의 집중을 잡으려 간혹 말소리를 작게 한다.
회사 소개와 설립의 이야기가 끝나자 강석민 대표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아시다시피 저희 S&C는 포장재 축소 및 개선을 통해 에너지 절감은 물론이고, 온실가스 감축 등에 앞장서고…….”
만수는 핸드폰으로 녹음까지한 상태로, 공책에 빠르게 필기 하기 시작했다.
윤리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뿐만이 아니라 플렉소 인쇄 설비를 도입하여! 연간 잉크 사용량의 40%를 절감하는 쾌거를 이루고 환경보호에…….”
우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연 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가운데, 경영자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회사는 세상과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강조할 때마다 제스처와 얼굴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많은 사람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답게 평범한 사람보다 표정을 능수능란하게 바꿨지만, 우진은 속일 수 없었다.
‘그 부분에서 부정적인 것이 이루어지고 있는 건가…….’
탈세라든지 말이다.
거짓말은 대부분 그의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우진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기업이나 작은 식당까지도, 100원이라도 탈세를 안 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즉, 평범한 일인가……?
이내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강연이 끝나자 관계자가 마이크를 입에 대고 말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질의응답 시간은 짧게 가지겠습니다.”
우진은 생각했다.
강연 시간을 생각해 본다면, 촉박하다는 말의 내포된 시간은 약 15분 정도.
모인 인원은 50명.
우진은 주위를 빠르게 훑어봤다.
무조건 손을 들 것 같은 인원은 대략 19명, 이를 따져 계산해 보면…….
“네. 빨간색 모자 쓰신 분, 질문해주세요.”
마이크를 건네받은 그가 질문을 던졌다.
“회사를 설립하시는데 쉽지만은 않으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표는 고개를 크게 끄덕 끄덕거리며 답했다.
“있었죠. 당연히 있었습니다. 당시…….”
대표가 질문자에게 동기부여처럼 답을 해주고 있을 때, 우진은 큰 결심을 내렸다.
확률로 계산해 보면 자신의 질문을 채택받을 확률이 현저히 낮았다.
아니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회는 만들면 된다.
남들이 다 듣는 강연을 듣게 되는 경험을 했지만, 생각지 못했던 이질적인 부분이 있었다.
우진은 그 이질적인 것에 대하여 호기심이 생겼다.
“다음 질문받겠습니다.”
그때 자리에서 일어난 우진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 광경에 관계자가 힐끔 대표를 쳐다봤다.
대표가 온화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관계자가 말했다.
“네. 저기 일어나 계시는 분. 저 분에게 마이크 좀 전해주세요.”
마이크를 받은 우진이 입을 열었다.
“원래 질문자를 이렇게 정해두고 마이크를 넘겨 주시나요?”
정말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정적이 찾아왔다.
마이크로 출력된 우진의 목소리만 메아리처럼 작게 울렸을 뿐이었다.
그때 대표가 가볍게 웃었다.
“하하하! 질문자를 정해 놓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음 분 받겠습니다.”
관계자의 말에 우진은 마이크를 넘겼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앞으로의 미래는…….”
질문자를 지켜보고 있던 우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눈동자가 반복적으로 위를 향하고, 웃고 있지만 광대 근육이 경직되고 반복적으로 혀가 입술을 적신다.
준비된 질문자였다.
우진은 시선을 돌려 질문에 답하는 대표를 바라봤다.
평범한 경영인이란 이런 것일까.
선동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진은 역시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경험도 쌓았고, 과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반면 만수는 우진의 그런 모습을 눈을 끔벅이며 바라봤고, 어떤 이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경쟁사에서 똥 뿌리러 온 건가?’
* * *
강연장을 빠져나온 우진과 만수는, 근처 김만수의 사촌 형이 하는 토스트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야……. 생각해 보니 그럴싸하잖아? 질문자 정해놓고 이벤트성으로 강연 열고. 잘 포장한 뒤에 기사 내서 퍼트리고. 어떻게 안 거야?”
“그냥, 보여서. 암기하듯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었고, 초조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난 왜 못 봤지?”
“필기하고 있었잖아.”
“아하……. 저기야.”
만수가 앞장서 걸어간 곳은 편의점 옆에 있는 작은 토스트 가게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테이블이 세 개만 보이는 것으로 보아,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 같았다.
“만수 왔냐?”
사촌형과 형수가 만수를 반겼다.
“인마, 이제야 얼굴 내비치냐? S대 대학생 됐다고 이제 귀하신 몸 되셨다 이거지?”
“좀 봐줘. 지금도 과제 때문에 강연도 듣고 오는 길이야. 여긴 내 친구. 신우진이라고 수능 만점 받고 들어 온 대단한 놈이야.”
“어머, 만점? 얼굴도 이렇게 잘생겼는데 수능도 만점이나 받았어?”
“이야……. 꼭 어릴 적 내 얼굴 보는 것 같네. 이름이 우진이라고?”
“네,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반갑다. 수능 만점이라니, 만수 꼴통 이 자식이 진짜 S대를 들어갔긴 갔구나. 앉아, 앉아. 밥 안 먹었지?”
“어. 엄청 배고파. 묻고 더블로 쌓아줘.”
자리에 앉은 우진은 주위를 둘러봤다.
빅데이터의 분석을 상기해 보면 이 지역은 전기요금이 꽤나 높았다.
안정적으로 상업화가 됐다는 뜻이다.
“형, 요즘도 잘 안 돼?”
“야, 말도 마라, 학교도 몇 개 있고 신도시 형성 돼서 들어 온 건데. 대형 패스트 푸드 두 개 들어 오더니 매출이 팍 떨어졌어. 적자야 적자.”
“그럼 어떡하려고? 전단지는 다시 뿌려 봤어?”
“안 해 봤겠냐? 배달도 하고. 토스트 접고 다른 거 하려고.”
“다른 거?”
“바게트로 핫도그 만들어서 팔까 생각 중이야. 이 동네엔 그런 게 없거든. 너희들도 핫도그 좋아하지? 어린 애들도 잘 먹고.”
“상호는 정했어?”
“글쎄……. S대 들어간 네가 좀 말해봐라. 뭐 팍! 끌리는 상호 없냐?”
“음……. 폭탄 핫도그?”
“마약 핫도그라고 하지 그러냐 왜?”
쓰게 웃던 만수가 우진에게 물었다.
“우리 수능 만점자! 우진아, 괜찮은 상호 없을까?”
우진의 머릿속으로 왔던 길이 되감기처럼 돌아갔다.
식당, 치킨집, 편의점, 병원, 학원, 아파트, 학교. 또 바닥을 뒹구는 담배꽁초 등등.
마치 임장을 온 사람처럼, 아니 그 보다 더 면밀하게 상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진의 입이 10초도 되지 않아 열렸다.
“상호 문제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