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35)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35화(35/200)
#35화. 중간고사가 다가왔는데. 3
3일 후에 끼릿의 유트브 채널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노숙자가 쿠폰을 왕창들고 들어간다면?-
[안녕 형님덜~ 끼릿은 어디 갔냐고? 나야 나. 목소리 보면 딱 몰라? 왜 얼굴이 아저씨가 됐냐고?]영상은 끼릿이 전문적으로 분장받는 장면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형님들, 끼릿하면 고퀄리티 방송이잖아? 변신하려면 완벽하게 해야지. 카메라는 모자에 달렸다 이거야. 아, 잠깐만 향수 안 뿌렸다. 형들 방구냄새 나는 향수 알아? 이게……]끼릿이 올린 영상은 3일이 지나자 100만 회를 넘겼고 댓글 또한 어마어마하게 달렸다.
-나 저기 앎, 개꿀맛임.
-저런 가게는 혼내줘야지. 근처 같은데 직원들 다 데려간다!
-좌표 찍는다. 많이들 가고, 많이 팔아줘서 혼내줘라.
-이런 어려운 시기에…… 는 저런 가게는 쉴 수 있을 때 쉬라고 문 닫게 만들어야지. 어이어이, 사장 양반, 많이 팔아주면 재료 소진돼서 문 안 닫고 버틸 수 있겠어?
-186cm에 몸무게 130kg 다. 지금 사장님 혼내러 간다.
ㄴ 일상생활 가능?
ㄴ 쌉가능
-현장이다. 지금 사람들 줄지어서 사장님 혼내려고 사악하게 웃고 있음.
-아직 따뜻하구먼.
중간고사가 끝나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우진의 뒤에 든든한 빽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답을 외우듯 빠르게 풀고 나가버리고 모두 A+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 소문의 주인공 우진은 커피숍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한 사내가 우진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우진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그에게 돌아갔다.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유도를 했던 사람처럼 몸이 컸고, 팔에는 문신이 감겨 있었다.
“뭘 꼬나보냐?”
그의 옆에 있던 여성이 사내를 끌어당겼다.
“오빠. 그냥 가자.”
“저 새끼가…….”
피식 웃음 진 우진이 그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너 같은…….”
순간, 우진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머리칼을 쓸어 올린 우진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어버렸다.
“알았다. 알았어.”
우진이, 우진에게 말하듯 중얼거리며 문신 사내에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몸을 돌린 우진은 조금 더 걸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달달한 카라멜마끼야또를 받아 온 우진은 카페에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듯이 바라봤다.
“시험 망쳤나 보네. 저긴 남친이랑 싸웠고. 즐거워 보이네.”
사람들을 바라보던 우진이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안경을 쓴, 약 30대 후반의 호리호리한 사내가 다가와 있었다.
방송국 관계자였다.
“신우진 씨?”
“네. 최백현 씨?”
“네.”
우진과 악수를 한 그가 자리에 앉았다.
우진이 말했다.
“목소리대로 참 이지적인 분위기시네요.”
“하하하. 그런가요?”
“네. 서류 가방의 박음질이 눈에 띄는데, 섬세하고 감각이 뛰어나다는 말씀 많이 들으시죠? 그래서 이런 일을 하시는구나.”
“하하하,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죠.”
우진은 그와 같이 미소를 지었다.
칭찬하듯 섬세하고 감각적이란 긍정적 프레임을 씌우고 시작한다.
최백현이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엑스트라가 많이 필요해서 천만 원이면 절대 큰돈이 아닙니다.”
우진은 여유있는 미소를 유지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 *
우진이 긍정적이자 최백현의 표정이 더욱 좋아졌다.
우진은 당연히 그의 얼굴과 행동을 읽고 있었다.
-눈가에 까마귀 발톱이 찍히고, 광대 근육과 함께 입꼬리가 대칭 있게 올라간다.
-다리를 외로 꼬며 전보다 의자에 등을 깊숙이 묻는다.
본인이 우진보다 위에 있다는 전형적인 강자의 포지션이었다.
의뢰비가 비싸다고 우진이 말했다면 저런 표정과 행동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진이 저런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또 사람이란 본능적으로 누군가의 위에 있으려 하지 아래에 위치하기를 싫어한다.
여기서 섬세하다 감각 있다, 라는 칭찬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함이었다.
우호적 관계가 형성이 되면 강자는 약자에게 배려심리가 작동한다.
쉽게 말해서 조언이라는 것들이 있다.
또한 사람은 명령을 받는 것과, 베푸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베푸는 것을 선택하기 마련이었으니까.
즉,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들이 알아줬으면 싶고, 알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PD님은 이 자리에 안 오시는 건가요?”
우진의 말에 최백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0.2초 만에 사라진 미세표정이었다.
‘상관을 좋아하진 않나 보네.’
“네. 바쁘셔서 제가 나왔습니다.”
-눈가를 닦듯이 매만지고 치아로 혀를 씹듯이 한 번 문댄다.
‘거짓말도 하고.’
우진이 말했다.
“PD님이 연출해 주시는 건가요? 전 섬세하고 감각적인 최백현 씨가 주셨으면 하는데…….”
PD를 떠올렸던 최백현이 전과는 다르게 미소지었다.
“사실 PD님은 뒤에서 지시만 하세요. 제가 다 준비하고 움직이죠. 엑스트라들도 제가 선별하는데…….”
그의 자랑이 시작됐다.
PD는 앉아서 손가락만 움직인다니, 짜임새 있게 연출을 잡는 건 자신이라니 등등.
“대단하시네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제 일인데요 뭘. 상호가 어떻게 되세요?”
“Brain Food요.”
우진은 유트버 끼릿을 이용해 명분을 만들었다.
조회 수는 100만을 훌쩍 넘겼으며, 착한 가게라는 프레임까지 씌워 줄을 서서 기다리게 했다.
군중심리를 이용한 거다.
사람은 소외를 당하기보다는, 무리를 짓고 싶어 하는 무의식이 있다.
유유상종(類類相從), 근주자적(近朱者赤), 끼리끼리라는 말을 예를 들면 쉽다.
이를 더 거시적으로 본다면, 사회적 이슈가 일어났을 때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라면 동참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현상이 일고 있는 가게가 아니었으면 PD는 돈이고 나발이고 거절했을 것이다.
그냥 평범한 가게를 공중파에 내보낼 순 없었을 테니까.
안 그래도 식당 주인에게 돈을 받고 방송을 내보내는 PD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저 그런 패스트푸드점을 방송에 내보낸다?
수면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기에 충분했다.
“상호 있어 보이네요. 그런데 가게만 방송에 내보내기엔 조금 약한 것 같은데. 예를 들어 가게를 차린 게 된 스토리라던가…….”
우진은 슬쩍 웃었다.
여기서 섬세하고 감각적이라는, 또 강자의 배려인 조언, 그에게 씌운 프레임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다른 의뢰인에게도 방송을 살리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하겠지만, 최백현은 지금 더 심도 있게 말해 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내보내는 포맷은 비슷할 거다.
맛있다는 사람들의 반응을 영상에 담겠고, 또 사장의 감성팔이를 줄줄이 나열할 게 뻔하다.
‘그렇게 방송 만들어주지 마세요. 특별하게 해주세요.’
라는 말은 심리적으로 최백현을 등지게 만드는 행위다.
이제 대학생이 된, 그에게 있어 방송에 ‘방’자도 몰라 보이는 내가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상당한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그저 그를 띄워주고 정보를 던져주며 최백현이 주변인들에게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도록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PD의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존재를 말이다.
“네. 치아바타에 들어갈 채소들은 모두 LED를 이용한 작물재배입니다. 흙도 필요 없고 햇빛도 필요 없죠.”
“오……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그게 가능한가요?”
“네. 온도, 습도 및 이산화탄소의 농도나 배양액을 기계가 입력된 값에 따라 조절관리합니다. 분무도 마찬가지. 병충해는 접근할 수가 없어 당연히 농약은 조금도 쓰지 않습니다. 흙에서 자란 채소에 비해서도 영양가도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밀도 있죠.”
최백현은 우진이 그동안 만나왔던 사장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체계가 있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뚜렷하게 알고 있다.
사람들이 왜 줄을 서며 기다리는지, 우진을 직접 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진이 말했다.
“촬영 날짜는 언제가 될까요?”
“회의를 해봐야겠지만, 한 달 반 정도? 그때 가능할 것 같아요. 너무 조바심내지 마세요. 지금 가게 잘 돼 가고 있잖아요?”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바심이 아니라 촬영이 개시되기 전에 준비할 것들이 있어 오히려 시간이 필요했다.
“네. 아, 저희 Brain Food는 뇌에 상당히 좋은…….”
우진의 입에서 정보가 흘러나오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내 녹음기능을 켰다.
* * *
벽시계는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는 가운데, 우진은 만수 사촌 형의 가게에 앉아 있었다.
물론 만수도 함께였다.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나면 공중파에서 촬영하러 온다고?”
사촌 형과 만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영되면 줄은 더 길어질 겁니다. 그리고 우린 그걸 더 이용할 거고.”
현실과 꿈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사촌 형이 말했다.
“어떻게 방송 출연하게 된 거야? 유트버 영상으로 가게가 유명해져서?”
“돈 좀 썼어요.”
“네가 돈이 어디 있다고…….”
우진이 슬쩍 웃었다.
주식에 관심을 끊다시피 하며 우량주에 돈을 넣고 있었다.
이제 통장의 잔고는 대략 12,000,000원.
“시작했으니 움직여야죠. 누가 저한테 총구를 겨눈 것처럼 간절하게.”
우진의 말에 사촌 형이 쓰게 웃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그런데 우진은 그걸 총에 비유한다.
마치 가게를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총 맞아 죽을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해본 적이 있던가…….’
우진이 말했다.
“이래서 어려워, 저래서 어려워, 이래서 이만큼 어려워. 사람들은 합리화를 하죠. 우리는 그렇게 가지 말아요.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가요.”
뭔가 우진의 말에 사촌 형과 만수는 불끈 힘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우진의 말은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둘은 우진이 평소와는 좀 다르다고 느끼고 있었다.
평소의 우진은 강아지 눈을 한 것처럼 순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차도남의 이미지랄까…….
앞머리도 올리고 말이다.
“LED를 이용한 작물 재배, 흙도 필요 없고 햇빛도 필요 없는…….”
둘은 우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했다.
“이렇게 재배된 채소들은 하루 수확량만 판매할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만수가 물었다.
“그럼 다 판매되면 문 닫고? 그 뭐야……. 마왕 카스텔라 같은 시스템?”
“비슷하지만 완전히 달라. 일단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판매량은 한정적으로 만들면 사람들은 더 줄을 설 거야. 지금 정기적으로 배달해 주는 가구가 30가구 맞나요?”
“세 곳 더 늘었어.”
우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방송 나가면 더 늘어날 겁니다.”
여기서 우월 심리가 작용한다.
너도나도 줄 서서 먹는 음식을, 그렇게 하지 않고도 아침에 다이렉트로 받아 볼 수 있으니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심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재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인데, 오는 길에 상가를 둘러봤습니다. 구멍가게처럼 평수는 작지만 괜찮은 곳이 있더라고요.”
그때, 우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혜림이었다.
순간 우진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형광등이 켜지듯 다시 시야가 밝아졌다.
핸드폰을 귓가로 가져가는 우진의 눈은 다시 강아지처럼 선해졌으며 얼굴은 순둥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응, 혜림아.”
-너 여기서 뭐 해? 아니 유트버 영상에 너 잠깐 스치듯 나오던데. 너 맞지?
그녀의 말이 맞았다.
무의식은 잘생긴 얼굴까지 이용했다.
“응, 맞아.”
-역시, 내 눈은 못 속인다니까…….
우진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혜림아, 우리 맛집 탐방 갈래?”
패스트푸드를 종류별로 다 먹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