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44)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44화(44/200)
#44화. 인턴 무적. 4
-우진 학생, 그게 무슨 말…….
우진은 창가로 다가가며 그의 말을 끊었다.
“개인정보 유출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유출자는 지인인가요? 한조훈 프로파일러님 같은 경우는 개인정보의 취득 행위를 하셨기 때문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겠네요.”
한조훈은 멈칫거렸다.
변호사들이 알 법한 것들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우진 학생,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우진 학생 똑똑한 사람이잖아? 안 그래요?
한조훈은 프로파일러답게 자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우진에게 ‘똑똑’한 사람이라고 프레임을 씌웠다.
“저를 납득 시켜 보세요. 제가 왜 한조훈 프로파일러님과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잠시 말이 없던 한조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방송 출연을 하게 되었는데…….
우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을 충분히 납득시켰다. 우진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내려갈게요.”
한조훈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시동도 끄고 차창은 선팅돼 어두웠기 때문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밖이에요?
“아니요. 집이에요. 지금 내려 갈게요.”
통화를 마친 우진은 편의점을 간다고 현관문을 돌려 나갔다.
그리고.
‘나와라.’
우진의 눈앞이 캄캄해지는가 싶더니 금세 환해졌다.
무의식이 나온 것이다.
우진이 피식 웃었다.
“으음…….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나한테 떠넘기는 느낌이란 말이지.”
그렇게 빌라를 빠져나오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바람 좋네. 냄새도 좋고.”
빙글 웃은 우진은 한조훈의 차로 곧장 다가갔다. 그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에 우진이 말했다.
“우리 다리 아프게 서서 이야기하지 맙시다.”
우진의 말투에 한조훈은 당황했지만 금방 푸근한 표정으로 바꿨다.
“아 그럴까?”
우진이 조수석에 털썩 앉았고, 한조훈은 사람 좋은 미소를 유지했다.
“말 편하게 하세요.”
“그럴까? 우진 학생, 피곤할 텐데 고마워. 용돈 번다 생각하고. 그래.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고……”
그의 사탕발림 같은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진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새끼손가락을 후~ 하고 불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저씨.”
“어?”
“사람 얼마나 잘 봐요? 프로파일러면 사람도 잘 볼 것 같은데. 심리 같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아…. 그런 거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구나?”
한조훈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짙어졌다.
역시 그냥 애였다.
딱 저 나이 때 관심사를 물어보는 것을 보면 말이다.
20살이면 이성에게 관심이 왕성할 나이었으니까.
그때, 전방을 응시하던 우진이 고개를 틀어 한조훈을 바라봤다.
“저 어때 보여요?”
“응? 잘생겼지. 착하기도 하고 거기에 똑똑하기까지 하고.”
그의 사람 좋은 미소에 우진도 덩달아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잘생긴 거 인정, 똑똑한 것도 인정. 그런데 착하다?”
좀 건방져 보이는 우진의 말투에 한조훈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애써 미소를 되찾았다.
“그럼, 내가 보기엔 그래.”
“이 아저씨 사람 잘 못 봐도 한참을 잘못 보네.”
우진의 시선이 한조훈의 가족사진으로 향하며 이어졌다.
부인과 자녀 둘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반대로 유리에 흠이 많다.
“부인과 아들 딸, 행복해 보이네요. 그런데 이걸 어쩌나.”
우진의 시선이 이젠 그의 목덜미로 향했다.
좌우로 미세한 생채기가 있었는데, 개나 고양이 같은 짐승의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긁어서 난 것도 아니다.
누군가 두 손으로 졸라 손톱에 의해 생겼다.
순식간의 그의 전신을 훑은 우진이 말을 이었다.
“매일 생선회를 즐기는 아빠가 변태네요. 부인이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아저씨, 내가 충고 하나 해줄게요. 잃을 것 없는 상대 건드려서 변태적인 성욕 채우지 마. 그리고 또 하나 말해 주자면 나 같은 사람 이용해 먹으려고 하지 마. 그럼 아주 큰 일 나거든.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귀찮게 굴지 마. 나한테 관심도 갖지 말고, 남의 타액이 이러저리 섞인 더러운 혓바닥으로 내 이름 부르지 마.”
눈을 부릅뜬 한조훈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 도대체 무슨 말을…….”
우진이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를 가리켰다.
“그 지저분한 뇌로 날 떠올리지 말라는 소리야. 아등방등 애써서 만든 탑, 모래성처럼 무너트려 버리기 전에.”
“내, 내려!”
우진이 씨익 웃었다.
“위기가 닥쳤을 땐 흥분하지 말고 침착해야지. 그래야 머리가 팽팽 돌아가, 다시 요약해 줄게. 그 장식처럼 달고 다니는 멍청한 머리랑 나랑 엮을 생각하지도 마. 안 그러면 집안 파탄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매장시켜 줄게. OK?”
“내려!”
버럭 소리친 한조훈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초조할 때 습관처럼 손톱 뜯는 버릇 좀 고치시고, 다 큰 어른이 말이야.”
우진은 한 번 더 빙긋 웃어주는 것을 잊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차를 가볍게 두들겼다.
탕! 탕!
“출발!”
부웅!
한조훈은 급발진하듯 차를 몰았다.
“저러다 사고나지, 그러면 더 좋고.”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우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하늘엔, 구름에 반쯤 가려진 달이 그윽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좋네.”
밤하늘을 감상하던 우진이 빠르게 말을 뱉었다.
“야야, 잠깐! 조금만 더…….”
우진의 시야가 형광등 켜지듯 깜빡하고 밝아졌다.
눈매도 다시 순하게 돌아와 있었다.
한편.
차를 몰고 있는 한조훈은 손톱을 뜯고 있었다.
“씨발…….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녀석이 알 수 있는 루트가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김 형사나 최 형사가 알고 있는 것일까?
은연중에 녀석에게 알려준 거고?
한조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순 없었다.
한밤중이었고 차에서 벌였던 은밀한 일이었다.
한조훈은 마음을 최대한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좁혀나가야 한다.
‘설마 걔와 녀석과 아는 사이라면?’
그러고 보니 나이도 똑같다.
한조훈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씨발…….”
몇 통을 걸어도 받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한조훈은 바로 메시지를 작성했다.
[이거 보는 대로 전화……]쾅!
한조훈의 차 옆구리에 승용차가 들이박았다.
한순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차는 스키드 마크를 내며 멈춰 섰다.
본네트에서 하연 연기가 유령처럼 피어오르는 가운데, 한조훈이 쩔뚝이며 차 안에서 나왔다.
그때 옆구리를 들이박은 차량의 사람이 버럭버럭 소리 질렀다.
“이 새끼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 운전을 무슨 정신으로 하는 거야! 신호 안 보여!”
한조훈은 다가오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두 주먹으로 보넷트를 쿵! 내리쳤다.
“씨발!”
* * *
다음 날 아침.
이 과장은 기사를 보고 있었다.
[지난밤 27일, 프로파일러로 활동하고 있는 H 씨는 신호 위반과 과속으로 인한 차량 충돌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H 씨는 교통사건을 무마하려는 과정에서 한 익명의 제보자에게 덜미를 잡혀…….]“과장님.”
임시원의 목소리에 이 과장이 PC에서 시선을 뗐다.
“어, 왜?”
임시원이 속삭이듯 말을 꺼냈다.
“감사팀 움직일 것 같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이 과장은 앓던 이가 빠진 사람처럼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안 봐도 박 차장님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보이네요.”
“못생긴 얼굴 더 못생겨지겠어. 으하하하! 아, 우리 똘똘한 인턴 뭐 하고 있어?”
박 차장에게 빅엿을 선물할 수 있게 해 준 예쁜 인턴 말이다.
“영수증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과장은 피로 회복제 음료를 가지고 우진에게 다가갔다.
“뭘 이렇게 열심히 해. 자, 이거 시원하게 한 잔 쭈욱 들이켜.”
자리에서 일어난 우진에게 이 과장이 직접 뚜껑을 딴 음료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이야…… 얼굴이 잘생겨서 그런지 음료수 마시는 것도 CF 같아. 안 그래 임 대리?”
“안 그래도 여사원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제가 다 느껴질 정도예요.”
그때 우진의 자리에서 전화가 울렸다.
“받을까요?”
“아니.”
임 대리가 전화를 받았다.
“네. 경영지원팀 임시원 대립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곧장 들려왔다.
-응? 왜 임 대리님이…….
“네?”
-아니에요. 어쩌죠? 전화기가 또 고장 나서요.
“또요?”
-우리 차장님 성격 잘 아시잖아요.
“네. 잘 알죠. 올려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통화를 마친 임 대리가 우진에게 말했다.
“우진 씨 찾는 전화였네. 영업 4팀으로 전화기 가져가서 연결해줘요. 연결할 줄 모르는 건 아니죠?”
“네. 다녀올게요.”
비품실로 곧장 향한 우진은 전화기를 들고 영업 4팀에 도착했다.
그때 여사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진에게 다가왔다.
“왔어요? 이쪽으로.”
차장에 자리로 간 우진은 전화기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수화기로 내려쳤는지 박살이 나 있었다.
그 모습을 여사원이 빤히 쳐다봤다.
“인턴 생활 어때요?”
말은 그렇게 물었지만 죽을 맛일 것이었다.
“좋습니다.”
“힘들 것 같은데. 나도 인턴 생활 때 엄청 고생했는데. 어려운 거 있으면 저한테 몰래 물어봐요. 남 일 같지가 않아서 도와주고 싶네.”
전화기를 설치를 끝낸 우진이 허리를 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우진이 파티션을 빠져나가려는 그때,
“우진아.”
문진 아저씨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야……. 네가 진짜 들어왔긴 들어왔구나.”
“안녕하십니까. 오 차장님.”
우진 아빠의 친구, 오문진 차장이 웃으며 다가왔다.
“출장을 다녀와서 이제야 보네. 경영지원팀으로 갔다고?”
“네.”
“정장 잘 어울리네. 네 아빠가 얼마나 자랑을 늘어놓던지. 하하하!”
“오 차장, 아는 사람이야?”
오문진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
우진이 인턴으로 뽑힐 자격은 차고도 넘쳤으니까.
“어, 내 친구 아들, 얼마나 똑똑한지 수능 만점에다가 수학 문제는 몇 초 만에 풀어 버리고…….”
그의 입에서 우진의 칭찬이 쏟아져나오자 시선이 몰리기 시작했다.
오문진의 이야기를 듣던 동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인재를 경영지원팀에 배정했다고? 우리 팀에 넣어줬어야지. 인사과 애들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옆에 있던 대리도 자신의 팀, 인턴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손 부족해서 죽겠는데. 너무하네요.”
“우진아, 일하다가 힘든 거 있으면 이 아저씨한테, 아니 나한테 말해. 알았지?”
“감사합니다.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그래, 수고해. 아, 우진아 이따가 별일 없으면 점심 같이 먹자.”
“네. 알겠습니다.”
*
우진이 자리에서 영수증 분류를 하는 가운데, 누군가 버럭 소리치듯 경영지원팀으로 쳐들어왔다.
홍보 마케팅의 차장 박찬욱이었다.
“신우진, 신우진이가 누구야!”
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접니다. 차장님. 안녕하십니까.”